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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23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23화

합류

 

 

무신은 목만 남은 백형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찝찝했다.

볼일을 보고 뒤를 안 닦은 기분이었다.

너무 쉽게 죽여서.

그게 이유였다.

그는 백형곤이 좀 더 버텨주기를 바랐다.

좀 더 빙룡검의 힘을 실험해 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일격에 끝나 버렸으니 실험은커녕 오히려 배만 고팠다.

그는 입술을 핥았다.

여운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뭐라도 베고 썰고 싶었다.

그의 시선이 숨만 간당간당하게 남은 마화격대 무사들에게 돌아갔다.

그는 혀를 찼다.

저들을 건드려 봤자 배고픔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저들은 지금 손가락 하나만 튕겨도 죽을 수준이었다.

 

“대단하십니다, 대장.”

 

빙월대 무사들 중 가장 무위가 뛰어난 강도준이 다가왔다. 얼굴에 땀이 흥건했다.

무신과 달리 그에게는 저들 모두가 어려운 상대였다.

비단 그뿐일까.

이하 빙월대 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신은 강도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했다.”

 

대단하단 말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무신이 스스로를 대단하다 느끼는 것은 자신이 인정한 상대와 겨뤘을 때뿐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백형곤은 인정 축에도 못 꼈다. 마공에 취한 가짜무인에 불과했다.

 

‘이게 두꺼비 얼굴인지 사람 얼굴인지 모르겠군.’

 

무신은 불쾌하다는 듯 백형곤의 얼굴을 걷어찼다.

피가 흥건한 덩어리가 데굴데굴 시야 밖으로 굴러갔다.

무신은 손바닥을 털며 백형곤의 말을 떠올렸다.

탁호영을 죽였단 3의 세력.

자신은 이제 막 신강에 발을 디뎠으니 틀림없이 색목인들이렷다.

무신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색목인들을 한번 보고 싶던 참이었다.

정확히는, 화려하고 웅장하다는 그들의 무위가 궁금했다.

소드 마스터.

그리고 오러 블레이드.

깨달음의 경지와 검강을 일컫는 그들만의 언어였다.

더 위로 그랜드 마스터란 게 있다고는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무신도 잘 몰랐다.

그것의 장본인은 윌레이커 카이스 .

원체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라 정보가 거의 없었다.

 

‘얼핏 듣기로는… 맹주나 마교 교주보다 더 무위가 높단 말이 있기는 한데…….’

 

무신은 어깨를 으쓱하며 청마에 올라탔다.

지금은 카이스보다 마운현에게 더 신경 써야 했다.

마교의 교주에게 말이다.

 

***

 

대지가 온통 피에 물들어 있었다.

벌써 반년 가까이 지속되는 일이었다.

이제는 신물이 났다.

이 싸움을 끝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엉켜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선 머리가 잘리거나 팔다리가 썰리고 있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였다.

크게 한 방.

그것을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전 화산파 장문이자 현 무림맹 맹주 곽이천은 각 문파의 수장들을 모조리 운집시켰다.

 

“이 길로 당장 마교 교원으로 들어간다.”

“예?”

 

사실 원래 계획이 그랬다.

무림맹을 나서는 즉시 마교 교원을 치려 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차질이 빚어졌다.

광군학관 함락에 실패했고, 마교 교원 근처의 자잘한 싸움에서 대부분 대패했다.

어차피 계속 누적될 피해.

그럴 바에야 당초 계획대로 가는 게 나았다.

수장들은 당연히 반대했다.

전열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자살행위이므로.

그래서 그들은 사실 이대로 회군하길 바랐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차라리 마교와 손을 잡는 게 나을지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팽가의 복수야 이미 다 했다.

가주 팽영권이 당해 의미가 퇴색됐다고는 해도 정파도 똑같이 죽였다.

광군학관에 있는 마교의 어린 싹들을.

 

“칼을 뽑아 들었으면 확실히 썰 것은 썰고 가야지.”

 

하지만 곽이천은 이미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그가 지금 수장들에게 하는 말은 제안이 아니라 통보였다.

 

“돌아가길 바라나? 그것은 스스로 마교 밑으로 들어가겠단 게야.”

 

수장들은 반박을 못했다.

그래, 곽이천의 말이 맞았다. 표면적으로는 대전을 중지하잔 것이나 다르게 보면 백기를 든 것과 다름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가슴팍에 남궁세가의 문양을 새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의 가주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까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남궁천.

그는 가주보다 더 강한 식솔이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리저리 휘둘리느니 크게 한판 붙는 게 낫지요.”

“자네가 상황을 좀 볼 줄 아는구먼.”

 

비단 남궁천뿐만이 아니었다.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령도 한마디 거들었다.

 

“예, 이대로 멈췄다가는 팽가와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날 것이 뻔합니다. 한번 얕보인다 싶으면 계속 건드리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내 말이 그 말 일세. 아예 끝장을 봐야 해.”

 

그렇게 말하며 곽이천은 멀리 서쪽을 바라보았다. 옅은 안개 뒤로 마교 교원의 형상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건물이 보이는 게 아니었다.

마교 특유의 기운.

사악한 그것이 창공에 메워져 있었다.

몇몇 수장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껏해야 화경에 그치는 하수들이었다.

그러나 현경의 수장들도 반응은 비슷했다. 벌써 얼굴에 그림자가 가득했다.

개방의 방주 경정길이 주춤주춤 나오며 입을 열었다.

 

“맹주님.”

“그래, 경 방주.”

“저도 맹주님이나 남 대협, 그리고 제갈 가주의 의견에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헌데?”

“그래도 조심스레 권유드리겠습니다. 이 싸움,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설령 얕보이게 되더라도요.”

 

이미 다 끝난 얘기였다. 그런데 굳이 또 끄집어내서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제갈령이 ‘왜 또 그러시오?’ 하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곽이천의 얼굴도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상대가 경정길이라면 일단 들어는 봐야 했다.

개방.

강호 최강의 소식통.

그곳의 방주로 있으니 무언가 짚이는 게 있단 뜻이었다.

 

“그리 말하는 이유가 뭔가?”

“마교의 마공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게 뭐 하루이틀 일인가? 늘 심상치 않았어, 마교의 마공은.”

“제가 드리려는 말씀은, 단순한 무공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단순한 무공이 아니라니?”

“아무래도…….”

 

경정길이 꿀꺽 침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마물의 힘을 끌어다 쓰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마물? 옛날, 중원을 초토화시켰던 이계의 미물을 말하는 겐가?”

“그렇습니다.”

“그놈들이 중원을 침입하면 모를까, 이제는 있지도 않는데 어찌 힘을 끌어다 써?”

“역으로 불러들이는 거지요.”

“역으로 불러들여?”

 

경정길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던 각 수장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대화에 집중했다.

마물.

이계의 영물.

너무도 흥미진진한 주제였다.

 

“최근 마교 교주가 자리를 비웠던 게 그 때문이란 말도 있습니다. 특수한 주술진을 깔고 주술어를 외우면 마물이 튀어 나온다고.”

“튀어나온 것을 어째?”

“그게, 마물의 마기를 따로 추출할 수 있답니다.”

“그것을 체내에 주입한다?”

“아마 그러지 싶습니다.”

“내 알기로 마기는 우리의 내공과 상극이라 들었다. 주입한다고 다 어울리는 게 아닐 텐데?”

“그래서 아마 많은 마교인이 희생됐을 겁니다.”

 

경정길이 ‘꺼내기 송구스런 이름이오나…’ 하며 계속 말했다.

 

“진해천과 뒷거래를 한 것도 아마 그 이유겠지요. 정파의 무공 중에 마기와 맞는 것이 있는가 알아보기 위해.”

“허허.”

“현재 정황으로 보아 그게 도움이 되긴 된 모양입니다.”

“뭣 같은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죄송합니다. 괜한 얘길 꺼내서.”

“괜한 얘기는. 덕분에 더 마교 교원을 쳐야겠단 생각이 든다.”

“예?”

 

곽이천이 눈을 빛냈다.

 

“놔두면 더 강해진단 소리 아니냐?”

 

***

 

무신에게 이번 정마대전은 이미 결과가 보이는 승부였다.

1553년 봄.

이맘때쯤이면 마교는 이미 마물을 불러들이는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거기서 마기를 추출, 체내에 집어넣어 그야말로 인간마물을 탄생시켰다. 그것이 발화점이 되어 차후 두 번째 마물의 습격이 터지는 것이고.

무신에게 마물은 익숙했다.

백야평야에서 이미 숱한 마물을 잡았으며 개중 하나의 심장을 꺼내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마물화는 그에게도 낯설었다.

 

‘나도 그럴 기회가 있었기는 한데.’

 

그는 당시 깨끗이 그 기회를 포기했다.

몸을 다른 존재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애당초 마물화도 마공과 다를 게 없기도 했고.

어쨌거나 상상이 안 갔다.

회귀 전의 기억에도 딱히 든 것이 없었다. 배춘삼이야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되니 오히려 더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경정길이라면 이미 예상하고 있겠지.’

 

무신은 개방의 방주를 떠올렸다.

저 어디 변방의 마구간 주인장의 자식이 몇 명인지도 알 사람이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어 말하면 말이다.

 

‘곽이천 성격에 먼저 발을 뺄 것 같지는 않고. 일단 그쪽 주둔지로 가볼까.’

 

무신은 거침없이 말을 몰기 시작했다.

정파쪽을 신경 쓸 것 없이 마교 교원으로 곧장 가버리면 편하겠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아무리 빙룡검까지 얻었다고 해도 그곳의 장벽은 너무 높았다.

마운현?

곽이천과 같은 생사경?

물론 그놈 때문에도 그랬다.

그러나 그 위에 한 놈이 더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멀리 동쪽에서 모래 먼지가 일더니 시뻘건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타고 있는 말의 안장도 하나같이 시뻘겠다.

붉은 것의 상징.

그것은 강호에서 한 족속뿐이었다.

 

‘딱 맞춰 왔구나. 적라성이여.’

 

무신은 빙긋 웃으며 혈교 무사들, 아니, 충직한 강시들을 바라보았다.

이때쯤 찾아오라 미리 언질을 준 덕이었다.

 

“이미 대장께 들었는데도 막상 보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정말 적라성도 함께군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그래도 혈교라 하면 사파에서 알아주는 세력인데.”

 

빙월대 무사들이 저마다 혀를 내둘렀다. 적라성과 오십의 강시들이 막 코앞까지 도착하고 나서는 눈을 벅벅 비비기도 했다. 아무리 봐도 안 믿기는 모양이었다.

 

“금술을 이렇게 다 다루고 있었군요.”

“앞에서는 아닌 척, 뒤에서는 다 하는 게 혈교 놈들 특성 아니겠느냐.”

“그렇지요. 헌데 저희야 아군으로 받아들이지만 정파도 그러겠습니까? 금술을 굉장히 싫어할 텐데.”

“시국이 시국이다.”

“예?”

 

무신은 자신의 앞에 서서 예를 갖추는 적라성을 뒤로하며 말을 이었다.

 

“도움만 되면 강시가 아니라 어린아이라도 잡아다 쓰고 싶은 게 현재 정파의 입장일 거다.”

“하기야…….”

“물론 처음에는 좀 놀라겠지만 말이다.”

 

무신은 그길로 빙월대와 강시들을 끌고 정파인들이 주둔한 신강의 어느 평야를 찾았다.

찾는 것은 쉬웠다.

고수들이 대거 모여 있는 곳.

무시무시한 내공이 꿈틀거리니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그의 등장은 그곳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선, 그가 북해빙궁 최강의 타격대 빙월대의 대장이란 점이 첫 번째였다.

 

“빙궁에서 우릴 도와주겠다고?”

“예.”

“자, 잠깐! 저자는 적라성이 아닌가!”

 

그리고 그가 혈교 교주 적라성을 어디 객잔 점소이처럼 부린단 점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보다는 아무래도 두 번째의 영향이 컸다.

혈교가 뒤통수를 치는 것으로 착각, 무기를 들고 뛰쳐나온 정파인들도 더러 있었다.

무신은 그들에게 아주 간단히 설명했다.

 

“제가 최근에 혈교를 붕괴시켰습니다. 개방의 큰 어른이 계시니 소식은 들으셨을 것 같은데.”

“…….”

“그들이 갖고 있던 재물은 모두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이렇게 무사들을 얻었습니다.”

“…….”

“아, 예, 맞습니다. 강시술을 쓴 것이지요. 허나 이들이 한 짓을 똑같이 갚아줬을 뿐입니다.”

 

오십의 빙월대 무사들.

혈교에서 한자리씩을 차지했던 오십의 고수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의문의 청년까지.

 

“…자네는 누구인가?”

 

무림맹주 곽이천.

놀란 얼굴로 튀어나온 그에게 무신은 이렇게 답했다.

 

“최무신입니다.”

 

불과 두 해 전만 해도 무신의 이름 석 자는 그냥 이름 석 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는 신성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그의 손에는 중원 최고의 명검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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