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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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43화
143화 새로운 황제의 탄생.(3)
***
황제의 장례식이 치러지기까지 엘튼 제국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장례 기간에 반란이 일어났으며, 두 명의 황자가 목숨을 잃었다. 반란이 일어나면서 상당수의 귀족이 사라졌고 이디오트 공작이 목숨을 잃었다.
일황자를 지키려다가 발루아 공작의 손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반란의 주축을 이루던 온건파의 수장인 모리스 공작을 비롯한 고위 귀족 몇몇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온건파는 이황자를 지지했으나, 정작 온건파의 수장이었던 모리스 공작은 삼황자를 지지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이황자가 온건파 귀족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으려 했기 때문일 터다.
이황자의 처소에 결박된 채로 방치되었던 탓에, 이번 반란과는 무관함을 증명한 셈이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황제의 장례가 끝나고 삼황자인 ‘필립 에시컬 프리드히 포멜러 하워드 오브 엘튼’은 황제가 되었다.
황제가 되기까지 순탄치가 않았기에 즉위식은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골육상쟁의 결과로 황제가 정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으니까.
얼마 전까지 피오르드 황제의 시신을 모셨던 그레이트 홀의 모습은 바뀌어 있었다.
반역도를 처리하면서 망가진 물건을 전부 교체하고, 핏자국을 말끔히 지웠다.
그렇게 정비된 그레이트 홀에 새로운 황제와 귀족들이 모여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이다.
“앞으로는 귀족이 파벌을 나누어 행동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필립 황제가 눈에 잔뜩 힘을 주고서 명하자, 귀족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동시에 대답했다.
장례식 때문에 엘튼 제국의 귀족이 전부 모였다. 반란에 가담해 죽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귀족이 그레이트 홀에 모인 것이다.
“지켜지기 어려울 거라는 건 압니다. 그러나 이번 반란 사건에서 여러분들이 깨달은 게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
필립 황제의 말을 들은 귀족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세 개의 파벌…
엄밀하게 따지면 중립파를 제외하고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대립해 오던 지난 시간들…
선대 황제가 살아 있을 당시에는 그래도 적당히 서로를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루었다.
하지만 선대 황제가 죽으면서 각자 지지하는 황자를 황제로 즉위시키려고 작업을 벌였다.
가장 무력이 약하고 음모만 꾸미던 이황자가 반란을 일으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건 치명적이었다.
일황자가 죽임을 당하고 지금의 황제 또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파벌로 나누어져 자신이 지지하는 황자의 곁에 모여들면서 문제가 생긴 거다. 세력을 가지게 되면 힘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던가?
그 때문에 형제간에 피 튀기는 황위 쟁탈전이 벌어졌으니, 얼마 전 벌어진 반란 사건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다시 파벌에 형성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국의 미래를 위해서 미리 말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
필립 황제가 나직하나 힘 있는 음성으로 말하자, 귀족들은 숨을 죽이고 이어질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앞으로 황자의 곁에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사적으로 찾아갈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해 목을 벨 것입니다. 근위기사와 수호기사가 이 일을 맡아 처리하시길 바랍니다.”
“황명을 받듭니다. 황체 폐하!”
“충심으로 따르겠나이다, 황제 폐하!”
듀카스 대공의 장남이자 근위기사단장인 ‘버스카 듀카스’와 이번에 수호기사단장으로 임명된 ‘에르반 시안트’가 앞으로 나와 고개를 조아렸다.
[…….]
귀족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필립 황제가 보위를 잇고서 가장 먼저 내리는 명령이었기에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거였으니까.
첫 황명(皇命)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황명의 무게도,
황명의 상징성도.
그렇게 중요한 첫 황명으로 황자 개개인이 사적으로 조직을 만들 수 없게 제약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다분히 감정적으로 내려진 명령이었으나, 황제의 첫 명령에 반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이만 정무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리스 공작, 듀카스 대공, 그리고 아이언 백작만 남고 모두 물러가도록 하십시오.”
[명을 받듭니다. 황제 폐하.]
그레이트 홀에 자리했던 귀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는 천천히 자리를 벗어났다.
***
윽!
황제가 나를 콕 집어서 남으라고 한다.
반란을 제압한 공을 인정받아 백작위를 받았다.
좋지 않은 일로 공(功)을 세운 탓에 승작 축하 따위는 받지도 못했다.
소드 마스터급 실력자한테는 그에 걸맞은 작위가 필요하다나?
염병!
그냥 돈이나 왕창 주지, 작위만 올려 줘서 뭐 한다고…
아무튼, 자력으로 평민에서 백작까지 고속으로 승진한 사람은 역사상 나밖에 없을 거다.
겨우 21살의 나이에 자력으로 백작위까지 올랐으니 성공한 인생이라고 봐야 하나?
황제한테 찍혔다는 건 귀찮게 되었지만 밀이다.
어째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전 황제가 죽은 것도 피곤한 일인데, 반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밑천이 싹 드러났다.
소드 마스터급의 실력자라는 게 알려진 탓에, 앞으로는 쉬운 상대가 얻어걸리긴 글렀다.
프레하 제국에도 나에 대한 소문이 나버렸을 터.
아들과 아버지를 사이좋게 내 손으로 보내버렸으니, 프레하 제국에서도 이를 갈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대들을 남으라 한 것은, 같이 저녁이나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섭니다.”
귀족들이 그레이트 홀을 완전히 떠나기도 전에 필립 황제가 입을 열었다.
[황송하옵니다. 황제 폐하.]
듀카스 대공과 모리스 공작을 따라 앵무새처럼 대꾸했다.
얼떨결에 엘튼 제국의 주요 인사가 된 느낌이다.
귀족들이 모두 퇴장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커다란 테이블을 들고 들어오는 근위병들.
그다음으로 시녀들이 줄줄이 음식을 쟁반에 들고 와 테이블에 놓는다.
신하를 위해 황제가 베푸는 저녁상 차림치고는 소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인 커다란 사건이 잇따라 벌어진 다음이다. 호화롭게 준비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보는 게 맞겠다.
“자리를 옮기죠.”
필립 황제는 다른 귀족들이 나가면서 원래의 소탈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돌아갔다.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저런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필립 황제가 날 일부러 끼워 넣은 듯싶다. 모리스 공작과 듀카스 대공이 나이가 많아,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식사는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일부러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것 같다.
본격적인 대화는 식사가 다 끝나고 차를 마시면서 하게 될 터.
그때까지 생각을 정리하려는 게 분명하다.
나야…
딱히 생각해 둔 얘기도 없으니 상관없는 일이다.
듀카스 대공한테 갑옷 대금으로 거액을 약속받았으니, 이번 반란으로 손해 본 것도 없다. 존슨 자작이야 당연히 갑옷을 회수했고 말이다. 백작으로 승작하면서 존슨 자작보다 작위가 높았기에, 회수하기가 조금 수월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꺼번에 명품 갑옷을 두 개나 빼앗길 순 없잖아?
어쨌거나 식사만큼은 훌륭하다.
스테이크는 적당한 굽기였으며 장식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음식의 맛이 감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
필립 황제도 순수하게 음식의 맛을 즐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식사가 끝나고 테이블에 찻잔만이 남았을 때, 그의 얼굴이 바뀌었다.
듀카스 대공과 모리스 공작 역시 굳은 얼굴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덩달아서 나도 표정 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불상사로 인하여 귀족들의 수가 부족해졌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모리스 공작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귀족이라는 건 지식인을 의미한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고급 인력.
평민을 우습게 알고 농노를 험하게 다루고…
그런 식의 좋지 않은 행동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긴 했지만, 어쨌거나 제국이 굴러가는 힘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피의 상잔’이라 부르는 이황자의 반란 사건에 연루되어 죽은 귀족의 수는 1/3가량.
심각하다고 할 만한 숫자의 귀족이 사라졌다.
그러니 황제의 얼굴이 저 모양일 수밖에 없겠다.
“부족한 귀족의 자리를 메워 놓지 않는다면 영주가 사라진 영지는 엉망으로 바뀔 겁니다.”
필립 황제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귀족의 숫자가 부족해졌다고 해도, 아무나 자리에 앉힐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귀족의 자질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안정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필립 황제는 모리스 공작과 눈을 맞췄다.
별것도 아닌 일 같은데 의견이 갈리는 걸 보니, 뭔가 이권이 개입된 모양이다.
모르는 일에 관련된 얘기는 그저 입 다물고 있는 게 최선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했으니까.
알아듣지 못할 얘기들이 계속 오간다.
지루해 죽을 맛이다.
몸이 배배 꼬이는 느낌.
하지만 이 사람들은 쉬지 않고 입을 열어 귀족의 선별에 관련해서 설전을 벌인다.
“…로 정하겠습니다. 그러면 두 분 모두 불만은 없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황제 폐하의 관대함에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긴 얘기가 끝나고 셋 모두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으로 식은 차를 입술에 가져다 댄다.
일을 다 해결했다는 안도감에 젖어드는 세 사람.
하지만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야 할 때다. 나와 영지를 위해서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죽은 발루아 공작의 얘기에 의하면 프레하 제국이 전쟁을 일으킬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전쟁에 대비하고는 있지만, 황제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했다가는 지난번처럼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난 전쟁은 운이 좋았다고 보는 게 맞다.
전방에 위치한 뱅크스 요새나 베링 요새에 병력 배치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전방 요새의 뒤에 위치한 아이언 영지가 조금 더 안전해질 테니까 말이다.
“저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황제 폐하.”
“오! 아이언 백작, 할 얘기가 있다면 편하게 말해도 좋다.”
필립 황제가 반색한다.
유일하게 나만이 그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웃는 것 같다.
“몇 개월 이내에 프레하 제국이 전쟁을 일으킬 것입니다.”
“…….”
“…….”
“…….”
필립 황제는 물론 듀카스 대공과 모리스 공작이 나를 미친놈 쳐다보듯이 시선을 던진다.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발루아 공작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혹시 듀카스 대공 전하께서는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발루아 공작과는 브뜨아 요새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 맞아, 발루아 공작이 분명 그런 말을 하긴 했었지. 물어본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군. 그래, 브뜨아 요새에는 왜 찾아간 것인가?”
듀카스 대공이 탄성을 흘리면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저렇게 기대하는데 차마 식재료 훔치러 갔었다고는 때려죽여도 말할 수 없겠다.
“놈들의 움직임이 수상해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 브뜨아 요새에 잠입했었습니다. 거기서 발루아 공작과 오를레앙 공작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를레앙 공작까지? 브뜨아 요새라면 최전방 요새일 텐데… 두 명의 공작이 머물고 있었다라…….”
듀카스 대공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매만지면서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그제야 모리스 공작과 필립 황제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고위 귀족이 아무런 이유 없이 브뜨아 요새와 같은 최전방에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자,
아저씨들!
슬슬 긴장이 좀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