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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01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01화

101화. 탈출 (2)

 

 

 

예전 천향무후 소설에서는 이 만혈대 지하미로에 세 가지의 큰 기연이 숨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백단영의 천상신모 무공 습득. 다른 하나는 사마극의 마화령 회수. 남은 하나는 장후성의 불사신승의 무공 획득이었다.

만혈대 사건 당시의 무림맹주이자 소림이 낳은 불세출의 고수였던 불사신승 역시 천상신모와 마찬가지로 이곳 지하미로에 자신의 절기를 남겼다. 당시 천상신모의 무공은 마교에 쫓기던 백단영이 바로 발견했음에 반해 불사신승의 무공은 그렇지 않았다.

불사신승의 무공은 마교와의 전투에서 타격을 입었던 용봉대가 일단 철수했다가 얼마 뒤 재탐사를 하던 와중에 장후성에 의해 발견됐다. 장후성 역시 불사신승의 무공으로 사실상 천향무후 소설 세계관에서 최강의 자리에 올라섰다.

“어? 그렇다면 아직 이곳에 남아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깜짝 놀란 무흔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슨 말이야?”

빤히 쳐다보는 백단영을 향해 무흔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살펴봐야 할 것이 있어요.”

“뭔데?”

“천상신모의 절기가 남아있었듯이 다른 기인의 절학도 남겨졌을 확률이 높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쉽게 행동하긴 어려웠다.

가장 큰 이유는 동굴에 갇혀 있던 바람에 지금 두 사람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해서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서 씻은 후 푹 쉬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일지니.

“여기만 찾아보고 가요.”

무흔이 동굴 깊숙한 쪽을 가리켰다.

그의 제안이 타당하다고 생각한 백단영이 앞장서자 무흔이 재빨리 그녀를 뒤따랐다.

생각보다 이 동굴은 길었다. 무엇보다 독충들이 곳곳에 무리 짓고 있어서 범인이라면 감히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당연히 백단영과 무흔은 아무 지장이 없었다.

백단영은 무흔이 염려되어 중간중간에 독충의 침입을 막아주었다. 벌레라면 기겁하는 백단영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대단한 용기였다.

동굴 내부 깊숙한 지점에 들어서자 독충은 사라지고 평범한 동굴 길로 변했다.

“저기에 뭔가가 있어.”

동굴 끝에는 아직도 사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백골이 발견됐다. 낡은 가사를 걸치고 가부좌한 모습으로 보아 스님인 것이 확실했다.

어둠 속 희미한 글자가 동굴 벽에서 발견됐다.

“저기에 뭔가가 남겨져 있어요.”

화섭자로 비춘 동굴 벽에는 화강암에 깊게 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지력으로 동굴 벽에 새긴 이 글자는 상상하기 힘든 고수의 작품이리라.

이곳은 불사신승이 영면한 장소가 확실했다.

“노승은 불사신승이라 한다. 소림 출신으로 무림맹주를 지냈으며 마교와 싸우기 위해 이곳 대벽산으로 왔다…….”

백단영이 불사신승이 남긴 유언을 하나하나 읽었다.

“우와, 정말 불사신승이야! 백 년 전, 무림 최강이었던!”

흥분한 그녀가 무흔을 부둥켜안았다.

두 사람은 재빨리 남은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그들의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여기에 나의 깨달음을 남긴다. 반야금강선공은 불가의 심법으로 천년 소림의 정화가 담겨 있다. 본좌는 이 심법을 대성한 이후부터 강호 최강고수반열에 올랐다. 천강십이수는 소림 칠십이절예의 하나인 대력금강수를 발전시킨 것이다. 이 무공의 초기 형태는 후학을 위해 무림맹 서고에 남긴 적이 있다. 이곳에 적힌 내용은 이를 완벽하게 보완한 것으로…….」

“어?”

천강십이수란 무공 이름은 무흔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삼 층 서고에서 이미 익혔던 무공이 바로 천강십이수가 아니었던가.

놀랍게도 이곳에는 그 무공을 더 발전시킨 후속편이 남겨져 있었다.

이것은 무흔에게 색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무공을 어떻게 보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그 방법의 표준을 불사신승이 직접 제시하는 셈이 아닌가.

무흔은 뛰는 가슴을 억누르고 벽에 적힌 대용을 계속 읽어나갔다.

두 무공 이외에도 몇 가지 잡다한 무공이 남겨져 있었다. 대부분 소림 칠십이절예를 수정 보완한 것들이었다.

“무흔! 여기 봐.”

상념에 잠긴 그를 깨운 백단영이 벽면에 적힌 글자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죽음은 소멸을 뜻한다. 생명이 윤회한다고 하나 노부의 육신과 마찬가지로 쌓아온 내력은 소멸한다. 현재 노부의 내공은 삼갑자를 넘는다. 이 내력은 무림인이라면 꿈에도 바라마지 않을 엄청난 양이지만 죽으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니. 죽음에 임하여 노부는 이 내력을 연자에게 남긴다. 연자는 이 내력을 흡수하여 마교의 위협에서 중원 무림을 구하기 바란다.」

그제야 무흔은 장후성이 최강고수로 급성장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화산은 주로 도가 계열의 무공이었고 불사신승은 불가 계열이었다. 장후성은 자신의 무공에 불사신승의 무공을 보완했고, 여기에다 불사신승의 무지막지한 내력마저 얻었다. 당연히 과거 불사신승을 능가하는 최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내공을 남겼다잖아요?”

무흔의 물음에 백단영이 아래쪽을 가리켰다.

“아!”

백골의 아래에 놓인 작은 옥합을 본 무흔은 신음을 터트렸다.

조심스럽게 옥합을 주워 뚜껑을 열자 향긋한 향내가 피어올랐다. 옥합 내부에는 금박에 싸인 큼지막한 환단이 두 개 들어있었다.

“이게 뭐죠?”

“소림대환단.”

예전에 본 적이 있는 듯 백단영이 바로 대답했다.

소림대환단은 무림에서 가장 유명한 환단이다. 이 환단을 복용하면 그것만으로도 삼십 년가량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소림대환단이 왜 여기에 있죠?”

“불사신승이 자신의 내력을 대환단에 불어넣은 것 같아.”

백단영의 추측은 거의 정확했다.

무흔은 절로 신음이 토해졌다. 내력을 어떻게 환단에 집적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득도한 고승이자 최강 무인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천년 묵은 이무기가 내기를 내단에 응집하듯이 불사신승은 자신의 내력을 외부의 환단에 응집시킬 수 있었던 모양이다.

“헉! 그렇다면 이 대환단 하나에는 무려 내공이…….”

대환단은 두 개다. 대환단 본래의 약효에 불사신승의 내력 절반이 응집되어 모여 있다면 적어도 하나에 이갑자의 내력이 담겨 있다.

무흔의 감탄에 백단영도 얼추 계산한 듯 입을 쩍 벌렸다. 옥합을 쥔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엄청난 기연에 정신을 차리기 힘든 상황이다.

한참 흥분된 마음을 다스리던 그녀가 제안했다.

“이거 우리가 하나씩 먹으면 되겠네.”

당연히 무흔도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예전에 천년적화초와 심령망혼사의 내단을 먹고도 제대로 내력을 얻어내지 못해 고생했던 기억 말이다. 그는 단전에 응어리진 내력을 귀의의 도움으로 모두 융해시켰었다.

불사신승이 남긴 이 환단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즉 두 사람이 여기에서 바로 먹는다고 하더라도 환단에 담긴 내력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가씨, 일단 품에 간직해두세요. 이 환단의 약효를 제대로 얻어내려면 귀의의 도움이 필요해요.”

“귀의?”

“연연상방의 의원요.”

“아!”

백단영은 독망지주의 내단을 먹었을 때, 자신을 만독불침으로 만들어주었던 그 의원을 떠올렸다.

“그분이 이런 일에 전문이세요. 제가 심령망혼사 내단을 먹었다고 했잖아요? 그것도 귀의가 도움을 주었거든요.”

무흔이 그렇다고 하니 백단영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옥합을 보관한 후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불사신승의 무공을 연구했다. 물론 무흔은 한번 읽는 것만으로도 5성의 숙련도를 얻을 수 있지만 백단영은 그렇지 못하다.

백단영은 구결을 외우고 기초적인 자세를 잡아보는 등 다소 시간을 들여야 했다.

불사신승이 남긴 무공은 백단영에게 최적화된 무공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재 백단영이 익힌 심법인 무애잡아함경과 천상심공 역시 불가의 무공이었기에 반야금강선공과 손쉽게 융합됐다. 당연히 이를 바탕으로 한 다른 잡다한 무공도 그녀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제부터 그녀의 주요 무공은 반야금강선공을 기반으로 하여 천상비연검법과 천강십이수로 구성될 것이다. 당대 최강 기인인 불사신승과 천상신모의 융합이라 할까.

백단영이 무공을 익히는 동안 무흔은 운경각에서 읽었던 천강십이수와 이곳의 천강십이수를 비교하며 무공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창조 개념을 체험했다.

언제까지 동굴 속에서 계속 시간을 보낼 수 없다. 무공이 익숙해지자 두 사람은 만혈대를 떠나기로 했다.

“불사신승의 무공과 유언은 어떻게 할까요?”

떠나기에 앞서 무흔은 무공이 적힌 벽면의 처리를 물었다.

“그대로 놓아두고 싶지만…… 마교에서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백단영은 불사신승의 무공이 마교 측에 넘어갈 것을 염려했다.

“그럼 없애도록 하죠.”

무흔은 검을 들고 가볍게 벽면을 몇 차례 그었다. 벽면에 적힌 불사신승의 유품이 사실상 사라졌다. 벽면에 적힌 무공의 소실로 인해 장후성은 향후 이곳을 다시 탐사하더라도 불사신승의 무공을 얻을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된 이상 장후성은 과거 소설과 다른 행보를 걷게 될 것이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백단영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두 사람은 불사신승을 향해 마지막 예를 표하고 동굴을 떠났다.

 

***

 

무흔과 백단영은 대벽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에 들렀다.

대도시는 아니었으나, 이 마을은 정기적으로 시장이 열릴 만큼 상당히 큰 곳이라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객잔을 찾아 배를 채우고 목욕하는 일이 가장 급했다. 두 사람은 객잔에서 하루 묵고 이동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객잔을 찾느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저잣거리를 오가면서 무흔은 기지개를 켰다.

“후아, 이제 사람 사는 것 같죠?”

“응, 동굴 속에서는 사람이 아니었어.”

“맞아요. 각종 벌레랑 섞여 살았으니…….”

“으아, 벌레는 이야기하지도 마.”

백단영이 몸을 으스스 떨었다.

만혈대 지하미로에서 나온 직후 그들은 용봉대와 예속 부대가 진을 쳤던 곳을 찾았다. 하지만 이미 철수한 듯 인적이 사라지고 없었다. 두 사람은 인근을 샅샅이 뒤졌으나 무림인이라곤 만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무림맹 본부가 있는 개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처음 만난 큰 마을이 바로 이곳이었다.

동굴에 갇혀 있다가 빠져나왔기에 오가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두 사람은 시장 입구에서 하염없이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오가는 거리. 감격이었다.

정작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허나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그런 눈초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분위기를 파악한 것은 네 명의 아이들이 몰려온 다음이었다. 네 아이는 모두 떨어진 옷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거지였다.

“언니, 오빠!”

참하게 생긴,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백단영의 옷자락을 쥐고 흔들었다.

백단영은 몰려든 아이들을 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마른 데다 고생하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빌어먹고 다니려니 얼마나 힘들지 눈에 선했다.

그녀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응? 왜?”

“언니는 주로 어디에서 놀아?”

“응? 무슨 이야기야?”

“우리는 보통 여기 시장에서 얻어먹거든. 언니는 어디에서 얻어먹어?”

순간 안색이 붉어진 백단영은 자신과 무흔의 옷차림을 보았다. 얼굴에 흙칠이 가득하고 머리마저 먼지 범벅에 산발이라 거지가 따로 없었다. 동굴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씻지 못했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여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였다.

무흔도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쿡쿡대며 웃었다.

아이에게 화를 낼 수도 없어 백단영은 조용히 대답했다.

“얘들아, 이 언니는 거지 아니거든.”

“에이, 거지 맞는데?”

“거지 아니라니까.”

“아니면 우리 밥 사줘.”

아이들이 그녀의 옷을 붙잡고 늘어졌다.

아이들의 찌든 모습에 마음이 여려진 백단영은 둘러싼 아이들을 양팔로 감싸며 대답했다.

“그래, 내가 밥 사줄게. 객잔이 어디 있어?”

“저기요.”

아이들이 그녀의 손을 잡고 끌었다.

무흔은 옆에 조용히 서서 아이들과 그녀의 행동을 지켜봤다. 그의 입가에 실소가 머금어졌다. 어차피 객잔에 들러 밥도 먹고 숙박할 예정이었기에 굳이 그녀를 만류할 필요는 없었다.

아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백단영을 가장 가까운 객잔으로 끌고 갔다.

아직 저녁밥을 먹기에는 약간 이른 시점이라 객잔 내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객잔으로 들어간 아이들이 중간에 놓인 탁자 주변에 우르르 앉았다.

백단영과 무흔도 함께 자리를 잡고 앉자 주인으로 보이는 뚱뚱한 중년인이 다가왔다.

중년인이 그들을 쭉 훑어보더니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거지를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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