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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2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28화

128화 안 될 놈은 뭘 해도 안 된다.(3)

 

 

 

***

 

오를레앙 공작이 황도로 떠나고 곧바로 일(?)을 추진했다.

바로 세인트 ‘장가보내기 프로젝트’.

영지민을 속속들이 아는 안토니 덕분에 빠르게 일이 진행되는 중이다.

 

“저기… 과묵하시네요.”

 

“하, 하하! 제, 제가 좀 말수가 적습니다.”

 

세인트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말을 더듬는다.

저 자식,

어지간히 쑥맥이다.

마왕이나 되는 놈이 여자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어깨를 움츠리는 꼴이라니…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면,

안토니를 통해 영지민 중에서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아가씨를 데려다 놓은 자리다.

고르고 고른 여자인 만큼 외모도 몸매도 수준급이다. 거기에 더해 성격도 모나지 않아, 답답하게 구는 세인트에게 생글생글 웃어 준다.

하지만,

세인트 녀석이 문제다.

제법 그럴듯하게 신분을 포장해서 자리에 앉혔는데, 하는 짓은 영락없이 방구석 폐인 느낌.

묻는 말에 대답도 못 하고, 바보처럼 말까지 더듬는다.

이해는 하겠다.

무려 천 년이나 철탑에 짱 박혀 지낸 탓에 사람과 대화하는 게 미숙…

아니!

나와 처음 만났을 때는 귀가 따갑도록 조잘대었으니 사람과 대화하는 게 미숙하다는 건 정정한다.

정확하게는 여자와 대화하는 게 미숙한 것 같다.

숨어서 녀석이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고는 있지만, 보는 내가 다 답답해 죽을 맛이다.

문제는!

도와줄 수 없는 문제라는 거.

야심 차게 가다듬은 전음으로 녀석에게 조언해주고 싶지만, 여자에게 잼병인 건 나도 마찬가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게 이렇게나 답답할 줄이야!

한가지는 안다.

두 사람… 아니 한 여자와 마왕 수컷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말이다.

 

“저기… 세인트 님?”

 

“네, 마, 말씀하세요. 로윈나 양!”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 그러십니까?”

 

“오늘 즐거웠어요. 세인트 님.”

 

로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푹 숙인다.

찰랑찰랑한 긴 생머리가 스르르 흘러내려 올 정도로.

 

“저, 저도 즈, 즐거웠습니다. 로윈나 양!”

 

세인트가 엉거주춤하게 일어나서 마주 인사한다.

그러자 가볍게 미소를 지어 준 로윈나가 뒤도 안 돌아보고 찻집에서 빠져나갔다.

헬렐레 거리면서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세인트.

나는 허탈한 얼굴을 하고서 녀석이 앉은 자리로 걸어갔다.

벌써 세 번째 맞선녀다.

세 번 다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소개팅 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세인트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리를 뜬 것이다.

그럼에도 녀석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자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본 게 벌써 세 번째.

 

“뭐하냐?”

 

“이번에 소개받은 여자는 느낌이 팍 왔어. 나한테 눈웃음 치는 거 봤지? 으흐흐흐… 정말 깨물어 주고 싶은 여자야. 그치? 그치?”

 

몽롱한 눈빛을 하고선 확인받듯이 물어보는 세인트.

 

“…지랄한다.”

 

기가 막혀서 한숨을 내쉬듯 그렇게 말했다.

이 자식, 무늬만 마왕 아니야?

 

***

 

“정말 근사했어요. 오퐈~♡.”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안겨 오는 알몸의 여자.

‘아린’이라고 했던가?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미끄덩거리는 몸이다. 열심히 결혼 생활 연습(?)을 한 탓이다.

세인트 덕분에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게 되어 나 역시 기분이 삼삼하다.

영주 체면에 이제껏 발을 들일 수 없었던 곳을 방문하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단박에 날아가는 기분이다.

당연히 본 얼굴이 아니다.

마법의 힘으로 얼굴을 변형하고서 찾아왔다.

도저히 소개팅(?)으로는 세인트가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결정한 일이다.

물론 얼굴을 변형해주는 일루젼(Illusion) 마법이 아니었다면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고였다.”

 

철벅! 철벅!

 

땀이 흥건한 아린의 맨살 엉덩이를 두들기면서 화답해 주었다.

얼마 전에 약혼한 몸이라 캥기는 기분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헤어질 때 보았던 시에트의 반응을 볼 때 ‘어른들만의 놀이’는 꿈도 꿀 수 없을 것 같다.

약혼은 했지만,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관계.

시에트와 나의 관계가 딱 그렇다.

영지의 주인으로 발령되고서 이제껏 금욕 아닌 금욕 생활을 해왔다.

원래 가끔의 일탈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굳이 변명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에잇!

어차피 시에트한테 허락받고 이 짓을 할 수도 없는 거잖아?

일부러 그녀에게 알려 줄 일도 아니니까, 조용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입을 다물면 그만이겠지.

어쨌거나 후련해졌으니 시에트에 대한 찜찜한 느낌은 일단 머릿속에서 털어 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고마웠다. 아린.”

 

“아잉~ 오퐈 때문에 오늘은 손님 그만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코맹맹이 소리에 나른함이 묻어나는 아린이라는 여자.

이게 또 사람 후끈하게 만든다.

내가 열심히 망가뜨려 버린 덕분에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수컷으로써 이럴 때 기분이 또 왕창 째진다.

일종의 우월감이라고 해야 할까?

기분이다.

옆에 놓인 옷을 끌어와 주머니에서 ‘10’이라는 숫자가 양각된 은화를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꺄아! 오퐈 잘생겼는데 씀씀이도 멋져! 거기는 더 멋지구요오~♡.”

 

아주 난리가 났다.

내가 지닌 돈으로 봤을 때, 푼돈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돈이다. 그저 화대를 한 번 더 준 것과 같다.

영주가 아닌 일반인으로 찾아온 것이니, 불필요한 지출을 할 필요가 없는 일.

애초에 영주의 신분으로는 이런 좋은(?) 곳을 찾아오는 건 얼굴 팔리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상쾌한 기분인 것만은 사실이다.

돈을 받아 쥔 아린이 더 질척거리면서 달라붙었지만, 이젠 헤어질 시간이다.

세인트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옷을 입고 나오자, 과연 녀석이 반쯤 맛이 간 얼굴로 실실 웃고 있다.

 

“기다렸냐?”

 

“어? 그래, 윌슨!”

 

녀석을 부르자, 세인트의 멍했던 얼굴에 급격히 생기가 차오른다.

 

“재미 좋았어? 아주 맛이 갔네?”

 

놀리듯이 말하고는 녀석의 반응을 살폈다.

무려 천 년을 넘게 간직…

아니, 어쩔 수 없이 지켜온 총각 딱지를 뗀 날이다.

녀석에겐 첫 경험.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일 거다. 처음 만나던 날에도 자위해 보는 게 평생 소원이라고 했던 녀석이니까.

그런 녀석이 실전(?)을 치렀으니 반쯤 맛이 갈 수밖에 없었을 거다.

 

“흐흐흐…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다.”

 

“좋으니까 하지, 나쁜 거면 하고 싶겠냐?”

 

싱거운 소리를 하는 녀석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다.

종족 번식의 행위가 기분 나쁜 거였으면 인류는 벌써 진작에 멸망했을 거다.

이런 곳에서의 번식 행위는, 일방적으로 수컷에게 쾌락이 제공된다는 건 조금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일이긴 하겠다.

하지만 이 녀석이나 나처럼 정상적인 이성 교제가 불가능한 놈팡이들에겐 꼭 필요한 장소다.

오죽하면 전쟁이 벌어질 때 여자들이 마차를 끌고 와서 원정(?)까지 나오겠는가!

그러고 보면 여자들은 참 대단하다.

재수 없으면 눈먼 화살에 치명적인 상처, 혹은 죽을 수도 있는 곳까지 영업(?)하러 나오다니 말이다.

죽음보다 무서운 게 굶주림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하긴, 한국에서도 군부대 근처에 수많은 직업여성이 활동하고 있으니 환경만 다를 뿐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

이거 또 쓸데없이 진지하게 깊이 생각해 버렸다.

 

“자식… 여자 앞에서 버벅거리지 말라고 적응시켜 준 거다. 술이나 한잔 하러 가자.”

 

“잠깐, 윌슨!”

 

밖으로 나가려는데 세인트가 얼굴을 굳히고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왜 그러는데?”

 

“먼저 가라. 난 조금 더 있다가 가고 싶다.”

 

“…….”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세인트가 딱 그 꼴이다.

하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나도 첫 경험 이후 여자들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미치는 줄 알았었던 적이 있으니까.

 

“그래, 알았다.”

 

“자, 잠깐!”

 

“왜 또?”

 

“돈 좀 주고 가라.”

 

“…….”

 

이 자식, 진짜 가지가지 한다.

타이틀만 마왕이면 뭘 해?

돈 한 푼 없는 개털 마왕이라니…

 

***

 

한편,

프레하 제국의 국경에 위치한 브뜨아 요새의 사령탑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정녕 실패했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발루아 공작 각하.”

 

발루아 공작의 묵직한 음성에 오를레앙 공작이 쓰라린 얼굴로 대답했다.

이번에 엘튼 제국을 다녀오면 모든 게 바뀔 거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소득도 없이 몸만 피곤해진 격이다.

 

“오를레앙 공작, 나의 제자들이 다 죽었다고 얘기하고 싶은 거요?”

 

회의실 한 구석에 앉아 있던 노인이 쇠를 긁는 듯한 음성으로 물었다.

음침해 보이는 눈과 광대뼈가 도드라진 노인이었다.

 

“무아를랑,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미안하오. 그러나 밖으로 나간 당신의 제자들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어쩌겠소.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오를레앙 공작이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힘없이 말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무아를랑의 제자들을 데려가고서 같이 오지 못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능력자들을 붙여준 무아를랑에게 짜증을 내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금방에라도 쓰러질 듯한 노인은 6서클의 흑마법사.

인간으로서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워 사과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나의 제자들은 그리 허술한 녀석들이 아니오. 겨우 마계 서열 69위의 ‘데카라비아’를 소환하는 데 실패할 이유가 없소. 전쟁으로 죽은 영혼이 넘쳐 나는 곳에서 소환의식을 치렀는데 실패라니…….”

 

무아를랑이 눈에 힘을 주면서 손가락으로 턱을 긁적였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실패할 이유가 없었던 까닭이다.

인간은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순도 높은 음차원 에너지를 쏟아 낸다.

죽음과 가장 밀접한 곳이 바로 전쟁터.

음차원의 에너지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전쟁에서 죽은 인간의 숫자와 예전에 죽은 숫자까지 합치면,

엄청난 숫자의 영혼과 망령이 아이언 영지 근처에 떠돌고 있을 터.

그런 곳에서 하위 서열의 마왕 소환에 실패했다?

무려 5서클의 흑마법사가 주관하고 4서클의 흑마법사 다섯이 보조하는 소환술을?

지나가던 개가 웃을 헛소리다.

 

“제자를 향한 믿음은 알겠으나, 결과가 말해 주지 않소, 무아를랑.”

 

따지듯이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그에게 보다못한 발루아 공작이 나섰다.

 

“발루아 공작, 이건 믿음 따위가 아니오. 실패할 수가 없는 소환술이었기에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거요. 아니! 실패했다고 해서 나의 제자들이 ‘데카라비아’에게 죽임을 당할 리가 없소.”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 것이오?”

 

발루아 공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아끼는 오를레앙 공작을 의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카라비아’가 소환사의 목숨을 거두는 경우가 희박하오. 나의 제자들이 마왕의 비위를 건드리는 미친 짓을 했을 리가 없으니… 그래서 묻고 싶소! 정말 아무 일 없었소?”

 

무아를랑이 오를레앙 공작과 시선을 맞추고 물었다.

 

“으음… 작은 사건이 하나 있기는 했었소.”

 

“그래,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이오?”

 

“흑마법사들을 배웅하고서 산책에 나섰는데, 내가 정신을 잃었소. 깨어나 보니 침실이었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요.”

 

“오를레앙 공작, 그대가 정신을 잃어?”

 

눈을 크게 뜨는 무아를랑.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그가 기절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자네, 정말 정신을 잃었다는 말인가?”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발루아 공작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또한 오를레앙 공작이 기절했다는 얘기를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육체는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타격을 받지 않는 한, 기절조차 할 수 없는 몸이니까 말이다.

 

“그렇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를레앙 공작, 그대의 몸을 살펴봐야겠소.”

 

굳은 얼굴로 무아를랑이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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