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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6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3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64화

64화. 삼 층 서고 (3)

 

 

 

최근 회차로 오면서 무흔의 활약이 점차 늘어났다.

비록 그가 무림 세계에 뛰어들어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실제 소설에 나오는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박무훈은 이 사실에 전혀 불만이 없었다. 그의 분량이 많아지고 주목받게 될수록 골치 아픈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빠질 수 없는 내용이 많아졌다.

그러자 슬슬 독자들의 반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 무흔 이 자식은 대체 뭐냐? 주인공이냐?

- 요즘 은근히 자주 나오네?

- 재밌잖아. 주인공 장후성보다 하는 짓이 백 배 더 낫다.

- 여주에게 일편단심이잖아? 작가는 주인공 바꿔라.

- 요즘 장후성 완전히 병풍 됐네.

- 코인 갈아탄다. 지금부터 무흔 코인 떡상이다.

댓글을 쭉 읽어보는 박무훈은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어렸다. 마치 탤런트가 드라마에 출현한 후 시청자 반응을 살피는 기분이다.

그는 회차별로 조회수와 댓글을 쭉 살핀 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은근히 무림이란 세상이 재미있었다. 적어도 심부름센터에서 알바하는 현실보다 백단영의 머슴이지만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무림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백단영의 팬으로서 그녀를 바로 옆에서 보호한다는 기분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주었다.

“어휴, 잠이나 자자.”

고민해봐야 내일 아침에 심부름센터로 출근해야 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언제쯤에나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지.

그러고 보니 백단영만 구해내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했던가? 소설 속에서 전장과 객점의 주인이 된 것처럼 은행이나 하나 달라고 할까.

 

***

 

운경각 삼 층에서의 일상은 매우 흥미로웠다.

무흔은 심법 관련 비급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무공은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가 읽은 무공 대부분은 천단비화신공과 잔백수라십이검 사이에 새겨졌다. 이 사실로 본다면 천단비화신공과 비천삼검이 얼마나 대단한 무공인지 알 수 있었다.

최근에 그가 익힌 주요 무공을 나열해보자면.

추혼천상보.

무상벽라검법.

천강십이수.

낙일진천권.

대충 이런 이름을 단 무공이었다.

유독 낯선 무공이 많은 이유는 이름난 문파의 무공을 사용하다가 발각될 경우에는 자칫 수습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어서였다.

여기에 패천마군의 비급까지 익혔으니, 이제는 다방면의 무공에 일정 수준 이상 통달한 상태라 할 것이다.

삼 층 서고에는 몰락한 사파에서 빼앗아온 비급이 많았다.

무흔은 사파의 비급을 뒤지던 도중 흥미로운 걸 하나를 발견했다.

“혈우파천만겁공. 이건 마교 비급이 아닐까?”

선명한 붉은 표지에 이름만으로도 섬뜩한 이 비급은 보는 순간 범상치 않은 물건이란 느낌이 팍 들었다. 현재 무림맹과 대립 상태인 마교의 비급이 어떻게 이곳에 흘러들어왔는지 알 수 없으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비급 첫 장을 넘긴 무흔은 이 비급에 실린 무공이 마교의 것으로, 지금부터 약 백 년쯤 전에 당시 마교 교주에 의해 창안된 무공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마공을 익혀도 되나?”

정파의 무공과 달리 마공은 속성이지만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진원을 소모하여 신체에 무리를 주거나 정신을 갉아먹는 단점이 있다. 물론 모든 마공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무흔이 익힌 무공이 모두 정파의 무공은 아니었다. 사실 정사지간의 무공도 상당히 많았다. 굳이 정파의 무공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무흔의 처지로 본다면 마공에 손을 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무극서생이란 인물의 정체를 숨기는 의도라면 다양한 무공을 익혀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무흔은 혈우파천만겁공이 적힌 비급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아아!”

절로 감탄사가 일었다.

지금까지 읽은 무공과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는 무공이었다. 근본이 다른 마공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무흔은 점차 혈우파천마공의 패도적인 멋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그는 이 마공의 커다란 장점을 깨달았다. 일시에 신체의 잠재력을 폭발시켜 상대를 공격하는 마공. 방어를 도외시하고 오로지 공격에 집중하는 이 무공의 특징이 그를 전율하게 했다.

지금까지 무흔은 필살기로 비천삼검의 세 번째 초식을 주로 사용했다. 그런데 혈우파천마공은 비슷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훨씬 패도적이었다.

“이 무공을 받아낼 자가 과연 있을까.”

무흔은 혈우파천마공의 가공할 위력을 상상하며 절로 몸을 떨었다.

이 마공을 드러낼 날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지만 익혀두어서 손해 보지는 않을 것이다. 막상 연습할 장소조차 찾아내기 쉽지 않겠지만.

문득 무흔은 마교의 소교주인 사마극에게 두려움이 일었다.

마교에는 이런 엄청난 무공이 얼마나 많이 있는 걸까. 그런 엄청난 무공을 익힌 소교주 사마극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그 소교주의 손에서 백단영을 지키려면 그는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할까.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으나 무흔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계속 강해지다 보면 언젠가는 사마극을 능가하게 될지니.

 

***

 

무흔은 저녁을 먹고 막사로 돌아왔다.

평소라면 조용했을 막사가 어째 시끌시끌했다. 막사 뒤로 돌아다니는 동료들이 보였다.

“아하, 휴가 기간이 그새 끝났나 보네.”

운경각에서 비급을 읽느라 날짜가 흐르는 줄 몰랐다.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음에도 용봉대의 일정이 시작되려나 보다.

그가 막사 뒤쪽으로 돌아가니 한 떼의 인간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통성명을 나누었거든.”

목소리를 높이는 녀석이 눈에 띄었다. 저절로 눈이 돌아간 그곳에 진풍이 입에 침을 묻혀가며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뻔한, 쓸데없는 이야기가 분명함에도 무흔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평소 조용하던 이곳이 왁자지껄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가 곤륜에서 왔다고 딱 그러니까 전부 기가 팍 죽더라. 그때 맞은편에 앉은 귀엽게 생긴 두 여검객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거야. 그래서 내가 물어봤지. 소저들은 어디 출신이오? 하고 말이지.”

진짜인지 거짓인지 몰라도 진풍 녀석이 말을 참 잘한다. 주변의 동료들이 그의 말을 경청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어디였는데?”

“내가 허접탱이 문파를 어떻게 기억하냐? 그냥 그럭저럭 문파더라고.”

“진짜 예뻤어?”

“말하면 잔소리지. 둘 다 곤륜 출신인 나한테 팍 반해서 난리였어.”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내가 그 두 여자를 자빠트리려고 술을 막 사줬는데…….”

들려오는 시답잖은 소리에 무흔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자식은 언제쯤 철이 들려는지 모르겠다. 무흔은 그들을 피해 막사로 걸어갔다.

“그래서 두 여자가 …… 야! 무흔! 너 언제 왔냐?”

무흔을 발견한 진풍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무흔에게 쏠렸다.

“언제 오긴. 난 그동안 계속 여기에 있었는데.”

“어? 고향 안 갔었어?”

“넌 갔냐?”

“나? 가려다가…….”

진풍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고향을 가지 않고 옆으로 샜었나 보다.

슬그머니 무흔에게서 시선을 뗀 진풍이 앞에 모인 동료를 향해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그래서 술을 팍 먹여놓고 기회를 엿봤는데…….”

“그 소저들 사형이 나타나서 아무 짓도 못 했잖아?”

무흔이 막사로 들어가며 장단을 맞추어줬다.

“그랬지. 사형들이 나타…… 아씨, 야! 무흔! 너 때문에 산통 다 깨졌잖아.”

무흔은 피식 웃으며 관심을 끊었다.

진풍 저 자식이 하는 말 중에 쓸만한 내용은 전혀 없다.

막사에 앉아 소지품을 정리하면서 백단영을 떠올렸다. 휴가가 오늘까지라면 그녀도 지금쯤 돌아오지 않았을까.

그녀를 못 본 지도 거의 한 달이 넘었다. 그녀가 보고 싶었다.

무흔은 다시 막사를 나와 용봉대가 머무는 막사로 접근했다. 역시 그곳도 대원들이 모여 시끌벅적했다. 예속 부대나 용봉대나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막사 부근에서는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무흔은 연공실을 들렀다.

원래 용봉대 연공실은 예속 부대원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다만 무흔은 예외였다. 제갈수가 시킨 일을 보고하러 자주 오다 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 그의 방문이 익숙했다. 덕분에 딱히 무흔이 이곳을 출입하더라도 눈치 주는 사람은 없었다. 현재 예속 부대원 가운데 이런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그가 유일할 것이다.

역시 백단영은 연공실에 있었다.

그가 그녀를 찾았을 때 백단영은 막 연공을 끝낸 상태였다.

“오셨네요?”

무흔은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를 만나 뜻밖이었을까. 백단영이 잠시 그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아직도? 란 생각에 무흔이 당황하는 찰나 다행스럽게도 백단영의 눈매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계속 여기 있었어?”

“아, 네. 오늘 오셨어요?”

“으응. 오늘. 난 그동안 화산에 다녀왔어.”

아마 화산파를 방문한 후 그녀는 무공을 보는 시야가 크게 넓어졌을 것이다. 한 달 동안 그녀가 얼마나 발전했을지 궁금했다.

과연 그가 알려준 심법과 검법을 얼마나 소화했을까.

“무공은 좋아졌나요?”

평소라면 감히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무공 체질을 바꾸어줄 두 무공을 알려준 입장에서 이런 질문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이미 수많은 무공 비급을 읽어 상당한 조예를 가진 그에게 그녀의 현재 상황은 대단히 중요했다.

만일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면 다른 무공으로 바꾸어주어야 하니까.

백단영이 웃으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한번 볼래?”

그러면서 그를 연공실 안으로 불러들였다.

무흔은 그녀의 살가운 행동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어쨌든 최근 서먹했던 분위기는 다행스럽게도 사라졌다.

그를 앞에 세워두고 백단영이 손을 쭉 뻗었다.

섬섬옥수. 아마 백단영의 하얀 손을 두고 묘사하면 이런 말일 것이다.

갑자기 눈에 훅 들어와 마음을 자극하는 가늘고 긴 손가락에 무흔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백단영이 천천히 기를 끌어올렸다.

무애잡아함경을 운용한 것이다.

그녀의 손바닥에 은은한 녹색 빛이 어렸다.

“예전보다 내공이 많이 증가했어. 무애잡아함경의 효능이야.”

백단영은 가볍게 손바닥으로 허공을 후려쳤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에 어려있던 녹색 기운이 빛살처럼 쏘아나가며 벽을 때렸다.

콰앙!

“와! 대단한데요?”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그녀의 무공에 무흔은 감탄했다.

“그리고 백변연환검법은…….”

백단영이 허리에 둘렀던 연검을 풀었다.

창!

낭창낭창 휘어지는 연검이 그녀의 손에 들려졌다.

무흔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가 백변연환검법 초식을 시전 했다. 무흔도 무려 5성이나 익힌 검법이다. 그의 눈에는 그녀가 펼치는 초식이 하나하나 다 보였다.

확실히 백변연환검법은 이름처럼 초식이 복잡하고 변화가 크며 움직임이 빨랐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초식을 눈으로 직접 보니 느낌이 남달랐다. 단번에 백변연환검법이 몸에 체화되는 기분이다.

그가 확인할 수 있도록 천천히 초식을 보여주던 백단영이 보법을 더해서 검초를 펼치기 시작했다. 검의 움직임만으로도 복잡하고 어지럽던 초식에 그녀의 빠른 발이 더해지자 검의 변화가 더욱 심해졌다.

휙- 휙-

내공이 실리지 않은 상태의 움직임이 이렇다면 실제 위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예전의 그녀와는 천양지차였다. 비록 장후성이나 남궁이화에는 비할 수 없으나 적어도 용봉대의 중간에 충분히 이를 수준이 아닐까.

무공 시연을 마친 백단영이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백변연환검법이 정말 만족스러워. 나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거든. 무흔, 고마워.”

뜻밖에도 백단영이 감사를 표했다. 무흔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백단영이 다시 연검을 회수하여 허리에 찬 다음 연공실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

“이젠 안 질 자신이 있어. 그때 그 여자…… 매화곡의 은옥상이라 했었지? 다음에 만나면 가만 안 둘 거야.”

백단영의 날 선 목소리에 무흔은 깜짝 놀랐다.

은옥상의 실제 정체는 마교 소교주이니 아직은 감히 백단영이 비벼볼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은옥상의 실체를 알려줄 수도 없는 무흔은 속으로만 혀를 찼다.

‘은옥상을 보면 바로 도망쳐야 해요.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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