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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7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7화

도원경

 

 

구름 한 점 없는 드높은 창공 아래 끝없이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한 면을 채우는 수백, 수천 그루의 복숭아나무.

그뿐인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커다란 호수가 보였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아담한 집이 서너 채 지어져 있었다.

갑자기 들소 떼가 나타나 마구 헤집고 다녀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듯한 아름다움.

그 앞에서, 무신은 잠깐 넋을 놓았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세상에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미모의 여인의 나신인들 비교가 될까.

 

‘도원경이 별천지라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도원경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벅찬 가슴이 도무지 가라앉질 않았다.

강호에도 뒤지고 뒤지면 얼마든지 이만한 광경은 찾을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또 도원경만의 특별한 점이 있었다.

 

정기.

 

자연의 그것이 아주 끝내줬다.

아닌 말이 아니라 숨만 쉬어도 내공이 쌓이는 듯했다.

만약 여기서 심법을 운용하면 어찌 될까.

단전에 얼마나 내공이 축적될까.

망령의 숲에서의 힘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무신은 이제 흥분이 될 지경이었다.

성장이란 것은 언제나 그를 들뜨게 만들었다.

 

“호오, 정말이지 말이 안 나오는구먼.”

“도원경… 이라 했소? 내 살다 살다 오러가 허공에서 채이는 곳은 처음 와보오.”

 

비단 그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먼저 도착한 곽이천과 윌레이커 카이스도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특히 윌레이커 카이스는 어린애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왜 그리 신났소?”

 

그렇게 묻는 무신의 몸도 이미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무인으로서 무인의 세상에 온 것은 그만큼 기쁜 일이었다.

그런데…….

무신의 눈이 그제야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을 찾아다녔다.

 

천마.

 

강호에 남겨뒀다간 일을 저지를 것 같아 데려왔는데, 어디 갔는지 흔적도 없… 무신은 몸을 웅크린 채 엎어져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천마였다.

응급처치만 하고 온 터라 다시 고통이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무신은 성큼성큼 그에게 걸어갔다.

 

“내가 왜 널 데려온 줄 아나?”

“크윽…….”

“강호에 남아 있는 게 불안했다면, 사실 그냥 죽여 버리면 되거든. 그럼 불안해할 필요가 없지.”

 

무신은 ‘헌데 말이다’ 하며 천마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다.

 

“네놈 같은 고급 자원을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깝잖아? 그러니 너도 함께 수련해라.”

“뭐?”

 

예상치 못한 전개였는지 천마가 고개를 들었다.

무신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마왕전에 좀 나서줘야겠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냐?”

 

천마는 함께 수련하잔 말보다 함께 마왕전에 나서란 말에 더 의아하게 반응했다.

그럴 수밖에.

내내 도원경에 있었을 그가 마왕전에 대해 알 리 만무했다.

 

무신은 친히 설명해 주었다.

물론, 모든 원인은 마교에게 있었음을 특히 강조했다.

 

“마왕들은 내가 섬기던 존재들이다. 헌데 어찌…….”

“섬기던 존재들을 뜯어먹어?”

“뜯어먹다니?”

“마운현이 마물을 소환해다 그 마기를 흡수한 데에는 네놈의 영향도 상당할 텐데?”

 

어떠한 세력 안에서 누군가 일을 벌인다 함은, 최우두머리의 허락이 떨어졌단 뜻이었다.

독단으로 행동하다간 최우두머리에게 뭇매를 맞을 게 뻔하니까.

마운현이 최우두머리가 아니냐마는, 전혀.

마교의 진짜 최우두머리는 여기 이 천마였다.

 

각설하고, 마운현이 마물을 소환해 그 마기를 삼킨 것도 당연히 천마의 허락이 있었단 것이다.

물론 직접 대면한 채 말하진 않았겠지.

서적으로든 표식으로든 무언가 그렇게 하도록 판을 남겨놨을 것이다.

 

무신은 귀를 후비며 말했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그게 그러니까…….”

 

하지 않는다고 하면 금방이라도 죽일 기세였다.

천마의 가련한 목숨은 오로지 무신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천마는 다른 걱정이 드는 모양이었다.

 

“인간이 마계를 상대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럼 어쩌자고?”

“깨끗하게 포기하는 편이…….”

 

무신은 손가락에 묻어 나온 귀지를 후 하고 날리며 천마를 직시했다.

 

“맞는 말이야. 위험하면 포기하는 편이 나아.”

 

위험하면 포기하는 편이 낫다는 것.

진심이었다.

무신은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회귀 전, 그가 15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덕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었으면 15년은커녕 1년 반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왕전은 아니다.

그것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새외무림으로 도망쳐? 아니면 어디? 해동이나 동영? 다 마찬가지다. 마왕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순 없어.”

 

확실하다.

그들에겐 워프 게이트란 사기적 이동 장치가 있으니까.

 

무신은 따분하다는 듯 하품하며 말했다.

 

“그러니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알아들어?”

“…그렇군.”

“자, 그럼 어쩔래? 죽을래, 아님 내 밑에 들어와 강호를 구할래?”

 

선택지는 두 가지인데 천마는 마치 하나밖에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너와 손을 잡겠다.”

“말은 바로 하셔야지. 손을 잡는 게 아니라, 한마디로 내 수하가 되는 거다.”

“…알겠다.”

“좋아. 그럼 곧 수련을 시작할 테니 그리 알아.”

“지금 당장 말이냐?”

 

여전히 피칠갑인 제 몸을 가리키며 천마가 말했다.

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전에 들어가면 그보다 더 심각한 상태에서도 힘을 내야 할 테니, 미리 경험한다 치도록.”

“…….”

“앞으로 퍼뜩 대답 안 하면 머리통이 날아갈 줄 알아.”

“그, 그리하겠다.”

 

무신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마.

이것으로 좋은 아이템 하나는 얻었다.

걱정은 딱히 안 해도 될 것이다.

배신이란 게 저렇게 겁먹은 상태에선 결코 나올 수 없는 성질이니까.

혹, 배신한들 상관없었다.

무신에겐 천마를 일격에 죽일 힘이 있었다.

그것이면 됐다.

 

“시작하시지요.”

 

조금 더 도원경에 대한 감탄을 이어가도 되련만, 무신은 지체 없이 수련에 들어갔다.

기한.

5년이란 기한.

거기서 벌써 3년이 흘렀다.

남은 기한은 이제 2년뿐이었다.

마계에서 워프 게이트 작동을 좀 더 앞당긴다 하면, 1년 남짓밖에 안 남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서둘러야 한다.

한가로이 경치 구경이나 할 때가 아니다.

 

수련은 간단하다.

내공심법.

검술의 극을 달리는 무인들이 모였으니 수련은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무신만의 경우였다.

곽이천.

윌레이커 카이스.

그리고 천마.

그들에겐 아직 부족한 면모가 많았다.

그들은 무신처럼 22만 년이나 검을 들진 못했으니까.

끽해봐야 반백 년이나 될까.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었다.

 

대련.

 

서로 겨루며 부족한 점을 메워 나가다 보면 검술은 자연스레 늘게 돼 있었다.

말했듯 생사경에 도달하며 그들은 어지간한 검술은 이미 다 습득했기 때문이다.

 

“마치 내공이 가득 담긴 호수에 풍덩 빠진 느낌이네. 자네도 그런가?”

“예. 그렇습니다.”

 

수련은 그렇게 시작됐다.

중간중간 담소를 나눈 것을 빼면, 정말이지 수련과 수련과 수련의 연속이었다.

마치 그때처럼.

망령의 숲에서 검만 들었던 것처럼.

 

무신은 어느 샌가 무아지경에 빠져 들었다.

소리 하나.

바람 하나.

무엇 하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는 심취해 있었다.

 

내공.

 

그것이 쌓여가는 게 몸에 확확 와닿았으니 심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당초 무신은 내공이 가장 필요했다.

그래서 유림의 검을 되찾는 것.

그게 그의 목적이었다.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도원경에는 기후의 변화가 없었기에, 간간히 눈을 떠도 하늘은 늘 맑았다.

가끔 찾아오는 달빛은 몹시도 청명했다.

이것이 진정 환락은 아닐까.

하는 게 수련뿐이었는데도 무신은 그렇게 느꼈다.

처음 도원경에 발을 디뎠던 순간처럼, 장대한 무언가가 그를 덮쳐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만족은 목적한 바를 이룬 후에 해도 좋았다.

그가 가부좌를 풀지 않고 있는 사이, 주변에서는 세 사내의 대련이 한창이었다.

곽이천과 윌레이커 카이스가 서로 검을 겨누고 있었고, 천마가 둘을 지켜보았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관계.

아니, 적대적 관계.

 

그런데 셋은 점점 어울려 갔다.

서로의 문제를 서로가 파악해 주며 그것을 고쳐 나갔다.

 

셋 중 제일 약했던 곽이천이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

그의 무위는 어느 순간 윌레이커 카이스와도 견줄 정도가 되었다.

그가 아무리 뛰어넘으려 해도 뛰어넘을 수 없었던, 생사경.

그것을 뛰어넘은 것이다.

자연경이란 이름으로써 말이다.

물론 윌레이커 카이스나 천마의 도움 덕만은 아니었다.

도원경.

그 자체의 영향이 더 컸다.

이곳은 오로지 무인만을 위한 세계니까.

 

덩달아 윌레이커 카이스도 한 단계 진보했다.

그랜드 마스터, 강호 말로 생사경 이상에 해당됐던 그는 비로소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다.

자연경.

일전에도 사용할 수는 있었으나 완전하지는 못했던 것을 완벽히 다뤘다.

그의 손에서 자연의 정기가 빛나고 있었다.

 

천마에겐 딱히 진전이 없었다.

들어왔던 그대로 그는 자연경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전혀 접하지 못한 카르베니아식 검술과 정파의 정공 검술이 그를 바꾸었다.

그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경지는 자연경에 머물렀어도 그의 무위는 분명 상승했다.

풍기는 기압.

기세.

그게 달랐다.

 

“집중이 대단하구려. 도대체 며칠째인지.”

“며칠로 되겠소? 거의 몇 달도 넘은 것 같은데.”

 

세 사람이 그렇게 변해가는 와중에도 무신은 심법에 여념이 없었다.

흡사 망부석과도 같았다.

꼼짝을 안 했다.

그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야 뻔했다.

그는 여전히 무아지경이었다.

망령의 숲에선 줄곧 했던, 하지만 강호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그것.

 

성장.

 

그는 알게 모르게 진화(進化)하고 있었다.

그를 맴도는 거대한 내공의 덩어리가 확연히 커지고 있었다.

곽이천은 근처에만 다가가도 헉 소리를 낼 정도였고, 윌레이커 카이스는 숨도 잘 못 쉬었다.

그나마 천마만이 멀쩡했다. 하지만 이로써 무신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리라.

 

시간은 계속 지나갔다.

그들이 도원경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이제는 무신도 눈을 떠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그대로였다.

무엇이 더 남았을까.

무엇이 더 고픈 것일까.

해답은 이번에도 그의 몸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화르륵!

거대한 기압이 마치 불꽃처럼 타올랐다.

느끼기는커녕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을 장대함.

저것이 정녕 무(武)의 끝인 것만 같은 위대함.

무신이 눈을 뜬 것은 바로 그때였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끝이 없다는 그 커다란 도원경이 통째로 들썩였다.

무신이 몸을 일으키자 이번에는 푸르던 하늘에 난데없이 벼락이 쳤다.

곽이천의 입이 떡 벌어졌다.

윌레이커 카이스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천마조차 감당하지 못했다.

 

본인이 무슨 일을 일으켰는지 전혀 모르는지, 무신은 그저 제 몸을 살피고 있었다.

양손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거나.

고개를 빙글빙글 돌리거나.

제자리에서 갑자기 두세 번 도약하거나.

그 일련의 과정들마저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그는 움직이는 벽력탄이었다.

그러다 이만 됐다는 듯 빙긋 웃어 보였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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