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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1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1화

압도

 

 

따르지 않겠다면 무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그 말을 듣는 순간, 윌레이커 카이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왜 여태껏 최무신에게 저자세로 나갔을까.

왜 본성대로 행동하지 않았을까.

윌레이커 카이스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이것은,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감히 그 누가 카르베니아의 군주를 상대로 저따위 망발을 한단 말인가.

 

“정신이 나갔구나.”

 

윌레이커 카이스의 입에서는 은연중에 하대가 튀어나가고 있었다.

이상할 게 아니었다.

이것이 원래 그의 성격이자 본모습이었다.

최무신도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협조를 해주지 않겠다는데, 무력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지 않소?”

“협조? 지시니 어쩌니 해놓고선 협조?”

“그것은 내가 말을 잘못한 것이기는 한데, 협조해 달라고 하면 협조해 줄 사람이요? 우리 위대하신 카르베니아 군주께서?”

 

최무신이 비아냥거리듯 윌레이커 카이스의 뼈를 찔렀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마냥 협조라고 했으면 무슨 개 같은 소리냐며 내쳤을 게 바로 윌레이커 카이스란 사람이었다.

윌레이커 카이스는 더 들을 것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몸에선 이미 지대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대면실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이상을 느꼈는지 문 밖에서 수하들이 뛰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날 이긴 후 날 네 밑으로 집어넣으려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죽여주지. 다시는 그 아가릴 놀리지 못하도록.”

 

윌레이커 카이스가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대면실에 이미 그의 수하들이 들어와 있었으나 누구도 그를 저지하지 못했다.

아니, 저지하는 게 이상했다.

애당초 그의 수하들도 최무신을 위협하고자 들어온 것이니까.

물론, 그들 대다수는 최무신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살기를 띄우지 않았는데도 기가 질릴 듯한 저 기압.

특히 빙룡검에서 치솟는 영기(靈氣)는 같은 공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거의 생사경의 경지와 맞먹는 부군주 프라이머 킬븐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힘겨워했다.

본의 아니게 마중을 나가면서 최무신을 이미 한 번 겪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되면, 정식 대련이 되는 건가?”

 

카르베니아의 걸출한 기사들을 움츠러들게 만든 장본인임에도 최무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재밌겠단 식의 감상을 뱉고는 윌레이커 카이스를 따라 대면실을 나섰다.

가벼운 걸음.

그 뒤로 뻗어지는 장대한 기운.

부군주 프라이머 킬븐을 포함, 카르베니아 기사들 다수는 한참이 지나서야 대면실을 빠져나갔다.

바로 따라붙었다가는 기압에 눌려 죽을 것 같았으니까.

 

“……!”

 

카르베니아 군주와 유림교 교주의 대련은 정말 정식적인 방법으로 치러졌다.

성 밖에 위치한 거대한 대련장.

절세고수의 검격(劍擊)도 견뎌낸다는 견고한 건물이 오십 장도 넘는 크기로 세워져 있었다.

너무 큰 게 아니겠느냐마는, 손가락 한 번만 튕겨도 호수를 가르는 게 절세고수들이었다.

오히려 작을지도 몰랐다.

두 사람에게는.

그리고, 뒤늦게 대련장에 도착한 카르베니아 기사들은 아까보다 더 몸을 움츠렸다.

그들의 군주가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아직 대련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달고 있었다.

물론 오러 블레이드는 소드 마스터만 돼도 사용 가능한 기술이었다.

윌레이커 카이스의 이름값에 비하면 ‘형편없다’ 해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말했듯 대련은 아직 시작 전.

몸풀기치고는 과한 동작이었다.

 

“유림교 교주를 죽일 작정이시군…….”

 

프라이머 킬븐이 말도 제대로 마무리 못 지으며 중얼거릴 즈음, 최무신도 슬슬 검을 쥐기 시작했다.

최무신의 빙룡검이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하지만 멀리서 지켜볼 때나 아름다울 뿐이었다.

지척에서 보면 지옥도(地獄道)가 따로 없었다.

윌레이커 카이스의 얼굴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여유로웠다.

 

“그게 마운현을 잡은 힘인가?”

“이걸로 죽이긴 했지만 근원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

“그럼?”

“뭐, 군주도 다 알고 있는 거 아니겠소?”

 

그렇게 말하며 최무신이 반대쪽 손을 살짝 흔들었다.

작은 동작이었으나 파장은 엄청났다.

허공에 형태 없는 칼날들이 꽃잎처럼 휘날렸다.

무형검(無形劍).

마운현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검술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마운현과 달리 윌레이커 카이스는 침착하기만 했다.

 

“중원인들은 오러, 아니, 내공을 그렇게 항상 밖으로 흘리더군.”

“…….”

“내공이란 것은 말이지. 이렇게 쓰는 것이야.”

 

윌레이커 카이스의 골드 본 그레이트 소드에서 엄청난 광채가 일기 시작했다.

마치 폭발하듯이.

그것은 이내 집채만 하단 말로도 부족할 만큼 몸집을 불렸다.

대련을 지켜보던 몇몇 기사들이 뒤로 나자빠졌다.

그만큼 기운이 거셌으니까.

심지어 마운현을 포박했던 최무신의 무형검조차 수십 개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윌레이커 카이스가 껄껄 웃었다.

 

“보아라. 내공은 검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흐음.”

“내가 왜 네 녀석에게 그런 자세를 취했는지 모르겠군. 이렇게나 실력차가 심한데 말이지.”

 

무인들 간의 싸움은 꼭 검을 부딪치지 않아도 결판이 나게 마련이었다.

무골.

경력.

그리고 내공.

특히 내공의 영향이 가장 크다.

윌레이커 카이스가 손가락 하나 꿈쩍 하지 않고 무형검을 지워 버린 것처럼.

그러니 언뜻 보기에 이번 대련의 승자는 윌레이커 카이스였다.

그새 무형검이 모두 떨어져서 최무신에겐 전투 수단이랄 게 없었다.

물론 빙룡검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골드 본 그레이트 소드에 비하면 그것도 날카로운 뼛조각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마침 윌레이커 카이스의 입에서도 언급되고 있었다.

 

“그 빙룡검이란 게 중원 땅에서 최고의 명검이라 불린다지?”

“뭐, 그렇다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

“착각이었단 것을 내 오늘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

 

최무신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보기에는 그 검이나 이 검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오만. 음, 다시 보니 오히려 그 검이 더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부딪쳐 보지 않으니 짐작이 안 되는 모양이야?”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윌레이커 카이스가 빠르게 지면을 디뎠다.

그의 몸이 벼락처럼 최무신에게 쇄도했다.

그러니 두 개의 검이 부딪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말 그대로 검 두 개가 맞닿았을 뿐이었으나 반향은 폭풍처럼 거셌다.

그리고 그 불똥은 애꿎은 구경꾼들에게 튀었다.

고수들 싸움을 보겠다며 고개를 들이밀고 있던 몇몇 기사들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물론 그들을 신경 쓰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제 살기에 바빴다.

윌레이커 카이스와 최무신은 서로에게만 집중하고 있었고.

최무신이 말했다.

 

“골드 본 그레이트 소드였나. 별거 없구려.”

“그 입 닥치거라.”

 

윌레이커 카이스가 이를 앙다물며 잠깐 숨을 골랐다.

순간 십합도 넘게 부딪쳤는데, 빙룡검은 멀쩡했다.

흠집 하나 없었다.

검신에 드리운 내공도 그대로였다.

골드 본 그레이트 소드도 이상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정작 윌레이커 카이스 본인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과연 마운현을 이길 만한 실력이구나.”

“군주도 꽤 하는구려.”

 

윌레이커 카이스는 그러면서 최무신을 만나려 했던 이유를 물어보았다.

 

“이계 출신인가?”

“이계?”

“내 알기로 중원인은 결코 소드 마스터, 그러니까 생사경 이상의 경지를 넘어설 수 없다 알고 있는데.”

“내가 알기로도 그렇소. 헌데 생사경 이상의 경지에 있으니 중원인이 될 수 없다, 허니 이계인이다, 뭐 그런 말이 하고 싶은 거요?”

“잘 짚었구나. 그래, 그 말이다.”

“맞기야 한데…….”

 

최무신이 말끝을 흐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저승도 이계로 쳐주는 거요?”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원래 한 번 죽어 저승에 가서 말이오. 이 힘도 저승에서 수련을 하면서 얻게 되었지.”

“…….”

“아, 저승에서 어찌 이승으로 다시 왔느냐면, 회귀를 했소. 말하자면 좀 복잡한데 간추리면 그렇소.”

“…….”

“군주도 카르베니아란 이계 출신이니 어떤 의미에서 우리 두 사람은 동문이구려.”

“…….”

“동문끼리 이렇게 싸우면 쓰나. 허나 협조를 안 하시겠다니 내 이리 나오는 거요. 이해 바라오.”

 

최무신은 마치 담소를 나누듯 그렇게 말을 했다. 눈 하나 깜짝 않고.

아무리 봐도 거짓부렁이를 까거나 농을 던지는 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윌레이커 카이스는 그래서 더욱 화가 치밀었다.

 

“네놈이 아주 나를 능멸하려 드는구나.”

“능멸이라니?”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소리더냐?”

“안 믿기겠지만, 사실이오.”

 

최무신이 ‘아차차’ 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

 

“내가 저승에서 수련한 곳은 망령의 숲이란 곳이었는데, 거기서 홀로 22만 년을 갇혀 있었소. 기나긴 폐관수련이었지.”

“죽여 버리겠다!”

 

지금 최무신의 말은 윌레이커 카이스에게 그 어떤 말보다도 더 농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윌레이커 카이스는 몰랐다.

최무신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윌레이커 카이스는 분개하며 다시 대련을 이어갔다.

황금빛 갑옷과 검이 마치 그의 심경을 대변하듯 붉게 타올랐다.

정말 색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랜드 마스터.

카르베니아, 그리고 중원을 뒤흔들었던 그 힘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것은 마치 거대한 화구(火口)처럼 최무신이 서 있는 공간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대마법사의 메테오인들 저만큼의 힘은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윌레이커 카이스는 벌써부터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단순히 공격력을 떠나 오랜 세월, 이것을 견뎌낸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대단한 착각이자 대단한 오판이었다.

그의 공격은 세 합도 못 가 깨졌다.

그가 눈을 부릅뜨는 순간, 그의 옆구리 쪽으로 푸르른 섬광이 들어왔다.

빙룡검이었다.

그는 몸을 틀어 간신히 그것을 빗겨냈다.

하지만 중심이 흔들렸고, 다시 그 틈을 비집고 무언가가 날아와 꽂혔다.

빙룡검이 아니었다.

그의 오러에 연기처럼 사라졌었던 최무신의 무형검이었다.

아뿔싸!

윌레이커 카이스는 재빨리 몸에 오러를 둘렀다.

강호로 치면 호신강기였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러가 죄다 뚫렸다.

옆구리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검을 쥔 손은 신경이 잘렸는지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윌레이커 카이스는 재빨리 뒷걸음질 치려 했지만, 최무신을 피하지 못했다.

바로 또 빙룡검이 온몸을 들쑤셔 왔다.

윌레이커 카이스의 입이 경악스럽게 벌어졌다.

생사경 이상.

지금 최무신이 보여주는 힘은 그것보다도 더 강했다.

무언가 거대한 게 얹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오러가 전혀 먹혀들질 않으니까.

윌레이커 카이스는 이후로 전혀 맥을 못 췄다.

반격은커녕 몸도 내빼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곧 여기저기서 살 잘리는 소리가 났다.

문득 고개를 내렸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반면 최무신은 멀쩡했다.

벌겋게 피를 뒤집어 쓴 것은 똑같지만 그것은 그의 피가 아니었다.

모두 윌레이커 카이스의 피였다.

 

“군주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며 휘하 기사들이 즉각 반응했지만, 다들 입만 열었다.

몸을 움직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뻔하니까.

군주가 저리 될 정도면 자신들은 안 봐도 뻔하니까.

프라이머 킬븐이 부군주답게 최무신의 뒤를 노리기는 했는데, 너무나 쉽게 막혔다.

심지어 최무신은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무형검만을 이용해 프라이머 킬븐을 제압했다.

결국 남은 이는 윌레이커 카이스뿐.

그의 목에 빙룡검이 겨눠지기까지 불과 십오합도 걸리지 않았다.

최무신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지시에 잘 따르겠다 하면, 내 살려 드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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