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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4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6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34화

정문

 

 

천마.

그 이름 두 자가 나오기 무섭게 마운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마교란 거대한 세력을 지배하는 자에게도 천마는 너무도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천마는 어디에 있느냐고.”

 

무신이 두 번 물었을 때에야 마운현은 겨우 입을 뗐다.

 

“그분은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네.”

“돌아가셨다라…….”

 

무신은 빙룡검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럼 너도 저승에 보내줄 테니 그쪽에서 한번 찾아봐.”

 

사실 무신도 천마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었다.

유일하게 아는 것은 일전에도 말했듯 천마가 마교의 진정한 일인자이다, 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래도 혹시 몰라 미끼를 던진 것인데, 마운현이 덥석 물었다.

 

“자, 잠깐!”

“왜?”

 

무신은 빙룡검을 잠시 거뒀다. 아무래도 무언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마운현이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사, 살아계신단 말이 있기는 하네.”

“어디에?”

“그, 그것은 나도 몰라.”

“모르면 기억해 내야지.”

 

무신은 다시 또 빙룡검을 들었다.

자연경의 힘까지 얻은 빙룡검이 태산도 베어낼 듯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마운현이 식겁하며 말했다.

 

“저, 저, 정말 모르네!”

 

안쓰러울 정도로 말을 더듬는 것만 봐도 거짓을 고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모를 수박에 없는 이유가 궁금했다.

무신이 거기에 대해 묻자 마운현은 이렇게 답했다.

 

“나, 나도 그분을 뵌 적이 없네.”

 

그렇다면야 이해가 갔다.

일면도 없는 존재를 어디에 있는지 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운현을 쳐다보았다.

마운현의 동공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입이 다물어져 있는데도 처절한 절규가 느껴졌다.

무신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시끌시끌했던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어느샌가 멈춰 있었다.

고요했다.

뒤집어진 지면과 뿌리째 뽑힌 아름드리나무들만이 이곳이 전장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교인들과 정파인들의 시선이 모두 무신을 향해 있었다.

경악.

경의.

그들의 시선에는 그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

물론 전자는 마교인들의 것이었고, 후자는 정파인들의 것이었다.

무신은 손바닥을 넓게 펴서 내공을 응집했다.

그의 힘은 이미 생사경을 뛰어넘어 있었기에 응집만으로도 다시 사위가 들썩였다.

코앞에 있던 마운현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콧구멍과 아가리에서 피를 토했다.

무신은 아랑곳 않고 손바닥의 힘을 더욱 끌어 올렸다.

마교인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저것이 튀어나오는 순간, 자신들의 목숨은 그대로 황천길을 건너게 되리란 걸.

하지만 움직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는,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땅바닥 속에 숨은 누군가에게 발목을 붙잡힌 느낌이었다.

그러니 결과는 볼 것도 없었다.

무신이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쥠과 동시에 그들은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진즉에 이렇게 끝내버릴 걸 그랬나.’

 

무신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썩 좋은 방법은 못 됐을 것이다.

잔챙이들 잡는 데 힘을 빼버리면 마운현에게 졌을지도 몰랐다.

그래, 마운현은 꽤 까다로운 상대였다.

워낙 순식간에 결판을 내서 약하게 보였을 뿐, 무신은 충분히 고전했다.

잠재기에 자연경의 힘까지 끌어다 썼으니까.

게다가 그마저도 무형검을 만드느라 절반 이상을 소모했다.

지금 무신에게 온전히 남은 힘은 선천지기 정도였다.

마운현이 조금만 더 강했다면 입장이 뒤바뀌어 있을지도 몰랐다.

 

“사, 살려준다 하지 않았나?”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터진 마교인들의 사체를 바라보며 마운현이 물어왔다.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으나 바득바득 이를 가는 게 보였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냔 표정이었다.

무신은 조금 황당했다.

애당초 그가 살려주겠다고 한 것은 마운현의 목숨 한 개였다.

잔챙이들까지 구원해 줄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목숨 알기를 종아 쪼가리 찢는 것만큼이나 쉽게 아는 작자가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낸다… 웃으라고 하는 소린가?”

“누, 누가 화를 냈다 그러나?”

“아니다. 생각해 보니 네놈이 화를 내는 게 맞다.”

 

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운현의 아가리 속에 그대로 빙룡검을 꽂아 넣었다.

중원 최고의 명검.

거기에 내공까지 어렸으니 힘 빠진 범 한 마리 잡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마운현의 뒤통수 뒤로 곧 빙룡검의 검신이 뻗쳐 나왔다.

푸르른 검신 아래로 시꺼먼 액체가 줄줄 떨어졌다.

얼마나 마기를 잡숴댔으면 혈색조차 저리 흉물스럽게 변했을까.

무신은 질린다는 듯 몸서리치며 마운현의 얼굴을 보았다.

튀어나올 듯 돌출된 눈알.

들썩거리는 몸.

실낱같은 희망을 안았던 얼굴이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다.

제법 볼만한 광경이었다.

이럴 때면 늘 카메라가 간절했다.

마운현의 목숨이 아주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무신은 빙룡검을 뺐다.

뇌수인지 뭔지 모를 것이 주르르 딸려 나왔다.

냄새가 시큼했다.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무신은 시체가 된 마운현을 멀리 걷어찼다.

그것은 데굴데굴 굴러 어느 마교인 시체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혔다.

잘하면 천하를 쥘 수도 있었던 자의 비루한 최후였다.

무신은 빙룡검을 뒤로 돌리며 몸을 탈탈 털었다.

망룡의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시장 바닥 싸구려 옷이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보수부터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무신은 비로소 남은 이들을 챙겼다.

무림맹주 곽이천.

그리고 이하 정파인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들은 어디 나사 하나가 빠진 것처럼 미동도 안 하고 있었다.

무신이 걸어오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곽이천조차도 멍하니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왜 그런 것인지는 뻔했다.

단신무쌍(單身無雙).

무신이 이 전장의 승리의 주역이었으니까.

 

***

 

쿠치하 모로긴은 개미 떼처럼 죽어나간 어느 정파인들을 바라보며 껄껄껄 웃었다.

일사천리였다.

강동와 산동을 집어삼킨 게 불과 엊그제의 일이었는데, 이제는 하남도 코앞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안휘도 곧 가능할 것 같았다.

남궁세가의 그 안휘를 말이다.

 

“다시 무사들을 끌어모아라. 바로 하남으로 넘어갈 것이다.”

“예.”

“저쪽 전황은 어떻다든?”

 

일사천리였으나 다만, 거꾸로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단 불안은 있었다.

정마대전이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

쿠치하 모로긴이 지금 카라하라 마스케에게 묻는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카라하라 마스케가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워낙 먼 곳의 일이라… 헌데 들리는 말로는 마교 쪽으로 거의 기울었다 합니다.”

“그래?”

“팽가의 가주가 죽었고, 신강 근처에서도 벌어지는 싸움마다 대파하고 있다고.”

“호오.”

“저희는 저희 할 일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쿠치하 모로긴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초 계획대로 움직였다.

하남.

소림사가 터를 이루는 곳.

반항이 꽤 있겠으나 그곳도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주축이 죄다 빠져 나갔을 테니까.

쿠치하 모로긴은 그렇게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런데…….

 

“거, 말 좀 묻겠소.”

“뭐야, 네놈은? 썩 안 비켜?”

“별일 아니오. 내 이쪽은 초행이라 길을 잘 몰라서.”

 

머리칼부터 눈썹, 그리고 복장까지 죄 황색인 웬 사내가 동영 무사들의 앞길을 막았다.

그는 카라하라 마스케가 ‘길을 잘 모르면 지도를 보고 갈 것이지 어디서 앞길을 막아? 이분이 누구신지는 알아?’ 하는 말에도 꿈쩍을 안 했다.

갈 길 바쁜 입장이었기에 카라하라 마스케는 더 참지 않고 그대로 사내에게 도를 던졌다.

팔장도(八帳刀).

카라하라 마스케를 동영구도의 첫 번째 손가락에까지 올려준 물건이었으니 저 멍청한 사내의 목숨은 여기서 그만 끝이 날 것이다.

왜냐하면 사내가 저것을 막아낼 리 만무…….

 

“부, 부서졌어!”

“뭐, 뭐야?”

 

동영 무사들의 목소리만으로도 벌어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팔장도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사내의 앞에서.

사내가 불쾌하다는 듯 이맛살을 모았다.

 

“길 한번 물었다고 칼을 들이민다라… 이쪽 사람들은 죽여달란 말을 이렇게 표현하는군.”

 

그리고, 거기까지였다.

카라하라 마스케를 포함, 2천여 명이 넘는 동영 무사 전원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사내의 손짓 한 번에.

우치하 모로긴은 왼쪽 팔만 잘리는 데 그치며 동영 일인자로서의 체면을 지켰지만, 그뿐이었다.

죽을 운명은 수하들과 똑같았다.

 

“저승에 가서는 누가 길 물어보면 잘 알려주라고.”

 

사내가 다시 손짓했다.

우치하 모로긴의 머리통이 힘없이 떨어졌다.

 

***

 

마교 교원.

정문을 포함, 자그마치 스물네 개나 되는 그곳의 문이 모두 개방되어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경우이나 이상할 것은 없었다.

정마대전이란 것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어쨌든 대부분 마교인들이 각기 밖으로 나간 실정이었는데, 마교삼화검(魔敎三火劍)을 비롯해 몇 무리의 마교인들만은 그곳에 남아 있었다.

무위가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혹시나 모를 침입자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우라질, 나가서 정파 놈들 좀 족치려 했건만.”

“그러게 말이야. 따분해 죽겠어, 이거.”

“어디 몰래 들어오는 놈들이 없으려나.”

“한 몇백 명 들이닥쳤으면 좋겠군.”

 

한참 끊이질 않던 불만은 원형준이 나타나면서 깨졌다.

그는 마교삼화검의 수장이자 마교 내 서열에서도 최상위를 차지하는 자였다.

 

“몇백 명이나 들이닥친다는 것은 우리가 졌단 뜻이다.”

“예?”

“우세했거나 대등하게 싸웠으면 몇백 명이나 들이닥칠 수 있겠느냐?”

 

뼈를 찌르는 말에 수하들이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몰래 돌아온다 한들 몇백 명이 그렇게 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원형준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높이와 넓이가 수십 장도 더 되는 거대한 정문.

정확히는, 마교의 시작이자 긍지를 표하는 대마천문(大魔天門)이었다.

 

“다른 문은 몰라도 저 대마천문에 정파인이 들어오는 경우는 없겠지.”

“하하, 당연한 것 아닙니까?”

“만약 저기서 수백, 아니, 단 한 명이라도 정파인이 들어오면 제 손에 장을 지지겠습니다.”

“저는 그냥 자결하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동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마천문이 마교에서 가지는 의미 때문은 당연히 아니었다.

저쪽으로 나간 이가 마교 교주 마운현이기 때문에.

부교주 마정태와 십칠강룡, 그리고 신성 마준환까지 끼어 나갔기 때문에.

그러니 저쪽이 무너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아니, 거의라는 말도 우스웠다.

그냥 전무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세 시진도 채 못 가 산산이 부서졌다.

형식적으로 세워둔 문지기 두 명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소리친 것이 시작이었다.

 

“정파인들이 오고 있습니다!”

“뭔 개소리야?”

“깃발이 그들의 것입니다!”

“저 새끼들이 졸다가 정신이 나갔나?”

 

원형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직접 대마천문으로 다가갔다.

틀림없었다.

그의 말처럼 졸다가 일어나 헛소리를 해대는 게 분명했다.

그를 따르는 수하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다.

 

“염병할, 착각할 게 따로 있지.”

“미리 명복이나 빌어주자고. 곧 수장께 목이 날아갈 테니까.”

“쯔쯧, 한심한 것들.”

 

그런데 원형준과 수하들이 대마천문에 도착해 본 광경은, 문지기들의 말 그대로였다.

정(正)의 깃발이 저 멀리서 펄럭이고 있었다.

눈을 아무리 비비고 봐도 분명 그것이었다.

헛것이 아니었다.

문지기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수하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원형준은 달랐다. 웃고 있었다. 그리고 문지기들과 수하들에게 한심하단 투로 말했다.

 

“멍청한 놈들.”

“…예?”

“교주께서 승전보를 울리고 계신 것이잖느냐.”

“아!”

“일부러 저 깃발을 들고 오시는 게야.”

 

그럴 듯한 해석이 완벽한 착각으로 변하기까지 불과 일각도 걸리지 않았다.

정파인들이었다.

마교인들이 정파의 깃발을 든 게 아니라, 정파인들이 정파의 깃발을 들고 있었다.

가장 앞 선에 선 자에게는 무림맹의 최강자를 뜻하는 맹주의 표식이 박혀 있었다.

곽이천이 나타난 것이다.

 

“……!”

 

원형준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발이 떼어지질 않았다.

자그마치 이천 명.

수백 명만 들어와도 마교가 위험하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의 몇 배가 와버렸다.

 

“문을 열어라.”

 

나지막하게 내뱉는 자의 정체는 무림맹의 실세이자 화산파의 장문, 백형도였다.

아무래도… 정문 부근만이 아니라 다른 부근도 죄 정리된 모양이었다.

원형준은 뭐에 홀린 사람처럼 문을 열도록 지시했다. 문지기들이 몸이 굳어 굼뜨게 움직이자 직접 내려가서 문을 열었다.

대마천문(大魔天門).

마교의 시작이자 긍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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