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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13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13화

113화. 북령 (1)

 

 

 

무흔은 죽어가는 유령겁마를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유령겁마는 몇 차례 경련을 일으키며 가슴에서 피를 내뿜더니 이윽고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무흔은 감격에 사로잡혔다.

전투를 벌일 때는 제대로 의식하지 못했지만, 방금 그의 손에서 뻗어 나간 하얀 기운은 실로 놀라운 경지였다.

“이걸 수강(手剛)이라 했던가…….”

물론 이전에도 내력을 모으면 손끝에서 기운을 뿜어낼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오늘 선보인 수강은 확실히 달랐다. 실전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위력을 드러냈다. 천강십이수는 수강과 조합되며 더욱 강력해졌다.

그 위력을 다시 체감하고 싶어진 무흔은 내력을 손끝에 모았다.

쉬이익-

손끝에서 투명한 기운이 날카로운 검날처럼 뻗어 나왔다. 바로 수강이다. 내력을 올리자 수강의 길이는 무려 한자 가까이 길어졌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손쉽게 수강을 만드는 이 광경을 다른 무림인이 보았다면 놀라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그만큼 수강은 극강의 무공 경지였다.

무흔은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향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스윽-

수강이 가볍게 나뭇가지를 잘랐다. 잘린 단면은 대단히 매끄러워 무흔은 만족했다.

“앞으로는 검강도 가능하려나…….”

무흔은 버려두었던 묵천신검을 찾았다.

검강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았으나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묵천신검을 들고 몸을 돌린 그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만 나오는 게 어떤가?”

무흔의 전면 약 일 장 떨어진 곳에서 흐릿한 그림자가 일었다. 점차 또렷해지던 그림자는 하얀 옷을 입은 묘령의 여인으로 형상화됐다.

무흔은 갑자기 등장한 여인을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상대에게서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누구지?”

“놀랍군요. 저의 존재를 눈치채다니.”

“유령겁마와 전투를 벌이는 순간 이미 눈치챘다.”

유령겁마와의 생사결로 감각이 대단히 예민한 상황에서 느껴진 이질적인 인기척을 무흔은 놓치지 않았다. 한차례 그 존재를 알아채고 나니 이후부터는 의외로 쉬워졌다. 다행히 미지의 존재는 유령겁마를 돕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흔도 상대를 지금에야 불러낸 것이다.

“저는 북령이라 합니다. 은옥상 소교주님의 호법이지요.”

“짐작대로였군.”

무흔은 기척을 숨긴 상대의 무공으로 보아 마교인이 아닐까 짐작했었다.

은옥상은 그가 잔혼객과의 싸움에서 무극서생으로 변했던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정체를 알고 있다 하여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는 북령을 찬찬히 훑었다.

틀어 올린 짧은 머리에 장신구를 전혀 착용하지 않은 이십 대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무림인이 아닌 예쁘장한 규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인에게서 느껴지는 은은한 기운은 그녀의 무공이 절대 그의 아래가 아니라고 추정하게 했다.

어쨌든 은옥상의 부하라면 그에게는 적군이 아니니 다행이랄까.

“오늘 등장한 천뢰혈신이나 유령겁마와 은옥상이 관련이 있나?”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아가씨께서 부르십니다.”

“바쁘다고 전해라.”

무흔은 가차 없이 대답하고는 몸을 돌렸다.

북령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무흔의 앞을 가로막았다.

“급한 일입니다.”

“나도 급하다.”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는 무흔을 야속한 듯 바라보던 북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께서 반드시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봐. 최근 며칠 동안 내가 모시는 아가씨는 두 차례나 마교의 습격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자리를 비울까?”

무흔이 항의 조로 투덜거리자 북령이 다급하게 변명했다.

“이곳에서의 용봉대 작전이 끝났기에 이제 마교의 습격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알지?”

“이번 습격은 사마극 소교주의 주도하에 벌어진 일이었고, 저희 쪽에서 파악하기로는 두 차례가 전부였습니다.”

정말인지 의심스러웠으나 매우 중요한 정보였다.

“흐음 그래? 그런데 너희 아가씨는 무엇이 그리 급하다더냐?”

북령이 머뭇거리면서 입을 다물었다.

무흔은 뭔가 쉽게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음을 눈치챘다. 그렇다고 이유도 모르고 따라갈 생각은 없었다.

그가 빤히 바라보자 시선을 피하지 못한 북령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귀혼마령대법으로 세 절대마령이 부활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지만…….”

“알고 있다.”

북령이 경악해서 무흔을 다시 쳐다봤다.

무흔은 별것 아니란 투로 말을 이었다.

“세 절대마령의 부활은 사마극에게 힘을 더해주었기에, 은옥상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것이겠지.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마교 내부에서도 극히 중요 인물들만 아는 사실을 무흔이 꿰고 있으니 북령의 놀람은 당연했다.

사실 무흔이 이것을 아는 이유는 예전 소설에서 절대마령이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사마극이 마화령을 회수해갔으니 언젠가 절대마령을 깨우리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마침 북령이 절대마령을 운운하니 무흔이 운을 뗀 것일 뿐이다.

“은옥상이 몸이 달았겠군. 그래서 나를 부른 것이고.”

“그렇습니다. 상황이 지극히 불리해졌으니까요.”

무흔도 절대마령의 위력은 익히 알고 있었다.

예전 소설에서 절대마령은 사실상 절대무적이었다. 그렇기에 정파는 절대마령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절대마령은 무적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절대마령은 정파를 향한 강력한 무기이지만, 교주 자리를 향한 다툼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꼭 가주셨으면 합니다.”

북령이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였다.

마침 무공 창안 과정에서 마공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 터라 무흔 역시 은옥상을 만날 생각을 하긴 했었다. 가긴 가야 하는데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 그나마 오늘 보니 백단영의 무공이 꽤 강해진 것 같아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아가씨께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무흔은 퉁명스럽게 대응했다.

하긴 어차피 모든 일은 은옥상과 결판을 내야 한다. 실권이 없는 북령과 대립해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

“알았다. 오늘 일을 마저 끝내고 가겠다.”

무흔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추혼천상보를 펼쳤다. 멀리 나온 터라 머무는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임무를 마치면 그곳으로 용봉대가 돌아오기로 했으니까.

놀랍게도 북령이 그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아가씨께서 함께 오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 말은 그를 계속 따라다니겠다는 말과 같다. 추혼천상보를 펼쳤음에도 조금도 처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북령의 경신술이 대단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던가.”

무흔은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더욱 속도를 올렸다. 북령 역시 그를 따라서 움직임을 빨리했다.

 

***

 

하루 뒤 무흔이 머무는 곳에 용봉대가 도착했다.

용봉대의 타격은 무척 심했다.

마지막 임무에서 무려 넷이나 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불과 넷. 저쪽에 남은 부상자인 구진광 등을 포함해도 겨우 일곱만 남았다. 임무에 투입된 열한 명 가운데 일곱만 살아남은 것이다. 다른 쪽은 열한 명 중 얼마나 무사할지 알 수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 가운데 그나마 멀쩡한 사람은 백단영과 제갈수였다. 장후성과 남궁이화는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얼른 돌아가야 해.”

내상이 심각함에도 장후성이 모두를 독려했다. 일행은 사실상 쉬지도 못하고 구진광이 머무는 객잔으로 이동했다.

사실 그들이 빨리 움직이는 이유는 언제 마교의 습격이 재개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겨놓은 부상자 셋이 염려되어 걸음을 빨리한 것이다.

모두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아군의 피해가 너무 컸고, 자신들의 무공에 대한 자신감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백단영만은 달랐다. 그녀는 천상신모의 무공을 익힌 후 처음으로 실전에 뛰어들었고 자신의 무공이 마교의 무서운 마두와 겨룰 수 있는 수준까지 향상되었음을 체감했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전체 분위기가 침울하니 표현을 하지 못할 뿐이다.

백단영은 이동하면서 무흔에게 말을 걸었다.

“무흔.”

“네?”

“이번에 번승과 겨루었는데 확실히 무공이 늘었다는 게 느껴졌어. 아직 무공의 숙련도가 그리 높지 않은데도 그 위력이 대단한 것을 보면 앞으로 기대가 돼.”

사실 이번에 백단영이 없었더라면 다른 대원들은 목숨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흔은 그녀에게 엄지를 척 내밀었다.

백단영이 살짝 안면을 붉히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유령겁마와의 싸움은 너무 힘들었어. 상대가 빨라서 도무지 잡을 수가 없었거든. 이유는 내 보법이 너무 보잘것없어서야. 해결 방법 없을까?”

무흔은 그녀와 유령겁마의 싸움을 떠올렸다.

확실히 속도를 위주로 한 검법인 백변연환검법으로도 유령겁마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속도가 기반인 검법을 구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필적하는 보법은 그녀의 무공 위력을 한층 높여 줄 것이 확실했다. 보법이 보강된 천상비연검법이라면 마교의 뛰어난 자를 만나더라도 그리 밀리지 않을 것이다.

고민하던 무흔은 흔쾌히 대답했다.

“있어요.”

“어떻게?”

“보법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예전부터 무흔에게 여러 무공을 받았던 백단영은 환한 미소를 보냈다.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뇨, 말 나온 김에 알려드릴게요. 그러잖아도 창안해둔 보법이 있거든요.”

물론 거짓말이다.

지금부터 열심히 새로운 보법을 창안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한다.

그래도 대책은 있었다. 추혼천상보를 사용하면서 그 보완점을 고민해왔었으니까. 게다가 추혼천상보는 운경각 삼 층에서 발견한 것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무공이다. 백단영에게 가르쳐준다 하여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객잔에 도착하면 알려드릴게요.”

“고마워.”

백단영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흔은 기뻤다. 이동 중에 계속 머리를 싸매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그가 자초한 일이니 하소연할 것도 없었다.

 

***

 

일행은 구진광과 후연 등이 몸조리를 하고 있는 객잔에 도착했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세 사람의 몸은 원상태를 거의 회복한 상태였다.

이곳까지 오느라 지친 대원들은 이곳에서 하루 머무르기로 했다.

그날 밤 객잔 부근 공터에서 무흔은 백단영에게 보법을 알려주었다.

“이게 무슨 보법이야?”

“추혼천상보요.”

새롭게 보완된 부분이 많았으나, 무흔은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이름은 괜찮네.”

“원래는 무흔천상보로 명명하려 했는데요.”

“무흔천상보? 그것도 딱 좋아. 그런데 왜?”

“그냥 낯 간지러워서요.”

무흔이 얼굴을 붉혔다.

백단영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난 무흔천상보로 가르쳐줘.”

“같은 거라니까요.”

“어쨌든.”

무흔은 자신을 놀리는 그녀를 무시하며 운용법을 전수했다.

그는 먼저 구결을 알려준 다음 보법을 천천히 시전하며 시범을 보였다.

그러자 백단영이 부지런하게 그의 발놀림을 따라 했다. 그가 보완한 추혼천상보, 아니 무흔천상보는 전보다 훨씬 완벽해졌다. 말 그대로 무흔(無痕)! 시전자의 흔적이 남지 않을 정도였다.

백단영은 보법 연마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 보법은 지금까지 그녀가 알던 보법과 차원이 달랐으니까.

무공이 증가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정말 놀라워.”

“자, 이제 무흔천상보를 펼치면서 천상비연검법을 펼쳐보세요.”

백단영은 연검에 가볍게 내력을 불어넣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솟구쳤다.

연검이 허공을 갈랐다. 백단영의 신형이 사방에서 번쩍이며 출몰을 반복했다.

번쩍- 번쩍-

무흔은 홀린 듯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보이는 백단영의 모습은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였다.

그녀가 펼치는 검법은 선녀가 추는 검무였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지금까지 본 적이 있었을까. 그는 넋이 나간 상태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

무흔의 탄성이 새어 나왔으나 백단영은 듣지 못했다. 그녀는 무흔천상보의 위력에 감탄하며 무공을 연마할 뿐이었다.

한편 건물 뒤편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우울한 표정을 한 남궁이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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