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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39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39화

39화. 묵천신검 (2)

 

 

 

풍운쌍마는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했다.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포위망을 뚫으려고 하면 다섯 부하가 적절하게 차단했다. 두 사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애초 마련했던 작전 그대로였다. 이곳에 온 목적은 구가장을 무너트리기 위함이 아니다. 이곳에서 완성된 신검을 가져가기 위함일 뿐. 장후성과 남궁이화를 죽이려 한다면 그들 역시 만만찮은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저들을 포위망에 가두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풍운쌍마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은 이제 천수신장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두 사람은 눈을 떼지 않고 전장에서 물러났다.

그들의 움직임을 본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다급하게 포위망을 뚫으려 했으나 전세는 변화되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한 교전 상태가 계속됐다.

 

***

 

구가장 뒤편에 있는 작업장은 조용했다.

평소라면 주변에 강하게 울려 퍼졌을 담금질 소리가 오늘은 전혀 나지 않았다. 앞마당에서 벌어진 전투는 전혀 상관없는 듯 고요한 달빛만이 내려앉고 있었다.

풍운쌍마는 기세등등한 걸음걸이로 작업장에 도착했다.

슥슥-

숫돌에 검의 날을 갈고 있는 인물이 보였다. 죽립을 쓰고 있는 호리호리한 몸매의 남자였다.

그들은 눈앞의 인물이 천수신장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천수신장인가?”

죽립인은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제 할 일을 계속했다. 이빨 빠진 싸구려 장검의 날을 가는 것으로 보였다.

풍운쌍마의 눈동자가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작업장 한쪽 구석에 완성된 검이 몇 자루 보였다. 저 가운데 그들이 노리는 신검이 있으려나.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신검만 주면 아무 일 없을 테니까.”

풍운쌍마가 죽립인의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여전히 죽립인은 그들을 무시하고 하던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풍운쌍마의 눈매가 찌푸려졌다. 천수신장이 일가를 이룬 대단한 인물임은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목숨이 두 개인 것은 아니다.

그들은 눈앞의 죽립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은 필시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 생각을 했다. 무공이 없는 사람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풍마가 작업장 곳곳에 걸린 완성된 병기를 살펴보며 신검을 찾는 사이 운마는 죽립인에게 다가갔다.

툭-

운마는 발에 걸리는 작업연장을 신경질적으로 차며 죽립인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신검은 어디 있나? 대답이 늦을수록 피해가 커지는 법.”

슥슥-

마치 귀머거리인 것처럼 계속 날을 갈던 죽립인이 검신을 물에 씻고 갈린 날을 살폈다.

“이 자식이! 대우해주려고 했더니 안하무인이군!”

참다못한 운마가 검을 씻던 물통을 발로 걷어찼다. 물통이 넘어지며 바닥에 물이 확 뿌려졌다.

그제야 죽립인이 고개를 들고 그들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어서 생각지도 못한 싸늘한 목소리가 무겁게 깔렸다.

“물 담아라.”

“뭐야?”

운마가 기가 막힌다는 듯 죽립인의 죽립을 확 낚아챘다.

그러자 죽립인의 손에 들린 검이 순식간에 허공을 갈랐다.

“크악!”

운마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다리 한 부분이 깊게 패어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죽립인의 몸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동시에 무시무시한 살초가 벽에 걸린 병기를 훑어보던 풍마를 향해 퍼부어졌다.

졸지에 기습 공격을 받게 된 녀석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날아오는 살초를 막았다. 비록 급하게 끌어올린 내력이었으나, 내력이 담긴 일수는 날아오는 검초를 파훼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의 무공이 고절했다.

파바박-

검초가 무위로 돌아가는 순간 죽립인의 신형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이차 공격이 감행됐다. 검초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또한 검의 방향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어지러워졌다.

빠르기가 돋보였던 앞선 기습과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내력이 실린 중후한 검격이 펼쳐졌다. 미처 대응할 시간을 갖지 못한 풍마의 움직임을 전방위로 차단하며 당황한 상대의 목을 찔러 들어가는 죽음의 한 수였다.

잔백수라십이검의 열 번째 초식. 잔혹하기로 소문났던 죽음의 초식이 가공할 내력이 동반되어 펼쳐진 것이다.

푸욱-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다 상대를 가소롭게 본 실수였다.

풍마의 눈에 불신의 빛이 떠올랐다. 자신의 목을 그대로 직격하는 가공할 초식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커흑!”

비명과 함께 피가 울컥 쏟아졌다.

녀석의 신형이 벽을 타고 아래로 주르르 주저앉았다. 사실상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제야 무흔은 손에 검을 꽉 쥔 채 뒤로 돌았다. 그의 눈에 허벅지에서 쏟아지는 피를 지혈하고 있는 운마가 보였다.

무흔의 작전은 단순했다.

저들 개개인의 능력이 그보다 높다고 예상되는 만큼 정상적인 전투는 절대 불가였다. 남은 것은 오로지 기습뿐이다.

그는 천수신장을 설득해서 그가 천수신장의 대리역할을 했다. 역시 적들은 의심 없이 그에게 접근해왔다.

단번에 둘 모두를 끝장내야 한다. 그는 기회를 엿보았다.

천우신조. 하늘이 도와 기회가 도래했다. 하나는 그의 옆에 섰고 다른 하나는 따로 떨어져 벽에 걸린 무기에 한눈을 팔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놈에게는 치명상을 입히고 다른 녀석은 죽인다. 그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작전이었다.

모든 힘을 다해 가까이 있는 녀석의 다리를 베어 절반을 무력화시킨 후 한눈팔고 있는 녀석을 응징했다. 사실상 그가 익힌 최강 무공이라 할 잔백수라십이검 가운데 이 상황에 가장 적합한 살초를 퍼부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풍마가 대항하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가공할 초식이었다. 예상대로 한 녀석을 황천길로 보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이 자식이!”

기가 막힌 운마가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이없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다. 눈앞의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분명 이름 없는 햇병아리일 따름이다. 적어도 한 지역의 패자로 군림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면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풍운쌍마였다.

실제로 그만한 실력도 있었다.

“으아-”

분노의 일갈과 함께 운마의 무지막지한 장력이 무흔을 향해 쏟아졌다.

무흔은 감히 상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상대의 내력은 그보다 월등했다. 비록 허벅지에 상처를 입혀 적의 움직임을 묶긴 했으나 장력의 위력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검을 휘둘러 장세를 깨트림과 동시에 공공십팔보를 이용하여 장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 했다.

콰직-

잔백수라십이검의 초식은 명성대로 운마의 장력을 조각냈다. 하지만.

뚝!

그가 쥔 검신이 두 동강 났다. 삼류 싸구려 검이라더니 역시나 그의 내력과 상대방의 내력이 충돌한 충격파를 견뎌내지 못했다.

“젠장!”

무흔은 부러진 검을 내던지며 재빨리 몸을 피했다. 운마의 무지막지한 장력이 다시 그에게 밀려왔다.

콰아앙-

가까스로 신형을 피하는 순간 목표를 잃은 장력이 작업장 건물을 때렸다.

우르르-

작업장이 힘없이 내려앉았다. 그 내부에 숨어서 싸움을 엿보던 천수신장이 기겁하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주위는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운마는 절뚝거리며 무흔을 노려보았다.

“이놈! 벼룩처럼 잘도 도망친다만…….”

무흔은 쓴웃음을 지으며 공간을 확보했다. 기동성을 상실한 적을 다루는 방법은 이쪽이 기동성을 갖는 것이다. 즉 넓은 공간이 중요했다.

재차 강력한 장력이 휘몰아쳤다.

무흔은 보법을 이용해 간신히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삼류 무공인 공공십팔보도 12성에 상대가 다리를 다친 상태이다 보니 위력을 발휘했다.

분노한 운마의 숨소리가 높아졌다.

무흔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검을 찾았다. 다행히 이곳은 검을 만드는 곳이라 곳곳에 검이 널려 있긴 했다. 그것도 그가 사용하던 싸구려 검과는 질적으로 다른 좋은 검이다.

상황을 간파한 천수신장이 그에게 구석에 보관된 검을 가리켰다.

“저 검을 사용하게나.”

바로 무흔이 노리던 대로 흘러갔다.

천수신장이 명검인 묵천신검을 사용하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렸던 보람이 있었다.

무흔은 재빨리 몸을 날려 묵천신검을 집었다.

스르릉-

묵천신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무튀튀한 생김새는 일견 싸구려 장검과 비슷해 보였다. 투박하고 거친 모습이다. 하지만 그 진정한 모습은 그다음에 드러났다.

묵천신검을 쥐고 천단비화신공을 운용했다. 검으로 내력이 흘러 들어가자 지금까지 밋밋하던 검이 검명을 일으키며 날카로운 예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오호!”

신기한 현상에 무흔이 감탄사를 터트릴 때 이를 지켜보던 운마 역시 입을 쩍 벌렸다.

“저, 저 검이다! 바로 소교주께서 가져오라 하시던 검이!”

운마가 탐욕을 드러냈다.

무흔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쓱 검신을 손으로 훑어내리고는 시선을 운마에게로 옮겼다. 비록 허벅지를 다쳐 움직임이 둔해졌다고 하나 상대는 그를 능가하는 고수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

무흔이 검을 쥐자 급해진 것은 운마였다.

저 검 때문에 오늘 이곳에 와서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엉뚱한 녀석이 먼저 손을 대었으니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운마는 기력을 끌어올려 무흔을 향해 벼락같은 장력을 쏟아냈다. 가히 절정고수다운 가공할 기세였다.

무흔은 오래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단 일격에 전력을 퍼부어 이 혈투를 끝낼 생각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여기에서 살아 돌아갈 가능성이 가장 큰 전략이었다.

그는 밀려오는 장력을 향해 묵천신검을 휘둘렀다. 과연 명검이었다. 단 한 번 만에 가공할 장세가 날카로운 검에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동시에 무흔의 신형이 허공을 날았다.

“어엇?”

장력이 조각남과 동시에 갑작스러운 무흔의 반격은 운마를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산전수전 모두 겪은 그가 극복하지 못할 위기란 없었다.

곧바로 내력을 끌어올려 무흔을 맞이했다. 그의 손바닥에서 검붉은 기운이 일렁이면서 무흔을 향해 폭사했다. 현재의 운마를 있게 만든 가공할 위력이었다.

예상과 달리 발 빠른 운마의 반격이었으나 무흔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무흔의 발이 팔방을 어지럽게 밟으면서 순간 모습을 지웠다가 운마의 코앞에 이르렀다. 그의 신형이 허공을 날며 묵천신검이 가공할 예기를 폭사했다.

비천삼검 제 삼식!

무흔이 가장 자신 있는 최후의 일식이 펼쳐졌다.

번쩍!

하늘에서 뇌전이 번쩍이며 운마의 머리로 어마어마한 기세가 내려찍었다. 평소와 달리 일갑자의 공력에 비천신검의 날카로운 기세가 융합된 이 일초의 검격은 천하를 뒤흔드는 위력이 담겨 있었다.

쿠와아앙!

운마의 장력을 산산조각내며 비천신검이 머리 위를 직격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충격파와 강기의 파편이 일순간 시야를 가렸다.

과연 명검은 달랐다.

천하 최강의 위력을 지닌 비천삼검이 신검과 어울리자 그 위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섣부르게 그의 기세를 막으려 했던 운마는 일순간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감히 장력으로 맞설 수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문제는 다리를 다쳐 이동조차 쉽지 않은 상황. 어떻게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몸이 뻣뻣하게 굳는 순간 묵천신검이 안면을 갈랐다.

푸아아악-

운마의 뚱뚱한 체구가 절반으로 갈라졌다.

마치 도끼로 장작을 패듯 참혹한 장면이 연출됐다.

무흔은 비천신검을 회수했다. 그는 예전의 위력을 훨씬 뛰어넘는 강력한 검격에 역시 감탄사를 터트렸다.

어쨌든 풍운쌍마 둘을 모두 처리했다. 그를 뛰어넘는 고수를 처리했다는 기쁨도 잠시, 무흔은 천수신장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여기 있습니다.”

천수신장은 무흔의 얼굴과 고깃덩어리로 변한 두 풍운쌍마를 번갈아 쳐다봤다.

무흔이 신검을 다시 넘기려 하자 천수신장이 손을 내저었다.

“가져가게.”

“예?”

“그 검은 자네 손에 있을 때 더 빛이 날 거네.”

천수신장을 구해주고 어떻게든 묵천신검을 얻어 보겠다고 생각했던 무흔은 일순간 당황했다. 이렇게 되면 괜히 그런 작전을 세운 자신이 부끄러워지지 않나.

“원래 명검에는 임자가 있는 법. 자네가 바로 그 주인인가 보네.”

무흔은 감격한 표정으로 천수신장을 쳐다봤다.

그때 천수신장이 빙그레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혹시라도 무극서생을 만나면 이 늙은이는 잘 있다고 안부 전해주게.”

무흔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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