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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49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49화

49화. 고산령 (3)

 

 

 

다른 녀석들처럼 한 방에 처리할 의도로 흑귀가 무흔을 스쳐 지나면서 공격했다.

무흔의 위험을 눈치챈 대호가 바로 검을 휘두르며 흑귀의 행로를 막아섰다.

그러자 가소롭다는 웃음소리와 함께 바로 흑귀의 쌍장이 대호를 덮쳤다.

까깡!

날카로운 검날에 장력이 깨지자 흑귀가 흥미로운 눈으로 대호를 노려봤다.

대호는 방금 부딪힌 일합에서 검으로 전해지는 충격에 당황했다. 흑귀가 예상보다 훨씬 강한 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도 절강성에서 나름 촉망받던 인재 아니었던가.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재차 공격을 가했다.

째챙!

놀랍게도 검이 상대의 장력과 부딪히는 순간 금속음이 울렸다. 그만큼 상대의 장력이 막강했다.

“오! 꽤 하는데? 누구지?”

빈정거리는 투로 중얼거리던 흑귀의 신형이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졌다.

대호가 주위를 살피는 순간 가공할 장세가 측면에서 몰려왔다. 마치 귀신이 움직이듯 흑귀의 몸놀림은 신출귀몰했다.

당황한 대호의 손발이 바로 어지러워졌다. 검은 가격할 상대를 찾지 못하고 허공을 갈랐다.

이어서 측면에서 회심의 일격을 가하려던 흑귀는 순간 자신의 뒤를 엄습해 들어오는 지력에 흠칫 놀랐다.

가공할 일지가 명문혈을 노리고 엄습했다. 만일 자신이 대호를 계속 공격한다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을 위력이다.

화들짝 놀란 흑귀는 대호를 노리던 장력을 회수하면서 몸을 회전했다. 황급히 손을 뒤집어 눈앞까지 도달한 일지를 흩트렸다.

푸슉-

예상보다 지력이 강했다. 일지는 그의 장력을 파괴하는 위력을 보였다.

기겁한 흑귀는 상대를 확인했다. 젊은 녀석 하나가 그를 향해 어정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무흔 쪽을 향해 분노를 터트리려는 찰나 이번에는 반대로 뒤쪽의 대호가 그를 향해 검을 날렸다.

앞뒤로 둘러싸인 흑귀는 일순간 당황했다. 방금 지력을 날린 녀석의 무공 수위가 보통이 아니란 느낌 때문이었다.

무흔은 흑귀에게 몰리던 대호를 구한 후 바로 임호군을 상대하는 백귀를 향해 마찬가지로 지력을 쏘았다.

따당-

그의 지력이 백귀의 단검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음을 냈다. 동시에 백귀의 검초가 완전히 흐트러져 임호군이 수세에서 벗어났다.

몰래 임호군을 구한 무흔은 다시 흑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흑귀는 대호의 무자비한 공격을 막으면서도 무흔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무흔은 흑귀를 향해 비웃음을 날리면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묵천신검은 거무튀튀하고 둔하게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묵직한 느낌을 뿜어냈다.

무흔의 검은 날카로웠다. 뻔히 검로가 보이는 삼재검법임에도 감히 맞서기 힘들 위력이 사방을 메웠다.

“삼재검법이라고 들어봤냐!”

“이, 이게!”

흑귀는 보통 삼재검법과 위력이 확연히 다른 삼재검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무흔의 검과 흑귀의 장력이 교차했으나, 무흔의 검에 실린 위력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가로로 베어가던 검이 돌변해서 찌르기로 바뀌었다.

“무슨 삼재검법이!”

상대가 자신을 놀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응징할 방법이 없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 흑귀는 당황해서 손이 흐트러졌다. 덕분에 반대편 대호 쪽으로 허점이 발생했다.

서걱-

대호의 검이 가차 없이 흑귀의 허리를 벴다.

“크흑!”

잠시 뒤쪽에 있는 대호의 움직임을 등한시한 대가는 컸다. 허리를 파고든 검이 등 뒤로 긴 자상을 만들었다.

흑귀는 고통 속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놀란 백귀가 임호군을 내버려 두고 흑귀에게 뛰어왔다.

“어느 놈이냐?”

사실 물을 것도 없었다. 흑귀의 앞에는 대호와 무흔이 나란히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흑백이귀가 전투에서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전투가 중지됐다. 어느 쪽도 우세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 양쪽 모두 부상자는 제법 있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상황을 파악한 부두목 박산이 부하들을 끌어 모았다. 산적들이 물러나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상단 쪽도 이에 맞서서 대응했다.

임호군은 머릿속으로 방금 일어났던 싸움을 되살려 보았지만 워낙 백귀에게 시달리다 보니 전체 상황을 파악하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삼재검법이 어쩌고 하던 외침은 분명히 들었다. 오늘 영입한 낭인의 실력이 딱 삼재검법 수준이었다고 추측됐다.

박산이 임호군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많이 늘었구나.”

“많이 봐주셔서 그런 모양이오.”

임호군이 얼떨떨한 가운데 대답했다.

그의 무수한 경험에 따르면 이렇게 싸우다 싸움이 중지되면 서로 타협하고 예전의 통행료 수준만 지불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부터 그 정도 비용은 생각하고 있었기에 상단 측으로는 손해가 아니었다.

“대단한 고수를 끌어 모았군. 용병이냐?”

박산이 곁눈질로 무흔과 대호를 가리켰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모르는 임호군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용병이라니. 모두 우리 낙양 무관 소속이나 조력자요.”

박산이 분노한 표정으로 임호군을 노려본 후 이번에는 흑백이귀와 눈짓으로 의사를 교환했다.

이윽고 박산이 박도를 내려놓고는 임호군에게 말했다.

“오늘은 봐주겠다. 예전 통행료로 지불하라.”

임호군이 준비된 은자를 넘기고 모두에게 명령했다.

“자, 시간이 지체되었으니 얼른 갑시다.”

다시 수레가 움직이며 열이 갖추어졌다.

흑백이귀의 분노한 눈초리가 무흔과 대호에게 머무는 가운데 박산과 임호군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임호군은 인사치레를 하고는 바로 일행에 합류했다. 그는 싸움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무흔과 대호가 나란히 걷고 있을 때 뒤에서 임호군이 달려왔다.

“소형제,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검은 옷 입은 사람 말입니다. 어떻던가요?”

“아, 흑귀란 자요? 삼재검법에 그냥 당하던데요?”

무흔이 별것 아니란 투로 대답했다.

임호군은 무흔과 그 옆의 대호를 다시 살폈다.

흑귀의 몸에 자상을 입힌 사람이 대호였고, 대호의 무공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백귀가 싸움을 중지하고 흑귀에게 뛰어간 것으로 보아 단지 흑귀가 중요 인물이었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역시 운이 좋았었나…… 어쨌든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하, 뭘요.”

무흔과 대호가 그 정도로 응답을 그치자 임호군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고생한 낭인들에게 조금 더 챙겨줄 생각을 했다.

무흔과 대호는 고개를 넘어갈 때까지 임호군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

 

4일 만에 무흔은 다시 현실의 박무훈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점이 있었다. 지금까지 그는 소설 속에서 항상 백단영과 붙어 있었다. 물론 용봉대와 예속 부대라는 차이가 존재했지만 최소한 백단영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확실하게 알았다.

이런 점은 소설 속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그는 굳이 리메이크된 소설을 다시 읽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가 경험한 내용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백단영이 별도로 움직였다.

소설의 주인공은 무흔이 아닌 백단영이다. 당연히 소설 흐름의 중심은 백단영일 수밖에 없다. 무흔이 홀로 움직인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백단영 위주로 내용이 전개됐다.

박무훈은 12시가 되자 새롭게 올라온 분량을 읽었다. 백단영이 장후성 등과 함께 낙양의 백가상단 쪽으로 이동하면서 경험한 모험담이 실려 있었다. 당연히 그가 모르는 내용이다.

“흠, 별일은 없었네.”

백단영 일행은 낙양으로 이동하다가 객잔에서 사파 인물을 만났던 모양이었다.

객잔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파 녀석 둘을 완전히 박살 내놓았다. 백단영 일행은 장후성, 모용예, 남궁이화, 구진광 이렇게 모두 다섯이었다.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끼어 있는 상황에서 웬만한 사파 거두라도 기를 펴긴 어려울 것이다.

고무적이었던 사실은 그들이 백단영의 실전 경험을 배려해서 많이 양보해주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백단영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박무훈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 화면을 척척 넘기면서 느긋한 독서를 즐겼다.

리메이크된 소설의 조회수는 예전 대비 상당히 좋았다.

몇몇 댓글을 보며 그는 흐뭇한 미소에 잠겼다. 대부분 백단영이 언제쯤 고수가 되나 하는 질문이 많았다. 반면 남자 주인공인 장후성이 백단영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함을 탓하는 댓글이 슬슬 늘었다.

“오랜만에 GOD 작가에게 톡이나 날려볼까?”

박무훈은 손이 근질거렸다.

- COD 작가님,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빈둥거리고 있자니 답변이 날아왔다.

- GOD 작가 :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 요즘 조회수 나쁘지 않죠?

정작 질문에는 대답 없이 GOD 작가가 다른 것을 물었다.

- GOD 작가 : 혹시 접속 시 일류고수 선택하려고 연락하셨습니까?

- 그것 선택됩니까?

- GOD 작가 : 물론입니다. 이젠 조회수가 높아 선택 가능할 겁니다. 심심하면 시도해보세요.

- 그럼 기존 것은 어떻게?

- GOD 작가 : 기존 무흔이 엑스트라로 바뀌며 비중이 줄어들겠죠. 때론 사망으로 처리될 수도 있고요. 드라마에서 물의를 일으킨 배우 출연정지 시킬 때 흔히 하는 짓 있잖습니까.

- 그럼 지금 가진 무공이나 아이템은요?

- GOD 작가 : 일류고수를 선택하면 적합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죠. 물론 지금 현재 상황부터 시작할 겁니다. 무공이나 아이템도 처음부터 새로 시작이고요.

박무훈은 GOD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의 본질을 어렴풋하게 깨달았다.

물론 이류 고수보다 일류 고수가 바탕은 낫겠지만, 현재 무흔의 실력은 이류고수를 오래전에 넘어서지 않았던가. 굳이 지금 와서 일류고수를 선택하기엔 메리트가 떨어졌다.

더구나 무흔이라는 캐릭터에 나름대로 애정이 심어졌다.

이만하면 여주인 백단영과의 캐미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지금 당장은 굳이 바꿀 필요 없겠어.”

 

***

 

고산령 산채에는 적막이 맴돌았다.

패배는 쓰라렸다.

물론 단순히 고산령 산채만의 패배라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산적이 호위무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야 자주 있으니까.

문제는 녹림 총채에서 온 사자들이다. 바로 흑백이귀가 부상을 당했다.

치료를 받은 흑귀는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그는 친구인 백귀와 함께 고산령 두목과 부두목을 불러 문책했다.

“그래서 그 자식들이 대체 누구냐고.”

흑귀가 굳은 표정으로 질책하자 고산령 산채의 두목과 부두목 모두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평소 자주 이 고개를 이용하는 비룡상단과 낙양 무관입니다.”

“고수가 끼었으면 미리 알려줬어야지.”

흑귀가 괜히 신경질을 부렸다.

“죄송합니다. 미처 그런 자식들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냐! 지피지기면 필승이란 말 몰라?”

그의 다그침에 고산령 산책의 두목과 부도목은 의문을 표했다.

“네? 지피…… 뭐요?”

“으이그, 됐다.”

흑귀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이해를 못 하는 박산을 내버려 두고 백귀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잖아? 복수해야겠지?”

“당연하지.”

“우리 둘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고, 이 부근에 누가 와 있더라…….”

마침 통행료를 올리고 기강을 잡느라 중원 전역 산채에 녹림 총채의 사자들이 파견되어 있었다.

“아! 녹림팔괴가 있잖아? 팔괴만 모으면 충분히 복수하고도 남지.”

“팔괴가 지금?”

“대붕산과 금화곡에 파견 나가 있어.”

대붕산과 금화곡은 모두 낙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녹림 산하의 산채가 힘을 쓰는 곳이다. 한마디로 멀지 않다는 뜻이다.

이리저리 재보던 흑귀가 대소를 터트렸다.

“좋아, 팔괴를 모두 모으면 되겠네.”

그러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박산에게 물었다.

“아까 그 자식 출신이 어디라고? 젊은 두 놈 말이야.”

“낙양 무관이라 했습니다.”

“흠, 좋아. 낙양 무관이 호위하는 상단을 털어 박살을 내자고.”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지.”

흑백이귀가 의기투합했다.

녹림의 최정예인 녹림팔괴. 녹림 총채주인 녹림신군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제자들. 이들이 있기에 녹림도 구대 문파에 버금가는 성장을 이뤘다. 두 사람은 보다 상세하게 계획을 세운 후 녹림팔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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