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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77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77화

77화. 월성문 (4)

 

 

 

상황이 이상한 쪽으로 반전됐다.

독두이마가 신기한 물건을 보듯 장후성과 그 일행을 훑었다.

“흐흐, 네놈들이 무림맹에서 왔다고?”

명백한 도발이었다.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단영은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는 자세였고, 서옹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무흔은 감히 낄 자리가 아니었기에 잠자코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다.

그가 보기에 독두이마는 월성문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총관과의 한차례 접전 이후 월성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들에게 바로 시선을 돌렸으니까.

“그래서? 떫냐?”

역시 성질 급한 남궁이화가 발끈하며 녀석들에게 소리쳤다. 사파를 미워하는 평소 성격이 이들을 맞이하여 그대로 드러났다.

남궁이화의 도발이 의외였던 듯 독두이마가 서로를 쳐다보며 헛웃음을 삼켰다.

“남의 잔치에 훼방 놓는 것도 유분수지. 네놈들에게 오늘 정파의 힘을 보여주마!”

남궁이화가 목소리를 높이며 칼을 높이 들었다.

독두이마가 가소로운 미소를 지으며 설렁설렁 앞으로 다가왔다. 두 녀석이 같이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장후성도 남궁이화에게 붙었다.

남궁이화는 내공을 끌어올렸다.

이미 상대의 무공이 만만치 않음을 보았다. 어떤 놈들인지 모르지만 강호에서 손꼽을 고수였다. 설사 상대가 자신보다 더 강하더라도 이런 시점에서 물러설 그녀가 아니었다.

독두이마 역시 남궁이화의 기세를 죽이기 위해 마찬가지로 내력을 외부로 펼쳐냈다.

양쪽에서 엄청난 기세가 서로 부딪히며 긴장감을 형성했다. 비릿한 미소를 머금던 독두이마가 막 공격을 개시하려 할 때였다.

난데없이 닭 뼈다귀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더니 독두이마 한 명을 강타했다.

“컥!”

닭 다리에 맞은 녀석이 그 충격에 몸을 휘청하더니 날아온 쪽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

“엥? 뼈다귀가 왜 그리로 날아갔누…….”

서옹이 기름 묻은 손을 입으로 쭉쭉 빨며 입에든 닭고기를 버적버적 씹고 있었다. 당연히 독두이마는 어이없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 늙은이가 더럽게…….”

“왜? 닭 다리 먹고 싶냐?”

서옹이 옆에 먹고 버린 닭 다리뼈를 하나 짚더니 마치 적선하듯 독두이마에게 던졌다.

“이 늙은이가!”

독두이마가 버럭 소리 지르며 날아오는 닭 다리를 장력으로 단번에 분쇄했다. 동시에 장력을 뿜은 기세 그대로 서옹에게 덤벼들었다.

서옹이 녀석의 장력을 사뿐 피하며 뒤로 물러나서 소리쳤다.

“흘흘, 아이, 빛나리! 뭐하냐?”

“으아!”

독두이마 한 녀석이 열을 받아 반짝이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서옹을 공격해 들어갔다. 남은 독두이마 일인과 장후성 및 남궁이화도 치열한 싸움을 시작했다.

싸움에 낄 수 없는 무흔은 난감해졌다.

마음 같아선 누구라도 도와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어떻게 할 재간이 없었다.

파바박-

열심히 권격을 주고받으면서 서옹이 물었다.

“네놈들 어디서 왔냐? 무공이 어째…… 마교랑 닮았다?”

“늙은이! 몰라도 된다.”

대답을 부인하는 독두이마에게 서옹이 재차 닭 다리뼈를 날렸다.

퍼벅-

독두이마는 다급하게 닭 다리를 피했다.

그러곤 씩씩대며 서옹을 잡으려고 몸을 날렸다. 두 사람 간에 술래잡기 같은 전투가 벌어졌다. 독두이마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서옹과의 무수한 격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독두이마의 장력이 서옹을 후려치자, 서옹은 밥상의 그릇을 날리며 공세를 무력화시켰다. 졸지에 먹다 남은 요리들이 독두이마 쪽으로 날아가면서 난장판이 됐다.

“지저분한 놈!”

독두이마가 욕을 하며 따라붙었으나, 서옹은 상대를 놀리듯 요리조리 피하면서 지형지물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무흔은 독두이마의 무공에서 그들이 마교에서 온 자들임을 확신했다. 전투에서 서옹은 믿음직했다. 돌아가는 것으로 보아 서옹이 쉽게 밀릴 것 같지는 않았다.

장후성과 남궁이화의 검은 무섭도록 빠르고 중후하게 상대를 공격했다.

하지만 둘이서 독두이마 하나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의 연합공격이 생각보다 손발이 맞지 않아 어설픈 데다 독두이마의 공세가 의외로 강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쪽 역시 서로 잘 어울리는 한판이 됐다.

결과적으로 무흔은 빈둥거리는 상황이었다.

설사 서옹이나 장후성이 밀리더라도 그가 끼어들기는 난감했다. 그들에게 무흔의 무공이 변변찮은 삼류 무사 정도로 간주 되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백단영이다.

백단영 역시 무흔과 마찬가지로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다만 그녀는 연검을 쥐고 언제든 같은 편이 밀리면 전투에 가담할 자세를 취했다.

채챙-

남궁이화의 검이 독두이마의 가슴을 노리고 허공을 사선으로 그었다. 뒤를 이어 장후성의 검이 목을 노리고 검로를 형성했다.

독두이마는 지법을 이용하여 들어오는 검을 간단하게 튕겨내고, 오히려 접근전을 펼쳐 각법을 활용하여 압박에 들어갔다.

남궁이화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상대의 강력한 발차기를 검으로 무력화시키고, 독두이마의 머리 위로 몸을 날렸다. 독두이마의 시선이 남궁이화를 따라가는 순간 장후성의 검이 재차 가슴을 찔러왔다.

파팡!

독두이마의 장력이 남궁이화와 장후성 양쪽으로 뻗어 나가며 일순간 강기의 파편을 비산시켰다. 남궁이화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독두이마의 위로 비상한 순간 뭔가 소득을 얻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공중에 떠 있는 위치 자체가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니까.

상대의 반격을 바로 해소한 그녀의 검이 독두이마를 쪼개버릴 듯 아래로 내려왔다.

콰앙-

심상찮은 검격을 독두이마의 전력을 다한 일장이 깨트리며 남궁이화를 휘감았다. 그들의 전투는 점점 거센 폭풍을 일으키며 장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경악해서 양쪽으로 벌어진 격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중원에서 변두리라 할 작은 마을에서는 서옹이나 장후성 같은 고수를 구경할 일이 사실상 없었다. 월성문주라 하여도 이들만큼 무공이 고강하지 않다. 그 점은 적석곡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고수들의 격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에 휩싸였다.

“역시, 화산이나 남궁세가는 다르구나.”

월성문주는 감탄을 거듭했다.

무흔은 장후성과 남궁이화의 격전을 보면서 의문에 휩싸였다.

두 사람을 공격하는 독두이마는 생각보다 엄청난 위력의 무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사실은 독두이마가 무공을 숨기고 싶어 하거나 아니면 장후성이나 남궁이화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장후성과 남궁이화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었다. 사문의 비전 무공은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하수들이 보기에 이들은 피 튀기는 접전을 보이지만 실상은 여유롭게 싸우고 있다는 뜻이다.

‘뭐지? 독두이마의 의도가 대체 뭘까.’

무흔의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

콰앙-

접전을 주고받던 양측이 거대한 폭음과 함께 갈라졌다. 양쪽 모두 헉헉대기만 할 뿐 별다른 피해를 입은 자는 없었다.

“과연 무림 명가답구나!”

독두이마가 뒤로 물러나며 적석곡주에게 눈짓했다.

적석곡주가 찌뿌둥한 반응을 드러내며 마지못해 뒤로 물러났다.

“애송아! 다음에 보자!”

적석곡주가 월성문주에게 비웃음을 날리고는 담장을 넘어 도망쳤다. 그를 따라왔던 부하들과 독두이마 역시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저것들이!”

월성문주는 소리쳤으나 그들을 추적하지는 않았다.

적들이 사라지자 장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월성문주와 신랑 신부가 서옹에게 다가와 감사를 표했다.

“서옹 어르신 덕분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인사하는 주요 대상은 서옹과 장후성, 남궁이화였다. 무흔은 그들 옆에 있다가 엉겁결에 인사를 받았다.

무흔이 보기에 장후성과 남궁이화는 이 사건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표정만으로 서옹의 내심을 그가 알아내기는 불가능이었다.

결과적으로 무흔 일행은 월성문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덕분에 하룻밤 좋은 장소에서 묵을 수 있었고, 식사도 최고급으로 대접받았다. 월성문에서는 다음날 길을 떠날 때 충분한 음식을 챙겨주었다.

무흔 일행에게는 최상의 결과였다.

 

***

 

사천에 들어선 이후 길이 험해졌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날짜가 지나서인지 몰라도 생각만큼 덥지 않았다.

무흔은 사륜마차를 몰며 평소처럼 길을 재촉했다. 길이 좁고 돌부리가 많아 속도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서옹이 마차 안에서 답답한 기분을 참지 못하고 마부석으로 나왔다.

개봉을 떠난 후 처음이라 무흔은 반갑게 서옹을 맞이했다.

“으허, 시원하다.”

산바람을 맞은 서옹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원래 밖이 더 시원합니다.”

“그러냐?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나와 있을 걸 그랬다.”

“그러게 말입니다. 앞으로는 어르신께서 말고삐를 잡으시죠.”

말은 저렇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 안으로 들어가리란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단둘이 마부석에 앉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무흔은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았다. 그 가운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그는 슬슬 서옹의 눈치를 보며 꺼냈다.

“그런데 말입니다.”

“흘흘, 이 녀석, 무슨 말이냐?”

“매화곡주랑 친하십니까?”

무흔이 기억할 때 마교의 소교주인 은옥상은 매화곡의 장문 제자라 했다.

사실상 차기 매화곡주의 지위를 가진 셈이다. 그런 그녀가 소속된 매화곡도 마교와 무관할 수 없을 터. 서옹과 매화곡의 관계가 궁금했다.

“내가 매화곡이랑 왜 친해?”

“지난번에 매화곡에서 제자들을 보냈을 때 저랑 진풍 보고 안내하라고 시킨 사람이 어르신 아니었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러니 당연히 친한 거…….”

서옹이 못마땅한 눈으로 무흔을 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희에게 시킨 것은 맞다만 정작 나는 그 아이들을 본 적도 없다.”

생각해보니 당시 매화곡 제자들 앞에 서옹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여튼 매화곡은 여인으로만 구성된 곡 아닙니까?”

“나, 여자들 별로 안 좋아한다.”

서옹이 퉁명스럽게 반박했다.

“에이…….”

믿지 못하겠다는 무흔의 실소에 서옹이 버럭 소리 질렀다.

“내가 여자를 좋아했다면 무림맹에 여인이 남아 있을 리 있겠냐!”

“허걱, 그, 그런가요?”

무흔은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움찔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서옹의 옆모습을 다시 훑었다.

역삼각형에 염소수염. 어디를 봐도 쥐를 연상시켰다. 저 얼굴이 젊어지면……. 무흔은 꿈에 나타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렇게 약간의 공포를 느끼길 잠시 서옹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오래전에 강호를 유람하던 시절 우연히 지금의 매화곡주를 만났지.”

드디어 궁금하던 내용이 서옹의 입에서 술술 나왔다.

“그때 그녀는 장문 제자로 곡주를 이어받기 전이었다. 알다시피 매화곡주쯤 되면 무척 예쁘지 않겠냐?”

하긴 은옥상만 봐도 그렇긴 하다. 그녀의 외모는 실로 대단했으니까.

“청춘남녀였던 우리는 함께 강호를 주유했노라. 그러는 동안 그녀는 나를 흠모하게 됐다. 내 외모를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흐흐.”

아무래도 무흔은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요?”

“우리는 함께 다니면서 자주 비무를 했다. 대부분 내가 이겼지. 그녀는 무공수련을 무척 좋아했었는데 자신이 계속 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즈음에서 무흔은 남궁이화를 떠올렸다.

어째 매화곡주가 그녀와 비슷한 기질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녀는 곡주가 되기 위해 돌아가면서 훗날 제자를 두어 다시 겨루어보자는 선언을 남기고 매화곡으로 떠나갔다.”

물론 서옹은 제자가 없으니 성립될 수 없는 약속이다.

그럼 매화곡주의 제자가 은옥상인가? 그렇다면 은옥상이 마교 소교주인 것을 어떻게 설명하지? 설마 지금의 은옥상은 아직 소교주가 아닌가?

무흔은 의문이 꼬리를 이었으나 차마 마교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그럼 매화곡은 정파입니까?”

“원래는 정사지간의 문파였다. 하지만 매화곡주는 나와 협객행을 다니면서 정파에 더 가까워졌다. 지금도 그렇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그 제자들에게 무림맹을 구경시켜 줬지.”

“그럼 지금 매화곡을 찾아가는 이유는 뭡니까?”

“오랜만이기도 하고…….”

서옹이 먼 하늘을 바라보며 아련한 추억에 감기는 듯했다.

“뭔가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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