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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3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39화

139화 황족은 개뿔(2)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죽는 것보다야 새로운 기회를 얻는 편이 낫겠지.

기사들에게 민감한 부분은 주군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주군을 바꾸지 않으면서 소속을 바꿨으니 저들로서는 남는 장사일 거다.

단지,

저들의 탈바꿈을 보는 나로서는 조금 배가 아프다.

죽으라 뺑이 치고도 정작 보상은 엉뚱한 놈한테 빼앗긴 기분이라고 할까?

기껏 시안트라는 놈과 싸워서 상황을 역전시켰더니, 보상은 패배한 놈한테 돌아간 느낌이다.

정작 나는 아리아 황녀와 결혼시키겠다는 끔찍한 협박(?)이나 들었으니 말이다.

 

“출발하자. 아이언 남작.”

 

“알겠습니다. 삼황자 저하.”

 

뒤에서 들려오는 삼황자의 명령에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미우나 고우나 삼황자가 나의 윗줄에 놓여 있다는 건 바뀔 수 없는 사실.

 

[삼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지하 통로를 지나 계단에 오르자, 밖에서 경계를 서던 귀족들이 너도나도 인사를 건네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얼굴도장을 찍겠다고 인사해 오는 모습을 보니,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닫는다.

만약 반란군인 이황자가 실권을 잡고 황제가 된다면,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은 모두가 물거품이 될 터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막연한 기대… 혹은 충성심으로 삼황자의 눈에 들기를 바라는 귀족들의 모습.

어쩐지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모두 고생이 많았소. 갑시다!”

 

삼황자가 의연한 음성으로 귀족들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지하 수련실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이 많이 있을수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라는 건가?

뭐…

어쩌면 황제가 될지도 모를 인간이 생양아치가 아니라는 건 좋은 일이겠다.

밖에서 경계를 서던 귀족들이 삼황자의 주변을 에워싸듯 포진했다.

신형 크로스 보우로 사방을 경계하면서 걷는 모습이 영화에서 보던 보디가드를 연상케 한다.

삼황자 대신에 화살과 쿼럴을 받아 줄 사람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황궁의 곳곳에서 싱싱한(?) 살기가 불쑥불쑥 일어난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사를 가르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

일단은 듀카스 대공의 명령대로, 황제의 시신을 모신 그레이트 홀을 향해 이동속도를 높였다.

우리를 발견한 근위기사와 귀족들이 있었지만, 자기네들끼리 싸우느라 우리를 제지할 수 없었다.

정말 운이 좋다고 봐야겠다.

다들 난전을 벌이느라 우리를 견제할 만한 집단이 없다는 것이 말이다. 덕분에 삼황자를 이끌고 그레이트 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삼황자 저하께서 오셨다!”

 

그레이트 홀을 지키던 몇몇 근위기사가 우리를 발견하곤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환호하며 반기는 대신에 몸을 돌려 달아난다.

근위기사단은 이황자의 편에 섰으니, 당연한 현상이라고 봐야겠다.

 

“어서 오십시오. 삼황자 저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포머드 기름으로 머리를 넘긴 나이 든 사내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다가왔다.

예전에 승전 파티에서 나를 귀족에게 소개해 주던 시종장이었다.

그레이트 홀에는 시종장을 비롯한 비전투원들이 피신해 있었다. 여인, 혹은 검술과는 담쌓은 듯한 사람만이 여기로 도망쳐 온 듯하다.

 

“그래, 영감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혹시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아?”

 

나름 친하게 지냈던 모양인지, 삼황자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시종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황자 저하의 침소를 정리하던 중에 이황자 저하께옵서 군사를 이끌고 들이닥치셨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삼황자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일황자 저하께서 창문으로 피신하시는 걸 확인하고 저는 이곳으로 피신해 왔습니다. 죄송하옵니다.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아니야 영감. 영감이 무슨 힘이 있다고.”

 

삼황자가 눈살을 찌푸린다.

한숨을 푹 내쉰 삼황자는 ‘형님들 제발…….’이라고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다른 사람은 절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음성이었지만, 그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짤막한 혼잣말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나 할까?

다른 두 황자 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삼황자는 최소한 인간미라는 게 남아 있다는 증거니까

솔직히…

군사를 이끌고 형제의 침실로 쳐들어가다니, 제정신이라면 그럴 수 없는 거잖아?

새삼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인간을 미치게 하는지 깨닫게 된다.

 

“삼황자 저하를 확실하게 지켜야 우리가 살 수 있음을 명심하시오!”

 

[예!]

 

힘이 깃든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존슨 자작은 귀족들을 지휘해 그레이트 홀의 입구에 크로스보우로 무장한 귀족들을 배치하는 중이다.

그는 전장에서의 경험을 발휘해 나름의 방어선을 구축하려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나 또한 기감을 넓혀 주변을 탐색 중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레이트 홀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상당수의 기척이 감지된다. 공통점은 기척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도주하는 집단과 추적하는 집단이 생겨나고 합쳐지기도 흩어지기도 한다.

사방에 흩어진 여러 기척 중에서 가장 커다란 기운을 찾았다. 예상하긴 했지만, 소드 마스터급 기운을 가진 존재가 셋이나 한군데에 밀집되어 있었다.

황궁에 존재하는 소드 마스터급 실력자는 다섯.

듀카스 대공의 아들인 근위대장이 제압당했다고 했으니 현재 넷이 남았다. 네 명의 소드마스터가 모두 황궁에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어쨌든, 느껴지는 소드 마스터급의 크기의 기운은 셋… 아니 엄밀히 따지면 둘에 불과하다.

나머지 하나는 소드 마스터급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고 상급 익스퍼트라기엔 지나치게 강하다.

문제는,

그런 강력한 기운을 가진 존재들이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존슨 자작님! 이쪽으로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손가락을 들어 우리가 진입했던 반대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거 야단났군!”

 

경고를 들은 존슨 자작이 일말의 의문도 품지 않는다.

지난 전쟁에서 몇 번이나 보여 주었던 능력이었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을 터다.

 

“서두르시오! 곧 전투가 벌어질 것이오! 시안트 경은 북쪽 진출입문을 살펴봐 주시오!”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리는 존슨 자작이나 명령을 받아들이는 에르반이나 크게 소리쳤다.

황제의 시신이 모셔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예법을 따질 때가 아니었으니까.

자칫하면, 황제와 나란히 누울 판에 예법은 개뿔!

귀족들과 삼황자의 수호기사단으로 보직을 변경한 사람들이 테이블을 비롯한 물건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들고 있다.

엄폐물에 의지해 크로스 보우의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적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말이다.

이런 행위로 방어가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게 조금 걱정되긴 한다.

정말 무지막지한 숫자가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고 전쟁을 벌일 정도의 숫자는 아니지만, 황궁 안에서 움직이는 인원치고는 비현실적으로 많은 것도 사실.

적어도 3~400명에 달하는 인기척이 그레이트 홀을 향해서 이동해 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절반 이상이 기사급 실력을 지닌 존재들.

거의 전쟁터에서나 마주칠만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우리의 숫자는 고작 80여명.

실제로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원은 그중에서 절반이 약간 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곳에 몰려오는 병력과 비교한다면 어림도 없는 전력.

근위병과 근위기사를 처리하면서 엉성하게나마 방어구를 착용했으나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나와 존슨 자작, 그리고 수호기사단만으로 저들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빌어먹을! 대체 듀카스 대공께선 어디에 계신다는 말인가!”

 

존슨 자작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 또한 그레이트 홀에 다가오는 존재들의 기척을 읽어 낸 모양이다.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점점 시끄러운 함성이 가까워진다.

 

철컹, 철컹, 철컹!

 

금속성 발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오고, 그레이트 홀에 에르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쪽 출입구를 살피러 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듀카스 대공 전하께서 오십니다!”

 

“오! 오! 그게 정말인가!”

 

존슨 자작의 얼굴엔 화색이 돈다.

나 역시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두 개의 소드 마스터급 기운 중의 하나가 듀카스 대공이었던 모양이다.

 

“쫓기고 계십니다.”

 

“…….”

 

[…… ]

 

화색이 돌던 존슨 자작은 물론 그레이트 홀에서 전투에 대비하던 사람들이 할 말을 잃었다.

듀카스 대공, 그 아저씨가 쫓긴다고?

지난 전쟁에서 엄청난 능력으로 프레하 제국의 소드 마스터를 짓뭉갠 그 아저씨가?

황당한 생각이 들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레이트 홀 밖으로 나서는 순간,

 

투다닥! 다다다! 철컹, 철컹!

 

온갖 잡스러운 발소리와 함께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뛰어 온다.

선두에서 달려오는 사내의 갑옷은 익숙하기 짝이 없는 형태.

반란이 일어나면서 듀카스 대공에게 빌려 주었던 명품 갑옷이었으니까.

투구는 어디다가 팔아먹었는지 벗겨진 상태였다. 벗었다가 입으면 다시 소환될 테니 상관 없…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낭패한 기색이 역력한 듀카스 대공의 전신에 흐르는 기운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그레이트 홀에서 기감을 넓혀 검색했을 당시, 어중간한 실력이라고 판단했던 기운이 듀카스 대공의 몸에서 흐르고 있다.

상급 익스퍼트 수준은 훌쩍 넘어가고 소드 마스터라기엔 찜찜했던 수준의 기운.

전장에서 보았던 듀카스 대공과 지금의 그를 동일인으로 생각하기엔 터무니없는 수준의 마나량이다.

 

“듀카스 대공 전하!”

 

형편없는 수준으로 실력이 하락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어서! 어서 그레이트 홀로 대피하라!”

 

하지만 듀카스 대공은 뒤따라오는 근위기사와 근위병들을 먼저 챙겼다.

 

“아이언 남작! 그대도 어서 안으로 들어가게! 이황자의 병력이 뒤를 쫓고 있어! 공격에 대비해야 하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하는 듀카스 대공.

빨리 그레이트 홀에 방어진을 구축하고서 이황자의 병력을 상대로 싸울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게 있다.

 

“여쭈어 볼 것이 있습니다.”

 

“나중에! 지금은 이황자의 병력에 대비하는 것이 먼절세!”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그의 눈에는 투지가 흐르고 있었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레이트 홀로 이동하려는 듀카스 대공의 앞을 다시 가로막았다.

 

“후우… 그래, 알겠네. 말해 보게. 뭘 묻고 싶은 것인가.”

 

듀카스 대공은 내가 순순히 자리를 비켜 줄 것 같지 않자,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마지못해 나와 눈을 맞췄다.

갑옷 곳곳에 흉터가 생겨나 있었다. 옆구리 부근에는 갑옷이 찢겨나가기까지 했다.

세인트가 정성을 들여서 만든 갑옷이다. 저렇게까지 찢어졌을 정도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이것은 절대로 정상적이지 않다.

강력한 기운을 간직했던 듀카스 대공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존재가 없으니까.

최소한 엘튼 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엘튼 제국 최강의 소드 마스터니까.

하지만 현재의 듀카스 대공과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에 불과하다.

현재의 능력으로는 프레하 제국의 오를레옹 대공과 같은 사람의 일격도 받아 낼 수 없는 수준.

그래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침 식사를 하셨습니까?”

 

“…….”

 

듀카스 대공이 날 미친놈 쳐다보듯이 바라본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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