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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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8화
운집
짧은 시간이었다.
1년이 넘었다고는 해도 무신에겐 짧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럴 것이 그는 망령의 숲에서 무려 22만 년을 보냈다.
막말로 100년을 넘게 있어도 ‘찰나의 순간’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성과는 컸다.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미안하네만… 조금만 떨어져 있겠네.”
“숨이 찰 지경이오.”
곽이천과 윌레이커 카이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기가 질려서 무신과 거리를 두었다.
가까이 있었다간 그의 기에 눌려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괜히 오두방정을 떠는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의 관자놀이 양쪽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몸도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천마도 마찬가지였다.
“헙!”
천마는 진즉부터 뒤로 물러나 있었다.
곽이천이나 윌레이커 카이스와 다르게 무신에게 거의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았기 때문에, 천마는 더 큰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무신이 그때보다 더 강해졌단 것에.
물론 천마도 강해졌다.
곽이천과 윌레이커 카이스도 생사경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그래봤자였다.
그들이 강해진 정도는 무신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못 됐다.
굳이 그렇게 볼 것도 없이 무신이 도원경에 들어오기 전으로 돌아가도 못 이기는 수준이지만.
원래부터, 차이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당연했다.
무신은 내공만 부족했을 뿐, 원래 검신(劍神)이었다.
검신은커녕 아직 자연경의 그것도 다루는 게 익숙지 않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많이 불편하십니까?”
도원경을 나가기 앞서, 무신은 그렇게 물었다.
곽이천과 윌레이커 카이스가 대답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천마야 술래잡기라도 하려는지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무신은 잘됐다는 듯 말했다.
“그만큼 더 잘 성장했다는 식으로 보면, 오히려 좋은 일이로군요.”
“하하! 그렇지!”
곽이천이 반색하며 반응했다.
강호에서 누군가가 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입지가 좁아진단 뜻이지만, 곽이천은 그에 대해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너무 압도적이니까.
어중간하게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니까.
게다가 지금은 대화합의 시대였다.
누가 더 강하고 어쩌고 따질 때가 아니었다.
마왕전.
우선 거기서 승리하는 게 더 중요했다.
윌레이커 카이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최 교주 덕에 든든하오.”
“고맙소.”
“내 고국 카르베니아의 역사를 통틀어도 최 교주 같은 괴물은 없었을 거요.”
윌레이커 카이스는 칭찬으로 한 말이었지만, 어떤 의미에선 오히려 실례였다.
그와 같은 식으로 비교하는 게.
왜냐하면 무신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검신이라서?
그보다, 그는 신의 무기를 얻어냈던 사람이었다.
유림의 검.
얻어낸 적이 있다고 해봤자 꺼내지도 못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거의 다 온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세계에, 빛이 드리우고 있었다.
무신은 그 감각을 기억했다.
직접 쥐어봤었으니까.
하지만 말했듯 거의 다 왔을 뿐이었다.
아직, 쥐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곳은 그대로군요.”
무신은 그렇게 강호로 돌아왔다.
유림교 뒤편의 대화전.
그날 그때의 꽃들이 그의 눈과 코를 자극했다.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까지 자극하지는 못했다.
도원경.
그곳에 비하면 이곳은 아름답다는 축에도 못 꼈다.
그냥 눈요기하기 좋은 곳일 뿐.
‘눈이 너무 높아져 버렸군.’
무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숨을 골랐다.
공기도 도원경과 달랐다.
조금 거친 느낌이 있었다.
그러니 자연의 정기는 오죽할까.
도원경에선 움직이면서 내공심법을 운용하는 느낌이라면, 이곳은 그냥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쁘게 볼 것 없었다.
이게 본래의 생활이다.
“우선 거점으로 가시지요.”
“그러지.”
“알겠소.”
무신은 곽이천과 윌레이커 카이스, 그리고 천마를 데리고 거점으로 이동했다.
거점.
마왕전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
천룡무관이었다.
그곳이 거점이 되는 이유야 뻔했다.
따로따로 싸워봐야 마왕들의 먹잇감만 더 늘어날 뿐이었다.
한곳에 모여 대항하는 편이 백번 나았다.
마왕들도 ‘감각’이란 게 있을 터, 자연스레 그곳으로 몰려들 것이고.
설혹 천룡무관을 피해간다 한들 문제될 것은 없었다.
직접 쫓아가서 죽이면 되니까.
무신은 가만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천룡무관.
오매불망 무신만을 기다리던 관생들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강호를 호령하는 무신에게 잘 보이려 거짓된 행동을 하는 게 아니었다.
무신은 오래 전부터 그들의 지주였다.
그만이 그들을 살릴 수 있었다.
그들에겐 마왕들을 상대할 힘이 없으니까.
물론 곽이천과 윌레이커 카이스의 복귀의 영향도 컸다.
각각 무림맹주와 카르베니아 군주.
두 사람을 따르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한 사람은 예외였다.
천마.
불청객의 등장에 관생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니, 불청객은 너무 좋은 표현이었다.
마교의 끝.
마(魔)의 근원.
천마는 감히 말하건대,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였다.
그러나 무신은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설득했다.
“이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걸로 속죄를 시키겠다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 당했던 만큼, 우리도 이용해 먹잔 겁니다.”
그들은 무신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말했듯 무신이 그들의 지주이니까.
하지만 무신의 말 자체에도 일리가 있었다.
나쁜 놈이라고 그냥 죽여 버리는 것보다는, 어떻게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편이 나았다.
막말로 고기 방패로 써도 될 일이었다.
상황이 정리되자, 무신은 천룡무관 간부들을 끌어모았다.
간부라고 해봐야 기존 강호의 고수들이었다.
각 문파의 장문들.
혹은, 가문의 가주들.
그도 아니면 북해빙궁 궁주와 같은 새외무림 세력의 수장들이었다.
“그간 준비는 잘되셨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완벽하지는 않네.”
“정확히 무슨 말씀이신지요?”
총괄을 맡았던 남궁천이 대답했다.
“분명 강해졌지만 제자리걸음하는 자들이 많다는 걸세.”
“내공이 많아지고 검술은 향상됐는데 경지는 오르지 않았다, 이것이군요?”
“그렇지.”
“그거라면, 괜찮습니다.”
“응?”
“전혀 문제없습니다.”
남궁천뿐 아니라 자리한 대부분이 의아하게 반응했다.
성장을 목표로 만든 곳에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어찌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
무신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원래 경지라는 것이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리 짧아도 수 년, 길면 십 수 년, 아주 길면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한 단계 올리는 데에. 허나 우리는 기껏해야 몇 년이었습니다. 고수들만 모아놨다고 해도 그 법칙을 깨기란 어렵습니다.”
“그렇기야 하지.”
“그리고 내공이 늘어났고 검술이 올라갔으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습니까?”
“되다니?”
“마왕전에서 우리 관생들의 역할은 마왕을 잡는 게 아닙니다. 그 아래 마수들을 잡는 것이지요.”
자리한 이들이 무신의 말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마수들은 지금 정도로도 충분히 제압 가능합니다. 남궁가의 창궁무애검법 같은 것이면, 제압뿐이겠습니까? 압도적으로 끝장을 내버리겠지. 화산파나 개방, 나아가 북해빙궁의 비기들까지 모두 마찬가집니다. 우리는 마물들에게 전혀 꿀릴 것이 없습니다.”
거기다 은근히 치켜 세워주기까지 하니 그들은 점점 무신의 말에 동화됐다.
하지만 이것은 설득이 아니었다.
분명히 그렇게 될 ‘현실’이었다.
무신이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그럼 마왕은 누가 잡느냐? 우리,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입니다. 다들 짐작은 하셨을 줄 압니다.”
“짐작뿐인가? 진즉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
“그리 생각해 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실질적 총대장인데 굳이 감사해할 필요가 있겠느냐마는, 목숨을 버리란 뜻이었다.
마왕들과 싸우는 것은.
왜냐.
마왕들이 강하니까.
어지간한 힘으로는 꿈쩍도 안 하니까.
하지만 이들이 나서는 수밖에는 없었다.
최소한, 깨달음의 경지에는 달해야 마왕들과 비벼진다.
일반 관생들이 마수들만 잡는 이유였다.
무신의 눈이 빛났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지요. 마왕전을.”
마왕들은 아직 강호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때는 왔다.
무신은 알 수 있었다.
어디선가 이질적인 기운들이 몰려들고 있었으니까.
***
마계 흑화성.
이른 아침부터 그곳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이른 아침부터의 일이 아니었다.
벌써 며칠째.
마수들부터 마왕들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바빴다.
그럴 수밖에.
“다들 서둘러! 한시라도 빨리 그곳에 들이닥쳐 인간 놈들을 비틀어 죽여야 하니!”
그곳.
인간들의 세상.
강호(江湖)라 불리는 곳으로 통하는 워프 게이트가 드디어 작동을 시작했다.
그 힘은 마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마수가 한 번에 이동될 만큼이었다.
오래 준비했으니까.
이날만을 위해 갈고 닦았으니까.
서열 1위 마왕 바알이 뒷짐을 진 채 나타났다.
“너무 재촉은 말거라. 시작부터 힘이 빠지면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예!”
상대가 인간들임에도 그는 철저했다.
조금의 변수도 두지 않겠단 의중이었다.
그것은 마왕들에게 지시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내 누누이 말하지만, 절대 독단으로 행동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 부득이하게 나뉘어야 한다면, 그것은 부대 편성으로 인한 나뉨뿐일 것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들은 강해. 대천사들도 그들만은 못할 것이다.”
“예, 대장.”
“명심했으면, 이제 움직이거라.”
다시 ‘예!’ 하는 우레와 같은 대답과 함께 칠십의 마왕들이 동시에 일어섰다.
그러자 마계가 크게 들썩였다.
과장된 비유가 아니었다.
칠십의 마왕.
마신을 제외하면 마계의 거의 모든 힘이 동시에 움직이는 격이었으니, 오히려 들썩이는 것으로 끝난 게 다행이었다.
그들의 행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워프 게이트 앞.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수만의 마수들이 눈에 독기를 품은 채 대기 중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바알이 소리쳤다.
“가자! 제군들이여!”
***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었다.
높은 하늘 아래, 말들이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무신은 빙긋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날이 좋을 수가 있나.’
당장에라도 보따리 짐 싸다가 나들이를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숫가를 거닐며 산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어디 객잔에 눌러앉아 죽엽청 두어 병이라도 쭉 들이켜고 싶었다.
벌써부터 몸이 안달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흥은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즐겨도 좋았다.
당면한 일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니까.
무신은 저 멀리 거뭇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쳐다보았다.
불이 난 게 아니었다.
마교 교주가 재림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마계의 워프 게이트.
무신은 한눈에 알아봤다.
본 적 없지만, 저것이 분명 그것일 터였다.
회귀 전에 들은 기억이 있으니까.
저것으로 인해 강호가 쑥대밭이 됐으니까.
무신은 그 꼴을 재현당하기 싫었다.
확실히 막을 것이다.
다시는 강호를 넘보지 못하도록 오히려 혼쭐을 내줄 것이다.
아니, 혼쭐로는 안 되겠지.
아주 끝을 내야 한다.
그래야만…….
‘밑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신은 천룡무관 관생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앞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생들, 그리고 수많은 고수들이 운집해 있었다.
“그들이 오고 있습니다.”
“와아아아아!”
“필사즉생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 그것만 명심하면 우리는 반드시 이 전쟁을 승리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와아아아아!”
덤덤하게 말하던 무신은, 끝에서 소리쳤다.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