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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40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40화

40화. 묵천신검 (3)

 

 

 

천수신장은 이미 알고 있었나?

그가 검을 제작한 세월이 하루 이틀이 아니고, 그가 만든 검을 원했던 검객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음을 생각하면 먼 과거에 천수신장과 무극서생의 인연이 있었을 가능성도 작지 않을 것이다.

괜히 머쓱해진 무흔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천수신장이 그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얼른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무흔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기다려요!”

멀리서 다급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흔은 그 목소리가 남궁이화란 사실을 깨달았다.

엮이면 골치 아프겠지. 그런 생각에 그는 곧바로 몸을 날려 지붕을 넘어갔다. 밤하늘에 비치는 달빛을 뚫고 죽립을 쓴 검은 그림자가 사라졌다.

“아! 가버렸네.”

뒤늦게 후다닥 들이닥친 남궁이화는 죽립인이 사라진 방향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봤다.

천수신장이 본채의 소식을 다급하게 물었다.

“이보게, 어떻게 되었나?”

“모두 무사합니다.”

남궁이화는 그제야 시선을 돌리고 대답했다.

저쪽에서 장후성이 뛰어오고 그 뒤로 구묵하도 급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남궁이화는 완파된 작업장 건물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에서도 엄청난 혈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궁이화와 장후성은 가까스로 다섯 마교인을 무찔렀다. 초반에 두 마교인의 기세를 꺾은 작전이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사실상 이곳을 공격한 주력인 풍운쌍마가 천수신장을 찾아간 이후로 장후성과 남궁이화는 어떻게든 빨리 상대를 격퇴하고 도우러 가려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시간이 걸렸다. 적들의 연합진은 의외로 강했고 전세는 비등한 상황이 계속됐다.

사실상 풍운쌍마가 노렸던 대로다.

그래도 두 사람은 화산과 남궁세가의 대표가 아닌가. 전력을 다해 연합진을 깨고 승리를 거뒀다.

뒤이어 남궁이화가 급하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무흔이 마지막 남은 운마에게 비천삼검을 퍼붓던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가공할 기운! 천하를 뒤엎는, 차원이 다른 일격이 남궁이화의 입을 쩍 벌어지게 했다.

지금 한 줌의 핏덩어리로 바뀐 풍운쌍마를 보며 남궁이화는 다시 그 검격을 떠올렸다. 무흔의 공격 가운데 오직 그 한 수만 보았기에 그 압도적인 위력이 그녀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이, 인간이 아니야.”

남궁이화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장후성이 그녀를 돌아봤다.

“무슨 말이야?”

“무극서생. 차원이 다른 검법의 소유자였어.”

남궁이화의 목소리에는 감탄이 어려있었다. 정작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장후성은 고개만 갸웃거리다가 천수신장을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고맙구먼.”

“안채로 가시죠. 여기는 내일 정리하고요.”

장후성은 천수신장을 부축한 채 남궁이화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그녀는 무흔이 사라진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

 

묵천신검을 소유하게 된 무흔은 다시 무림맹이 있는 개봉으로 넘어왔다.

“운이 좋았어.”

어쨌든 목적을 달성했다.

백단영의 적인 사마극에게 신검이 넘어가는 것을 막았으니까.

문득 의문이 일었다. 과연 그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묵천신검은 예전처럼 장후성에게 흘러갔을까. 그전에 구가장을 침범한 마교 세력을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깨트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일었다.

풍운쌍마와 그 수하들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어려웠다는 판단이 일었다. 과연 무엇이 예전과 다르게 만들었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마교는 과거보다 훨씬 강한 무력을 동원해서 구가장을 덮쳤다. 만일 그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장후성과 남궁이화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개봉에 가까워졌을 때 그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정작 이 신검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찮았다. 비록 겉보기에는 그리 유명한 검이란 표시가 나지 않았기에 남들의 이목을 끌지 않았으나, 묵천신검을 이미 본 적이 있는 남궁이화에게 걸린다면 변명이 어렵다.

절대 무림맹 내부로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몸을 축 늘어트리고 시장바닥을 걷다 보니 눈앞에 전장이 하나 보였다.

무림전장.

전장은 돈이나 어음을 비롯하여 각종 귀중품을 보관해준다.

이곳에 맡긴 돈은 도리어 이자를 쳐서 돌려주지만 다른 귀중품은 보관수수료를 내야 한다. 무림전장은 무림맹 부근에 있어서 무림인들이 많이 사용했다. 당장은 쓸모가 없는 무기류를 맡기는 무인도 꽤 있어 무흔이 검을 맡기더라도 주목을 받지 않을 것이다.

“흠, 무엇을 맡기고 싶은가?”

구레나룻을 기른 사십 대의 전장 주인이 무흔을 아래위로 힐끔 살폈다. 무흔은 이미 역용을 풀고 평상시의 그로 돌아온 상태였다.

“이거 보관 가능합니까?”

“당연히 가능하지.”

무흔이 내미는 묵천신검을 받은 전장 주인이 이내 안색을 찌푸렸다. 겉으로 보기에 시장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장검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을 절반 뽑아내어 검날을 살핀 전장 주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걸 맡기겠다고?”

“예, 그렇습니다.”

“자네 돈 많나?”

“예?”

“그냥 무기상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검이 아닌가? 보관료 내는 것이 손해일 텐데.”

오히려 전장 주인은 묵천신검을 싸구려 검으로 취급했다. 당연히 무흔에게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다. 주목을 덜 받는 만큼 보관료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아, 그게 사연이 좀 있는 검입니다.”

그러자 전장 주인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장에 맡기는 물건 가운데 이런 유형이 꽤 많았다. 부모가 물려준 유품이라거나 가문의 보물이라거나. 대부분 실제 가치는 별것 아니지만 단지 본인에게 추억이 깃든 물건이어서 보관을 의뢰하는 경우다.

“가끔 한 달에 한두 번은 찾아서 쓸 겁니다.”

“좋아, 그럼 보관료로 매달 동전 5냥을 내게.”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 정도 돈은 서옹의 심부름을 하면 충분히 맞출 수 있다.

무흔은 보관료와 함께 인적사항을 써넣고 찾을 때 필요한 특정한 암호 문자를 지정했다. 현대의 서명과 같은 것으로 이 문자가 일치하면 누구나 해당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묵천신검을 처리한 무흔은 무림맹 내부로 들어왔다.

바로 진풍이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너, 어디 갔다 왔냐?”

항상 그가 무엇을 하는지 신경이 곤두서 있는 녀석이다.

“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그에게 진풍의 입가에 비웃음이 드리워졌다.

“서옹 어르신이 팍팍 열 받아 계시더라. 너, 고생 좀 할 듯.”

구가장으로 떠나면서 무흔은 사실상 일방통보를 했다. 잠시 친척 집에 다녀오겠다고.

그로 인해 매일 먹던 따끈따끈한 떡이 사라지게 됐으니 서옹의 신경이 곤두서있을 게 뻔했다.

“서옹 어르신이?”

무흔은 피식 웃으며 막사를 나섰다. 뒤로 진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이 너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더라.”

진풍이 괜히 협박하는 것임은 안다. 무흔은 여유롭게 그를 쳐다봤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진풍이 몸을 움츠리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왜, 왜?”

무흔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오다가 개봉사걸을 만났거든.”

“개봉? 아, 그 자식들……? 아차! 난 그 자식들 몰라. 아무 상관없다고.”

진풍이 발뺌을 했다. 지난번 떡 심부름 방해 이후로 그 앞에서는 계속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었으니까.

무흔은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모른다면 상관없긴 한데…… 그 자식들 장터에서 소매치기하다가 무림맹 순찰대에 걸렸거든. 왜 소매치기하냐고 취조 받는데 진풍에게 상납하려니 어쩔 수 없다고…….”

“뭐?”

진풍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녀석이 황급히 막사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

“아이씨, 그 자식들, 나 모른다고 하라니까…….”

무흔은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시정잡배에게 삥 뜯지 말라니까.”

진풍과 개봉사걸 간의 금전거래는 익히 짐작 가능했다. 개봉사걸의 행동을 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무흔은 정자에 누워 있는 서옹을 찾았다. 서옹은 코를 후비적거리며 그를 힐끔 봤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잘 쉬었냐? 볼 일은 다 봤고?”

“별로 쉬진 못했는데 일은 끝냈습니다.”

무흔은 일방적으로 고하고 떠났던 터라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다.

“흐음.”

서옹이 찝찝한 눈초리로 그를 훑었다.

무흔은 내심 웃으면서도 평소와 다른 기분을 느꼈다.

어째 서옹이 그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섬뜩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과 똑같다.

하지만 내공이 증가된 지금은 느껴졌다. 서옹이 뭔가 목적을 가지고 그를 훑어보고 있음이. 설마 고수의 눈에는 그의 내력 변화가 보이나?

무흔이 제 발 저릴 때였다.

“좋아졌군.”

“네?”

“아니다. 할 말이 있어서 불렀다.”

“뭡니까?”

이번에는 무흔이 찜찜한 눈으로 그를 다그쳤다. 서옹이 저런 말을 할 때는 항상 뭔가 시킬 일이 있을 때다.

서옹이 상체를 일으켜 정색한 다음 말했다.

“너, 요즘 제갈수 일 도와주고 있나?”

“아, 비급 해석하는 일요?”

그는 두꺼운 잔백수라십이검의 앞부분 일부를 재해석해서 풀이집을 제갈수에게 전해준 적이 있었다. 그다음 편도 전해야 했는데 그동안 바삐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실 잔백수라십이검을 그의 주 무공으로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제대로 해줄 생각도 없긴 했다.

“제갈수가 감탄을 하더라. 너 일 잘한다고.”

“에이, 뭘요.”

더 찜찜해졌다. 저렇게 칭찬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시킬 일이 있는 거다.

아니나 다를까. 곧장 서옹이 본론을 꺼냈다.

“요즘 운경각에 자주 간다며?”

“그야 마땅히 놀 곳이 없으니까요.”

무공 익히러 간다는 소리를 할 수는 없고 그냥 책이 좋아 가는 것처럼 대답했다.

“그래서 말인데 네가 운경각 가는 김에 할 일이 생겼다.”

“뭔데요?”

“운경각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해서 내가 너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제갈수도 좋다고 하더구나.”

“운경각에서 일을요?”

무슨 일인지 도무지 짐작되지 않았다. 얼핏 서고 관리인의 얼굴이 떠오르긴 한데…….

“지금 당장 무림맹 책사를 만나 보거라. 운경각 옆 건물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게다.”

무림맹 책사란 말이 나오는 순간 무흔은 화들짝 놀랐다. 사실상 그가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는 무림맹 주요 임원이다. 게다가 책사란 말을 듣는 순간 운경각 삼 층 비고가 떠올랐다. 책사의 허락을 받으면 삼 층을 드나들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싫으냐? 싫다면 무르고.”

“아, 아닙니다.”

무흔은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무림맹 책사와 안면을 트는 것이 나쁠 리가 없다.

서옹이 그의 표정을 보고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

 

운경각 옆에는 작은 전각이 지어져 있었다.

이 전각의 이름은 바로 만박전.

주위로 아름드리 소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져 특이한 풍경을 자랑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정원의 모습이 전각 주인의 성품을 닮았다고 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만큼이나 전각 주인의 성품은 곧고 푸르렀다. 오로지 무림맹을 위해 일평생 살아온 무림맹 책사가 바로 만박노사다.

만박노사는 나이 서른에 무림맹 책사로 임명된 후 지금까지 무려 삼십여 년간 이곳에서 일했다.

지닌바 무공은 그리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가 현 무림맹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임을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무림맹 운영을 주도하는 핵심이었다.

무흔은 만박전 앞에 서서 숨을 골랐다. 높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당연히 긴장감을 동반한다.

그는 조심스럽게 전각의 문을 밀었다.

삐걱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내부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

무흔은 침을 꿀꺽 삼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곳에는 한 노인이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가 들어서자 노인이 무미건조한 질문을 던졌다.

“무흔이라 했나?”

“네. 용봉대 예속 부대 소속입니다.”

“제갈수에게 말을 많이 들었네.”

무흔은 무림맹 책사인 만박노사를 처음 만났다. 헌데 만박노사의 예리한 눈빛과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어째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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