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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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23화
123화. 사마극의 위세 (1)
“으악!”
흰 검광이 번뜩이고 어둠 속에서 비명이 길게 울려 퍼졌다.
숲을 뚫고 계곡으로 도망치던 무리는 모두 다섯. 사력을 다해 정신없이 몸을 날리던 그들 가운데 뒤쪽에서 도망치던 한 사람이 그대로 꼬꾸라졌다.
남은 네 사람은 동료의 죽음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 발을 멈추는 것은 삶의 확률이 그만큼 줄어듦을 의미했기에 그들은 결사적으로 더 빨리 뛰었다.
“커윽!”
검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다시 하나가 쓰러졌다. 등에 비도가 꽂혀 있었다.
그제야 세 사람은 정신없던 도주를 멈추고 속도를 줄였다.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무림맹, 이것들이!”
세 사람은 검을 들고 진형을 형성하며 추적자가 다가오는 저편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한 지역의 패자로 군림했던 소 방파의 방주였다. 무림맹과 사마련의 대치에서 사마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곳 점창파 전선에 모여든 자들이었다.
오늘 밤 점창파를 사수하던 무림맹 청룡대가 그간의 대치를 무너트리고 사마련에 맹공을 가했다. 그때부터 그들에게 지옥이 펼쳐졌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불러온 것은 청룡대가 아니었다. 후면에서 급소를 치고 들어온 용봉대였다. 용봉대원들은 전투를 지휘하는 중간 간부들만 치고 빠졌다. 소규모 흑도 방파의 방주로 구성된 이 중간 간부들은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몸을 사리기 급급했다.
“진짜 끈질기군.”
“씨불, 이런 저질 싸움은 원래 우리의 장기 아니었나?”
세 사람은 욕설을 내뱉으며 최후의 일전을 준비했다. 이대로 도망치는 것보다 이 자리에서 뭉쳐 저항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그들이 서로 등을 맞대고 전투태세를 갖추는 순간 뒤쫓던 추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후성, 남궁이화, 백단영, 현공. 용봉대 최정예 네 사람이었다.
그들의 면면을 본 사파 쪽 세 사람은 사색이 됐다. 그들 개개인으로는 도무지 비벼보기 어려운 최강자. 그나마 대항해보겠다는 의지마저 사그라들었다.
챙-
허나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노리는 법이다. 도주를 포기한 자들이 최후의 힘을 냈다.
그 순간 성질 급한 남궁이화의 신형이 허공을 날았다.
서걱-
그녀의 검은 거침이 없었다. 뒤를 이어 장후성과 현공의 일장이 녀석들을 공격했다.
방어하려던 사파 세 사람의 연합 전술이 바로 깨졌다. 둘이 속절없이 쓰러지자 남은 한 녀석은 저항을 포기하고 다시 도망쳤다.
순식간에 수 장을 날아 도주자가 건너편 숲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검광이 눈앞에 번쩍였다.
“크윽!”
붉은 핏물이 허공을 수놓으며 도주자는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녀석이 쓰러진 바로 그 자리, 백단영이 연검을 들고 달아나던 녀석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일이 마무리된 그곳에서 장후성이 모두에게 확인을 당부했다.
“마지막 도주자까지 처리한 거지?”
“그런 것 같아.”
남궁이화가 호흡을 고르며 대답했다.
“이것으로 점창파 전선은 대승으로 마무리될 것 같아.”
흡족한 마무리 평을 마친 장후성은 지친 몸을 가누며 검집을 들었다.
그들이 방금 왔던 숲속 길로 몇 걸음 옮겼을 때였다.
어둠 속에서 검은 흑의를 입은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장후성은 심상찮은 조짐을 느끼고 손을 들어 동료에게 정지신호를 보냈다. 그를 따라오던 세 사람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갑자기 나타난 한 사내의 인상이 익숙했다. 오래전 팔곡산에서 무시무시한 무공을 선보였던 마교의 소교주! 놀랍게도 바로 사마극이었다.
“사마극?”
“후후, 내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나? 잘 알아보는군.”
사마극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 속에서 훤칠한 귀공자풍인 사마극의 외모가 눈에 확 띄었다.
사마극의 뒤로는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그림자 속에 숨어 흐릿한 윤곽만을 드러내는 세 동료가 보였다. 항상 사마극을 그림자처럼 호위하는 마극삼비였다.
장후성 등은 마극삼비에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미 과거에 사마극의 신위를 목격했던 터라 사마극 한 사람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혔기 때문이다.
“오늘 그대들의 활약상을 잘 봤다.”
사마극이 마치 훈수하듯 뒷짐을 지고 천천히 그들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용봉대원이 흩어지며 사마극을 포위하는 국면으로 전개됐다.
“역시 무림맹이 자랑할 만하더군.”
사마극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백단영은 사마극을 사실상 처음 봤다. 예전 팔곡산에서 그녀는 후위에 머물렀기에 사마극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또한 동굴에서는 어둠 때문에 그의 모습을 제대로 못했었다.
사마극을 본 소감은 의외였다. 마교 소교주라는 어마어마한 신분답게 인상마저 험악한 작자라고 생각했으나 겉으로는 보기 드문 미남자로 보였다.
사마극은 자신을 둘러싼 네 사람을 쓱 훑어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유명한 자는 다 모였군. 장후성, 남궁이화, 현공…….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그의 시선이 백단영을 향했다.
“넌…… 만혈대에서 보았던…….”
묘한 호기심을 품은 사마극의 눈동자가 백단영에게 고정됐다. 사마극은 만혈대 지하미로에서 만나 그의 손에서 도망쳤던 그녀를 기억했다.
“살아있었군.”
백단영은 긴장감 때문에 절로 몸이 떨렸다.
“오호!”
사마극은 예전에 은옥상이 주시하라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그녀를 훑으면서 점차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과연 동굴 속에서 볼 때와는 다르군.”
사마극은 장후성이나 남궁이화보다 백단영을 더 주목한다던 은옥상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그때와 달리 지금의 백단영은 무공 면에서 그 둘에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발전 속도만 따진다면 위협적이란 생각마저 강하게 들었다. 동시에 그때 은옥상이 언급했던 나머지 한 사람의 이름마저 떠올랐다.
“또 누가 있었더라… 아, 무흔! 무흔은 누구냐?”
순간 백단영의 안색이 얼어붙었다.
갑자기 여기서 무흔이란 이름이 왜 나오는지 혼란스러웠다. 반응은 다른 용봉대원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무흔은 용봉대원도 아닌 예속 부대원이었으니 천하의 사마극이 관심을 둘 그런 인물이 절대 아니었다.
“무흔? 무흔은 내 호위무사인데?”
백단영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사마극은 살짝 놀라는 빛을 보이더니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기둥서방인가 보군.”
백단영은 불쾌한 기분에 대뜸 반박하려 했으나 옆에 있던 남궁이화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사마극이 느긋하게 그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모두 만나게 되어 반갑군.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거야. 오늘은 인사 정도만 하지.”
거들먹거리는 사마극을 향해 남궁이화가 호기롭게 검을 뺐다.
“뭔 소리야! 너야말로 오늘 황천행이다.”
사마극이 비웃음을 날리며 남궁이화를 노려봤다.
“아직 주제를 모르는구나. 젊은 호기는 좋다만 지나치면 명줄이 짧아지기도 하지.”
“이 자식이!”
남궁이화가 땅을 박찼다. 그녀의 신형이 번개처럼 사마극에게 쏘아나가며 검이 현란한 변화를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펼친 검초였음에도 과연 남궁이화다운 날카로움이 사마극을 뒤덮었다.
사마극의 고강함을 잘 아는 남궁이화가 작정하고 펼친 검초였기에 그 위력은 대단했다. 평범한 마교인이었다면 곧바로 허리가 반 토막 났을 검기가 펼쳐졌다.
“아직 멀었다!”
그녀의 살초는 지면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사마극의 신형을 따라잡지 못하고 허공을 갈랐다. 위력적인 검초를 손쉽게 흘린 사마극이 바로 몸을 틀었다. 그의 신형이 남궁이화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남궁이화는 상대의 공격을 빤히 보면서도 혼을 실은 일격을 날린 직후라 금방 대처하지 못했다.
쾅-
가볍게 손을 뒤집은 사마극에게 남궁이화의 옆구리가 걸려들었다.
“으윽!”
거대한 충격 속에서 남궁이화는 주르륵 밀려났다. 단 일 장에 불과했지만 그 충격은 절대 작지 않았다. 내력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화!”
사태를 파악한 장후성이 그녀를 돕기 위해 사마극을 향해 검을 펼쳤다.
사마극은 여유롭게 두 번째 상대자인 장후성의 검을 맞이했다. 그는 오른손가락으로 가볍게 검신을 튕겨 검초를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왼손으로 장후성의 가슴을 후려쳤다.
“쾅!”
장후성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렸다. 예상치 못한 빠르기와 위력에 당황한 그는 재차 반격을 시도했다.
자세를 바로잡을 틈도 없이 다시 땅을 박차고 사마극에게 검격을 넣었다.
채챙-
장후성의 검과 사마극의 권이 서로 엉키며 폭발한 기의 파문이 퍼져나갔다. 얼핏 대등한 싸움이 전개되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장후성은 자신의 내력을 모두 끌어올려 전력을 다한 상태건만 사마극은 여유로웠다.
“아미타불!”
보다 못한 현공이 끼어들었다.
현공과 장후성이 동시에 사마극을 공격했으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양쪽에서 덤벼오는 두 사람을 사마극은 가볍게 처리했다.
“크억.”
타격을 입은 장후성과 현공이 뒤로 허겁지겁 물러나면서 입에서 피를 쏟았다. 몇 차례 허용했던 사마극의 권격에 내상을 입은 것이다.
“지난번과 차이가 없군.”
비웃듯 평가한 사마극의 신형이 갑자기 빨라지며 순식간에 현공을 따라잡았다. 사마극의 일장이 현공의 대력금강수와 강하게 부딪혔다.
꽈릉-
마치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간 현공이 나무에 부딪혔다.
현공을 쓰러트린 솜씨가 너무나 신묘했기에, 주저앉은 채 상처를 치료하던 남궁이화가 신음을 토해냈다. 마치 상성에서 우위에 있는 것처럼 상대의 무공을 손쉽게 무력화시키는 사마극의 무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 그게 무슨 무공이냐?”
“이거? 패라고 하지.”
물론 남궁이화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위력도 있고!”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움찔거리던 장후성을 향해 사마극이 권격으로 가슴을 가격했다. 장후성은 급하게 검을 사용해서 들어오는 권격을 막았다.
위험의 순간 이번에는 백단영이 뛰어들었다.
언제든 뛰어들 기회만 엿보고 내력을 끌어올리고 있었기에 그녀의 공세는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어차피 정상적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녀는 전력을 다한 일초에 모든 것을 걸었다.
내력을 쏟아부은 천상비연검법의 무시무시한 일초가 사마극을 향해 내리꽂았다.
장후성을 신경 쓰던 사마극은 갑자기 뒤에서 수직으로 꽂는 검격에 깜짝 놀랐다. 그는 장후성을 포기하고 몸을 돌리면서 양손으로 날아드는 검격을 후려쳤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검광이 번쩍였다.
사마극의 눈에 반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세가 흐트러지는 백단영의 모습이 보였다. 의외로 강력한 그녀의 검격에 그는 놀람을 금치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가벼운 발놀림과 함께 사마극의 신형이 순식간에 휘청이는 백단영을 따라붙었다.
사마극의 한 손이 백단영의 인중혈을 향해 쏘아졌다. 위험을 느낀 백단영은 왼손으로 천강십이수를 펼쳐 사마극의 공격에 대항했다.
파박-
순식간에 수십 초가 교환되며 두 사람의 손이 어지럽게 엉켰다.
예상외로 높은 백단영의 무공에 사마극이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 사이 백단영의 연검이 재차 변화를 일으켰다.
강력한 위력을 지닌 천상비연검법이 다시 펼쳐졌다.
날카로운 변화 속에서 중후한 압력을 내포한 연검이 사마극의 어깨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웬만한 고수라면 절대 피하지 못할 공격에도 사마극은 여유로운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스스슥-
사마극의 손이 가벼운 변화를 일으키며 낭창거리는 연검의 검신을 교묘하게 방해했다.
파박-
놀랍게도 그의 손이 연검의 손잡이 부분을 쳐내자 그녀의 검초가 흐트러졌다.
“헉!”
백단영이 놀랄 틈도 없이 사마극의 손이 검병을 타고 넘어왔다. 백단영은 강력한 압력이 가해지는 순간 어쩔 수 없이 검을 놓치고 말았다. 연검이 떨어져 나가고 사마극의 손이 백단영의 목덜미를 움켜쥔 것은 한순간이었다.
“컥!”
숨이 막힌 그녀의 비명과 함께 뒤로 밀린 몸이 나무 둥치에 닿았다.
퍽-
사마극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백단영을 밀어붙인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쥐고 잔인한 비웃음을 흘렸다.
“백 소저!”
다급해진 장후성이 뒤에서 공격을 가했으나, 사마극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하고 오히려 튕겨 나갔다.
“으으!”
백단영은 목을 잡은 사마극의 손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버둥거렸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녀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녀는 자신을 노려보며 기이한 비웃음을 띠고 있는 사마극의 얼굴을 보았다. 악마의 미소가 드리워진 미남자의 얼굴이 점차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윽고 닿을 듯 말 듯 얼굴을 맞댄 사마극이 얄팍한 입술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