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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1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15화

115화. 북령 (3)

 

 

 

갑작스러운 북령의 표정 변화는 세 장한의 눈썰미를 피하지 못했다.

세 장한 가운데 가장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물었다.

“넌 누구지? 우리를 아느냐?”

우두머리 녀석은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애꾸였다. 얼굴은 도토리처럼 생겼고 머리는 박박 깎아 머리숱이 얼마 없었다. 얼핏 보기에 영락없는 떠돌이 낭인 무사였다.

“모릅니다.”

북령이 간략하게 대답했다.

애꾸 녀석이 안면을 찌푸리더니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놀래?”

“눈에 안대를 한 것이 겁이 나서…….”

“흠, 계집이었군.”

그제야 북령이 여자임을 알아챈 듯 애꾸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녀석도 본인의 모습이 다소 흉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처마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실내에는 모닥불이 타는 소리만이 고요함을 깨웠다.

세 장한은 젖은 옷을 말리느라 한동안 야단법석을 떨었다.

무흔은 세 장한을 힐끔거리며 상황을 주시했다.

그가 보기에 세 장한은 단순한 낭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무공을 익힌 흔적이 감지되었으나 실상은 내부에 많이 갈무리가 된 상태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고수다.’

그가 긴장감을 일으킬 때였다.

[저들은 수라삼살이에요.]

갑작스러운 북령의 전음이 들려왔다.

북령이 상대를 알고 있고, 그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이 세 장한의 신분이 마교인임을 뜻했다. 무흔도 곧바로 전음을 통해 물었다.

[서열은?]

[우두머리인 애꾸가 가장 강해요. 서열 삼십육 위죠. 나머지 둘은 오십 위 밖입니다.]

다행히 서열이 높지 않았다.

예전의 무흔이라면 무척 긴장했겠지만 내공이 증가하고 새로운 무공을 많이 익힌 상태인 지금은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북령의 무위로 보면 그녀도 긴장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어째 그녀의 음성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금방 무흔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저들이 왜 여기에 있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용봉대가 머무는 객잔에서 약 이틀 떨어진 거리다. 마음먹으면 하루면 도달할 거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저들이 나타난 이유로 다른 것을 의심하기보다 용봉대과 연관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즉, 북령이 무흔에게 일전에 장담했던 내용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했다.

[저들의 목적이 용봉대일까?]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북령의 음성이 떨리고 있었다.

무흔이 다시 고개를 들어 수라삼살을 바라보았을 때, 수라삼살은 옷을 대충 말리고는 비릿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살피고 있었다.

“흐흐, 둘이 무공을 좀 하나 본데?”

갑자기 애꾸 놈이 시비를 걸어왔다.

무흔과 북령은 대꾸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전음을 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고수란 의미. 그래, 무슨 말을 속삭였느냐?”

애꾸 놈이 무시하는 표정으로 윽박질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북령이 다소곳하게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북령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만 수라삼살은 그녀를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무흔은 북령이 소교주의 호위를 맡고 있고 은신술에 능하다 보니 마교 내에서도 아는 자가 거의 없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북령은 적당히 신분을 숨기고 넘어가려는 듯했다. 정작 수라삼살은 북령의 바람과 달리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흐흐, 다시 보니 예쁘장한 아가씨였군. 선머슴처럼 하고 다녀서 소협인 줄 알았더니.”

애꾸가 입맛을 다시면서 북령의 몸매를 쓱 훑었다.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무흔에게 물었다.

“넌 이 여자와 어떤 관계냐?”

무흔은 대답하기 모호했다. 아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걸리는 점이 많다.

“이곳 사당에서 비를 피하다가 만났습니다.”

“호오, 그래?”

갑자기 자신감을 드러낸 애꾸가 무흔을 향해 손을 저었다. 비키라는 무언의 표시다.

무흔은 북령을 슬쩍 보고는 모닥불에서 뒤쪽으로 물러났다. 북령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애꾸 뒤에 있던 두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북령에게 다가갔다.

“어이, 아가씨. 우리랑 같이 놀자고.”

갑작스러운 수라삼살의 태도에 북령이 몸을 움찔거렸다. 무슨 말인지 몰라 의문을 품은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모닥불이 그녀의 안면에 음영을 드리워 이목구비가 선명했다.

“오! 꽤 예쁜데?”

얼굴을 확인한 애꾸가 입맛을 다시며 감탄사를 발했다. 동시에 두 녀석에게 눈짓을 보냈다.

북령의 옆으로 다가간 두 녀석이 그녀의 손목을 잡으면서 나직하게 속삭였다.

“우리 형님이 여자가 고프단다. 네가 수고 좀 해줘야겠다.”

양쪽으로 손목이 잡혔건만 북령의 얼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단지 그녀의 표정이 더욱 싸늘해졌다.

“흐흐, 까칠하네. 화내니까 더 예쁘잖아?”

두 녀석이 비릿한 음소를 머금으며 그녀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어쩔 수 없이 끌려서 일어난 북령을 애꾸에게 끌고 가려고 했다.

“흐흐, 형님께서 먼저…… 컥!”

그때 녀석의 중얼거림이 갑자기 끊어졌다. 북령이 잡힌 손목을 뒤집으며 두 녀석의 가슴팍을 향해 장력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쾅-

두 녀석이 양쪽 옆으로 휩쓸려 날아갔다. 녀석들의 몸이 부딪친 사당의 한쪽 벽면이 붕괴되며 우수수 벽이 허물어졌다.

바닥에 떨어졌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면서 두 녀석이 소리를 질렀다.

“이년이!”

순간 북령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녀의 보법은 발군이었다.

“커윽!”

언제 어떻게 손을 썼는지 알 수 없으나, 막 몸을 일으키던 두 녀석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두 녀석이 쓰러진 곳이 북령의 좌우로 떨어져 있었음에도 거의 동시에 비명이 울렸다. 그야말로 동쪽과 서쪽을 동시에 타격하는 신출귀몰한 수법이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애꾸였다.

그는 동생 둘이 동시에 쓰러져 피를 머금자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네, 네년은 누구냐?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사라졌던 북령의 신형이 애꾸의 뒤에 나타났다. 애꾸가 인기척을 느끼고 얼굴을 홱 돌리려는 순간 북령이 애꾸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윽!”

당황한 애꾸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누구긴! 수라삼살 아니더냐?”

북령의 고함은 애꾸를 더욱 놀라게 했다.

“으헉! 우, 우리를 알다니. 네년은 누구냐?”

북령은 대답하지 않고 애꾸의 목을 손으로 잡아 눌렀다. 그녀가 강하게 목을 옥죄자 애꾸가 괴로운 표정으로 켁켁 신음을 토했다.

“크으으윽……. 누…… 누구…….”

“이곳에 온 이유는? 사마극 소교주님의 명령이냐?”

“어? 마, 마교인이냐?”

“대답하라!”

북령은 목을 쥔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

고통에 부들부들 떨면서 애꾸가 간신히 대답했다.

“요, 용봉대를 치러왔다. 선발대가 도움을 요청해서…….”

그 순간 무흔은 낭패를 떠올렸다.

도움을 요청한 자는 그때 도망쳤던 그놈일 것이다. 무흔과 북령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용봉대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너 말고 누가 왔지?”

“마, 만독사신이 부하들을 이끌고…….”

“또?”

“그, 그게 전부다…….”

말이 끝나자마자 북령이 목을 비틀었다. 그녀의 손속은 매우 잔인했다.

“커윽!”

애꾸가 단말마의 비명을 터트리며 목이 꺾였다. 저항조차 변변하게 하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북령은 숨을 거둔 애꾸를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이미 쓰러져 있던 녀석의 위로 애꾸의 시신이 포개졌다.

무흔은 북령의 무위에 적잖게 놀랐다.

서열 삼십육 위라던 수라삼살이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었다. 그라면 가능할까? 무흔은 고개를 저었다.

“잔인하군. 눈 깜짝 않고 죽여버리다니. 그것도 같은 편을 말이지.”

무흔이 빈정거리자 북령이 그를 노려보며 반박했다.

“이건 당신 때문입니다. 원래대로 은신하고 있었다면 나는 이들과 부딪힐 일이 없었으니까요. 내 모습을 본 이상 나는 이들을 죽일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이들은 사마극 소교주님 쪽이라 우리랑은 적대 관계죠.”

“마교인이라고 표시 내지 않았다면…….”

“그건 당신 때문입니다. 용봉대를 누가 습격하는지 알아야 했잖아요.”

그녀가 마교인임을 드러내고 수라삼살을 심문한 것은 무흔 때문이었다.

마교의 습격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던 그녀이기에 수라삼살이 용봉대를 습격하리란 것을 알게 된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만독사신이 누구지?”

“그자는 마교 서열 삼십 위예요. 하지만…….”

“하지만 뭐?”

“보통 부하 다섯과 함께 움직이고 독을 쓰기 때문에 지극히 위험한 자예요.”

북령이 대답하며 눈치를 봤다. 무흔이 백단영의 안전을 빌미로 돌아가자고 한다면 들어주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서열 삼십 위라…….”

삼십 위라면 백단영이 가까스로 상대 가능한 수준이다.

허나 거기에다 부하 다섯까지 함께라면 그녀도 힘들다. 다만 백단영은 만독불침이라 만독사신이 직접 해를 입히기는 쉽지 않다. 분명히 적들은 그녀가 만독불침의 몸이란 사실을 아직 모를 테니.

오히려 독을 다루는 놈이기에 그녀가 더 안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비록 다른 용봉대원에게는 더 치명적일지 모르지만.

“도, 돌아가야겠죠?”

북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소 풀이 죽은 목소리다.

무흔은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 여자는 양심적이다. 자신의 목적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독을 다루는 자라면 괜찮아.”

“정말요?”

예상과 다른 무흔의 대답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흔은 다시 모닥불 앞에 앉으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대신에 시체는 네가 치우고.”

북령이 그를 한차례 째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무흔이 돌아가자는 말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그녀였기에 거부하지 못했다.

북령은 말없이 묵묵히 시체를 들고 사당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 사당 내에서 잠을 자려면 시체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무흔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각보다 사마극과 은옥상의 대립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거기에다 북령의 무공이 예상 밖으로 높았다. 마교의 무력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사마극과 은옥상의 대립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어졌다.

문득 백단영의 포부가 다시 떠올랐다.

마교를 없애고 싶다는 그녀의 장담. 그녀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마교에 비벼볼 상황은 아니다. 목숨을 아끼며 길게 가야 할 판에 왜 갑자기 그런 무리한 포부를 내세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끙, 골치 아프게 됐어.”

어쨌든 사마극을 견제하려면 은옥상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방법이 제일이려나.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했다.

 

***

 

백단영 일행은 일어나자마자 객잔에서 아침을 먹었다.

부상이 심했던 후연과 장후성이 어느 정도 완쾌된 상황. 계속 객잔에서 미적거릴 수 없어 다른 용봉단과의 합류를 위해 움직여야 할 시점이었다.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로 한 터라 모두 바쁘게 움직였다.

간단한 국밥을 먹는 일행들의 안색은 그리 밝지 않았다. 사문의 보호를 받으며 무림에 발을 담그던 때와 실제 전투에 투입되어 임무를 수행할 때의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동료를 접하고, 본인 역시 목숨의 위험을 느끼는 일에 투입되고 나니 무림을 행보하는 일이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상 신참이나 다름없었던 그들은 이제야 진정 무림인으로 거듭났다.

“우리가 다른 조와 합류하면 대주와 함께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할 거야. 당장 개봉으로 돌아갈 것 같진 않아.”

제갈수가 사람들에게 일정을 설명했다.

현재 이곳에 있는 사람은 모두 일곱. 열한 명이 왔다가 넷이 죽음을 맞았다.

그들이 한참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처음 보는 점원이 술 단지를 탁자에 놓았다.

“한잔하시겠습니까?”

“처음 보는 점원이시군요?”

이곳에서 오래 머문 구진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점원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여기 점원은 아니고요, 이 객잔에 술을 대는 사람입죠. 마침 오늘 신선한 오향주를 가져왔거든요. 드셔보시죠.”

“오향주? 처음 듣는 술입니다만?”

자칭 술에 조예가 깊다고 생각한 구진광이 호기심을 보였다.

“운남 쪽에서 생산되는 술입니다. 이 술의 향기를 맡은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습죠.”

점원의 너스레에 구진광이 껄껄 웃었다.

각 동네에 숨어 있는 명주에는 예로부터 저런 전설이 많다.

“한 잔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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