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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2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25화

125화. 개봉 일상 (1)

 

 

 

매화곡으로 돌아온 무흔은 무공 복원과 개발에 집중했다.

한 글자로 표현된 마교의 무공들은 묘한 경쟁심을 불러일으켰다.

섬, 류, 광, 패, 심……. 모두 열 개의 무공이었다. 마교 무공의 핵심이자 교주급만 익힌다는 위력적인 무공이다. 지금까지 그가 접한 무공과는 차원이 다른 무공이었다. 무엇보다 상대의 무공을 무력화시키는 위력이 대단했다.

동일한 유형의 무공이 아니라면 상성에서 우위를 차지하기에 쉽사리 패하지 않는다.

무흔은 예전 팔곡산에서 있었던 사마극과 용봉대원의 전투를 떠올렸다.

“사마극이 천마패를 익혔으니 그의 압도적인 무공이 이해가 돼. 문제는 이를 깰 무공을 만들어야 하는데…….”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고심하는 그를 향해 은옥상이 손을 저었다.

“그 무공들은 극히 난해하니까 그것 말고 복원이나 빨리해줘.”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사마극의 무공이 천마패라면 넌 뭐지? 혁무휘는?”

은옥상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나는 류. 혁무휘는 광.”

현재 무흔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숙련도를 12성으로 만든 것은 패다. 그 과정에서 섬과 광을 희생했다. 그는 은옥상을 위해 자신의 류를 12성으로 만들기로 했다.

“류의 연성 정도는?”

“아직 4성에 불과해.”

“널 위해 류의 주석본을 만들어주지.”

현재 무흔에게 류의 숙련도는 5성이다. 이를 12성으로 완성하여 이해한 내용을 설명해주면 은옥상은 대단한 성취를 이른 시일 내에 이루게 될 것이다.

“설마…….”

그 무공의 난해함을 잘 아는 은옥상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비급을 읽은 것만으로 혁무휘와 무공을 겨루었던 무흔을 떠올렸다. 무흔이라면 가능하려나. 그녀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은옥상과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한 무흔은 함께 왔던 어린아이 남설약을 찾았다.

부근 곳곳을 찾은 끝에 그는 계곡에서 물을 튀기며 놀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이곳 매화곡에는 그녀의 또래가 없어 같이 놀아줄 상대가 없었다. 게다가 안면이 있는 사람은 무흔과 북령에 불과해서 더욱 심심한 동네였다. 아이를 위해서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할 듯하다.

무흔이 나타나자 남설약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저씨!”

냉큼 뛰어와서 그의 품에 얼굴을 비비는 남설약을 다독였다.

“뭐해?”

“물이랑 놀아. 그런데 재미없어.”

“뭐 하고 싶을까?”

“아저씨랑 놀고 싶어. 맛있는 것 먹으면서.”

무흔에게 매달리는 남설약 때문에 은옥상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바쁜 무흔을 아이가 방해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하지만 그녀는 남설약을 떼놓지 못했다. 괜히 무흔의 심기를 거스르면 더 골치 아플 게 뻔하니까.

무흔은 아이와 놀아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닭 먹는 거 좋아해?”

남설약이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은 닭백숙을 별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치킨…… 아니, 닭튀김 만들어줄까?”

“닭튀김이 뭐야?”

“맛있는 거 있어.”

무흔이 은옥상에게 말했다.

“주방 좀 쓸게요.”

은옥상은 두 사람을 주방으로 안내하면서도 내심 투덜댔다. 무흔이 만드는 음식에 믿음이 가지 않았을 뿐더러 시간 낭비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할 줄 알아?”

“내가 치킨집 알바만 얼마나 오래 했는데.”

“응? 무슨 이야기야?”

“그런 게 있어.”

무흔은 닭 한 마리를 잡아 오라고 부탁했다.

마침 백숙을 하려고 다듬어 놓은 닭이 있어 재료를 손쉽게 구했다. 콩기름을 비롯한 다른 재료 역시 어렵지 않았다.

무흔은 은옥상을 향해 보란 듯 말했다.

“아마 내가 만든 요리를 먹어보면 놀라 뒤집힐걸.”

“설마.”

은옥상은 믿지 않고 코웃음만 쳤다.

수년간 치킨집에서 알바를 한 무흔에게 치킨을 튀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없는 재료는 적절하게 다른 재료로 대체했다. 아침마다 식자재 검사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아버지와 딸처럼 무흔은 남설약과 어울리며 함께 요리를 준비했다.

“우와! 냄새 죽여.”

남설약이 기름에 튀겨지는 닭다리를 보며 침을 흘렸다. 은옥상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유심히 구경했다. 분명히 백숙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요리였다.

무흔은 자신감이 넘쳤다. 현재 이 시기에 닭요리라고는 대부분 백숙이다. 가끔 숯불에 구운 닭구이가 등장하긴 하지만 기름에 튀긴 닭요리는 없다. 게다가 양념까지 묻히면…….

요리가 완성됐다.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통닭의 조화, 나아가 파닭 요리까지. 현대의 유명 배달 치킨 요리가 집대성됐다. 물론 소스는 재료가 불충분해서 완벽하게 만들기 어려웠으나 비슷하게는 구현했다.

“우와!”

후라이드를 한입 뜯던 남설약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입에 가져가던 은옥상 역시 눈이 튀어나올 듯 놀랐다.

생전 처음 맛보는 오묘한 맛이었다. 어떻게 이런 맛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은옥상은 무흔을 재평가했다. 무공에 대해서만 해박한 줄 알았더니 요리에도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어떠냐?”

자신만만한 거만한 표정으로 무흔이 우쭐댔다.

먹기도 바빠 대답을 못 하는 은옥상이 엄지만 척 내밀었다.

“하하, 내가 요리를 좀 하지. 큭큭.”

무흔은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닭 다리를 뜯었다.

맛은……. 아직 규촌을 따라가려면 까마득하구나.

 

***

 

무흔은 천마류를 해석한 주석본을 은옥상에게 건넸다.

처음에 은옥상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책을 받았다. 수년 동안 해당 무공을 파고 들어가며 연구를 거듭하면서도 자신의 숙련도는 겨우 4성에 불과했다. 아직도 해당 무공의 진정한 숨은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무공을 무흔이 단 며칠 만에 해치울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류의 본성은 흐름이야. 말 그대로 자연스러움이지. 강해지겠다는 생각에서만 벗어난다면 분명히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거야.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무공을 평가하는 무흔의 말에 은옥상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강해지겠다는 생각이 없이 어떻게 무공을 대성하겠단 말일까. 무공을 익히는 근본적인 이유가 강함을 추구하는 것인데. 그녀는 너무 이상적인 그의 말에 수긍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책을 받긴 했다. 기대를 온전히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자연은 강함을 추구하지 않아. 그런데도 궁극적인 강함을 내포하고 있어.”

무흔은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떴다.

“난 내일 돌아갈 거야. 설약이랑. 다음에 또 언제 올지 모르겠어.”

은옥상의 손에는 무원이 복원한 마공 비급 두 권이랑 천마류의 주석본이 잡혀 있었다.

무흔은 그 정도면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자평했다. 물론 그녀보다 그가 얻은 게 더 많았다. 그는 이번 마교 서고 방문으로 마공에 대한 기본적인 토대를 완벽히 닦았으니까. 거기에 사마극을 비롯한 교주급이 수련한 무공의 근원을 엿본 것도 큰 수확이었다.

“내가 요구할 권리가 많이 늘었네. 뭘 요구할지 천천히 생각해볼 건데 나중에 거절하면 안 돼. 어떤 것이든.”

무흔은 복잡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방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던 은옥상은 한숨을 내쉬며 천마류 주석본을 열었다.

책 가장 앞장에 류를 소개한 글이 보였다. 예전부터 봐왔던 그 문구 그대로다. 하지만 그 아래 깨알 같은 글씨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별생각 없이 주석 부분을 읽어나가던 은옥상의 눈빛이 갑자기 바뀌었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해석한 내용이었다.

“이게 이런 뜻이었나?”

은옥상은 자신이 무공을 너무 단편적으로 해석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불과 서너 쪽을 넘긴 후 은옥상은 자신이 천마류를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품었다.

“진짜 저 사람은 천재였나?”

불현듯 그녀는 무흔을 가까이 두고 싶어졌다. 이전에도 그런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간절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다.

홀로 방안을 서성이던 그녀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를 따라서 자신도 강호로 다시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려보고 싶었으나 안 될 일이었다.

백단영이 부러웠다. 저런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

 

무흔이 개봉의 연연의방에 도착한 것은 꽤 시일이 지나서였다.

개봉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남설약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천천히 말을 타고 이동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곽연연은 무흔을 보자 후다닥 뛰어나왔다. 하지만 곧 그가 데려온 아이에게 관심을 가졌다.

“흐음? 얘는 누구야?”

“네 친구지. 설약아, 몇 살이지?”

남설약이 손가락을 꼽아보더니 연연을 경계하며 대답했다.

“여덟 살! 겨울 지나면 아홉이에요.”

곽연연과 똑같은 나이다. 무흔은 둘을 인사시켰다.

“너희 둘 나이가 똑같네. 친구 해라, 싸우지 말고. 설약이는 당분간 여기에서 머물 거야.”

무흔은 둘을 짝지어 놓고 양이설을 찾았다.

예상대로 양이설은 뒤뜰에서 대호와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서로 합을 맞추고 초식을 연구하는 모습을 보니 수련을 하는지 연애를 하는지 구분이 모호하긴 했지만. 어쨌든 둘이 눈이 맞는 것을 보니 잘된 일이다.

무흔을 발견한 두 사람이 급히 뛰어왔다.

“무흔? 돌아왔어?”

“멀긴 멀더라.”

무흔은 두 사람에게 너스레를 떨며 무사함을 축하받았다. 그는 양이설에게 남설약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양이설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를 당연히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착한 사람이었다.

“무림맹에 정천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볼 거야. 만일 설약이네 친지가 있으면 제일 좋고. 없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고. 미안하지만 부탁해.”

태연한 무흔의 말에 양이설도 동의했다.

“연연이랑 잘 지내면 좋을 것 같네요.”

“애들이야 하루만 같이 지내면 친구가 되잖아? 별일 없을 거야. 그리고…… 무림맹은 어떻게 되었어?”

무흔도 이곳으로 돌아오면서 소문을 듣긴 했다. 점창파의 전투는 양쪽 모두 상당한 피해를 보고 끝났다고 했다. 무림맹은 청룡대가 와해되었고 마교는 흑살대가 붕괴됐다. 사마련은 상당히 큰 타격을 받았다.

무림맹의 가장 큰 소득이라면 사마련 뒤에 마교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용봉대는?”

사실상 무흔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용봉대와 함께 있던 백단영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현재 전황이 소강상태이듯 용봉대도 비슷해. 점창파 원정에서 돌아온 후 모두 무공 수련에 매진하고 있어. 대부분 각파의 절정 무공을 수련한다고 난리야. 그동안 겉멋만 들었던 부분이 싹 빠졌달까.”

자신보다 더 강한 자와 만나 쓴맛을 보고 나면 제대로 수련에 매진하게 된다. 용봉대원들은 이제야 제대로 무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아가씨는?”

“백단영도 마찬가지. 지난 전투에서 가장 큰 성장을 이루면서 공을 세웠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어.”

예상했던 바였다. 뿌듯한 표정을 짓는 무흔에게 대호가 넌지시 물었다.

“그러잖아도 그것 때문에 묻고 싶었는데 혹시 네가 관여했었냐?”

무흔이 무공을 던져주었는지 묻는 것이다. 물론 대호는 아직 무흔이 무공을 창안하는 수준이란 점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보다는 운경각에서 확보한 무공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흔은 말끝을 흐리다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알려준 검법은 다 익혔어?”

그의 예리한 눈길에 양이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흔은 그녀에게 창의문 검법을 대폭 보완한 검법을 알려주었었다.

“그럼 다음에는 더 위력적인 검법을 알려줄게요.”

무흔의 장담에 양이설의 안색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때 우당탕 소리가 울리며 곽연연과 남설악이 뛰어 들어왔다.

“아저씨!”

곽연연이 무흔의 소매를 잡았다.

“왜?”

“설약이가 그러는데 아저씨 닭튀김인가 오리튀김인가 그런 것 할 줄 안다면서요? 나도 먹고 싶어요!”

갑자기 치킨이 왜 여기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양이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요리도 할 줄 알아요?”

“흠흠.”

어쩔 수 없이 무흔은 주방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한 시진 뒤에 먹음직한 치킨이 만들어졌다. 양이설을 비롯한 모두는 처음 접한 닭 요리의 오묘한 맛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무흔은 그들의 감탄을 들으며 또다시 혼자서 중얼거렸다.

“아직도 규촌 따라가려면 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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