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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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3화
13화. 마교의 보물 (1)
“컥! 이게 뭔 짓이냐!”
배가 뒤집히자 놀란 두 마교인이 뒤집힌 배를 밟고 허공을 날았다. 궤짝 때문에 전면으로 시야가 제한되었음에도 그들은 고수답게 조금도 주저 없이 대응했다.
소용돌이치는 급류가 거대한 와류를 형성했다. 일견 험난해 보이는 이 지점은 절정 무공을 익힌 마교 두 사람에게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휙-
두 사람은 신발마저 젖지 않은 채 물가로 몸을 날렸다.
마치 한 마리의 새를 보는 듯했다.
그들은 재빨리 부근의 개울가에 안착하여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살폈다.
그들의 눈에 작은 폭포가 보였다. 그 폭포를 내려가다가 배가 뒤집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씨불. 되는 일이 없군.”
허탈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피던 두 사람의 눈이 확 커졌다.
뒤집힌 조각배와 물에 둥둥 뜬 궤짝, 허우적거리는 사공 녀석이 본류가 아닌 지류 쪽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그쪽엔 커다란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어 순식간에 배를 비롯한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으아! 안돼!”
두 사람은 황급히 동굴 쪽으로 몸을 날렸다.
발을 디딜 곳이 없어 두 사람 역시 물에 빠졌다. 다행히 물은 그리 깊지 않았다. 가슴까지 물이 찰 수준이라 두 사람은 허우적거리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내부는 깜깜했다. 천장은 낮았고 물은 쉴 새 없이 동굴 내부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어디로 갔지?”
뚱뚱한 녀석이 숨이 차는 듯 깊게 호흡을 내뱉었다.
홀쭉한 녀석은 주위를 둘러보며 눈을 비볐다. 밝은 곳에서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어차피 궤짝이 멀리 떠내려가지는 못해. 물에 가라앉았을 거야.”
홀쭉한 녀석이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뚱뚱한 녀석도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동굴 내부는 넓고 깊었다.
깜깜해서 이대로는 도저히 찾을 재간이 없었다.
“안 되겠어. 뵈는 게 있어야지. 불부터 구하자고.”
홀쭉한 녀석이 찾기를 포기하고 동굴 입구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뚱뚱한 녀석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놈! 걸리기만 하면 죽여버린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다시 동굴 밖으로 나와 호숫가로 몸을 날렸다. 품속에서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던 부싯돌을 꺼냈다.
“하……, 다 젖었는데? 불이 안 붙어.”
몇 차례 부싯돌을 튀겨보던 뚱뚱한 녀석이 짜증 난 상태로 돌을 던졌다.
“자네 화공 같은 거 익히지 않았던가?”
“화공? 내가 그딴 걸 왜 익혀? 난 화공과 상극이야.”
홀쭉한 녀석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난감한 상태에 빠졌다.
“하으, 소교주님이 신신당부했는데…….”
“야, 목수한테 뛰어가서 불 빌려와!”
홀쭉한 녀석이 눈을 부라렸다.
“아, 젠장. 이게 뭔 짓거린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뚱뚱한 녀석이 투덜거리며 급히 산 위로 올라갔다.
홀로 남은 홀쭉한 녀석이 배가 빨려 들어간 동굴을 감시하며 이빨을 악물었다.
“고의였든 아니든 그 자식은 죽여버린다.”
***
배가 뒤집히는 순간 무흔은 배를 붙잡았다.
그의 계획대로 뒤집힌 배는 동굴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순식간에 사방이 어둠에 잠겼다. 중요한 물건은 배가 아니라 궤짝이다.
무흔은 급히 궤짝을 잡고 몸을 의지했다.
신기하게도 꽤 무거워 보이던 궤짝은 물에 바로 가라앉지 않았다. 천천히 급류를 따라 출렁거리면서 동굴 안으로 깊이 흘러갔다.
“으으…….”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물살이 빨라 부근에 튀어나온 바위에 부딪혀 다칠 우려가 컸다. 무흔은 손을 저으며 궤짝이 물길의 중앙 부분을 따라 흘러내려 가도록 조종했다.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는 궤짝을 잡고 천천히 동굴 내부로 깊이 들어갔다. 다만 물길의 바닥에 발이 닿고 있어 물이 깊지 않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동굴 내부로 흐르던 개울이 마침내 커다란 연못을 만났다. 경사가 완만해지며 자연스럽게 물이 고인 장소였다.
출렁거리며 흘러가던 궤짝이 서서히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무흔은 궤짝을 연못 가장자리로 밀었다. 바닥이 긁히는 소음이 울리며 간신히 궤짝을 물 밖으로 끌어냈다. 기진맥진하다시피 한 무흔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하아, 다친 곳은 없나…….”
운 좋게도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갔지만 아직 안전하지 않았다.
두 마교인이 분명히 동굴 내부로 찾으러 들어올 테니까.
무흔은 동굴 입구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봤다. 물을 따라 흘러 내려온 거리가 만만치 않게 멀긴 했으나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궤짝을 숨겨야겠어.”
무흔은 힘껏 궤짝을 떠밀었다. 물에서 움직일 때와 달리 이동이 쉽지 않았으나 그래도 살려면 무조건 해야 한다.
지이익-
질질 끌다시피 하여 궤짝을 동굴 구석으로 옮겼다.
동굴 내부 구조는 꽤 복잡했다.
어둠 속에서 석주와 석순이 어지럽게 얽힌 모습이 보였다. 그의 지식이 석회암 동굴이라고 알렸다. 고등학교 때 과학 시간에 배운 석회동굴 내용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긴 지금 써먹을 내용은 없다.
이곳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꽤 장관일 것이란 생각을 떠올리며 무흔은 궤짝을 석주 뒤 움푹 파인 지역에 굴려 넣었다.
이제 얼핏 보아서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숨겼다고 생각한 무흔은 바닥에 앉아 숨을 돌렸다.
주변이 어두워 공포심이 몰려 왔다. 옷도 완전히 젖어 기분이 찝찝했으나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언제 저들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잠시 후 어둠에 눈이 서서히 익었다. 동굴 내부에 자생하는 이끼에서 나는 빛일까. 동굴 구석에서 아주 희미한 빛무리가 눈에 잡혔다.
그 빛을 이용해 무흔은 궤짝을 더 깊숙하게 숨기고 자신이 숨은 장소도 확실하게 정돈했다.
갑자기 먼 쪽에서 빛이 확 들어왔다.
무흔은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마교인 둘의 목소리로 추정됐다.
“일단 조각배부터 찾아. 멀리 떠내려가지 못했을 거야.”
역시 그 두 사람이었다.
주변을 흐르는 물소리에 섞여 목소리를 알아듣기 어려웠다. 한동안 먼 쪽에서 빛이 어른거리더니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어두워서야 찾을 재간이 없어. 동굴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고.”
“이대로 갔다간 우리는 죽음이야. 어떻게든 찾아야 해.”
초조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점차 저들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무흔은 숨을 죽이며 바닥에 몸을 붙였다. 다행히 동굴 내부 곳곳에 기둥처럼 솟은 석주가 그의 몸을 숨겨줬다.
“저깄다!”
한 녀석이 소리치고 다른 녀석이 따라붙었다. 그들이 가져온 횃불이 일렁거리면서 그림자를 만들었다.
“배잖아? 얼른 궤짝을 찾아!”
조각배를 발견한 것일까. 배가 동굴 안으로 쓸려와서 떠내려가다가 동굴 내부 호수 입구에 걸린 모양이었다.
이어서 첨벙대는 발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가 섞여 동굴 내부를 울렸다.
“젠장, 없어. 부근을 뒤져!”
한동안 이런저런 소음과 불빛의 어른거림이 계속됐다.
무흔은 몸을 웅크리고 그들이 빨리 돌아가기만을 기다렸다. 동굴 내부 구조는 대단히 복잡했다.
“궤짝은 물에 빠졌을 거야. 물속을 뒤져야 해.”
두 사람이 물속을 첨벙거리며 찾는 듯했다. 군데군데 꽤 깊은 지점도 있어 수색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젠장! 보이지 않아.”
“아, 그놈 때문에 뭔 고생이야! 보이면 그냥 목을 잘라버린다!”
두 마교인이 분노를 길길이 표출했다.
뒤쪽에 숨어 그들의 동정을 살피는 무흔은 간이 콩알만 해졌다.
배가 뒤집힐 때 가볍게 몸을 피한 저들의 무공은 상대할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들이 궤짝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는 사실이다. 만일 사람을 찾겠다고 수색했다면 물속이 아닌 가지처럼 뻗은 동굴 내부를 뒤졌을 테니 손쉽게 발각되었을 것이다.
한참 호수 주변을 뒤적거리던 두 사람이 기운이 빠진 듯 행동이 느려졌다.
횃불을 일렁이면서 한 녀석이 그가 숨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노란 옷을 입은 뚱뚱한 녀석이었다.
무흔은 숨을 죽였다.
뚱보 녀석은 횃불을 비추며 동굴 벽과 석주 등을 관찰했다.
“끝내주는군.”
한동안 동굴이 빚어낸 예술품을 살피던 녀석이 허리를 굽혀 호숫가를 뒤졌다. 물이 고인 얕은 지점에 궤짝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직접 발로 일일이 확인하면서 점점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대로 계속 다가온다면 언제든 석주 뒤에서 바로 들킬 상황이었다.
무흔은 숨을 죽이고 최대한으로 인기척을 없앴다.
“으아! 그딴 녀석 때문에.”
투덜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던 뚱보가 무흔과 불과 이 장 남짓한 거리를 두고 멈춘 다음 횃불을 높이 들고 주위를 살폈다.
깜짝 놀란 무흔은 석주 뒤에서 팍 몸을 수그렸다.
고개를 내밀기도 두려웠다. 이렇게 깊숙한 지점까지 수색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몇 발자국만 더 옮기면 발각은 시간문제였다.
다음 순간.
쪼르르륵-
난데없이 긴장감을 깨트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짐작되는 바가 있어 무흔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뚱보 녀석이 호수에 소변을 보고 있었다. 무흔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다시 몸을 낮추었다.
잠시 후 뚱보 녀석이 투덜거리면서 다시 멀어졌다.
“젠장, 여기도 없군.”
한참 수색하던 두 사람이 호숫가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흐아, 도저히 못 하겠다.”
“우린 이제 어떡하냐.”
두 사람의 분위기가 싸늘했다.
횃불의 불꽃이 일렁거리면서 분위기가 더 을씨년스러워졌다.
잠시 쉬던 홀쭉한 녀석이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어쩔 수 없군. 우리 적황쌍마(赤黃雙魔)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어째 옷차림부터 붉고 누렇더라니. 두 녀석의 이름이 적황쌍마인 모양이었다. 이들은 마교 내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가진 간부급이었으나 정작 무흔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일 알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졸도하지 않았을까.
무흔이 숨을 죽이고 있는 사이 두 사람의 대화가 계속 들려왔다.
“궤짝 안에 넣어 두었던 게…….”
“비급과 천년적화초. 비급이야 그렇다 치고 천년적화초는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가져가야 해.”
“그거 소교주님께서 드실 건데…….”
“그러니 문제 아니냐.”
신경질이 난 듯 두 사람이 서로 티격태격했다.
무흔은 이들이 옮기던 영약이 천년적화초라는 영초임을 알아냈다. 그들이 한숨을 쉴수록 그는 더욱 뿌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갈 수 없잖아?”
“어쩌겠냐? 다음에 인원을 더 데리고 와서 다시 수색해야지.”
“그 자식이 살아있다면 그사이 훔쳐 갈지도 모르잖아?”
“흠, 그것도 문제인데?”
적황쌍마가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들의 시야에는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동굴만 보였다. 계속 수색하고 싶지는 않은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흠, 좋아. 그럼 동굴 입구를 막아버리지.”
“그렇군. 녀석이 살아있어도 도망 못 치게.”
결정을 내린 적황쌍마가 횃불을 들고 동굴 입구로 이동했다.
무흔의 안색이 싹 변했다.
동굴 입구를 막는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탈출이 불가능해지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지금 저들을 따라 나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점차 횃불이 사라지고 동굴 내부가 다시 어둠에 잠겼다. 무흔은 두려움에 싸여 사고의 공백에 빠졌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콰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동굴이 흔들리며 산이 붕괴하는 듯한 소음이 내부를 가득 메웠다.
“으아, 그 자식들이 진짜 입구를 무너트렸어!”
보지 않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적황쌍마가 동굴 입구를 붕괴시켜 막아버린 것이다. 꼼짝없이 동굴에서 생매장당할 판이다.
그는 계획과 다르게 동굴에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