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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96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96화

96화. 만혈대 (3)

 

 

 

만혈대 아래 지하미로는 어두웠다.

용봉대원들이 탐사를 진행하면서 벽에 관솔불을 매달아 두긴 했으나 그 빛은 미약했다.

무흔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예전에 갔었던 동굴과 비교했다. 이곳은 인공적인 손길이 많이 가미된 곳이라 천연동굴에 비한다면 훨씬 이동이 편했다.

“곳곳에 드나든 흔적이야. 어디로 간 걸까.”

이미 며칠간 수색이 벌어졌기에 지하미로 입구는 발자국이 가득했다.

십여 장을 진입했을 때 반쯤 비스듬하게 열린 거대한 돌문을 발견했다. 아마도 이 돌문이 통로를 막아 지난 백 년간 이곳을 외부와 단절시켰을 것이다.

이 돌문을 개방한 사람은 바로 용봉대의 제갈수겠지.

아래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통로를 조금 더 내려가자 미로가 여러 개로 분리됐다. 이 지하미로는 이러한 분기점이 대단히 많아 탐색이 쉽지 않다.

어느 쪽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던 무흔은 한쪽 통로에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재빨리 그쪽으로 뛰어갔다.

대략 십여 장을 들어간 끝에 그는 한 폭의 지옥도를 볼 수 있었다.

용봉대원과 구파 인물로 보이는 서너 명이 쓰러져 있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어렵지 않게 추측해냈다. 갑자기 들이닥친 마교인의 기습을 받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정파인이 살해당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통로를 따라 동굴 내부로 깊숙이 들어갔다. 각종 기관이 작동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암기는 기본이고 함정이나 파훼된 진식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거 쉽지 않아 보이는데?”

무흔에게는 이 지하미로의 지도가 없다. 당연히 마음대로 움직이기 곤란했다. 그는 지하미로를 들어갈수록 미로와 기관이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가고 있자니 다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달려간 그곳에서 무흔은 용봉대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과 마교인 한 사람이 싸우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곳에 들어온 십여 명의 마교인 가운데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양쪽의 싸움은 용봉대원이 불리했다. 용봉대원의 합공에도 마교인은 잔혹한 손속을 앞세워 우위를 점했다.

백단영이 걱정된 무흔은 이들을 도울 여유가 없었다. 그는 가볍게 패천마혼비를 이용해 강기의 파편을 암기처럼 마교인에게 쏘았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마교인이 가까스로 무흔의 공격을 받아냈다. 놀란 마교인이 급하게 무흔이 숨어 있던 장소로 시선을 돌렸으나 무흔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 단순한 일초의 기습만으로 마교인의 우위는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 접전이 벌어졌다.

미로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무흔은 곳곳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전투를 목격했다.

“설마 마교 쪽도 분산된 건가?”

마교 쪽은 뭉쳐서 돌아다닐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들 역시 분산된 모양이었다. 용봉대원보다 개개인의 무력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 전략일 것이다.

생각에 잠긴 무흔이 몇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 곳곳에서 암기가 비처럼 쏟아졌다. 여전히 기관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마침내 무흔은 비교적 넓은 통로에 도달했다.

채채챙-

“죽어랏!”

용봉대원 두 사람이 마교인 둘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무흔에게는 익숙한 두 사람, 바로 장후성과 남궁이화였다. 다행히 두 사람은 마교인 둘과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무흔은 백단영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었으나 무극서생으로 변장한 지금 그렇게 직접 물을 수 없었다.

대신에 그는 싸움에 끼어들었다. 무흔이 날린 위력적인 패천마혼비에 두 마교인이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사마극은 어디에 있나?”

그의 질문에 마교인과 남궁이화 쪽 모두가 경악했다.

무흔이 사마극의 정체를 안다는 것 자체가 마교인에게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반면 남궁이화는 강력한 무공을 지닌 무극서생의 출현이 무림맹에 도움이 될 거라며 안심했다.

“이놈은 또 뭐야?”

“음, 이곳으로 오다가 봤던 놈 아닌가?”

두 마교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흔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용봉대원에 무흔까지 적이 늘었음에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무공에 자부심을 가진 자만이 보일 수 있는 느긋함이 숨어 있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나 보군.’

무흔은 다시 그들의 무력을 가늠했다. 확실히 입구에서 만났던 놈이나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만났던 자보다 월등했다. 하지만 적황쌍마에 비해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판단됐다.

“사마극은?”

무흔은 진중한 음성으로 다시 물었다. 목소리마저 무극서생의 것이기에 당연히 남궁이화는 무극서생이라고 생각했다.

마교인에게서 답이 나오지 않자 남궁이화가 대신 동굴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흑의무복을 입은 서생을 말하는 것이라면 저쪽 안으로 들어갔어요.”

역시 예전에 무극서생에게 신세를 졌던 남궁이화인지라 상세하게 대답했다. 무흔이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자 마교인 둘이 바로 막아섰다.

“흐흐, 그렇게 시비를 털고 그냥 가면 섭섭하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곧바로 검광이 뿌려졌다.

무흔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상체를 숙였다. 검이 그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그러잖아도 이들을 내버려 두고 갔을 때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던 차였다. 물론 장후성이야 주인공이라 죽기조차 어렵겠지만 남궁이화는 그렇지 않으니까.

두 마교인이 동시에 다시 공격해왔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어쭈 피했네?’ 하는 표정이다.

무흔도 순순히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그는 벼락처럼 검을 꺼내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쨍!

검으로 전해지는 충격에 대경한 마교인이 소리쳤다.

“잡아!”

동시에 녀석이 기세를 꺾지 않고 무흔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한 녀석마저 무흔에게 덤벼들려는 찰나 남궁이화가 가세했다.

이런 녀석들과 어울릴 시간은 없다. 무흔은 달려드는 마교인을 향해 벼락처럼 검초를 뿌렸다.

번쩍!

“헉!”

아슬아슬하게 묵천신검이 마교인의 소매를 훑고 지나갔다. 잘린 소매 끝이 허공에 날렸다. 생각 없이 무흔에게 달려들던 마교인이 기겁하는 사이 장후성이 강력한 일초를 퍼부었다.

역시 장후성은 평범한 용봉대원과는 달랐다. 그의 일격은 기어이 마교인의 옆구리에 충격을 남겼다.

무흔은 몸을 회전시키며 애초에 공격했던 마교인을 향해 검을 그었다. 벽라무상검법이 펼쳐졌다.

챙! 챙!

두 사람의 검이 서로 격렬하게 엉키며 금속성을 울렸다.

앞선 초식에서 무흔의 반격을 경험했던 녀석의 검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것은 이미 예상했던 바다.

추혼천상보를 최대로 시전하는 순간 무흔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순식간에 무흔의 신형이 상대의 뒤로 돌아갔다. 이 동작에 빠르고 예리한 잔백수라검법이 첨가됐다. 묵천신검이 상대의 등을 비스듬하게 그었다.

“크억!”

등에서 화끈한 고통이 전달되자 마교인이 혼비백산해서 몸을 돌렸다. 그를 맞은 것은 거무튀튀한 묵천신검이었다. 묵천신검의 일격이 그의 목을 날렸다.

미처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머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남은 한 녀석은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충분히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무흔은 곧바로 쓰러지는 상대의 몸통을 뛰어넘어 다른 통로로 빠져나갔다. 그의 뒤로는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아직도 남은 마교인을 맹렬하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

 

백단영이 속한 조는 미로 내부에서 벌어진 난리를 전혀 알지 못한 채 탐사를 진행했다.

그들의 발아래에는 죽은 후 백 년이 지나 이미 백골로 변한 시신이 널려 있었다. 그 수가 생각외로 많았기에 그들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조심해요.”

백단영이 조원을 향해 주의를 당부했다.

함께 온 유연향은 구역질을 하고 있었고, 청성파의 고죽은 백골을 보고는 안면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돌렸다. 구진광은 이쪽 지역이 그려진 비도를 참고하며 별 것 아니라는 듯 의견을 말했다.

“아우, 여긴 귀신들이 널려 있겠네. 여기서 안으로 더 들어가면 목표한 구역이 나와.”

제갈수가 사전에 지정한 목표구역은 모두 네 곳으로, 과거 무림맹 주요 인사들이 가장 많이 매장됐다고 예상한 지역이다. 즉 유품이 가장 많이 회수될 것으로 예정된 곳이다.

그렇게 본다면 백단영 일행은 이제부터 중요한 지역에 들어간 셈이었다.

“으으, 난 못하겠어.”

유연향이 고개를 저으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그녀는 바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러 기관진식을 넘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서는 감히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하, 그래도 끝은 봐야지.”

구진광이 호탕하게 웃으며 전진을 명했다.

콰앙-

그때 뒤쪽에서 동굴을 흔드는 강한 충격파가 전해졌다.

“어? 뭐야?”

“기관이 작동했나?”

그들은 깜짝 놀라 자신들이 들어온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동굴 저쪽에서 모두 네 사람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옷차림으로 보아 무림맹 사람들이 아닌 듯했다.

그들의 접근으로 발동한 각종 기관을 가볍게 처리하며 순식간에 근처까지 다가왔다.

백단영은 그들 가운데 흑의 무복을 입은 한 남자가 눈에 익었다. 예전 팔곡산에서 큰 싸움을 벌였던 바로 그 사람이다.

“마교 소교주!”

그녀의 외침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순간 달려오던 마교인으로부터 강력한 장력이 밀려왔다. 구진광이 얼떨결에 장력을 맞받아쳤다.

콰르릉-

좁은 동굴 내에서 장력이 맞부딪혀 깨지면서 그 위력이 동굴을 흔들었다.

“컥!”

구진광은 강력한 반탄력에 손이 부러질 듯한 충격을 받고 뒤로 나뒹굴었다. 그의 몸이 바닥의 백골에 쓰러지며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으흐흐흐.”

흑의무복을 입은 사마극이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향해 괴소를 흘렸다. 사마극의 뒤로 세 남자가 호위하듯 옆에 섰다.

백단영은 순간 공포로 인하여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옆에 선 마교인이 그들을 향해 외쳤다.

“돌아가라. 그러면 목숨을 살려주겠다.”

백단영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동굴 내부로 더 깊숙이 도망치는 방법과 이들과 싸워 입구로 달아나는 방법이다.

문제는 사마극의 무위. 예전에 팔곡산에서 얼핏 보았던 이자의 무위는 그녀가 감히 상대할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게다가 지금 사마극의 옆에 호위하듯 선 세 남자의 수준 역시 그녀를 아득히 웃돌았다.

그녀는 옆을 돌아봤다.

사실 돌아보나 마나였다. 구진광이나 유연향 역시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비록 고죽은 사문의 원수인 마교를 맞아 전의를 불태웠으나 그의 능력은 백단영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신을 못 차렸군.”

사마극의 뒤에 선 마교인이 빈정거리며 한발 앞으로 나섰다.

마교인의 결단은 빨랐다. 백단영 일행이 의사를 결정할 틈도 없이 날카로운 검기를 뿌렸다. 그 검기는 방금 장력에 충격을 입고 바닥에 비스듬히 주저앉아 있던 구진광에게 쏟아졌다.

백단영은 구진광의 위험을 알고 급하게 연검을 풀어 대항했다.

차차창-

그녀의 연검이 마교인의 공격을 막아냈다. 마교인에게서 뜻밖이라는 조소가 떠올랐다.

“제법인데?”

백단영은 이대로라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는 것과 동시에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얼른 도망쳐!”

구진광을 선두로 유연향과 허죽이 동굴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 자식들이!”

마교인이 짜증 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그녀를 향해 재차 검격을 날렸다.

번쩍!

백단영은 이를 악물고 상대의 일격을 연검으로 맞이했다.

쾅-

가공할 충격이 그녀의 온몸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그녀는 스스로의 실력에 냉정했다. 무리하지 않고 그 충격을 이용해서 뒤로 물러섰다.

“별것도 아닌 년이!”

재차 어둠 속에서 검광이 번뜩였다.

백단영은 상대의 공세를 연검으로 받으면서 재빨리 일행이 사라진 미로 내부로 도망쳤다. 무공의 차이 때문에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일단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화가 난 마교인이 곧바로 따라가려 하자 사마극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

“놓아두어라. 어차피 저쪽은 막다른 곳이다. 도망쳐봐야 어디로 가겠느냐.”

사마극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일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마교의 신물인 마화령을 찾는 것이다. 용봉대원 한둘이야 죽여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다. 다행히 이런 사정이 백단영 일행을 살렸다.

“알겠습니다.”

마교인이 다시 그의 옆에 호위하듯 붙어 섰다.

사마극이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널린 백골을 빠르게 훑었다. 마화령을 비롯한 마교의 유품이 떨어져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런 가운데 옆에서 호위하는 세 사람은 기관진식을 비롯한 무림맹의 습격을 대비했다.

“도망친 토끼야 천천히 몰아붙이면 되니까.”

사마극의 여유로운 중얼거림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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