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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6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6화

16화. 천단비화신공 (1)

 

 

 

무림맹으로 돌아온 후 용봉대원 사이에 무공연마 열풍이 불었다.

마교와 대적했던 장후성이 의외로 밀렸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였다. 대원 대부분이 한가락 하는 문파나 무림세가 출신이어서 자부심이 유달리 컸다. 그런 상황에서 장후성이 깨졌다는 결과는 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대부분 자존심이 팍 상했다. 이런 이유로 대원들은 돌아오자마자 무공 수련에 더욱 전념했다. 예전이라면 홀로 무공을 연마하던 대원들이 오늘따라 연무장에 모여 비무를 통해 익힌 초식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백단영은 그들의 비무를 꼼꼼하게 구경했다.

“흐압!”

쨍-

마침 일봉인 남궁이화와 일룡인 장후성이 비무를 벌이고 있었다. 사실상 두 사람은 용봉대 최강의 고수이자 각각 남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검을 쥔 두 사람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마치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몇 차례의 합이 있은 후 두 사람은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잘 배웠습니다.”

대략 이 할가량의 내력만 쓴 상태로 치러진 비무는 사실상 무승부. 하지만 구경만으로도 백단영에게 큰 공부가 됐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뒤로 물러나던 남궁이화의 눈에 백단영이 들어왔다.

“단영? 너도 나랑 한번 해볼래?”

“나? 그, 그게…….”

남궁이화나 장후성과 손을 섞어보면 많은 공부가 되리란 사실은 분명하지만 감히 그녀가 어떻게.

“초식을 반복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전을 경험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돼.”

남궁이화의 권유에 백단영도 마음을 움직였다. 사실 지금까지 그녀는 이런 연습을 원했으나 그녀 수준으로는 차마 그들에게 부탁할 수 없었다.

남궁이화가 눈짓으로 자리를 정해주고는 검을 들고 맞은편에 섰다.

백단영은 심호흡과 함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사실상 남궁이화는 그녀가 처음 상대해보는 고수였다. 그녀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넣고 있을 때 장후성이 끼어들었다.

“내가 대신해줄게.”

“아, 장 소협이?”

남궁이화의 놀란 반응에 장후성이 씩 웃음을 지으며 다시 검을 잡았다.

“왜? 내가 하면 이상한가? 너도 방금 비무해서 피곤한 건 마찬가지잖아?”

남궁이화가 장후성과 백단영을 번갈아 쓱 쳐다보고는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비무 상대가 바뀌었다.

백단영은 누구라도 상관없긴 했으나 남궁이화보다 장후성이 더 편했다.

“자, 백 소저는 내력을 다 써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상대해 드리죠.”

가르쳐주는 사람답게 장후성이 여유를 부리며 발검 자세를 취했다.

백단영은 천천히 기운을 양손에 집중했다. 무림 명숙에게 사사 받았던 운기법과 검법을 총동원해서 상대를 공격했다.

휘이익-

검광이 번뜩였다.

검이 장후성의 가슴팍을 가로로 베어 들어갔다. 장후성은 고수답게 한 번의 상체 놀림만으로 그녀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이어서 바로 그녀의 빈틈을 치고 들어갔다.

챙-

백단영은 다급하게 상대의 검을 막았다.

서로의 검이 만나 금속성이 울리자 장후성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곧바로 연속해서 치고 들어가면 그녀가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적당히 합을 맞추어준 것이다.

백단영은 그가 거리를 벌려주자 후속 공격에 들어갔다. 그녀의 검이 화려한 문양을 그리며 마치 춤을 추듯 유려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째챙-

장후성의 검이 그녀의 검로를 막으며 검 끝이 변화를 보이기도 전에 일시에 종식시켰다.

과연 용봉대 최강고수다운 면모였다.

백단영은 검이 부딪힐 때마다 점차 손이 저렸다.

쉴 새 없이 신형을 전진시켰다가 물렸다가 움직이느라 호흡도 가팔라졌다. 장후성이 설렁설렁 그녀를 상대해주고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버거웠다.

“자, 더 힘을 내보세요. 내력을 모두 끌어올려서!”

장후성이 그녀를 독려하며 공격을 재개했다. 이번의 공격은 더 빨랐다. 순식간에 백단영의 검은 활로를 잃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화려하기만 한 그녀의 검초는 실전에서 장후성의 간단한 초식에 바로 무너졌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동안 운경각에서 읽으며 흉내 냈던 여러 초식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나마 간결하고 실전용이라 생각되는 검법 하나가 떠올랐다. 비급에서 읽은 후 몇 차례 시험 삼아 연습하다가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에 버렸던 초식이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며 내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 실전 검법을 떠올리며 그녀는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재능이 드러났다.

제대로 연습하지 않았던 그 검초가 완벽하게 응용되며 위력을 발휘했다.

내력이 전해진 검이 작은 파공성을 일으키며 장후성의 어깨를 베어갔다.

장후성은 본능적으로 지금 들어오는 일격에서 간결한 날카로움을 보았다. 그 역시 화산의 절기를 이용해서 그녀의 검격을 맞이했다.

차앙-

실전에서도 구경하기 쉽지 않은 강렬한 파공음과 함께 주위로 기운이 퍼졌다.

백단영은 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장후성과 부딪힌 충격으로 그녀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온몸이 충격을 받은 듯 욱신거렸다.

장후성은 뒤로 신형을 물리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옆에서 관전하던 남궁이화가 입을 쩍 벌렸다.

“괘, 괜찮냐?”

황급히 남궁이화가 백단영에게 뛰어갔다. 휘청거리는 백단영을 부축한 그녀는 놀란 눈으로 안색을 살폈다.

“단영? 대단한 초식이었어!”

백단영이 가쁜 숨을 내쉬며 검을 거뒀다.

그제야 그녀도 순간적으로 최선을 다한 검초가 평소 겉멋에 치중했던 그녀의 검법과 완전히 다른 실전 초식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실전에 적합한 검법에 새로운 눈을 뜨는 기분이었다.

장후성이 그녀에게 다가와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잘했어. 생각보다 훨씬 강한데? 더 수련하면 제대로 발전할 것 같아.”

장후성이 그녀를 칭찬했다.

이것은 백단영이 무림맹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얻는 칭찬이었다. 그동안 그녀는 무공이 별 볼 일 없어 칭찬이나 주목을 받을 일이 없었으니까.

백단영은 안면을 붉히며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녀가 내심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한쪽 옆에서 모용예가 조용히 그녀와 장후성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

 

그날 무흔은 다시 서고를 정리하느라 온종일 매달렸다. 그가 넘어트린 책장은 모두 여덟 개. 많은 수는 아니었으나 운경각에서 벌어진 일대 사건이었다.

“하필이면…….”

그는 내심 툴툴대며 열심히 쓰러진 책장을 세우고 책을 꽂았다.

당연히 책을 함부로 꽂아서는 안 된다. 서고 관리인에게 몇 번이나 혼쭐이 나며 원래 정리되었던 위치에 맞게 배열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끝냈을 때 그에게 놀라운 선고가 떨어졌다.

“당신은 앞으로 한 달간 이곳 출입을 금합니다.”

그가 부린 난장판을 생각하면 불합리한 조치는 아니었으나 무흔은 야속했다. 어쨌든 대들어 봐야 소용없기에 그는 조용히 인사하고 물러났다.

“한 달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풀이 죽은 그는 연무장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의 단전에는 천년적화초가 품고 있던 내력의 절반가량이 담겼다. 나머지 절반은 아직 융해되지 않은 채 체내에 응어리진 상태로 남아있었다.

거기에 방금 익혀본 천단비화신공은 5성 수준. 이 신공에서 비롯된 심법은 그 거대한 내력을 본인의 것처럼 다루게 했다.

그는 5성이라는 성취가 아쉬웠다. 더 연마하면 확실한 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문득 다른 삼류 무공의 성취도를 끌어다가 삼재검법과 공공십팔보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기억이 났다.

“그렇다면…….”

다른 삼류 무공을 이용해서 천단비화신공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에게는 운경각에서 읽은 5성 수준의 삼류 무공이 가득하니까. 삼류 무공을 절정 무공으로 바꾸는 방법! 이것이 가능하다면 완전 대박이다!

절정 무공일수록 연성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떤 무공은 일평생 연마해도 12성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 한계를 벗어나게 하는 완전한 사기적인 능력이 그에게 있는 셈이다.

그는 자신의 팔목을 바라보며 천단비화신공이 성취를 올리려고 시도했다.

“응?”

아무리 시도해보았으나 천단비화신공은 5성에서 올라가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그는 몇 가지 삼류 무공을 이용하여 계속 시도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진짜 사기였나?”

이상한 생각에 삼류 무공끼리 다시 합쳐봤다. 예전처럼 손쉽게 합쳐지며 능력이 5성에서 8성으로 올랐다. 하지만 천단비화신공만은 도무지 요지부동이었다.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무공에도 급이 있었다.

삼류는 삼류끼리 이류는 이류끼리 서로 완성도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천단비화신공은 그가 운경각에서 익힌 삼류 무공과는 차원이 달랐기에 서로 주고받지 못한다.

한숨이 나왔다.

결국 천단비화신공을 12성 연마하려면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12성을 달성하거나 그게 아니면 비슷한 수준의 무공 비급을 읽어야 한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군.”

물론 GOD 작가가 그에게 제공한 주인공 버프 능력을 생각해보면 공짜가 없다고 한탄할 신세가 아니긴 하다만.

한숨을 내쉬던 그는 연무장 반대편에서 열심히 수련하는 백단영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순간.

꽈앙-

격렬한 파공음과 함께 백단영과 장후성이 뒤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제는 그도 방금 들은 파공음이 내가 강기 고수들이 겨룰 때 발생하는 기의 충돌음이란 사실을 안다.

그의 눈동자가 백단영에게 꽂혔다.

“그녀도 많이 발전했네.”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굳이 그녀에게 영초와 비급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하며 그는 단전에 뭉친 내공을 떠올렸다.

 

***

 

무흔의 아침은 예전과 같았다.

아침에 식자재 들어온 것을 점검하고 곧바로 떡을 사러 간다. 바로 서옹의 심부름. 현실에서 심부름센터 알바를 하고 있는데 어째 여기서도 매일 심부름을 하고 있으니 이게 적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도 식자재 장부를 막사에 비치해놓고 신발 끈을 동여맸다.

현대 세상의 에어 조단 나이키 신발 한정품을 떠올리며 이곳 신발의 조잡함에 한숨을 짓고 있을 때였다.

“무흔, 어디 가냐?”

목소리만 들어도 아는 녀석, 바로 진풍이다.

웬일로 평소에는 자고 있을 시간에 오늘은 벌써 깨서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난번 비무에서 박살 낸 이후 여태까지 별다른 시비를 걸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서옹 어르신 심부름간다.”

“잘해라. 너 때문에 부대원 전체 욕 먹이지 말고.”

떡 사 오는 거랑 부대원 욕먹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무흔은 피식 웃으며 막사를 빠져나왔다. 어째 오늘따라 진풍이 그를 주시하는 상황이 거슬렸다.

그는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떡집으로 달려갔다.

평소처럼 오늘도 떡을 사서 식지 않게 잘 포장했다. 항상 하던 일이라 이젠 주인아주머니랑 손발이 척척 맞았다. 포장되는 떡을 보니 갑자기 햄버거 생각이 간절해졌다. 언젠가 빵 대신에 떡을 넣은 햄버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떡을 한 꾸러미 포장해서 가게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어이, 떡돌이!”

난데없이 그를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동네에서 무흔이 아는 사람이라고는 무림맹 부대원밖에 없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뒤를 돌아봤다.

“음, 깡패 자식들.”

이마에 파락호라고 써 붙여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얼굴을 한 네 녀석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깨와 팔에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몸집이 보통을 넘는 데다 얼굴과 몸에 칼자국이 번쩍여 겉모습만으로 상대편의 오금을 저리게 할 수준이다.

자연스럽게 무흔은 살짝 위축되었으나, 자신은 지금 심부름센터 직원이 아니고 무림맹의 부대원임을 떠올렸다. 그것도 무려 서옹의 제자다. 흠, 제자가 맞나? 어쨌든 가슴을 폈다.

“떡돌이! 떡 좀 주고 가지?”

녀석들이 그에게 다가오며 빈정거렸다. 이것들이 시비를 걸고 있음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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