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0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05화
105화. 무림객잔 (2)
무흔과 백단영도 다가오는 두 사람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등장했다. 무흔과 백단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예를 취했다.
“대, 대주님!”
나타난 자는 풍사검객과 서옹이었다.
녹사건과 그 부하들도 시선을 돌렸다가 얼어붙었다. 풍사검객이라면 무림맹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고수가 아니던가. 감히 검우방 따위가 비벼볼 사람이 아니었다.
녹사건이 슬그머니 검을 집어넣었다.
풍사검객이 녹사건 일행을 쓱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들 뭔가?”
“아, 아닙니다.”
바로 꼬리를 내리고 뒤로 물러서는 녹사건 일행을 향해 풍사검객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녹사건이 쭈뼛거리면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에서 뭘 하고 있었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긴. 연약한 여인을 괴롭히려는 것 같던데?”
“그, 그럴 리가요.”
녹사건이 결사적으로 손을 저었다.
그때 무흔이 풍사검객이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보호비…….”
풍사검객이 무흔을 슬쩍 보고는 녹사건을 윽박질렀다.
“뭐라? 보호비 뜯으려던 것 같던데?”
“그럴 리가 있습니까?”
녹사건이 안색이 하얗게 질려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풍사검객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 여기 내가 투자한 곳이야. 다음에 또 나타나면 검우방을 쓸어버릴 거다. 알겠나?”
“헙!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녹사건이 공수의 예를 취하며 허리를 직각으로 굽혔다. 그를 따라 부하 넷도 한껏 허리를 굽혔다.
“가봐.”
풍사검객이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시선을 돌린 풍사검객은 서옹이 어느새 백단영의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에잉……, 빠르긴.”
풍사검객이 서옹을 째려보고는 무흔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신세 좀 지겠네. 보다시피 여기 음식점에 빈자리가 없어서 말이야.”
“이 음식점에 이상하게 손님이 많더라고. 줄을 한참 섰어.”
서옹이 풍사검객의 말에 장단을 맞추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무흔과 백단영은 눈만 깜박였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여기 말고도 밥 드실 곳이 많으실 텐데요?”
“왜? 나는 오면 안 되나? 왠지 여기가 끌리더라고. 깨끗하고 분위기 좋다는 소문이 있어서 한번 와 봤어.”
풍사검객이나 서옹처럼 연로한 사람도 찾는 것을 보면 분명히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객잔 사업의 성공 예감이 한층 높아졌기에 백단영마저 흐뭇해 있을 때였다.
“그런데…….”
풍사검객이 안면을 굳히며 말했다.
“자네 둘! 살아있었네?”
순간 무흔과 백단영의 몸이 굳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무림맹에 들어가지 않아 용봉대에서는 두 사람이 만혈대에서 죽었다고 알고 있을 터였다.
서옹이 손을 저었다.
“무흔 이 자식은 신화곡에 갔었으니 꼭 죽을 이유는 없는데……, 단영이는 어떻게 된 거냐?”
무흔이 만혈대에 갔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잘못을 깨달은 백단영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만혈대에서 사마극에 의해 동혈에 갇혔습니다. 며칠 동안 그곳에서 꼼짝 못 하다가 간신히 막힌 동혈을 뚫고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그녀는 간략하게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물론 만혈대 내에서 얻었던 기연은 말하지 않았다. 또 무흔과는 만혈대를 빠져나온 직후 만났다고 둘러댔다.
“흠, 죽을 뻔했군.”
“운이 좋았습니다. 사마극이 목숨을 노렸다면 살아나오기 어려웠을 겁니다.”
백단영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풍사검객은 그날 사마극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급히 만혈대를 빠져나가는 바람에 용봉대의 피해가 줄었음을 기억했다. 백단영도 그런 상황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개봉에는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끼니를 때우고 바로 맹으로 들어가서 생존 보고할 생각이었습니다.”
백단영이 머리를 숙이자 옆에 앉은 서옹이 토닥였다.
“그래,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어디냐. 난 네가 죽었다고 해서 무척 슬펐다.”
“이번에 용봉대의 피해가 컸나요?”
백단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림맹 총 전사자는 스물두 명이다.”
“네? 그렇게나 많이요?”
“물론 그 가운데 용봉대는 여덟 명이다. 나머지는 구대 문파에서 참가했던 자들이다.”
용봉대원 서른 명 중에 여덟이라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그날 마교의 공세는 정말 무시무시했으니까.
음식이 나오고 네 사람은 대화를 멈추었다. 흑도의 시비를 무사히 넘긴 덕분에, 또 무흔이 주인이었기에 추가로 만두가 제공됐다. 만두 추가는 시대를 뛰어넘는 불변의 법칙인가.
음식을 맛본 모두가 맛이 나쁘지 않다고 칭찬했다.
밥을 먹으면서 백단영은 용봉대 현황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특히 그녀와 가장 친한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장후성 소협이나 남궁이화는 무사한가요?”
“물론 다친 사람도 있지만 핵심 전력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다행이네요. 혹시…… 구진광은…….”
백단영은 구진광과의 악연을 떠올렸다. 예전이라면 그녀는 구진광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참아야 했다. 구진광이 구대 문파 쪽 사람인데다 용봉대 내에서의 영향력도 그녀보다 구진광이 압도적이었기에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구진광 소협도 무사하네. 왜? 구진광에게 관심 있나?”
답을 하던 풍사검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풍사검객 만이 아니라 서옹 역시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잘못된 신호를 주었다고 생각한 백단영은 급히 만혈대에서의 일을 꺼냈다.
“실은 만혈대 지하미로에서 사마극에게 쫓기다가 일행에서 둘만 떨어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구진광이 저를 겁탈하려고 했어요.”
“뭐?”
풍사검객과 서옹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구진광은 정파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른 셈이다.
“그때 사마극이 나타났고 저는 기관의 작동으로 홀로 미로의 다른 부분으로 옮겨졌어요. 운이 좋았지요. 이렇게 돌아온 이상 당시의 일을 정식으로 문제 제기하고 싶습니다.”
백단영으로서는 큰마음을 먹고 꺼낸 문제였다.
허나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풍사검객은 한숨을 내쉬었다.
“백 소저의 말뜻은 충분히 이해한다만 공론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이건 절대 구진광을 두둔해서 하는 말은 아니네. 백 소저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구진광은 분명히 부인할 거야. 그렇게 되면 당연히 누구 말이 옳은지 다툼이 발생할 테고, 이를 본 사람이 없으니 쉽게 해결되지 않아. 여차하면 곤륜에서도 문파의 명예를 걸고 가세할 걸세. 오히려 자네가 다칠 확률이 높아.”
백단영은 그의 염려를 이해했다. 하지만 그대로 묻어버리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그렇다면 그냥 묻어야 합니까?”
“목격자가 있나?”
“사마극이…….”
“그는 목격자 진술을 할 수 없잖나.”
백단영은 난감해졌다.
풍사검객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오히려 그녀의 청백만 의심받게 된다.
“뭐…… 상대도 이런 점을 노린 것이겠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기 전까지는 참으라고 말하고 싶네.”
“음, 알겠습니다.”
불만스러웠으나 현실적인 조언을 받아들이며 백단영은 이어진 의혹을 꺼냈다.
“혹시 구진광이 어떻게 살아났는지 아십니까?”
“별도로 알려진 바는 없네. 그는 지하미로에서 마교에 쫓기다가 그대와 헤어졌고, 이후 다른 대원을 만나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하더군.”
풍사검객이 보고받은 내용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백단영은 한숨을 내쉬며 한발 물러섰다. 역시 공론화는 그녀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구진광을 처리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과거라면 구진광에게 감히 대들 생각조차 못 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보다 명백하게 그녀가 기억하는 내용과 달랐다.
그녀와 헤어지기 직전 구진광은 사마극에게 잡힌 상황이었다. 설마 거기서 사마극이 자비를 베풀어 그냥 놓아주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녀는 그 부분에서 뭔가 의혹이 내재해 있음을 눈치챘다.
이것은 아마도 구진광에게 치명적인 허물이 될 것이다. 이 의혹을 풀 때까지 그녀는 구진광의 잘못을 잠시 덮어두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
“우와, 단영아!”
백단영을 만난 남궁이화가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살아왔으니 그녀의 기쁨은 누구보다도 컸다.
남궁이화의 외침에 다른 용봉대원도 앞을 다투어 튀어나왔다. 평소 그녀와 친하게 지냈던 모용예와 장후성이 그녀의 생환을 축하해줬다.
백단영도 오랜만에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기쁨을 맛보았다.
이어서 친구들이 만혈대에서 마교와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려주었다. 그때 그녀의 귓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냐? 살았네?”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시선을 돌렸다. 구진광이었다.
구진광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백단영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남궁이화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녀의 반응이 기분 나빴던 것일까. 바로 구진광이 도발해왔다.
“어떻게 살았지? 사마극이랑 마교인이 그리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구진광에게 반대로 묻고 싶던 질문이었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구진광이 빈정거리며 중얼거렸다.
“만혈대에서 전투가 끝난 직후 수색에서도 넌 발견되지 않았잖아? 그리고 한참 후 지금 나타났다는 것은…… 뭔가 수상쩍은데?”
백단영은 매서운 눈으로 구진광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구진광이 가소로운 듯 비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마교…… 아니 사마극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아냐? 하긴 인물이 되니까 빠져나오기 쉬웠을지도 모르지.”
그의 의도는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들었다.
이에 남궁이화가 바로 발끈했다.
“구진광! 무슨 소리냐!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큭큭,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던 동굴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알아? 백단영의 무공으로 홀로 사마극에게서 도망쳤다는 게 말이 되냐? 이건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구진광이 킥킥대며 백단영을 쓱 훑었다.
“이런 미녀를 가만히 놓아뒀겠어?”
뭔가 묘한 여운을 남기며 구진광이 쓱 돌아섰다.
불쾌한 표정으로 구진광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남궁이화가 백단영을 달랬다.
“저 자식이 오늘따라 왜 이래? 단영아, 신경 쓰지 마.”
백단영은 구진광이 왜 평소와 달리 저렇게 심한 반응을 보이는지 금방 눈치챘다.
그날 지하미로에서 그녀에게 했던 행동을 이런 식의 선공으로 무마하려는 것이다. 구진광이 얌전히 있었다면 그녀도 지금 문제 바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걸어온다면 얌전하게 물러설 그녀가 아니었다.
더구나 구진광을 훨씬 능가하는 무력을 소유한 지금은.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든 백단영이 구진광의 뒤통수를 향해 던졌다.
뻑!
“컥!”
막사로 들어가던 구진광이 뒤통수를 매만지며 험악한 시선을 보냈다.
“사과해! 방금 한 말.”
백단영의 목소리가 뾰족해졌다.
“무슨 말?”
구진광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물었다.
“나를 모욕했잖아.”
“큭큭, 내가 틀린 말 했어? 네 무공으로 상처 하나 없이 살아 돌아온 게 말이 되나?”
구진광이 다시 그녀를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순간 감정을 이기지 못한 백단영이 허리에 차고 있던 연검을 빼 들었다.
“거기 서!”
“오호! 해보자고? 큭큭.”
구진광이 비웃음 속에 손을 내밀었다. 옆에 있던 용봉대원이 그에게 검을 건네줬다. 검을 쓴 살펴본 구진광이 재차 그녀를 향해 모욕 어린 말을 했다.
“자신 있으면 덤벼봐. 과연 제 실력으로 사마극에게서 살아나올 수 있었는지 보게.”
백단영의 감정이 폭발했다.
그녀의 연검이 폭발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구진광의 허리를 베어갔다.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구진광이 다급하게 검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았다.
쩌정-
“헉!”
신음을 터트린 구진광의 몸이 굳었다.
연검과 부딪힌 그의 검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나갔다. 동시에 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에 구진광은 혼비백산했다.
단순한 초식의 문제가 아니었다. 검에 실린 무지막지한 내력이 예사롭지 않은 충격으로 그의 손을 마비시켰다.
“으윽!”
구진광은 검신이 부러져 손잡이만 남은 검을 들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백단영이 그를 노려보며 인상을 구기자 산악 같은 압력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구진광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만큼 몸을 휘청거리며 입을 쩍 벌렸다. 그로서는 감히 비벼볼 생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기운이었다.
“으으으…….”
“다시 말해봐라. 내가 어떻다고?”
“아, 아냐, 사……아 돌아와서 기, 기쁘다고.”
“너야말로 어떻게 살아왔지? 그 무서운 사마극 앞에서?”
그녀의 추궁에 구진광의 안색이 확 변했다.
“나, 나도 운이 좋았어.”
구진광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이에 뭔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 백단영은 천천히 기운을 풀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구진광이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