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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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6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3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9화
위드는 어느새 피에나의 어깨를 꼭! 감싸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동에 그녀는 한없이 행복했다.
히덴은 계속해서 말했다.
“타이먼 족의 여성은 평생 한 번밖에 아이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것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만 무엇도 확실한 것은 없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피에나 양이 카일러 준남작님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 아이라고 하셨습니까?”
“타이먼 족 여성의 경우는 사랑을 하면 가장 먼저 상대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합니다. 상대의 아이를 낳는 것만이 가장 안전한 사랑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위드의 얼굴이 부끄러움보다는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이제 20살도 되지 못한 자신이 무슨 아이를 갖는단 말인가? 아니, 자신보다도 이제 고작 16세인 피에나가 무슨 아이를 낳는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위드를 향해 히덴이 태연하게 말했다.
“타이먼 족 여성의 경우는 13세만 되어도 아이를 충분히 낳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카일러 준남작님도 이제는 성인이 아니십니까? 요즘 젊은 귀족들 사이에서는 20세 이전에 자식을 낳는 것이 유행이라고도 합니다만…… 허허허!”
“…….”
위드는 멍하니 히덴을 바라보다 피에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피에나…… 서, 설마 아이를 낳고 싶은 건 아니겠지?”
위드의 물음에 피에나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 낳고 싶어!”
“…….”
위드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헤에…….”
그런 위드의 가슴에 피에나가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얼굴을 비볐다. 히덴은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저 흐뭇한 미소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아, 아이라니…….”
위드는 히덴과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도 아직 다 성인이 되지 않았다고 여기는데 무슨 아이를 낳는단 말인가?
또, 아직 네드벨 아카데미도 졸업을 해야 했으며, 무엇보다도 프레타 영지를 몬스터로부터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만들지 않는 이상은 결코 결혼 하지 않겠다고 오래전부터 다짐을 해오고 있었다.
“당황스럽군.”
솔직하게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똑똑.
“영주님, 마로크입니다.”
“들어오세요.”
영주실 문이 열리며 마로크가 들어왔다.
“영주님의 말씀대로 암시장을 알아봤습니다.”
“어떻습니까?”
마로크가 빙긋 웃었다.
“당장 여덟 벌 정도는 구할 수 있습니다.”
“빠를수록 좋으니 구입하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사람을 보낸 상태입니다. 늦어도 열흘이면 더 이상 프레타 영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곳이 될 것입니다.”
“비용은 얼마입니까?”
“그다지 좋은 물건이 아님에도 워낙에 희소성이 높은 물건이라 조금 비싼 편입니다. 한 벌에 3백 골드가 들었습니다.”
마로크의 말에 위드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총 2천4백 골드군요. 생각보다 비싼 편이지만 돈을 아낄 이유가 없겠죠. 수고하셨습니다.”
아니라는 듯 마로크는 고개를 저었다.
“모두에게 알렸습니까?”
“그래도 깜짝 선물인데 미리 알려줄 필요 있겠습니까?”
마로크의 말에 위드가 웃었다.
“하긴, 깜작 선물이긴 하죠.”
“녀석들 아마 놀라 자빠질 겁니다.”
“영지를 위해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몬스터들과 싸워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죠.”
맞다는 듯 마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님.”
“예.”
“이참에 녀석들을 정식으로 영주님의 기사단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위드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마로크를 바라봤다.
“어차피 녀석들은 프레타 영지를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영주님께서 기사단을 하나 만들어 그들을 고용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허락을 하겠습니까?”
“제 생각으론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위드는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듯 말했고, 마로크는 자신이 한 번 설득을 해보겠다고 말을 했다.
***
마법사 길드와의 거래로 인해서 프레타 영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가 넘쳤다. 우선, 그동안 열약한 환경 속에서 몬스터와 싸움을 해왔던 병사들은 새롭게 지급된 좋은 갑옷과 무기로 인해서 그 사기가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거기에 그동안 몬스터들의 침입이 있을 적마다 발 벗고 나섰던 많은 영지내의 건장한 청년들은 새로운 병사 모집에 너도나도 참가했다.
어차피 프레타 영지에선 생계의 수단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본업이 있다고 하더라도 몬스터들의 침입이 있을 때엔 병사만 아닐 뿐이지 싸우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그들로써는 차라리 이참에 프레타 영지의 병사로 새로운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빨리 빨리 뛰어라!!”
“하나, 둘! 하나, 둘!”
프레타 성 가장자리에 마련되어 있는 거대한 병사 훈련장엔 새로운 신참 병사들의 뜀박질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준비! 발사아아!!”
투두두두두두두둑-!!
“명중이다!”
“아! 살짝 빚나갔다!”
새롭게 보급된 쇼트 보우와 크로스 보우를 들고 훈련하는 궁병들의 얼굴엔 활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곁에서 검과 창이 불꽃을 튀기며 치열하게 대결을 벌이는 경보병과 창병의 대결. 어느 부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한 대결은 마치, 실전을 보는 것만 같았다.
“모두 제자리에! 돌격 앞으로오오!!”
“우와아아아!!”
투두두두두둑-!!
뽀얀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앞으로 돌격하는 기병들. 일정거리를 빠르게 내달리던 기병대의 대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준비이이이!!”
기병대는 달려가는 속도에서 허리에 차고 있던 프랑시스카(Francisca : 투척용 도끼)를 일제히 꺼내 들었다.
“투처어어억!!”
눈앞에 세워진 보통 성인 남성 크기 만한 나무통을 향해서 기병대의 프랑시스카가 빙글빙글 회전을 하며 날아갔다.
휘익, 휘익, 휙휙휙휙휙휙휙-!!
퍼퍼퍼퍼퍼퍼퍼퍽!!
말을 타고 있던 만큼 달려들던 속도와 위력이 더해진 대부분의 프랑시스카는 나무통에 깊숙이 박혔고, 일부 기병들의 프랑시스카만이 허무하게 빚나가고 말았다.
“명중하지 못한 놈들은 각오해라!!”
기병들의 훈련이 벌어지는 곳과 약간 떨어진 곳.
“대열을 흐트러트리지 마라!!”
직사각형으로 온통 쇠로 이뤄진 커다란 방패를 단단히 땅에 고정시키고 새로 지급된 갑옷과 투구로 완전 무장을 한 방패병들. 그들이 빽빽하게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철컥, 철컥, 철컥.
그런 방패병들과 일정 거리를 둔 비슷한 숫자의 병사들. 그들은 저마다 무기만 들고 있지 않을 뿐이지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오는 갑옷과 투구로 중무장을 한 병사들은 다름 아닌 중장보병대였다.
그들은 각각 10명씩 조를 이루어 배터링 램(Battering ram : 성문을 부수기 위해 뾰족한 쇳덩이를 앞에 단 기둥을 운반차에 고정시킨 공성용 병기)과 흡사한 병기에 붙어 있었다.
배터링 램이 성문을 부수기 위해 앞으로 기둥을 고정시켰다면 현재 중장보병대가 붙어 있는 병기는 넓은 면적을 훑고 지나가기 위해 만들어져 있었다.
“뚫지 못하면 각오해야 할 거다! 모두 돌겨어어억!!”
“이야아아아압!!”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운반차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중무장한 중장보병대의 갑옷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중장보병대가 있는 힘껏 병기를 밀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거리가 좁히며 다가올수록 속도가 올라가자 방패병들의 눈빛이 더욱더 뜨겁게 타올랐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 버텨라!!”
방패병 대장의 커다란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장보병대가 밀던 운반차의 나무 기둥이 방패병들의 방패와 거칠게 충돌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크윽!”
“으으윽!!”
방패병들의 대열이 물결처럼 흔들렸지만 결코 무너지지는 않았다.
“힘들 써! 뚫고 지나가란 말이야!!”
중장보병대 대장이 목이 터져라 외치자 기합인지, 악에 바친 외침인지 불분명한 소리가 터져 나오며 방패병들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버텨! 무조건 버텨!! 못 버티는 놈들은 야간 훈련이다!!”
방패병 대장의 말이 끝나자 서서히 밀리던 방패병들이 다시금 버텨내기 시작했다.
뚫으려는 중장보병대와 어떻게든 막아내려는 방패병의 힘겨루기는 결국 약 5분 만에 방패병들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우아아아아아-!!”
승리의 환호성을 내지르는 방패병들과 다르게 격하게 숨을 몰아쉬는 중장보병대는 저마다 바닥에 널브러져 투덜거렸다.
“쳇! 애초부터 이런 중무장을 한 상태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방패병 저것들 엄청 독해!!”
중장보병대 대장의 호통에 그들은 다시금 몸을 일으켜 지옥에 끌려가는 죄수들처럼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병사들의 훈련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말없이 바라보던 위드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저들의 저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프레타 성이 안전할 수 있음을 오래전부터 봐오며 겪어왔던 것이다.
다른 영지의 병사들은 어떤 훈련을 하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위드는 프레타 성의 병사들만큼 훌륭한 병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프레타 성은 다른 영지의 성들에 비해 상당히 큰 편입니다.”
히덴의 음성에도 위드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가 조금 전부터 와 있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몬스터의 공격에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성 안쪽에 모두 마련되어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프레타 성은 다른 영지의 성들보다 그 규모가 컸다. 조금씩, 조금씩 성의 크기를 확장시키다 보니 어느새 페르만 왕국 내에서도 알아줄 만큼 큰 성이 되어버렸다.
물론, 성이 큰 만큼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면적이 넓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프레타 영지 내의 모든 영지민들의 삶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선택이었다.
히덴은 마치, 몇 년을 프레타 영지에서 산 사람처럼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떠나시겠군요?”
아쉽다는 듯 히덴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히덴의 말대로 위드는 이제 곧 프레타 성을 떠나야 한다. 네드벨 아카데미의 방학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떠나?”
위드의 곁에 있던 피에나가 두 눈을 반짝였다. 생각 같아서는 피에나에게 겨울방학이 되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마로크의 곁에서 프레타 영지를 지켜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네드벨 아카데미의 여름방학이 곧 끝나게 되거든. 다시 네드벨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해.”
피에나는 무슨 소린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위드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드는 이미 피에나를 네드벨 아카데미로 데려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해두었기에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져주고는 히덴을 바라봤다.
“프레타 영지를 잘 부탁드립니다.”
히덴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어차피 그는 꼼짝없이 위드와의 거래로 인해 앞으로 5년 동안 프레타 영지에 머물러야만 했다. 몬스터가 공격을 해오면 넋 놓고 있기 보다는 앞장서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마법사들을 이끌고 싸워야 할 입장이었다.
다만,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도 전에 위드가 네드벨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었다.
“영주님.”
프레타에 있는 3명의 기사 중 한 사람인 루디가 위드에게 다가왔다. 루디와 시크는 오랜 시절부터 마로크를 믿고 따르던 후배 기사였다.
마로크가 위드를 돌보며 프레타 성에 정착하자 두 사람 역시도 스스로 프레타 영지에 남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예.”
“마로크 님께서 물건이 도착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까?”
위드는 알겠다는 듯 몸을 돌렸다.
“루디 경.”
“예.”
“폰트를 비롯한 나머지 분들을 영주실로 불러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루디 경도 시크 경과 함께 영주실로 오도록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루디는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는 목례 후,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위드는 히덴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곁에 찰싹! 달라붙은 피에나와 함께 영주실로 향했다.
“카일러 준남작…… 아쉽구려.”
히덴은 멀어지는 위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