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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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66화
66화. 비무 대회 (2)
백단영도 유연향을 비롯한 소녀들을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어울리는 남궁이화 집단을 부러워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그 때문에 유연향을 비롯한 여인들이 자신을 매우 싫어하는 것까지.
“백 소저, 무공 수련은 잘되나요?”
유연향이 그녀를 묘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을 걸어왔다.
백단영은 열심히 휘두르던 연검을 내려놓고 유연향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엔 어쩐 일이신가요?”
“우리 둘이 첫 상대자이더군요. 그래서 와 봤어요.”
발랄한 목소리로 응수하던 유연향의 눈길이 연검에 멎었다.
“어머, 무기를 바꾸셨군요? 그날 매화곡 제자에게 진 것이 충격이었나 보죠?”
유연향이 은근히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왔다. 백단영은 굳이 대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면…… 이번 휴가 때 화산파에서 새로운 검법을 사사 받았나 보죠?”
백단영은 어쩔 수 없이 부인했다.
“화산파에서 받은 것은 아니고 이번에 본가에 들렀다가 가져온 거예요.”
그러자 유연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한차례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 그러시군요. 난 화산의 장후성 대협이 그대를 어여삐 여겨 무공을 전수해줬나 생각했어요.”
“그럴 일은 없어요.”
“그래요? 없을 것 같지는 않던데요? 평소 장후성 대협이랑 붙어 다니시는 것 보면. 장후성 대협이 모용예 낭자와 약혼 중이란 사실은 아시죠?”
빈정대는 말투에 백단영이 상대를 노려보았다.
유연향은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백 소저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백 소저의 행동 때문에 말이 많다는 것은 아시죠? 장후성 대협을 유혹해서 무공을 얻어내려 한다는 소문이 들리더군요. 당연히 아니겠지만 몸가짐을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백단영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장후성과 관련된 헛된 소문이 도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 그녀가 먼저 장후성에게 접근하지는 않았다.
그런 가운데 몸가짐에 문제 있다는 말까지 나오니 울화가 치밀었다.
“그래봐야…… 감히 일화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말에요.”
이번에는 모용예와 외모 비교까지 들고 나왔다.
백단영은 울분을 삼키며 반박했다.
“말이 지나치시군요.”
유연향은 멈추지 않았다. 일단 자기편이 다수인 데다 비무 대회에서 만날 상대의 기를 꺾어놓는다는 점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어쨌든 같은 용봉대 여자 대원으로서 충고하는 거예요. 장후성 대협에게 꼬리 치지 마시고 비무 대회에선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하시라고요.”
옆에 있던 다른 여인들이 신이 나서 맞장구를 쳤다.
백단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들이 그녀가 장후성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시기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험담을 늘어놓을 줄은 몰랐다.
“알았어요. 실력으로 붙어보죠.”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노려봤다.
피식 미소를 지은 유연향이 백단영의 어깨를 툭툭치고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알아들은 것 같네, 우린 가자.”
나타날 때만큼 빠르게 우르르 사라졌다.
***
비무 대회의 날이 밝았다.
출전 인원은 용봉대 소속 서른 명. 이 가운데 두 사람은 부전승으로 진출하고 나머지는 시합을 통해 올라가야 했다.
부전승으로 확정된 두 사람은 장후성과 현공. 용봉대 내에서 최강으로 인정된 두 사람인지라 별달리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연무장에는 용봉대원 뿐만 아니라 응원하러 온 예속 부대원도 함께 모였다. 모두가 모인 이런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용봉대주인 풍사검객과 서옹이 한자리를 차지했다.
첫 출전 인사는 남궁이화와 고용성이었다. 고용성은 구대 문파에 한자리를 차지한 청성파의 제자였다. 대부분 남궁이화의 우세라고 예상했다.
마침내 첫 비무가 시작됐다.
남궁이화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고용성이 연신 뒤로 밀리면서 간신히 방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무흔은 대호와 나란히 앉아 비무를 구경했다.
“남궁이화가 이길 것 같지?”
대호가 의견을 내세웠다.
무흔도 남궁이화의 손을 들어줬다. 평소 보았던 남궁이화의 무위와 무공에 대한 열정을 생각하면 이변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걸?”
“남궁이화라면 부전승도 가능하지 않았어?”
용봉대 내에서 장후성이 최강임을 부인하는 자는 없지만, 남궁이화와 현공의 경우는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런 말이 있긴 한데, 남궁이화의 성격으로 보면 어차피 그녀 스스로 부전승을 거부했을 거야.”
“왜?”
“그녀는 누구와의 승부도 거부하지 않아, 더 강해지려 노력하거든.”
무흔이 보았을 때 용봉대 내에서 가장 열심히 수련하는 사람이 바로 남궁이화였다. 몇 차례 무극서생으로 만났을 때도 느낌이 다르지는 않았다.
대화하는 사이에 어느새 비무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남궁이화의 검이 고용성의 검을 제압하고 틈새를 파고들었다. 그녀의 놀라운 임기응변에 고용성이 멈칫하는 사이 남궁이화의 검이 번개처럼 상대의 목을 찔러 들었다.
“헉!”
고용성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며 그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남궁이화의 검이 어느새 상대의 목에 닿아 있었다.
“남궁이화 승!”
풍사검객이 비무의 승패를 결정했다.
남궁이화는 둘러싼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마치 이 승리가 당연했던 듯 그녀는 별다른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
다음 비무는 제갈수와 하남의 어떤 문파의 제자. 제갈수가 어렵지 않게 승리했다.
몇 차례 비무가 진행되면서 승패가 가려지는 가운데 마침내 백단영의 순서가 됐다. 유연향 패거리가 날을 세우면서 이 비무는 본의 아니게 모두의 관심을 받게 됐다.
유연향이 동료의 뜨거운 응원 속에 거만한 표정으로 비무대에 올랐다.
반면 백단영 측은 조용했다. 같은 편이라 할 남궁이화나 모용예가 조용하게 관전하는 영향 때문이다.
“흠, 저 여자는 완전히 사생결단을 낼 태세인데?”
“좀 그렇게 보이지?”
대호의 짤막한 평에 무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유연향의 도발 이후 비무는 비무가 아닌 진검 승부가 되어 버렸다. 도발까지 했으니 유연향은 당연히 이겨야 했고, 지기 싫어하는 백단영 역시 최선을 다할 기세였다.
두 여인이 발검 자세를 취하자 시선이 집중됐다. 연검을 사용하는 백단영과 일반 장검을 사용하는 유연향의 모습이 묘하게 대조됐다.
“시작!”
개시를 알리자마자 유연향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며 검을 휘둘렀다.
유연향의 검법은 빠름을 우선시하는 쾌검이었다. 과거의 백단영이었다면 상성에 따라 좋은 먹잇감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연검 특유의 변화와 백변연환검법의 속도가 오히려 유연향의 검초를 압도했다.
불과 몇 초식이 지나지 않아 유연향은 백단영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다. 휴가 전 매화곡 제자와 겨루었던 당시의 그녀와는 천양지차였다.
“감히! 그래도 내 상대는 아니다!”
유연향은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듯 거칠게 내뱉으며 더욱 힘을 썼다. 그녀의 검이 위력을 더하며 백단영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백단영도 내공에서 밀릴 이유가 없었다.
그녀도 최선을 다해 비무에 임했다.
휘리릭-
채챙-
검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는 가운데 백단영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연검이 휘어지며 상대의 허리를 찔러 갔다. 놀란 유연향이 허리를 방어하는 순간, 연검이 갑작스럽게 변화를 일으키며 이번에는 가슴팍으로 공격 목표를 바꾸었다.
유연향의 검은 여전히 허리 어림의 방어에서 검로를 바꾸지 못한 상황. 다급해진 유연향이 상체를 뒤로 눕히며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백단영은 연검을 물리지 않고 오히려 재차 한 걸음 전진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검이 유연향의 옆구리를 노렸다.
단순한 몸놀림만으로는 연검의 공세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연향은 어쩔 수 없이 몸을 굴렸다. 지금 상황이 수치스러웠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바닥을 한 바퀴 굴러 간신히 연검을 따돌렸다.
유연향이 수치를 만회하고자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발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날려 백단영을 공격했다.
신바람을 내며 전진한 탓에 몸의 중심이 무너진 백단영은 갑작스러운 유연향의 공격에 당황했다.
들어오는 검격을 간신히 연검으로 받아낸 백단영이 미처 자세를 바로잡기도 전에, 유연향의 검초에 변화가 일었다.
기회가 왔음을 깨달은 유연향이 상대의 가슴팍을 사선으로 그었다.
“헉!”
백단영의 몸이 멈칫하는 사이 검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어서 유연향의 검이 검로를 바꾸며 다시 가슴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이를 백단영은 백변연환검법의 후속 검초를 펼쳐 다급하게 방어했다.
공방이 격화되면서 백단영은 점점 뿌듯해졌다. 확실히 예전 대비 실력이 월등하게 향상되었음을 체감한 것이다.
백변연환검법에 자신감을 느낀 그녀는 후속 검초를 시전했다. 초식이 변하면서 연달아 새로운 검초가 이어졌다.
가볍고 날카로운 백단영의 연검을 유연향은 막기에 급급했다.
채채챙-
연검이 마치 채찍처럼 휘어지며 상대를 압박했다. 허둥대는 상대를 확인한 백단영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크억!”
유연향은 어깨에 연검이 파고들자 결국 검을 놓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백단영의 승리였다.
백단영은 관중의 박수 속에 승자의 기쁨을 누렸다.
“너희 아가씨 대단한데?”
대호가 무흔에게 엄지를 척 내밀었다.
무흔 역시 그녀의 무공 향상이 만족스러웠다. 백변연환검법을 익히고 무기를 연검으로 교체한 효과는 만족스러웠다. 아직 백변연환검법이 익숙하지 못한 측면이 있으나 이 부분은 점차 나아질 것이다.
“그렇지? 이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은 것 같아.”
“그렇네. 예전보다 확실히 움직임이 달라졌어.”
백단영을 향한 주변의 환호가 마치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처럼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무흔에게 대호가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나도 비슷한 경우지? 네 말에 따르면 가전 무공인 학선검법이 나랑 안 맞는다는 거잖아?”
“그 말이 아니라 네 내공이 부족해서 또 그 검법 하나만으로 모든 경우를 다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었어. 보조 검법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거지.”
“흠, 그렇구나.”
무흔은 운경각 이 층에서 보았던 비급을 떠올리며 적당한 검법을 머릿속에서 뒤적였다.
그때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를 툭 쳤다.
진풍이었다.
“야! 무흔.”
“응? 어…… 왜?”
“네 아가씨가 이겼더라?”
“응, 그런데?”
“야, 내기하자.”
진풍이 갑작스럽게 시비를 걸어왔다. 이 녀석이 왜 이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무흔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던가.”
시큰둥한 무흔의 반응에 진풍이 제대로 설명을 시작했다.
“백 소저가 다음 비무 시합에 진출했고, 우리 구진광 형님께서도 첫판에서 이기면 둘이 싸우게 되거든? 누가 이기는지 제대로 내기하자는 거지.”
그제야 무흔은 대진표를 기억해냈다. 백단영의 첫 번째 상대자에 너무 몰입해 있다 보니 그다음 상대자를 생각지 않았었다.
다음은 무려 곤륜파의 구진광이었다.
백단영이 백변연환검법을 완벽하게 숙달한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는 무흔이 생각해도 어렵다.
구진광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흐흐, 어떠냐? 대대적으로 내기 한번 해보는 것이?”
“그러던가. 어떻게 하려고?”
“돈을 걸어야지. 넌 당연히 백 소저가 이기는데 걸겠지? 난 진광 형님에게 건다. 물론 다른 사람도 내기에 동참할 거야. 어떠냐?”
무흔은 흔쾌히 승낙했다.
“아, 그리고 혹시나 착각할 것 같아서 미리 말해 두는데 이긴 사람이 건 만큼 진 사람이 무조건 전부 갚아줘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진풍이 뭐라고 하든 말든 무흔은 신경 쓰지 않았다.
비무는 계속 이어졌고, 구진광 역시 당연히 이겨서 다음 비무에 진출했다.
첫날 벌어진 비무 대회에서 모두 14차례의 비무가 행해졌다. 여기서 14명의 진출자가 탄생했다. 부전승으로 올라간 장후성과 현공을 포함해서 모두 16명의 도전자가 가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