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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5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5화

차이

 

 

괴물.

비유하자면, 천마는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가 걸음 한 번만 내디뎌도 지면이 움찔움찔 흔들렸다.

무신은 신기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과연 천하를 호령할 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도원경에 갔다 왔다니 지금은 그때보다 더 무위가 상승했겠지.

하지만, 신화경은 분명 아니다.

툭.

무신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천마가 뒤로 튕겨 나갔다.

말 그대로였다.

무신은 빙룡검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천마가 비틀비틀 몸도 가누지 못했다.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

 

확신이 무너지는 것만큼 당혹스러운 일도 없다.

생사경.

자연경.

그리고 신화경.

스스로 신화경을 자처한 천마는 이 싸움의 승리가 자신에게 올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무조건 장담했다.

이날을 위해 도원경에도 다녀왔으니까.

하지만 꼼짝도 못했다.

그러니 그의 얼굴은 곧 산송장처럼 새파랗게 젖었다. 자신만만했던 얼굴이 젖어 들어가는 모습은 실로 볼만했다.

무신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벌써 자포자기한 건가?”

“…….”

 

노골적인 농간에도 천마는 입을 떼지 못했다. 겨우 일합이었지만 상대와 자신의 수준 차를 파악한 것이다.

천마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중얼거렸다.

 

“신화경에 달한 나의 공격을 손으로 쳐냈다… 설마 네놈도 도원경에 다녀왔나?”

“도원경 비스무리한 곳에 다녀오기는 했지.”

“뭐?”

“저승 망령의 숲이라고, 거기서 폐관수련을 하다 내려왔다.”

“저승?”

“그래. 저승. 거기 망령의 숲이란 곳에서 폐관수련을 했다 이 말이다.”

 

무신이 농간을 부린다 생각됐는지 천마가 버럭 화를 냈다.

 

“감히 나를 우롱하려 드느냐!”

“우롱? 그럼 뭐 어떻게 이해하시려고? 네 말마따나 강호에선 생사경의 거의 한계인 것을?”

“그거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

“수천 수만 강호인이 모두 실패한 일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고는 할 수 없겠지. 그렇지 않나? 당장 너도 실패했기 때문에 도원경에 간 게 아닌가?”

 

천마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계속 목청만 높였다.

 

“닥쳐라!”

“허허. 못 믿는 것이야 이해는 간다마는, 말했듯 너도 도원경에 다녀오지 않았나? 환상계(幻想界)를 말이다.”

“산 자가 죽은 자의 땅에 간 것과 그게 같으냐?”

 

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기야 한데, 뭐, 믿든 말든 그건 네 자유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게 지면 되는 것이고.”

“하하.”

“왜 웃지?”

 

천마가 검을 땅에 내리 꽂으며 말했다.

 

“네놈은 싸움이 끝난 것 같으냐?”

“네 공격을 손짓 하나로 막았으니, 이미 끝난 게 아닌가 싶은데?”

“전혀.”

“전혀?”

 

천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다시 무신을 쳐다봤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이미 나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구나. 이런 치욕을 겪다니.”

“자존심이든 치욕이든 네가 이미 진 것 같다만.”

“내가 정말 졌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말하며 천마가 우레와 같은 기합성을 터뜨렸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시꺼먼 기가 마구 터져 나왔다.

저것은…….

무신은 본 적이 있었다.

 

“호오, 너도 결국 마교인 아니랄까봐 그것을 쓰는 게냐?”

“그것?”

“마물화 말이다.”

“후우, 이 힘을 어디 그따위 것에 비교하느냐?”

 

어디 그따위 것에 비교하느냐.

무신은 금세 그 말의 뜻을 알아챘다.

시꺼먼 기가 터질 뿐이지 천마의 몸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살갗에 실핏줄이 돋아난다거나.

뿔이 튀어나온다던가.

확실히 마물화는 아니었다.

 

천마가 소리쳤다.

 

“이게 진짜 나의 힘이다!”

 

잠자코 천마를 지켜보고 있던 무신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천마는 애당초 제 전력을 쓰지 않았다.

말하자면, 기본기로 무신을 상대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풋내기’가 전력을 써봤자 악을 쓰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무신은 그래서 우스웠다.

이게 진짜 나의 힘이다!

제 힘에 취해 지껄이는 저 대사마저 오그라들 지경이었다.

 

“그런 말은…….”

 

맹렬하게 달려오는 천마를, 무신은 몸만 살짝 젖혀 피했다. 그리고 가볍게 빙룡검을 찔러 넣었다.

 

“무조건 이긴단 확신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커헉!”

 

복부에 검상을 입은 천마가 피를 토했다. 무릎이 꿇리며 무게중심이 완전히 무너졌다.

물론 천마의 입장에선 다시 또 확신했을 것이다.

전력을 사용하면 무신쯤은 아무렇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천마가 도원경에서 보낸 세월이 1이라면 무신은 망령의 숲에서 그것의 수천, 수만 배를 보냈다.

애당초 시작 전부터 결판이 나 있던 승부였다.

다만, 무신은 아쉬웠다.

천마를 더 일찍 쓰러뜨리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쉽게 끝났다는 것.

천마가 기대 이하의 실력을 가졌다는 것.

지난 3년간 쌓은 무위를 아무것도 실험해 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말했듯 수준 차가 심해도 너무 심했으니까.

 

무신은 꺽꺽거리는 천마에게 물었다.

 

“대체 뭘 느끼고 너 스스로를 신화경에 올랐다 한 거지?”

“퀘엑!”

“음, 정신 차릴 때까지 좀 시간을 주마.”

 

무신은 천마의 검을 멀리 걷어차며 그의 앞에 양반다리를 깔고 앉았다.

무인들 싸움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미 승패가 갈렸다.

대자로 누워 있다 한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케헥!”

“등이라도 두드려 줘?”

 

무신이 잔뜩 비아냥거리는데도 천마는 아무런 반발도 못했다. 내상까지 입었는지 아예 피가 안에서 역류하는 모양이었다.

무신은 따분하다는 듯 하품하며 천마를 쳐다보았다.

 

“신화경이란 말이다. 아무리 도원경에 다녀왔다 해도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꾸으윽.”

“신검(神劍)이란 것을 얻어내야만 하거든.”

 

신검(神劍).

유림의 검(劍).

망령의 숲에서 22만 년을 수련한 무신도 아직 되찾지 못한 물건이었다.

천마가 진짜 신화경이었다면, 유림의 검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꺼냈겠지.

하지만 천마가 들었던 검은 빙룡검처럼 ‘평범한 검’에 지나지 않았다.

명검이나 보구라 불릴 수는 있어도 신검까지는 될 수 없단 것이다.

물론 신검이 신화경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었다.

자연경에서 깨달음만 얻는다면, 얼마든지 신화경은 가능했다.

당장 무신도 실질적으로는 신화경이 맞았다.

회귀했을 뿐, 깨달음은 여전하니까.

하지만 ‘완전한 힘’은 신검으로부터 비롯된다.

생사경의 심검, 자연경의 자연검처럼 말이다.

 

“내가 보기에 너는 자연경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 같은데.”

“…….”

“응? 가능하다고? 그럼, 어디 한번 해보거라.”

 

천마의 몸이 꿈틀거렸기에 무신은 그것을 자연경이 가능하단 말로 해석했다.

무신은 벌떡 일어나 양팔을 벌렸다.

빙룡검을 쥐지도 않았다.

무방비 상태의 자신에게 뭐든 해보라는 듯 천마를 자극했다.

천마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아까 자존심을 잃으며 치욕이라 했던 것은 아마 지금 상황과 비교도 안 될 것이다.

무신의 행동은 조롱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순간, 천마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자연경.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구사가 가능한 그였다.

그는 그것으로 저 빌어먹을 사내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 다짐하고 있었다.

방법은 쉬웠다.

계속 피를 토하는 척, 갑자기 일어섰다.

그리고 자연의 정기를 이용해 검을 만들었다.

자연검(自然劍).

무형검의 성질을 닮은 그것은 아무런 행태도 없이 있다가 갑자기 하나의 검이 되었다.

그래도 모양은 독특했다.

아주아주 긴 가시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주 날카로운 창살이라고 해야 할까.

뭐가 됐든 좋았다.

저놈의 살가죽만 뚫을 수 있다면.

천마는 그렇게 달려갔다.

무신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있었기에 공격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얄짤 없이 튕겨나갔다.

천마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이게 무슨…….”

“아까 뭐? 이게 진짜 힘이다?”

 

무신은 시뻘겋게 타오르는 천마의 자연검을 그대로 그의 손에서 가져왔다.

그리고 종잇장처럼 찢었다.

강철.

명검.

그것보다 수백 배는 더 단단할 것이 정말 조각조각 나뉘었다.

천마의 얼굴이 더욱 경악스럽게 굳어갔다.

무신은 힘을 잃은 천마의 자연검을 허공에 흩뿌렸다.

 

“이게 진짜 힘이다. 자연경의.”

“……!”

“정신 차린 모양이니 뭐 하나 부탁 좀 하자.”

 

무신의 눈이 빛났다.

 

“나도 도원경이라는 곳에 좀 가봐야겠다.”

 

***

 

저승, 염라의 문.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몰려드는 망령들로 인해 염라는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명부.

해당 망령의 인생을 돌아보며 행선지 판단.

그리고 판결.

늘상 해오는 일임에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요 바로 전에는 마계의 거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도 아니었다.

이름이…….

안드로 말리우스라고 했던가.

버럭버럭 소리 지르며 자긴 마계로 돌아가야 한다, 어쩐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마계의 거물도 결국 죽으면 망령.

인간의 그것이든 짐승의 그것이든 다를 게 없었다.

안드로 말리우스도 똑같이 판결을 받았다.

물론 끝까지 난동을 부리기는 했다.

마계의 신, 그러니까 마신(魔神)께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마신이라 한들 저승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유림.

저승에도 절대적 신이 있었다.

염라는 마신을 당해내지 못해도 유림은 마신을 당해낼 힘이 있었다.

헌데 그 유림께선 또 어디 가셨을꼬?

언제나처럼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유림을 떠올리며 염라는 계속 작업에 몰두했다.

그때였다.

 

“염라 있느냐?”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염라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말 그대로 염라의 문이므로 염라의 허락 없이는 열릴 수 없는 곳.

그런데 열렸다 함은…….

염라는 벌떡 일어섰다.

 

“유림이시여!”

“됐다. 앉거라.”

 

유림은 가볍게 손짓하며 염라의 책상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감히 저승의 왕에게 이 무슨 추태겠느냐마는, 상대가 유림이라면 책상 위에 드러누운들 아무 문제 없었다.

앞서 말했듯 그녀의 신분은 저승에서 최상위였다.

염라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하… 그간 어디 계셨었습니까?”

“이래저래 일이 있어 바빴구나.”

 

일?

무슨 일?

물음표는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유림이 직접 그에 대해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묻지 않는 게 예의였다.

다행히 그녀가 먼저 꺼냈다.

 

“이승에 재미난 일이 있어서 말이지.”

“재미난 일이라면……?”

“일전에 최무신이란 인간을 기억하느냐?”

 

기억하다마다.

이승의 존재가 저승으로 넘어온 최초의 일이었으니 잊을 수가 없었다.

염라는 퍼뜩 고개를 끄덕였다.

유림이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이 일을 하나 꾸미고 있더구나.”

“일이요?”

“마계와 대립하려 하고 있어.”

 

염라의 눈이 흔들렸다.

 

“마계와 대립이라니요? 인간인데 어찌……?”

“그러니 재밌다 이 말이다.”

 

유림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오래 전에 마계로부터 이미 한 번 침략을 받기도 했고 마교란 곳에서 마물을 끌어들이고… 좀 복잡한 사정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만, 어쨌든 이미 일은 벌어졌다.”

“허허.”

“뭐, 우리야 구경만 하면 되는 입장 아니겠느냐? 네게도 알려줘야 할 것 같아 온 것이다.”

 

해맑은 유림과 달리 염라는 밝지 못했다.

 

“마계가 이길 게 불 보듯 뻔한 싸움 아닙니까? 최근 천계도 건드리면서 그쪽 세상을 아주 뒤집어놨는데. 이제 인간계까지 그러려 하다니.”

“음, 뻔하진 않을 게다.”

“예?”

 

유림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최무신. 그 녀석, 이제 나를 불러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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