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4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41화
141화 새로운 황제의 탄생.(1)
‘속이 다 후련하군!’
겉으로는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었으나, 통쾌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황족이라서 말조심해야 하고…
황족이라서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황족이라서 잘못된 것을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
그렇게 쌓였던 찌꺼기가 한방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상쾌하긴 한데 아이언 남작을 주의시킬 필요는 있겠어.’
듀카스 대공은 곁눈질로 윌슨을 쳐다보고는 늘어뜨렸던 롱소드를 천천히 들었다.
지금이야 특수한 상황이기에 황족에게 막말할 수 있었다.
물론 십 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더라도 이황자가 황족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윌슨이 반골(反骨)의 기질을 지닌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아이언 남작이, 한순간의 혈기를 참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할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듀카스 대공도 이황자에게 거친 욕설을 터트린 것이다. 아이언 남작 홀로 이황자를 욕하는 것보다, 대공의 위치에 선 자신도 같이 욕을 하는 편이 뒷감당하기 쉬웠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에 삼황자의 눈치를 살폈다.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시는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황자가 황위 다툼으로 인하여 발생한 골육상쟁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다행이랄 수 있었다.
자신과 아이언 남작이 한 얘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터.
게다가 이황자에게 ‘반역자’의 죄명을 씌워 욕을 한 상태다. 욕설한 죄를 나중에 묻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그것은 대공의 신분에 있는 자신을 싸잡아서 무시하는 게 될 테니까 말이다.
이제는 싸움에만 집중할 때였다.
들어 올린 검을 허리춤에서 비틀어 쥐고 전방에 겨누었다.
“…감히, 감히 날 모욕해? 네놈들을 전부 참할 것이야! 남김없이 참할 것이다!”
이황자가 눈이 뒤집혀 소리쳤다.
“황제 폐하, 아이언 남작은 제 것이옵니다.”
발루아 공작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흐흐흐… 프레하 제국의 미래가 밝구나! 밝아!’
앞으로 나선 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황자와 같이 욕심 많고 부하의 신임이 얄팍한 인물이 엘튼 제국의 황제가 되어야 프레하 제국에 유리하다.
이황자의 편에 선 인물들은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존재들.
고위 귀족 중에서 일황자의 지지자였던 이디오트 공작의 목을 베었을 땐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이황자의 곁에는 주체성조차 모호한 하급 귀족들이 곁에 있을 뿐이다.
이황자가 황제로 결정되면 엘튼 제국이 최소 몇 년간은 혼란에 휩싸일 터.
자신의 조국인 프레하 제국이 전쟁을 일으킬 몇 달 뒤면, 엘튼 제국은 극심한 혼란을 겪는 중일 게 분명했다.
‘사절단으로 참석하길 잘했어. 이런 엄청난 기회를 얻을 줄이야!’
발루아 공작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연회장을 나섰을 때, 반란이 일어난 걸 알고서 쾌재를 불렀다.
엘튼 제국이 혼란을 겪을수록 프레하 제국에 유리했으니까. 원래는 그냥 황궁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이황자가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자신을 도와 듀카스 대공을 해치워 달라는 부탁.
프레하 제국의 원수이자, 엘튼 제국의 기둥을 꺾어 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황자… 뛰어난 계책이라 생각하겠지만, 제 살 깎아 먹기였다는 걸 알아야 할 거다.’
기분이 좋아진 발루아 공작이 롱소드로 아이언 남작을 겨누었다.
츠즈증!
백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생성되면서 검날을 감쌌다.
***
큭!
사고 쳤다.
형이라는 놈이 동생을 죽이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에 화가 나버린 탓이다.
이미 일황자를 죽이고 왔다는 놈이 너무 뻔뻔해서 어이가 없었다.
가뜩이나 아리아 황녀와 나를 결혼시키겠다는 흉악한 소리를 듣는 바람에 정신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이황자의 개소리를 들으니 열이 뻗쳐서 쌍욕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듀카스 대공이 나서서 같이 욕을 하는 바람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욕을 해놓고 ‘반역자’라는 이유를 붙이긴 했지만, 솔직히 불안했다.
이황자 놈은 삼황자를 동생이 아니라 경쟁자로 보고 있으나, 삼황자는 아직 미련이 남은 듯 하니까.
그런데 듀카스 대공이 동조하면서 같이 욕을 했으니, 이러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나한테 죄를 물으려면 듀카스 대공의 뜻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테니까.
후우…
이번엔 운이 좋았다.
아니,
어쩌면 듀카스 대공이 나를 생각해서 나선 것일 수도 있겠다.
갑옷과 무기를 빌려 준 보답인가?
좋아, 선물로 둘 중에 하나 정도는 줘야겠다.
까딱 잘못했다간 다른 나라로 튀었어야 했을 일을 무마해 줬으니, 그 정도 선물은 주는 게 예의겠지?
저런 명품 갑옷을 제작한 놈이 우리 영지에 있는데, 하나 쯤 준다고 해서 뭐가 걱정이야?
마법 갑옷을 만든 세인트가 이젠 우리 영지민이 되었으니, 일을 좀 시킬 때도 되긴 했고 말이지.
말을 들어 먹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속으로 안도 하는 동안에 멍해 있던 이황자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손을 대면 피가 묻어나올 것처럼 그렇게.
“…감히, 감히 날 모욕해? 네놈들을 전부 참할 것이야! 남김없이 참할 것이다!”
마침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치는 이황자.
“황제 폐하, 아이언 남작은 제 것이옵니다.”
이황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루아 공작이 괴랄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나를 노려보면서 징그러운 미소를 짓는 데, 진짜 더럽게 재수 없게 생겼다.
네모진 얼굴에 눈썹만 시커먼 인간이 저런 눈을 하고서 쳐다보다니…
“네놈은 나와 어울려야 할 것이다. 발루아 공…….”
“변태 같은 새끼! 그런 쪽 취향이었냐?”
듀카스 대공이 발루아 공작에게 도발을 걸었지만, 놈의 쌍판이 재수 없어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발루아 공작과는 내 손으로 끝장을 보는 편이 낫다.
전쟁이 끝나고 연회장에서 나를 살기로 압박했던 기분 더러운 기억.
브뜨아 요새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싸움.
그리고 오늘 오전에 역시나 연회장에서 벌였던 기 싸움.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기엔 쌓인 게 많다.
“큭! 여전히 버르장머리 없는 주둥이를 가지고 있군.”
발루아 공작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비아냥거린다.
여유로움을 가장하고 있지만, 한쪽 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으로 보아, 화가 잔뜩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라던 바다.
놈이 흥분할수록 유리해지는 것은 나.
“자네…….”
“제게 맡겨 두십시오. 듀카스 대공 전하.”
옆에서 듀카스 대공이 눈살을 찌푸린다.
아마도 내가 발루아 공작과 싸우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저자는 소드 마스터일세. 한 때 프레하 제국의 최강 검사 자리를 놓고 오를레앙 대공과 경합을 벌이던 사람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드 마스터는 저놈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근위기사단의 부단장일 것으로 추정… 아니 확실해 보이는 이황자 옆의 인물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손가락질을 당한 인간이 인상을 긁었다.
“건방진…….”
“닥치시지? 시체가 될 놈 따위랑 말하고 싶지 않아.”
“시체가 될 거라고? 미친놈!”
부단장이 뜨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노려본다.
“후후후… 웃기는군. 듀카스 대공이 여기까지 어떤 몰골로 도망쳐 왔는지 봤을 텐데?”
잠시 뜨악해 하던 부단장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비웃는다.
아마도 아침 식사에 버무려 넣었다는 ‘마나 억제제’를 믿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래서 저놈을 시체라 부른 거다. 듀카스 대공이 해독되었다는 것을 모른 채 싸운다면 백전백패(百戰百敗)가 될 테니까.
“이거나 먹어 자식아.”
놈에게 가운뎃손가락을 힘차게 세워 흔들어 주었다.
“…듀카스 대공의 목을 딴 다음에 네놈의 시체를 조각조각 찢어 주마.”
부단장 놈이 이를 뿌드득 갈고는 방패와 롱소드를 들었다.
발루아 공작에게 내가 죽을 거로 단정 짓는다.
“아이언 남작, 자신 있나?”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츠즈증!
듀카스 대공의 말에 검강을 만들면서 가볍게 웃어 주었다.
하지만 나의 검강을 확인한 듀카스 대공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보기엔 나의 검강이 마나 블레이드쯤으로 보일 테니까.
덕분에 황위 다툼을 빌미로 한 집단 전투는 보류되었다. 소드 마스터급 기사 넷…
아니, 나를 제외하더라도 소드 마스터급 기사 셋이 좁은 곳에서 싸워야 하니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일 터.
실수로라도 오러 블레이드의 파편에 맞으면 끝장이다. 특히나 심장과 같은 부위에 파편이 관통된다면 단순히 아픈 정도로 끝나지 않으니까.
어쩌면 이번 싸움의 결과로 모든 게 정리될 것이다.
발루아 공작과 부단장은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그럼에도 둘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듀카스 대공과 나는 긴장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나는 연기 중이고, 듀카스 대공은 진심이다.
상대 측 소드 마스터 둘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버텨보게,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도와주겠네.”
“알겠습니다. 듀카스 대공 전하.”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이런 착각이 발루아 공작의 방심을 유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니까.
“아직 멀었나? 좀 지루해져서 말이야…….”
“누가 변태 새끼 아니랄까 봐, 더럽게 조르네.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난 그런 쪽에 취미 없다.”
디바인 소드로 발루아 공작을 겨누면서 말했다.
“미친놈… 누구더러 변태라는 것인가! 네놈을 죽여 아들의 영혼을 달래주리라!”
거듭된 ‘변태’ 발언에 발루아 공작이 분노의 고함과 함께 달려들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믿고서 별다른 변화도 없이 간결하게 사선 베기를 감행해 온다.
디바인 소드든 뭐든 걸리기만 걸려 봐라 라는 생각이 그대로 묻어나는 공격이었다.
옆으로 한걸음 이동하면서 몸을 회전시켰다. 맞부닥치기 보다는 회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파웃!
상대의 공격이 비껴가면서 살벌한 파공음이 스치고 지나간다.
회전력을 그대로 살려서 디바인 소드를 두 손으로 잡아 수평으로 휘둘렀다.
“그럴 줄 알았다!”
발루아 공작이 희열에 들뜬 음성으로 소리치면서 오러 블레이드를 품은 롱소드로 맞받아 쳐왔다.
콰앙!
고막을 찢을 듯한 폭음과 함께 오러 블레이드와 검강이 부닥치면서 사방으로 빛의 파편이 흩어진다.
충격을 자양분 삼아, 몸을 반대로 회전시켜 위에서 아래로 디바인 소드를 내리그었다.
“우웃!”
발루아 공작이 당혹성을 흘리면서 상체를 젖히면서 뒤로 물러난다.
츠가각!
발루아 공작의 갑옷이 디바인 소드에 걸려 부서지듯 갈라진다.
과연 프레하 제국의 최강 검사 자리를 놓고 싸웠다는 인물다운 대처능력.
위기의 순간에 갑옷에 마나를 퍼뜨려 방어력을 높인 것이 분명하다.
“오러 블레이드를 받아내? 네놈…….”
발루아 공작이 미간을 좁히면서 노려본다.
“그때 조금 따끔했지? ‘죽여 버리겠다! 비상! 비상을 알려라!’ 아주 숨넘어가던데?”
브뜨아 요새에서 수류탄 투척 후 악을 쓰던 발루아 공작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이, 이… 네놈이었구나! 네놈이 브뜨아 요새에 잠입한 놈이었어! 용서치 않겠다. 이젠 살려 달라고 빌어도 소용없다. 이놈!”
이마에 시퍼런 핏대를 세우면서 소리치는 발루아 공작.
어차피 나를 죽이려고 작정한 주제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놈과 싸우는 것을 신호로 삼았던지 부단장과 듀카스 대공이 오러 블레이드를 번쩍거리면서 어지럽게 움직인다.
응?
그런데 어째 듀카스 대공이 밀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거 안 되겠다.
서둘러 발루아 공작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내가 2:1로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안 빌어, 등신아.”
발루아 공작을 노려보면서 비아냥거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진룡보법 중에서 광룡질풍(光龍疾風)의 수법을 사용해 지면을 박찼다.
파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