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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3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38화

138화. 의정문 (1)

 

 

 

문수란의 설명이 끝난 후 무흔을 비롯한 천상문인들은 의견을 나누었다.

정파임을 자처하는 천상문주와 그 제자들은 의정문을 도와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계가 뚜렷했다.

천상문은 의정문보다 훨씬 작은 문파였기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자칫 일이 틀어지면 천상문은 문파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진다.

무흔은 백단영의 의견을 물었다.

“예전에 서옹 어르신에게 마교와 사마련의 정파 침투에 대해 들은 바가 있어. 지금도 서옹께선 그런 문파를 도우려고 애를 쓰고 계시고. 무흔 네가 예전에 신화곡을 다녀오고, 매화곡을 드나든 것도 그런 큰 틀 하에서 허락된 거니까.”

백단영의 의견은 확고했다. 그녀는 사마련이나 마교가 준동하는 현실을 눈감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백단영의 시선이 천상문주와 문수란을 향했다.

무흔은 그녀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그녀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천상문에 미칠 후환이 두려운 것이다.

지금의 천상문은 아주 작은 문파이기에, 무공 실력도 변변찮기에 사마련과 맞설 상황이 절대 되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는 상행 때부터 문수란을 그리 좋게 보지 않았다.

그런 문수란이 무흔을 찍고 여기에 나타났으니 그녀의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었다.

무흔 역시 처음에는 문수란에 대한 인식이 별로였지만 지금은 그나마 괜찮아졌다. 어쨌든 무흔은 문수란을 도와주겠다고 확답할 수 없었다.

무흔과 백단영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에 문수란이 침울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드리나 보네요. 너무 제 생각만 해서…….”

“아, 그건 아니고요.”

백단영이 그녀의 말을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요구대로 무흔 혼자 보낼 수는 없다. 또 천상문 제자를 동행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결론은 그녀가 무흔과 함께 가야 한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백단영은 결정을 지었다.

“우리가 도와줄게요. 문 낭자께선 빨리 몸조리부터 하세요.”

문수란이 감격해서 무흔의 손을 잡았다.

 

***

 

그로부터 나흘 뒤 늦은 밤에 무흔과 백단영, 문수란은 의정문에 잠입했다.

계곡에 자리 잡은 천상문과 달리 의정문은 큰 마을 인근의 상당히 넓은 부지에 세워져 있었다.

“가장 급한 일은 의정대협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다음 의정문주를 제압해야 해요.”

문수란이 담벼락 구석에 몸을 숨긴 상태에서 두 사람에게 속삭였다.

이곳의 지리를 문수란이 가장 잘 알기에 그들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긴 상태였다.

야간 침투인 만큼 일행은 모두 검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담을 넘고 장원의 중심부에 침투할 때까지 별다른 위험은 없었다.

무흔이 보기에 의정문의 경계는 그들을 탐지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그들의 첫 목표지는 의정대협의 숙소였다. 탈출하다가 잡혔기에 숙소에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으나 문주가 아버지이기에 한 가닥 희망을 품었다.

허나 숙소를 탐색해본 결과 비어 있었다. 역시 의정대협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달리 있을 만한 곳이 있나요?”

“음……, 장원 뒤쪽에 반역도를 구금해 두는 옥사가 있거든요. 설마 거기에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말을 하면서도 걱정이 되는 듯 문수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쪽으로 가보죠. 확인해 봐야 하니까요.”

무흔은 그녀를 옥사로 이끌었다.

옥사는 지하에 지어진 구조물이었다. 옥사 앞에는 경계병 둘이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었다.

“저 옥사에는 평소에 몇이나 있죠?”

“보통 한두 명이고 그것도 한두 달이면 다 풀려나요. 텅 비어 있는 경우도 많고요.”

경계병이 서 있다는 의미는 누군가가 갇혀 있다는 의미였다.

“저 경계병의 수혈을 짚으실 수 있나요?”

무흔의 요구에 문수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가능할 거예요.”

물론 무흔이 직접 하면 훨씬 간단하다. 그러나 무흔은 가급적 이해당사자인 문수란이 직접 하게 내버려 두었다.

문수란이 옥사 앞에 뛰어나가는 순간 두 경계병이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봤다.

그녀의 우수가 어둠을 가르고 경계병 하나가 수혈이 찔려 푹 쓰러졌다. 남은 경계병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누, 누구…….”

순간 문수란이 일지를 뿌려 상대의 마혈을 짚었다. 뻣뻣하게 굳은 상대의 앞에 나타난 그녀는 검을 목에 겨눴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경비병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정대협이 어디에 있지?”

경비병은 눈동자만 굴리며 얼른 말하지 않았다.

문수란이 검을 더 가까이 겨누어 목에 붉은 선이 그어진 다음에야 경비병이 대답했다.

“아, 안에 있습니다.”

예상대로였다.

수혈을 찔린 경비병이 쓰러진 후에 그들은 옥사로 들어갔다.

가장 안쪽에 있는 감옥에 의정대협 문철남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문철남이 동생을 발견하고는 바로 소리를 질렀다.

“수란아!”

“어떻게 된 거예요?”

“산공독을 먹어 당장은 내공을 쓸 수가 없어.”

문수란이 오빠를 구하려고 감옥 문에 걸린 쇠사슬을 검으로 내리쳤다.

쩡!

재질이 무엇인지 쇠사슬은 절단되지 않았다. 몇 차례 시도해보던 문수란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 만년한철로 만든 건지 도무지 자를 수가 없네요.”

문수란이 무흔과 백단영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다가 몸을 돌렸다.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경비병에게 물어봐야겠어요.”

다급하게 나가려는 그녀를 무흔이 붙잡았다.

“잠깐요.”

무흔이 묵천신검을 꺼냈다.

겉보기에는 어수룩한 검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신검이다. 무흔은 쇠사슬을 향해 가볍게 내리쳤다.

퍼석-

쇠사슬이 무 잘리듯 매끈하게 잘려나갔다.

깜짝 놀라 쇠사슬을 다시 살펴보는 문수란에게 무흔이 빙그레 웃었다.

감옥 내부로 들어간 문수란이 의정대협을 부축해서 데리고 나왔다.

“수란아, 아버지 말이다. 지금 문주는 아버지가 아닌 가짜야. 외부인인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총관과 짜고 문파를 장악했어.”

“네? 아버지가 가짜요? 그럼 진짜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지는 모르겠어. 그 가짜가 아버지의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문철남이 말꼬리를 흐렸다.

인피면구는 실제 사람의 얼굴 가죽을 얇게 떠서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아버지의 인피면구란 말은 아버지가 이미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의미였다.

무흔은 그들의 몇 마디 대화만으로 의정문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비틀거리는 문철남을 부축해서 문수란이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무흔은 백단영과 눈빛을 교환하면서 뒤따랐다.

옥사를 나와 보니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주위는 횃불이 쫙 깔려 대낮처럼 밝혀져 있고 제압했던 경비병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대략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옥사를 둘러싸고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중간에 화려한 옷을 걸친 한 중년인이 그들을 노려보며 말을 걸었다.

“수란아, 너도 다시 왔구나. 잘 왔다. 또 이 아비를 배신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무흔은 화려한 옷을 입은 중년인이 의정문주임을 확인했다.

만변귀공 덕분에 역용이나 인피면구에 제법 일가견이 있는 무흔도 횃불 그림자 때문에 인피면구가 맞는지 분간이 쉽지 않았다.

문수란이 문철남을 한쪽에 놓아두고 검을 쥐었다.

“진짜 아버지가 맞아요? 그런데 왜 우리를 감금하려 해요?”

“감금은 무슨. 네 오빠가 엉뚱한 짓을 해서 그렇단다. 의정문에 해가 되는 짓을. 너도 마찬가지다. 의정문에 이롭다면 내가 왜 그러겠니? 이젠 너도 정신 차리고 나를 도와주려무나.”

의정문주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가볍게 반박했다.

뒤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백단영이 무흔에게 속삭였다.

“넌 어떻게 생각해? 의정문주가 진짜야? 가짜야?”

“가짜 맞아요. 얼굴에 나타나는 미세한 표정 변화가 어색해요. 그리고 귀 쪽을 보면…… 아, 그게 문제가 아니고 의정문주 옆에 선 두 사람을 주의해 보세요.”

의정문주 옆에는 다른 사람과 복색이 다른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황갈색의 마의를 입은 건장한 체구의 장한이었다.

백단영은 그 두 사람이 의정문 사람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두 사람은 마교인처럼 보여요. 무공 역시 꽤 강해 보이죠?”

백단영은 무흔의 말뜻을 이해했다.

정확히는 그들이 풍기는 무언의 기운을 읽어보라는 의미였다. 그녀는 기감을 활짝 열어 암암리에 상대의 기운을 음미했다. 역시 만만치 않은 강자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주라는 자도…… 꽤 하는군요.”

백단영이 추측하기에도 의정문주 역시 옆의 두 마교인과 그리 차이가 없었다. 아마 의정문주 또한 마교인이거나 사마련의 강자일 것이다.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교환하는 가운데 문수란과 의정문주 사이에는 긴장감이 폭발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의정문주가 한 손을 올리고 부하에게 명령했다.

“수란이를 잡아라!”

십여 명의 의정문 제자들이 포위망을 좁혀왔다.

문수란은 의정문 내에서도 상당히 고강한 무공을 지녔다. 그러므로 제자들이 저렇게 몰려든다 하여 바로 제압될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제자들은 문주의 딸인 문수란에게 살초를 사용할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문수란 역시 한솥밥을 먹던 사형이나 사제에게 살초를 사용하기 어려운 점은 마찬가지다.

의정문도들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문수란은 무흔에게 신호를 보내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무흔에게 오빠를 부탁한다는 뜻이다.

그런 일이야 어렵지 않게 해줄 수 있다. 무흔은 문철남 옆에 대기했다.

공세가 시작되고 문수란의 검이 몰려드는 의정문 사이를 누볐다. 치명적인 살초를 피하는 싸움이었으나 예상외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어느 쪽도 우세를 잡지 못하는 상황. 의정문주가 옆에 선 황갈색 마의인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스슥-

마의인의 신형이 갑자기 흐려지더니 무흔 앞에 등장했다. 문수란이 전투를 벌이는 동안 문철남을 데려가려는 수작이었다.

무흔을 얕잡아본 녀석이 손속을 뒤집으며 그의 맥문을 잡아 왔다. 무흔은 천강십이수를 이용해 가볍게 응수했다.

파바박-

두 사람의 손속이 엉키면서 충격파가 일었다.

상대가 마교인임을 짐작하고 있었던 무흔은 전혀 놀라지 않았으나 상대방은 달랐다.

평범한 무림인 정도로 여겼던 무흔이 예상외로 강하자 당황해서 손발이 흐트러졌다. 그 틈을 놓칠 무흔이 아니었다.

쾅-

무흔의 가벼운 일장이 상대의 가슴에 제대로 먹혔다. 녀석이 뒤로 주르륵 미끄러지며 충격을 받은 듯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그 순간 남은 황갈색 마의인이 싸움에 합류했다. 녀석의 신형이 번뜩이는 순간 어느새 백단영의 연검이 허공을 갈랐다.

서걱-

과연 내공이 급증한 백단영의 실력은 지금까지와 차원이 달랐다. 갑자기 뛰어든 마의인은 자세를 잡기도 전에 가슴을 가르고 들어온 연검에 혼비백산했다. 이미 방향을 바꾸기는 늦은 상황. 마의인은 간신히 연검을 흘려보냈지만, 살점이 베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이년이!”

화가 난 마의인이 곧바로 강력한 일장을 백단영에게 뿌렸다.

백단영은 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도리어 힘에는 힘으로 억눌렀다.

콰앙-

두 사람의 장력이 격돌하면서 사방으로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그 바람에 문수란과 문하생들간 싸움이 저절로 멈췄다.

백단영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다.

반면 상대는 장력의 반탄력에 서너 걸음 물러나며 완전히 자세가 흐트러졌다. 백단영의 신형이 다시 번뜩였다.

슈아악!

순식간에 그녀의 연검이 따라붙었다.

변화무쌍한 연검의 공세에 마의인은 기겁하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놓아주지 않았다.

서걱-

마의인의 한쪽 팔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으악!”

그 일초로 끝이 아니었다.

재차 연검이 떨어지며 마의인을 난도질했다. 그물망처럼 살점이 갈라져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입으로 피 분수를 뿜은 마의인의 무릎이 꺾였다.

무흔에게 일격을 당했던 다른 마의인이 동료를 구하려고 백단영에게 달려들었다.

백단영은 침착했다. 그녀의 연검은 공세를 늦추지 않고 달려오는 녀석의 허리를 갈랐다.

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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