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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61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61화

61화. 패천문 (3)

 

 

 

사마극의 시선이 그녀의 눈으로 이동했다.

평소와 그리 차이는 없다. 단지 눈동자에 호기심과 열정이 아른거리는 것을 제외한다면. 은옥상은 예전부터 이상한 것에 관심을 가지곤 했다. 물론 그 관심은 길게 가지 못하고 금방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사마극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장후성 아니고?”

“그런 녀석에 흥미가 있을 내가 아니죠.”

“흠, 여자인 남궁이화도 아닐 테고.”

“아, 여자도 한 사람 봤어요.”

“누구?”

“백단영.”

사마극은 백단영이란 이름을 몇 차례 입속에서 굴렸다. 

“나중에 강호로 나가면 관심 있게 찾아보세요.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자신 있게 대꾸하는 은옥상을 향해 사마극이 미간을 좁혔다.

도발하는 은옥상의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그 이유는 용봉대에서 흥미로운 녀석을 찾았기 때문이겠지.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아니라면 누굴까. 나머지 인물들은 그냥 용봉대원이라고 뭉뚱그려 간주하던 그인지라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은옥상이 사마극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말을 이었다.

“누굴까요?”

“네가 흥미 있는 녀석이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백단영의 머슴. 현재 용봉대 산하 예속 부대 소속. 이름은 무흔.”

은옥상이 흥미가 있다던 사람의 정체를 밝혔다. 사마극은 안면을 찌푸렸다. 용봉대도 아니고 예속 부대라니.

은옥상도 어지간히 할 짓이 없음이 분명하다.

“하다 하다 이제 머슴까지? 호위무사도 아니고?”

“그럼 수정. 머슴 겸 호위무사.”

“그래, 옛날부터 멍청한 사내놈은 머슴인 돌쇠가 최고 아니더냐?”

“아, 정말.”

은옥상이 모욕감을 느낀 듯 핀잔을 줬다.

“머슴이라고 꼭 주인보다 무공이 뒤지란 법은 없으니 상관하진 않겠다만, 굳이 머슴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뭐냐?”

“내가 몇 가지 시험해봤는데 신기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어떤 점이?”

“음……, 그건 딱히 뭐라 말하기 어려운데…….”

사마극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이 있는 은옥상이니 분명히 남다른 부분이 있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가 관심을 둘 자는 아닐 것이다.

“알았다. 백단영, 그리고 그 머슴인 무흔. 기억해 두도록 하지.”

그는 은옥상에게 그만 떠나라는 의미로 눈을 감았다.

흔들의자가 천천히 앞뒤로 흔들렸다.

“진짜 재밌는 사람인데…….”

은옥상이 사마극의 태도에 입을 쭉 내밀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잠시 그를 내려다보던 은옥상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

 

개봉에 있는 무림전장의 주인은 구레나룻을 쓰다듬으며 신음을 내뱉었다.

그의 앞에는 금으로 만든 커다란 접시, 금반이 세 개나 놓여 있었다. 하나하나의 가격이 최소 황금 백 냥을 호가하는 귀한 물건으로 보였다.

한참 동안 금반을 요리조리 살피던 전장 주인이 이윽고 앞에 앉은 사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전장에 자주 오는 고객이긴 하다.

하지만 올 때마다 싸구려 장검 하나를 맡겨 놓고 찾아가는 그런 시답잖은 고객이다. 그런 고객이 갑자기 엄청난 보물을 들고 왔으니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그는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흠, 괜찮은 물건이군. 그래,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

“팔아주십시오.”

무흔은 내심 당황하며 대답했다. 전장 주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매가 변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다만 그 변화가 좋은 쪽은 아니었다. ‘이렇게 값비싼 물건을 가진 부자였어?’가 아니라 ‘이렇게 값비싼 물건을 어디에서 훔쳐 온 거지?’란 반응이었다.

역시나 전장 주인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였다.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지만 주인의 반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장 주인이 기침을 반복하다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파는 것은 문제가 없네. 상태가 좋아서 가격도 잘 받을 수 있을 거야. 다만…….”

“뭐가 문제입니까?”

“만일 이 물건이 장물이라면 골치 아프지 않겠나?”

노련한 주인이 슬그머니 장물이란 말을 꺼내며 무흔의 안색을 살폈다.

다행히 무흔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상대의 우려를 받았다.

“장물이 아니고 저희 집안에서 보관했던 물건입니다.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말씀해보세요.”

전장 주인은 당당한 무흔의 태도에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증으로는 확실한데 딱히 증거가 없었다.

“굳이 값을 매기자면 금반 하나당 황금 일백 냥을 받을 수 있을 걸세. 문제는 그게 아니야. 만일 주인이 나타난다면 나나 자네는 큰일이거든.”

황금 일백 냥이라. 금반이 세 개니까 모두 황금 삼백 냥이다. 개봉에서 의방 하나를 열기에 차고 넘치는 돈이다. 무흔은 절로 흐뭇해지는 기분을 억눌렀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나는 위험을 그대로 부담할 생각이 없어. 팔려면 당연히 자네는 나에게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이윤을 넘겨주어야 할 거야.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도 상관없네.”

“얼마를 요구하시는 겁니까?”

“판매금의 삼 할. 어떤가?”

사실 삼 할을 준다 해도 신경 쓸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은 돈이 남는다.

금반 세 개가 문제가 아니라 그 뒤로 훨씬 많은 금붙이가 남아 있으니까. 그렇다고 삼 할이나 뜯기면 너무 억울했다.

“만일 장물이 아니란 것이 증명되면 합당한 수수료 가격은 얼마가 될까요?”

“일 할이네.”

“그럼 일 할로 하죠.”

무흔이 자신 있게 정하자 전장 주인이 한숨을 내쉬며 손을 저었다.

“내 말을 잘못 이해했나 보군.”

“그렇지 않습니다. 장물이 아니란 것을 바로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위험을 부담시키진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전장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은 근본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나쁜 사람이었다면 금이 아니라고 속였거나 다른 방법으로 등쳤을 것이다.

무흔 역시 그런 점을 높이 샀기에 협상을 계속했다. 사실 이곳 외에 다른 곳도 있겠지만 자칫하면 괜히 들쑤실 위험이 있다. 여기서 적당히 끝내는 것이 유리하다.

“단번에 팔아치우지 말고 하나씩 천천히 파시면 위험은 없을 겁니다. 예를 들어 금반 하나가 시중에 팔려나간 후 주인이 있다면 금방 말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만약 말이 나와도 금반 두 개를 인질로 잡고 있으니 충분히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흠, 급히 팔 필요는 없나? 천천히 팔면 제값을 받을 수 있으니 더 유리한 게 사실이네만.”

“하나만 급히 팔아주시고 나머지는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주인이 무흔의 의도를 알아채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지. 이것도 자네의 신분이 확실하니까 하는 거야.”

무림맹에 속해 있다는 점이 이럴 때 빛을 봤다.

일 할이라 하지만 이 돈은 전장에 엄청난 금액이다. 특히 중소규모인 무림전장은 더욱 그러하다. 졸지에 무흔이 주요 고객으로 부상했다.

금반 세 개를 조심스럽게 받아 드는 주인을 향해 무흔이 다시 물었다.

“혹시 물건이 더 있으면 수수료를 더 내릴 수 있습니까?”

전장 주인의 얼굴에 비웃음이 일었다.

눈앞의 손님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무시하는 표정을 감지한 무흔은 생각을 바꿨다. 현대의 지식으로 패천문의 막대한 부를 이용해서 큰 사업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전당을 소유한다는 것은 현대로 치면 전당포…… 아니, 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여기 무림전장은 가격이 대충 얼마나 합니까?”

“그건 또 무슨 이야긴가?”

“이곳을 인수하려면 얼마나 필요한가 해서 말이지요.”

다소 장난기 어린 무흔의 질문에 전장 주인이 피식 웃었다.

“금반 세 개가 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본데…… 이 전장이 코딱지만 하게 보여도 꽤 비싸. 적어도 금반 열 개는 있어야 인수할 수 있어.”

실상은 금반 여덟 개 정도였지만 주인은 조금 더 높여 불렀다.

무흔에게는 어차피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이다.

“파실 생각 없습니까?”

“팔긴 왜 팔아?”

“많이 쳐주면 팔 수도 있는 거죠.”

“이거 팔고 은퇴하라고?”

“그럼 지분 일부를 파세요. 요즘은 시대가 옛날하고는 달라요. 전장 하나로 운영하는 것보다 객점에 주루까지 엮어서 다양하게 키우는 게 대세죠. 생각해보세요. 언제까지 여기에서 전장만 하고 있을 건지. 내 돈이 부족하면 남의 돈을 이용해서 사업을 키우는 겁니다.”

전장 주인은 무흔의 설명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그런 법이 있긴 하다.

무림전장보다 더 규모가 큰 중원전장 주인은 사업을 수십 군데 한다. 주인 역시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가문의 공동 출자다.

무흔은 주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제부터는 어렵지 않다.

“금반 다섯 개에 이 전장의 권리 절반을 파시죠. 그 돈으로 옆에 있는 객점을 인수하고요. 물론 제가 그만큼 또 추가금을 대면 가능해요. 어떻습니까? 중원전장이 날아오를 기회죠.”

말만 들어도 가슴이 쫙 펴지는 기분을 전장주인은 만끽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무흔이 그만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 그게 가능할까?”

“바로 계약서를 쓰죠.”

못 미더워하는 전장주인을 무흔은 열심히 설득했다.

그로부터 이튿날, 무흔은 숙소에 숨겨두었던 패천문의 보물 일부를 가져와서 인수 금액을 지급했다.

전장주인은 그제야 무흔이 귀인이란 사실을 받아들였다.

무흔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전장 사업에 절반 발을 들여놓은 상황. 전장 주인과 함께 객점과 기루를 소리 소문 없이 인수했다. 제법 규모가 큰 기루를 인수하느라 패천문 비고에 다녀와야 했으나, 그 정도는 수고라 할 것도 없었다.

그때부터 오래지 않아 무흔은 개봉에서 최고 부자 대열에 등극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전장 주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다.

 

***

 

며칠 후 귀의는 개봉 교외에 있는 작은 산장을 사들여 의방을 열었다.

의방의 이름은 연연의방. 손녀인 곽연연의 이름을 땄다.

요란한 것을 싫어하는 귀의의 성품답게 의방은 겉보기에 평범했다. 두 조손이 살기에 나쁘지 않은 여건이라 무흔도 안심했다. 앞으로 이곳은 그가 다칠 때마다 신세를 지게 될 중요한 장소가 될 것이다.

아직 휴가 기간이었으나 무흔은 다시 무림맹에 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수련하려면 다른 곳보다 무림맹 내 연무장이 더 편했다.

대호도 무림맹 연무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날 객잔에서 혈랑회 녀석들을 처리하는 무흔을 봤던 대호는 무공연마에 더욱 열정을 불태웠다. 둘은 같은 뜻을 갖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헉헉!”

무흔과 대호는 연무장에서 검을 맞대고 비무를 가졌다.

두 사람은 삼재검법을 이용하여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무흔은 삼재검법의 숙련도가 무려 12성에 달했고 대호 역시 그와 수련을 거듭하면서 삼재검법에 익숙해졌다.

물론 삼재검법에 숙련되어 봐야 이 검법에서 특별한 묘리를 찾을 수 없었다.

삼재검법으로 비무를 마쳤을 때 답답해진 대호가 제안했다.

“무흔아, 다른 검법도 알고 있는 것 있지?”

물론 대호는 무흔이 어떤 검법을 익히고 있는지 모른다. 가끔 혼자서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크크, 당연히 있지.”

“그럼 이번에는 그걸로 겨뤄보자. 난 가전 무공을 쓸 테니까.”

대호가 의욕을 보였다. 대호는 가문의 무공을 학선검법이라 불렀다. 무흔은 대호가 학선검법을 수련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으나 느낌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학선검법은 지나치게 우아했다. 모양을 중시하는 바람에 살상력이 떨어졌다. 딱 봐도 정파의 검법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너는?”

“나는 잔백수라십이검을 사용할게.”

“잔백…… 뭐라고?”

무시무시한 이름에 대호가 화들짝 놀랐다. 무흔은 운경각에서 잔백수라십이검이란 검법을 주웠다고 말했다. 물론 이 검법을 제안했던 사람이 제갈수라는 것도 밝혔다.

“이 검법은 무척 날카로워. 초식이 예리하고 잔인해.”

잔백수라십이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장중한 외형과 중후함을 중시한 검법이 아니라 오로지 살상을 위주로 검로를 형성한 검법이다. 한 마디로 학선검법과는 상극이다.

“하하, 그래도 내가 이길 거다.”

그래도 가전 무공을 내세운 대호가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내공을 싣지 않고 행하는 비무다.

“하압!”

요란한 기합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엉켰다.

대호의 장중하고 큰 동작은 잔백수라십이검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몇 합 겨루지 않아 무흔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초식을 파훼했다.

“오오오! 예!”

무흔은 물 만난 고기처럼 대호를 갖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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