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21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21화
121화. 옥소마희 (1)
이렇게 되면 완전히 망한 것인가.
옥소마희의 경고에 무흔은 금방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짙푸른 퉁소를 들고 싸늘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백의 미녀는 그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잘못 걸렸다고 생각한 순간 옥소마희의 경고가 다시 날아들었다.
“낮에 봤던 자인가? 조금 전에도 창문 밖에서 엿보고 있더니…… 정체가 뭐냐?”
그녀 역시 무흔을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엿보는 것마저 눈치챘다고? 어설프게 속여서 통과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정면돌파해야 한다.
“옥소마희? 과연 대단하군. 은 소교주님의 칭찬이 자자하더라니.”
무흔은 상대에게 감탄사를 보내며 은근슬쩍 떠보았다.
옥소마희가 사마극 편이 아니란 것은 이미 확인했다. 만일 그녀가 은옥상의 편이라면 쉽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은옥상을 들고 나왔다.
정작 옥소마희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호호! 네놈이 누군들 무슨 상관일까? 도발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만 확실할 뿐.”
옥소마희가 인상을 쓰자 태산 같은 압력이 그를 억눌렀다.
“젠장.”
무흔은 나직한 신음을 토하며 저항했다.
문제는 그가 감히 대항할 위력이 아니었다. 역시 서열 칠 위라더니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압력에 휘말렸다.
상황의 불리함을 직감한 무흔은 있는 힘을 다해 강하게 발을 박차고 옥소마희를 향해 덤벼들었다. 순간 압력이 더욱 가중되며 온몸을 짓눌렀다. 놀랍게도 그녀를 향해 날아가던 그의 신형이 어느 지점에서 강한 반탄력에 의해 허공에 정지했다.
“버러지 같은 놈!”
옥소마희가 가볍게 손에 든 퉁소를 휘저었다.
순간, 거센 기파가 그를 뒤쪽으로 밀어냈다.
쿠쿵-
뒤로 수장을 날아간 무흔의 신형이 땅에 처박혔다.
단순히 퉁소를 휘젓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날려버리는 엄청난 무위는 두 사람의 격차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뜻했다.
그렇게 당하고만 있을 무흔은 아니었다. 그는 신형이 땅에 닿는 순간 몸을 뒤집어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천강무흔비를 날렸다.
수만 개에 달하는 무형의 파편이 옥소마희를 향해 날았다.
푸스스-
순간 안개가 짙어지며 순식간에 파편이 사라졌다. 놀랍게도 무흔의 공격은 주변에 깔린 진법에 의해 자연스럽게 차단되었다.
“구궁십화진에서는 그런 무식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옥소마희가 일갈하며 퉁소를 휘저었다.
푸아악-
밀려오는 강력한 압력에 절로 비명이 새어 나왔다. 무흔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리며 지면이 쩌적 뒤집혔다.
‘완전 괴물이군.’
생긴 것은 무림에서 드물게 보는 미녀가 분명한데 하는 짓과 무공은 괴물이었다. 무흔을 그렇게 밀어냈음에도 옥소마희는 원래의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판사판인가. 목숨을 걸 상황에 빠진 무흔은 도발을 감행했다.
“내가 네년을 끝장내주마!”
“오호호! 나를 이기겠다고? 결혼해 주겠다고 해도 이기는 자가 없었거늘.”
옥소마희의 장담에 무흔은 낮에 은옥상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상대를 도발하기에 나쁘지 않은 소재다.
“크크, 내가 이기고 싶어도 낭군이 되어달라고 매달릴까 봐 못하겠다. 네년 같은 마녀를 데리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이놈이! 네놈이 이기면 내가 네 하인이다!”
옥소마희가 펄펄 날뛰며 광분했다.
무흔이 한 차례 더 비웃음을 날렸다.
“크하하! 생긴 꼬라지 보소! 하인으로 쓰기에도 변변찮구만!”
“입부터 찢어 죽여주마!”
자신의 미모에 지극한 자부심을 가졌던 옥소마희가 분개해서 옥소를 휘저었다.
콰앙-
장법도 지법도 아닌 무형의 강기가 무흔의 가슴을 후려쳤다. 그나마 대비하고 있었던지라 상대의 공격을 막긴 했으나 그 충격이 작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만 무덤덤하게 막았을 뿐 실상은 매우 심각했다.
이렇게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옥소마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절진의 안개가 모든 소음과 여파를 차단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오호호호! 감히 네놈이 나를 능멸해?”
“하녀 축에도 못 끼는 추녀가!”
“미친놈! 어차피 네놈은 오늘 여기에서 살아나갈 수 없으니 뭔 상관이냐.”
옥소마희는 분기탱천해서 퉁소를 격하게 휘저었다.
콰앙-
구궁십화진과 옥소마희의 공격이 더해진 위력에 무흔의 몸이 충격파를 타고 뒤로 흘렀다. 허공에서 밀려나는 잠시의 시간 동안 무흔은 다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살아나갈 수 있을까. 아니, 옥소마희를 굴복시킬 수 있을까.
강한 자를 상대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 더 강한 공격으로 제압한다.
현재 이곳에서 그의 행동을 제약하는 주된 원인은 구궁십화진이다.
진법 파훼 능력이 최우선으로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진법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다. 단지 만변귀공에서 기초만 닦았을 뿐이다.
GOD 작가가 부여한 주인공 버프를 사용하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거지?
‘기초라도 필요해.’
다른 무공을 이용해 특정 무공의 숙련도를 올리는 그의 능력이 발휘됐다. 만변귀공의 숙련도가 12성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지금이 아니라도 만변귀공은 유용하다. 다른 무공을 희생해서 12성으로 만들 가치가 충분하다.
만변귀공이 12성이 되자 진법의 원리가 더 뚜렷하게 뇌리에 각인됐다. 주위를 둘러보자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구궁십화진의 기본 원리가 느껴졌다. 사문과 생문이 보이고 그 변화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음이 보였다. 완벽하지 않으나 진법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 것이다.
‘생각대로다. 옥소마희를 굴복시킬 무공은…….’
마교의 무공으로 한다! 머릿속에서 무공을 고르던 무흔은 낮에 서고에서 보았던 무공을 떠올렸다. 섬, 류, 광, 패……. 한 글자로 이름이 붙은 특이한 무공. 소교주인 사마극이 패를 익히고 혁무휘는 광을 익혔다고 했던가? 은옥상은 무엇을 익혔지? 아,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닌가.
무흔은 섬과 광을 사용해서 패를 12성으로 변화시켰다.
갑자기 전신에 기이한 기운이 솟구쳤다. 마교 핵심에 해당하는 자만 익히는 특이한 무공이라더니 확실히 다른 무공과 느낌부터 달랐다.
파팟-
옥소마희의 위력에 속절없이 밀려나 몸을 회전하기까지 대단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흔은 그사이에 두 종류의 무공을 극성까지 익혔다.
무흔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몸을 정지하며 그녀를 노려봤다.
“뭐지? 말과 달리 순 약골이잖아?”
옥소마희의 비웃음을 한쪽 귀로 흘리면서 무흔은 전의를 불태웠다.
그보다 훨씬 강한 옥소마희이기에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 이럴 때 가장 유용한 것은 단발 승부다. 오직 하나의 초식에 모든 것을 건다. 무흔은 혈우파천만겁공까지 떠올렸다. 순간적으로 본신의 잠재력을 불러와서 수배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마공이 아니던가.
12성에 달한 패가 스멀스멀 체외로 피어올랐다. 그의 몸을 검은 기운이 자욱하게 감쌌다. 패의 기운에 의해 생성된 흑강(黑剛)이었다.
“헉! 패?”
무공의 정체를 알아본 옥소마희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마교 핵심 인물이 아니라면 펼칠 수 없는 무공이 튀어나와 놀란 탓이다.
이런 전개는 무흔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했다.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흐트러진 옥소마희의 방어체계가 허물어졌다.
이 기회를 놓칠 그가 아니다. 무흔은 구궁십화진의 빈틈을 해치고 전력을 다해 흑강을 밀어 넣었다.
미증유의 압력이 옥소마희에게 몰려갔다. 위험을 느낀 옥소마희는 전력을 다해 천마패에 대항했다.
콰아아앙-
“아아악!”
음공을 자랑하는 옥소마희가 미처 퉁소를 입에 물 틈도 없이 거대한 강기의 폭풍이 그녀를 휩쓸었다. 진법의 위력을 믿고 방어를 등한시한 데다 극강의 무공 천마패를 알아보면서 심리가 흔들린 결과였다.
과연 12성에 달한 천마패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주변 일대가 쑥밭으로 변하며 구궁십화진은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그리고 옥소마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가 입은 흰색 궁장은 먼지 범벅에 군데군데 찢어져 걸레가 되어 있었다. 단정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산발 그 자체. 야밤이라 그야말로 귀신을 보는 듯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강할수록 쉽게 부러지는 법이다. 자신의 무공에 지극한 자부심을 가졌던 옥소마희는 단 일 초식의 무공에 넋이 나갔다.
설사 사마극 소교주라 할지라도 이런 위력을 보일 수 있을까.
그녀는 극강의 무공이라 알려진 천마패와 그 숙련도에 충격을 받았다. 상대가 펼친 무공의 수준과 위력은 그녀가 감히 범접하기 힘든 경지였다. 설사 그녀가 퉁소를 불어 자신의 진기인 음공을 발휘했더라도 상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지금 현재 그녀의 내력은 사실상 바닥. 강자가 된 이후 이런 경험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녀의 앞에 무흔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우뚝 섰다.
“어쩌냐? 구궁십화진이 날아가 버렸네.”
비웃음이 가득한 무흔의 중얼거림에 옥소마희는 신형을 휘청이며 무너졌다. 그녀의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울컥 쏟아졌다.
무흔은 긴장하고 있었다.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혈우파천만겁공까지 동원하는 바람에 그의 내부에는 내공이라고는 거의 남지 않았다. 그나마 이젠 요령이 생겨 잠재력의 일 할을 비축해둔 것이 전부였다. 지금 그가 간신히 말하고 걸을 수 있는 이유다.
포기는 빨랐다. 옥소마희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져… 졌습니다.”
그녀는 상대에게서 하늘 같은 거대함을 느꼈다. 상대는 천외천을 바라보는 극강의 인물이었다. 그녀를 무릎 꿇리고도 오연하게 내려다보는 저 강함이라니.
무흔은 내심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잠력까지 촉발한 내력을 쏟아부은 12성의 천마패 공격을 받고도 버틴 옥소마희에 대한 경탄은 속에 묻었다.
무흔은 들끓는 혈맥을 진정시키고 옥소마희의 바로 앞에까지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옥소마희가 무릎을 꿇은 채 퉁소를 그에게 내밀었다.
진한 푸른빛이 감도는 멋진 퉁소였다. 퉁소를 잡은 손에 상서로운 감각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보통 물건이 아님이 확실했다.
무흔은 퉁소 끝으로 옥소마희의 머리끝을 가볍게 눌렀다.
“내가 누구냐?”
두려운 눈으로 눈동자를 굴리던 옥소마희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저의 나, 낭군이십니다.”
“어렵다 했을 텐데?”
“저의 주, 주인이십니다.”
옥소마희는 싸움 직전에 주고받았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때 하인도 변변찮다는 말을 들었던가.
무흔이 퉁소로 그녀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주인? 그럼 넌 뭐냐?”
“머, 머슴입니다.”
“아니, 넌 노예다.”
머슴이나 노예나 어차피 그게 그건가. 옥소마희의 안면에 비참한 표정이 떠올랐으나 금방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무흔의 선언이 떨어졌다.
“한입으로 두 소리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옥소마희에게서 한 가닥 남은 불만이 엿보였다. 일은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상대의 기를 꺾으려면 끝까지 밟아줘야 딴마음을 품지 못한다.
무흔은 퉁소를 이용해서 그녀의 턱을 들었다. 옥소마희가 얼굴을 들자 자연스럽게 상체 역시 세워졌다.
그는 그녀의 몰골을 살피면서 퉁소를 이용해 몸을 쿡쿡 찔렀다.
“이거 누구 꺼냐?”
옥소마희가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얼핏 옥소마희의 얼굴에 수치와 분노가 교차했다.
“엎드려!”
“네?”
“네년에게 항명의 조짐이 엿보인다.”
“아, 아닙니다.”
“엎드려!”
옥소마희가 주섬주섬 바닥에 엎드렸다.
무흔은 퉁소로 그녀의 둔부를 힘껏 내리쳤다.
퍽- 퍽-
“호신강기 치워라.”
무흔은 싸늘하게 내뱉고는 계속해서 엉덩이 찜질을 시작했다. 내공이 실린 매가 아니어서 부러지거나 크게 다치진 않지만, 옥소마희의 정신세계에는 적잖은 균열이 발생했다.
“으흑!”
옥소마희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어졌다.
무흔이 퉁소를 던지며 손을 털었다.
“내일 낮에 나를 처음 보았던 서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무흔은 냉담한 명령을 내리고는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