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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82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82화

82화. 폭우 속에서 (2)

 

 

 

이것이 끝인가. 백단영은 절망감에 휩싸여 상대를 노려보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는 사내가 눈앞에 나타났다. 특별히 무섭게 생긴 악한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앞의 사내가 방금 서옹이 말했던 마교 쪽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사내가 움켜잡은 목에서 통증이 가해졌다.

“안 돼!”

호통과 함께 날카로운 검격이 사내의 등 뒤로 파고들었다. 뜻밖의 반전에 사내는 멈칫할 틈도 없이 재빨리 그녀를 버리고 물러났다.

백단영은 사내의 뒤에서 재차 공세를 취하려는 장후성을 발견했다.

강궁을 든 사내가 옆으로 피한 자리에는 이미 남궁이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쾅-

남궁이화의 검과 사내의 강궁이 서로 부딪쳤다. 무시무시한 타격 음이 연속으로 발생했다. 강궁을 든 사내가 남궁이화에게 따라붙으며 연쇄 공격을 펼쳤다.

남궁이화는 강궁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둘 사이에 수십 합의 교환이 이루어졌다. 남궁이화가 연신 밀리자 장후성이 바로 합류하여 연합전선을 형성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백단영이 가까스로 장내의 혈전을 파악했다.

쏴아아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강궁을 든 사내와 혼전을 벌이고 있었다.

서옹은? 백단영은 자신을 구하려던 서옹이 쓰러진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흑의 사내가 서옹의 몸에서 천천히 검을 뽑았다. 핏물이 번져나가 쏟아지는 비에 의해 희석됐다. 주위의 바닥이 시뻘겋게 변했다.

“아, 안 돼!”

백단영은 비틀거리며 소리쳤다. 그녀를 구하려다 크게 다친 서옹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검을 든 녀석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검을 쳐들었다. 서옹은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미미한 꿈틀거림을 보였으나 사실상 반격하기 어려워 보였다.

회심의 미소를 띤 녀석이 천천히 검을 아래로 내렸다. 검 끝은 정확히 서옹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아악!”

놀란 백단영이 비명을 질렀다.

땅!

그 순간 수직으로 꽂히던 검이 경쾌한 소음과 함께 휘어졌다.

갑작스러운 방해꾼의 출현에 사내가 뒤를 돌아봤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죽립을 쓴 중년인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잔혼객!”

죽립인에게서 벼락같은 호통이 터져 나오자 검을 쥔 사내, 잔혼객의 신형이 휘청했다.

자신의 신분을 아는 자가 이곳에 있다니.

“너, 너는 누구냐?”

잔혼객은 다시 발검 자세를 취하며 상대에게 물었다.

죽립인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백단영은 죽립인의 출현에 반색했다.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다.

그날 납치당했을 때 혈살이마존과 싸우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남궁이화의 말로는 무극서생이라 했던가. 어쨌든 저자의 무공은 믿을 만하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백단영은 재빨리 쓰러진 서옹에게 달려갔다.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잔혼객이 바로 무흔에게 달려들었다. 과연 빨랐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공격에 무흔은 재빨리 몸을 비틀며 반격을 날렸다.

따땅-

패천마혼비로 쏘아낸 강기의 파편이 연이어 잔혼객의 검에 막혔다. 그리고 곧바로 잔혼객의 반격이 시작됐다.

잔혼객의 움직임은 빨랐다.

그 실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변화무쌍한 움직임 속에서 검이 날카로운 변화를 일으키며 공격했다.

무흔은 상대의 움직임을 잡기 위해 추혼천상보를 이용해서 신형을 숨김과 동시에 패천마혼장으로 상대를 후려쳤다.

콰르르-

장력과 검격이 서로 만나며 파공음을 터트렸다. 어느 쪽도 우세를 점하지 못한 어지러운 싸움이 계속됐다.

‘쉽지 않다!’

무흔은 재빠르게 잔혼객의 검초를 분석했다.

역시 서열 이십 위 권 내부터는 마교의 핵심이라더니 지금까지 겨루었던 다른 자들과 확연히 달랐다. 무흔의 실력이 일취월장했음에도 상대를 압도하기는커녕 제압하기도 쉽지 않았다.

무흔의 손에서 각종 장법과 권법이 연달아 펼쳐졌다. 잔혼객의 검초만큼이나 어지러운 공격이 쏟아졌다.

무흔은 상대를 몰아붙이며 서옹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서옹의 곁에는 백단영이 붙어 응급처치하고 있었다. 비록 서옹의 부상이 작지 않겠지만 빨리 치료한다면 목숨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서옹을 위해서라도 이 전투를 빨리 끝내야 한다.

강궁을 쥔 혈궁마혼과 전투를 벌이던 장후성과 남궁이화는 상대의 정체가 궁금했다.

“대체 넌 누구냐?”

장후성의 질문에 대한 답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혈궁마혼은 연신 강궁을 휘둘러 검을 받아치면서 기회를 엿봤다. 자연스럽게 전투가 길어졌다.

남궁이화는 쉽지 않은 상대임을 절감했다.

상대와 평수를 이루려면 그들 둘이 매달려야 했다. 긴 강궁으로 휘두르는 상대의 공격과 방어가 의외로 유연하게 검격을 무마시켰다.

이즈음에서 그녀는 상대의 술책을 눈치챘다.

상대는 마치 잔혼객의 승리를 기다리는 것처럼 시간을 벌려고 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본인의 편이 아님을 의식한 남궁이화는 최후의 보루인 무극서생 쪽을 힐끔 봤다.

역시 저쪽도 상황이 그리 유리하지 않다.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문득 남궁이화는 무극서생에게서 평소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예전의 그는 검을 이용해 무시무시한 일격으로 상대를 해치웠다.

그런데 지금의 그는 검이 없었다. 그의 손끝에서 장법과 지법을 포함한 잡다한 무공이 발휘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보았던 그런 무시무시한 위력과 거리가 있었다.

“검이 없구나!”

남궁이화는 사태의 본질을 깨달았다.

평소 무극서생이 들고 다니던 둔탁한 장검이 없으니 상황이 어려운 거라고.

지금 강궁을 든 녀석의 의도가 시간 지연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상황에서 그녀가 타개할 한 수가 분명하게 보였다.

남궁이화는 상대를 향해 강력한 검격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녀석의 움직임이 수세로 변하면서 뒤로 후퇴했다.

다음 순간 남궁이화는 무극서생에게 검을 날리며 소리높이 외쳤다.

“받아요! 무극서생!”

휙-

무흔은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 남궁이화의 검을 낚아챘다. 겉보기에도 명검이라 할 좋은 검이다.

검을 잡은 무흔의 공세가 빠르게 변화했다.

채챙-

잔백수라십이검이 펼쳐지며 잔혼객을 압박했다.

순식간에 폭발하는 예리한 검기! 무시무시한 검의 공방이 벌어졌다.

오랜 시간을 끌어 좋을 일은 없지만 상대는 서열 십구 위의 잔혼객이다. 무흔으로서도 쉽지 않은 상대이자 급하게 서두른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무흔은 서옹과 백단영 쪽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시간의 흐름이 고통을 자아내는 기분이었다.

빗물이 눈썹을 타고 흘러내렸다. 서옹과 그새 정이 들었던가. 무흔은 검병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급하다!

고오오오-

검에 내기를 불어넣는 무흔에게서 거대한 압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뭐냐?”

잔혼객은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검사였다. 오히려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상대에게 공격을 가했다.

무흔이 던진 승부수는 바로 혈우파천만겁공이었다.

혈우파천만겁공은 신체의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단시간에 모든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무공이었다. 길게 끌 수도 없고 부작용도 만만찮지만 지금 이 순간 최상의 무공이라면 이것뿐이라고 확신했다.

무흔의 전면으로 검을 찔러가던 잔혼객은 막대한 압박감을 받았다.

상대가 뿜어내는 잠력이 조금 전과 천양지차였다. 절로 심리적 위축감이 일었으나 그는 오히려 기운을 북돋우며 최선을 다해 검초를 펼쳤다.

“죽어!”

잔혼객의 검이 무흔의 가슴팍으로 쏘아져 들어간 순간, 무흔의 몸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번쩍!

그리고 무흔의 검에서 비천삼검의 제 일식이 펼쳐졌다.

혈우파천만겁공에 의해 잠재력이 폭증한 상황에서 펼쳐진 비천삼검은 평소의 위력을 아득하게 넘어섰다.

쾌검이 순식간에 무흔의 검이 상대의 검을 쳐냈다.

그리고 이어진 산악 같은 일격!

바로 비천삼검의 제 삼검이었다.

콰앙!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번개가 내리꽂았다. 일순간 폭우가 멈춘 듯 빗줄기가 갈라졌다. 그리고 잔혼객의 머리 위로 억겁의 기운이 쏟아졌다.

하늘이 붕괴되는 듯한 검격이 허공에서 내리꽂으며 천지를 밝히는 빛줄기가 지면을 강타했다.

쿠르르르-

땅이 흔들리고 지면이 쩍쩍 갈라졌다.

쩌저적-

일순간 장내를 하얗게 불태우던 빛의 선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잔혼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수십 조각으로 갈라져 걸레처럼 변한 살덩이가 눈처럼 뿌려지고 있었다.

육편이 쏟아지는 아래로 새로 간 밭이랑처럼 지면이 뒤집힌, 가공할 장면은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아!”

그의 마지막 검격을 힐끗 본 남궁이화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 바로 저 장면이었다. 그녀가 천수장인의 구가장에서 보았던 무극서생의 엄청난 무공이 바로 저것이었다. 그녀의 가슴으로 거대한 환희가 밀려왔다.

잔혼객을 처리한 무흔은 검을 꾹 쥐었다.

다음 순간 그의 손에서 검이 날아갔다. 그리고 잔혼객이 피를 뿌리는 장면에 얼이 빠져 있던 혈궁마혼의 눈앞으로 폭사됐다.

대경한 혈궁마혼이 다급하게 강궁으로 날아오는 검을 막았다.

콰직-

허나 무흔이 필살의 기세로 던진 검의 위력은 생각을 훨씬 넘어섰다. 강궁으로 막았음에도 진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

푹-

검이 혈궁마혼의 가슴에 콱 박혔다.

“크윽!”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남궁이화는 곧바로 자신의 검을 회수했다. 그리고 그녀가 검을 뽑자 혈궁마혼의 가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혈궁마혼이 가슴을 움켜쥐고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뒤를 이어 장후성의 공세가 이어졌다. 검이 춤을 추고 혈궁마혼의 사지가 잘려나갔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피가 강을 이뤘다.

“하아, 하아!”

남궁이화는 검을 움켜쥐고 무극서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냈다고 소리치려던 그녀의 입에서 소리가 삼켜졌다. 무극서생이 있던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단지 고깃덩어리가 된 잔혼객의 시신만 널려 있을 뿐.

상황을 이해할 틈도 없이 백단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이 위험해요!”

남궁이화와 장후성이 서옹에게 다급하게 달려갔다.

 

***

 

무흔은 부근의 으슥한 숲속으로 물러났다.

내력이 과다하게 폭증하여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얼른 운기조식으로 내기를 다스려야 했다.

그때 그의 앞에 자의궁장의 여인이 나타났다. 바로 은옥상이었다.

은옥상을 발견한 무흔이 걸음을 멈추며 무너졌다.

그녀가 죽립을 젖히자 무흔의 얼굴이 나타났다. 이미 만변귀공이 풀려 무극서생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위험해요.”

은옥상이 무흔을 붙잡고 다급하게 바위 밑으로 몸을 피했다. 다행히 간신히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보였다.

무흔은 가부좌를 틀고 재빨리 천단비화신공을 운용했다.

내부에서 마구 날뛰던 내력이 서서히 자리 잡으며 안정됐다. 대략 일각이 지나자 무흔의 상세는 눈에 띄게 편안해졌다. 점차 무흔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은옥상은 긴 시간을 무흔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지막에 잔혼객을 살해한 무흔의 무공은 분명히 혈우파천만겁공이었다. 전반부를 복원하라고 주었던 혈우파천만겁공을 벌써 무흔이 익혔단 말인가. 그것도 실전에서 최후의 순간에 써먹을 수 있을 만큼?

심지어 그녀보다 훨씬 원숙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감탄했다. 과연 무흔의 재능이 어디까지란 말인가. 며칠 사이에 반쪽짜리 무공을 완전히 복원하고 익힌 다음 완벽하게 응용하다니.

그녀는 무흔의 마지막 공격을 다시 떠올렸다.

무슨 검법인지는 모르지만 혈우파천만겁공으로 잠재력이 폭발한 그 위력이라면 그녀도 절대 받아칠 수 없었다. 그녀보다 먼저 그 위력을 구현한 무흔에게 새삼 경의가 일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샘이 일었다.

동시에 그를 이대로 놓아두어도 괜찮을지 염려가 됐다. 아군이 아니라면 치명적이니까.

그녀가 무흔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스스스스-

그녀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생겨났다. 폭우 속에서 형체가 완성되는 그 장면은 실로 괴기한 분위기를 풍겼다.

깜짝 놀라는 사이 그림자는 점차 노파의 모습을 갖추었다.

마침내 등장한 인물은 나이가 측량할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백발의 노파였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고 한 손에는 선장을 방불케 하는, 키보다 큰 철장을 들었다. 하지만 노파의 눈빛만은 폐부를 찌를 듯 섬뜩했다.

은옥상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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