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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29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29화

결전

 

 

예정에 없던 일은 아니었다.

마운현이 미리 나올 것이라고 대강 짐장은 했다.

그는 일전에도 정문 근처에서 정파인들은 몇 번이나 학살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누구인가.

오히려 곽이천보다도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이번 정마대전은 정파에서 먼저 시작하기도 했으니 마운현이 먼저 안 나올 이유도 없었다.

긍정적으로 보면, 정파로서는 호재였다.

마운현이 측면으로 빠져 다른 쪽을 먼저 초토화시키는 것보다야 나았다.

‘마운현이 측면으로 빠지면 우리도 정문을 돌파하기가 더욱 쉬웠겠지만’, 무신은 벌써부터 열을 내기 시작하는 빙룡검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상대다운 상대를 만나서인지 평소보다 더욱 뜨거웠다.

레이스터 발콘?

그는 상대다운 상대가 아니었다.

식후에 먹는 차 한 잔 정도였다. 등을 기대고 앉아 여유롭게 홀짝홀짝 들이켜는.

하지만 마운현은 다르다.

경화신(璟火神).

십칠강룡(十七强龍)의 수장.

마라검(魔羅劍)의 주인.

수식하는 단어만 봐도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선 무신보다 더한 괴물이었다.

무신은 재미있겠다는 듯 웃으며 곽이천을 돌아봤다.

일단은 곽이천이 마운현의 상대가 될 것이다. 같은 생사경에 세력의 수장이니만큼 정마대전이 시작된 순간부터 정해진 싸움이었다.

그러나 무신이 생각하기로 곽이천은 승산이 없었다.

경지와 위치만 같을 뿐, 마운현은 이미 곽이천보다 한 단계는 위에 있었다.

마기.

그로 인해 내공이 더 많을 것이다.

 

‘물론 붙어봐야 알겠지.’

 

무신은 그래도 곽이천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은 서로 동맹 관계였다.

차후 북해빙궁과의 교류까지 생각하면 곽이천이 아예 이겨 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겠지만.

다만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실험’이었다.

애당초 무신은 빙룡검과 그간 쌓은 내공의 위력을 확인하고자 정마대전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마운현과 맞붙지 못하면 기껏 여기까지 온 게 헛걸음이 될지도 몰랐다.

무신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교의 최강자는 마운현이지만 그에 버금가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부교주 마정태만 하더라도 팽가의 가주 팽영권을 일격에 죽인 고수였다.

실험하기에 나쁘지 않은 놈이었다.

마운현의 친위대이자 마교 최고의 타격대 십칠강룡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거기다 무신과 함께 신성의 반열에 오른 마준환도 있었다.

 

‘마준환은 당비청이나 한철룡과 다르지.’

 

무신은 마준환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바가 있었다.

아니, 그냥 워낙에 유명하던 자였다.

마운현이나 마정태의 명이 조금만 짧았다면 그가 교주의 자리에 올랐을 만큼.

별호가 아마…….

무신은 그만 상념에서 벗어났다.

마운현은 몰라도 마정태나 마준환은 아직 몰랐다.

남궁세가의 가주와 화산파의 장문이 따로 무리를 꾸렸듯 그들도 다른 방향으로 갔을 수도 있었다.

 

“중지하라!”

 

그때쯤 해서 곽이천이 말을 멈췄다.

그의 시선은 저물어가는 노을을 향해 있었다. 정확히는 노을 뒤의 마교인들을.

그만의 반응은 아니었다.

제갈령을 비롯한 여타 정파인들도 긴장을 삼키며 전방을 주시했다.

곽이천이 모두를 아우르며 말했다.

 

“운명의 순간이 도래했도다.”

 

근엄하고도 장엄한 목소리였다. 깊은 동굴 속에 들어가 입을 벌린들 결코 그만큼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정파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하고 대답했다.

곽이천이 말을 이어갔다.

 

“승리의 깃발은 우리가 꽂게 될 것이다. 하나, 그렇게 되기 위해선 필사즉생필생즉사의 정신이 필요함을 명심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포문은 이미 열렸다.

곽이천과 제갈령, 이하 모든 정파인들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정말 운명의 순간이었다.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마교 교원이 함락당하느냐, 아니면 정파가 궤멸당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무신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첫사랑의 아련함보다도 더했다.

긴장은 아니었다.

강자와 겨룬단 것에 대한 흥분이었다.

그는 입술을 날름 핥았다.

마교 내 손가락에 꼽히는 자들을 썰고 베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얼마나 짜릿할까.

그리고 얼마나 성장에 도움이 될까.

그는 이미 검신으로서 성장의 끝을 맛봤으나 그것은 그 혼자에 국한될 뿐이었다.

이처럼 함께 공존하는 세계에서는 이제 신성 정도였다. 세상에 단신으로 빙룡을 잡아내는 신성은 없겠지만.

무리는 이후 반 시진도 못 가서 다시 말을 멈췄다.

기운만으로만 느껴졌던 마교인들이 이제는 실체로 있었다.

거뭇한 신형.

그들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가까이 다가가면 타서 없어질 것 같았다.

슬쩍 돌아본 고개에 몇몇 정파인들이 긴장한 게 보였다.

무신은 이해했다.

필사즉생이니 필생즉사이니 해도 결국 저들은 사람이었다. 사람인 이상 ‘저놈’을 보고 멀쩡한 것은 말도 안 되었다.

마운현.

그는 20대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로환동을 했단 뜻이었다.

환골탈태도 같이 이뤘는지 무골이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맨 손만 써도 제갈령 정도는 가볍게 잡을 것 같았다.

물론 반로환동이든 환골탈태든 그의 주위로 번지는 그의 기압에 비하면 놀랄 것도 못 되었다.

그냥 딴 세상 존재였다.

그때, 옆에서 기괴한 물체가 꿈틀거렸다.

곽이천이었다.

그의 몸이 두 배는 더 불어났다.

정확히는 기압이 그만큼 커졌다.

마운현에 대항하기 위해 그도 제 진짜 힘을 꺼내든 것이다.

 

‘과연 맹주는 맹주인가.’

 

무신은 남몰래 미소를 삼켰다.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없었다.

게임이라면 세이브를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두고두고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게.

무신은 그만 웃음기를 싹 감추며 빙룡검을 좀 더 꽉 꼬나 쥐었다.

마운현의 옆으로 선 자들.

마정태와 십칠강룡, 그리고 마준환이었다.

틀림없었다.

짐짓 예상했던 인물이 모두 이쪽으로 모여든 것이다.

 

‘측면이 뚫리더라도 정면만 이기면 그만이란 건가, 아니면 교원 쪽은 이미 방비가 됐단 건가… 모르겠다, 내 알 바 없지.’

 

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었다.

다른 것은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자칫 한눈 팔다가는…….

죽을지도 몰랐다.

무신은 곽이천을 따라 말에서 내렸다. 청마가 입을 한껏 찢으며 울부짖었다. 주인이 위험할지도 모른단 것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무신은 그 걱정이 고마웠으나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기껏 와서 도망칠 것이었으면 애당초 출발도 안 했다.

그냥 빙궁에 틀어박혀 운기조식이나 했겠지.

 

“우리 위대하고, 고귀하고, 숭고하신 무림맹 맹주님께 저, 비천한 마교 교주가 인사 올립니다.”

 

첫 매듭은 마운현의 이죽거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두 무리 간 거리는 삼십 장 남짓.

멀다고 하면 제법 먼 거리였으나 하늘도 걸어 다니는 무인들에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서로의 목소리도 또렷하게 들릴 만큼.

게다가 두 무리는 아직 서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곽이천이 받아쳤다.

 

“그래, 하수인으로서 그리 인사를 올려야지.”

“하수인?”

 

마운현이 ‘잠시 후 본인의 미래를 미리 소개하시는 겐가?’하며 껄껄 웃었다.

마정태나 마준환 등의 그의 수하들도 한바탕 복장을 터뜨렸다.

고요했던 초원.

그곳에 악랄한 웃음꽃이 절정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곽이천은 평온했다. 저까짓 것에 동요될 사람이었으면 무림맹이란 거대한 세력의 수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마운현의 말에 그의 평온도 언제 그랬냐는 듯 무너졌다.

 

“요 사이로 한번 기어 들어와 봐. 그럼 내 여태까지의 일을 다 없던 것으로 해줄 테니.”

 

마운현의 손가락이 제 가랑이 사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어 ‘아니면 개새끼마냥 왈왈 짖어봐. 귀여워해 줄 테니까’하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듣는 사람도 화가 날 지언데 곽이천의 이성의 끈이 멀쩡할 리 없었다.

곽이천이 번쩍 검을 들었다.

정파인들도 따라 태세를 갖췄다.

무신 역시 빙룡검을 앞으로 뻗었다.

내내 곽이천만을 주시하던 마운현의 시선이 돌아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과연 북해빙궁이 오셨었구만.”

“…….”

“그래도 그렇지 나으리까지 직접 나서서 정파의 편에 선단 말인가.”

 

나으리란 빙궁의 궁주 해영월을 가리켰다.

뻔했다.

무신의 손에 들린 것은 빙궁만의 보구이자 궁주만의 산물, 빙룡검이었으니까.

하지만 무신은 해영월이 아니었다.

그는 그일 뿐이었다.

 

“나는 최무신이다.”

 

무신은 덤덤하게 그렇게 반응했다.

마운현의 고개가 의아하다는 듯 꺾이다가 이내 알겠다는 듯 끄덕여졌다.

 

“최무신? 신성의 그 최무신을 말하는 겐가?”

“그래.”

“호오, 최근에는 혈교를 단신으로 궤멸시켰던?”

“잘 알고 있구나.”

 

무신의 말이 짧은 것을 보고 몇몇 마교인들이 ‘감히 누구 앞에서 그따위로 대답하느냐!’ 하고 목청을 울렸다.

같잖지도 않은 지적이었다.

서로 적대 관계에 차릴 예의가 무어 있단 말인가. 게다가 분리수거도 안 될 마교를 상대로.

우습게도 정작 마운현은 아무렇지 않은 눈치였다.

 

“내 네놈을 포섭하려 했건만, 빙궁으로 들어간 것도 모자라 정파의 편에까지 섰을 줄이야. 응? 뭐야? 빙월대 대장직까지 달았구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기에 마운현이 무신의 가슴팍에 달린 문양을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운현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무신은 기가 찼다.

 

“세상에 마교의 포섭에 응할 이가 있을까?”

“병신이 아니고서야.”

“뭐?”

“천하를 쥘 곳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게 병신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마운현이 입꼬릴 말아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저것은 단순한 포부 같은 게 아니었다.

자신감도 아니었다.

확정이었다.

마운현의 머릿속에서 강호, 그리고 중원은 이미 자신의 손바닥 안에 들어 있었다.

무신은 아직 다 마르지도 않은 레이스터 발콘의 핏방울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정파는커녕 카르베니아도 넘지 못할 것 같은데?”

“카르베니아? 그깟 색목인들은 한주먹거리도 안 돼.”

 

이번에도였다.

으스대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장담하고 있었다. 마운현의 손에 카르베니아인들은 이미 죽은 존재였다.

그랜드 마스터 윌레이커 카이스조차.

 

“내가 최근에 아주 대단한 힘을 얻어서 말이지.”

“대단한 힘?”

 

곽이천이 다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물론 그는 마운현이 말하는 대단한 힘에 대해 이미 알고 있기는 했다.

필히 마물의 마기를 단전에 집어넣는…….

 

“마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아주 큰 오산.”

“허풍도 어지간히 떠셔야지.”

“허풍이라… 부딪쳐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마운현은 그럼에도 여전히 허풍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무신은 알 것 같았다.

마운현이 말하는 대단한 힘을.

그날 백야평야에서 마물의 심장을 얻을 때, 마형추가 갑자기 변화한 것처…….

상념은 끝까지 가지 못했다.

곽이천의 입이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죽여라!”

 

방아쇠는 곽이천이 당겼다.

그의 신형이 한겨울 칼바람처럼 전면으로 쇄도했다.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오로지 감각에만 의존해야 하는 절정의 신속(迅速).

거기에 더해질 검의 중압은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마교인들은 벌써 비상이었다.

팽영권도 단칼에 죽인 마정태조차 헙, 헙, 숨을 먹는 게 보였다.

호흡도 어려운 만큼 곽이천의 반향은 엄청 났다.

그가 움직인 자리가 움푹 파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마운현이었다.

 

“신성끼리 한번 붙어보자고.”

 

그리고 무신의 앞에도 상대가 서 있었다.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위치.

마준환.

신성끼리의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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