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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2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24화

124화 수상하다, 수상해!(2)

 

 

 

“흑마법사라…….”

 

코너의 말을 듣고는 오를레앙 공작과 함께 내린 음침한 분위기의 사내들을 떠올렸다.

음습하고도 끈적이는 듯한 느낌의 기세를 흘리던 6명의 사내들.

 

“윌슨, 왜 그런 얼굴이죠?”

 

“네 얘길 들어 보니까, 사신단 녀석들이 더 수상해서 그래.”

 

“사신단? 벌써 영지에 도착한 거예요?”

 

“그래, 아무래도 그 자식들이 흑마법사 같다는 거야. 수상해, 정말 수상하단 말이야.”

 

“짐작 가는 건 있어요. 윌슨도 눈치챘겠지만요.”

 

코너가 살짝 눈살을 찡그렸다.

 

“마족이나 마왕 같은 걸 소환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영혼을 담보로 흑마법사들이 하려는 짓이 무언지는 짐작 가는 바가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흔히 등장하는 소재였으니까 말이다.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진짜로 현실성 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점이다.

 

“맞아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아이언 영지를 노릴 이유가 없어져요. 전쟁 때문에 수많은 영혼이 아이언 영지 인근에서 헤매고 있을 테니까요. 숫자로만 생각하면 마왕을 소환하려고 할지도 모르죠.”

 

“…가능할까?”

 

의구심이 든다.

마왕이라는 게 그렇게나 한가한 존재인가?

인간이 부른다고 해서 방정맞게 뿅뿅 등장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어렵겠지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긴 해요. 인간에게 인지도를 높이려고 마왕들도 필사적이거든요.”

 

“…인지도를 높여?”

 

녀석의 설명을 들을수록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다.

마왕이 연예인이면 몰라도, 인지도를 높이려고 인간계에 나오려 한다?

어째 좀 상식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마왕이나 신들은 인간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라고들 하죠. 인간의 믿음이 강할수록 마왕이나 신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돼요.”

 

“확실한 거야?”

 

“당연하죠. 원래 신과 악마는 같은 존재였어요.”

 

“그거 위험한 발언 아니야? 신성모독이다, 그거.”

 

“아니거든요? 진짜예요.”

 

코너가 피식 웃으면서 나를 묘한 눈으로 쳐다본다.

진짜인가?

몸의 주인인 윌슨의 기억 속에는 들어 있지 않은 내용이라, 진실인지 거짓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녀석을 띠꺼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코너는 허탈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면서 입을 열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이에요. 신과 악마가 원래 같아요.”

 

“말이 안 되잖아.”

 

이 자식이 좀 배웠다고 날 무시하네…

 

“신은 인간을 도와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고, 악마는 인간을 잔혹하게 죽이면서 존재감을 알렸을 뿐이에요. 처음 이름을 날린 게 사탄이었어요. 그 뒤로 악마들이 너도나도 사탄을 따라 했어요. 신보다 마왕의 숫자가 많은 게 그런 이유죠.”

 

“인간의 공포가 마왕의 존재를 많이 만들어 냈다?”

 

“맞아요. 위기감을 느낀 신들은 인간들에게 신전을 완성하고 자신의 존재를 믿으라고 계시를 내렸어요. 그게 현재까지 이어진 거고요.”

 

“…….”

 

코너가 너무 쉽게 인정해 버리니 반박할 말이 없어진다.

아는 게 있어야 반박하지?

 

“재미있는 건요, 신들은 마왕을 싫어하지 않아요. 어떻게 생각하면 파벌을 만드는 귀족 같은 존재들이죠.”

 

“…뭔 개소리야?”

 

“개소리 아니거든요? 공포스러운 마왕이 있어야 신을 찾게 되잖아요. 마왕이 없어지면 신들도 곤란해져요.”

 

코너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묘하게 설득력 있다.

하지만,

 

“…너무 신들을 까는 거 아니야?”

 

“마법사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자예요. 그렇다고 제가 욕을 한 건 아니잖아요.”

 

코웃음을 치는 코너.

딴에는 맞는 말이긴 한데…

이런!

지금 신이 악마와 태생이 같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쨌든 인간의 영혼을 바치면 마왕도 소환할 수 있다는 거지?”

 

“네, 맞아요.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마왕이라는 존재가 인간의 부름에 쉽게 응할 리는 없거든요.”

 

“알았어. 얘기해줘서 고맙다.”

 

들을 얘기는 다 들었다.

그래서 녀석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돌아서려는데,

 

“어? 윌슨! 그게 끝?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어요?”

 

“인챈트 마법이나 잘 새겨. 그거 중요한 물건이다. 어설프게 만들면 끝장이야.”

 

코너가 밟고 선 커다란 강철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공격마법이라고는 1서클 마법밖에 없는 놈이다. 괜히 돕겠다고 나서면 피곤해질 게 분명하다. 녀석을 보호하려다가 일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

 

“치이…….”

 

김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는 녀석을 뒤로하고 작업실의 문을 열었다.

아쉬워하는 마음을 알겠지만, 인챈트 작업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녀석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의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그나저나 오를레앙 공작 자식!

마계의 존재를 소환하려고 한다는 얘기지?

아이언 영지에 혼란을 유도하겠다는 건가?

내가 그런 꼴을 두고 보고만 있을 거로 생각했다는 의미일 거다.

아주 사람을 물로 보는구나. 물로 봐!

네 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우두둑!

 

주먹을 꽉 말아쥐고서 지상의 감옥으로 통하는 계단을 밟았다.

오를레앙 공작이 아이언 영지에서 쉬기로 한 것은 단 하루.

마계의 존재를 소환하려고 계획했다면 오늘밖에 시간이 없을 거다.

 

***

 

야심한 새벽의 아이언 영지.

귀빈을 위한 숙소로 지어진 5층 건물 ‘로얄 트리’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스슷! 스스슥!

 

검은 로브로 몸을 가린 6명의 사내.

그리고 뒤를 따라 ‘로얄 트리’에서 내려오는 오를레앙 공작.

 

“준비하시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남겨 두고서 오를레앙 공작이 거의 들리지 않을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 중에 하나가, 인간의 두개골 형상으로 조각된 수정을 꺼내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ЁПЩЖ… ЩБЦ… 인비져빌리티(Invisibility)!”

 

주문을 완성하는 순간, 음침하기 짝이 없는 검은빛이 수정구에서 흘러나왔다.

검은 기운이 오를레앙 공작을 제외한 6인의 사내를 감싸면서 기척을 지웠다.

 

“…대단하군.”

 

오를레앙 공작이 나직하게 탄성을 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자신조차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사내들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뚜벅, 뚜벅, 뚜벅……

 

오를레앙 공작은 일부러 인기척을 내면서 1층 로비로 내려갔다.

그러자 문을 지키는 두 명의 병사가 고개를 돌려 오를레앙 공작에게 시선을 주었다.

 

“…….”

 

병사들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오를레앙 공작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경비를 서는 병사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고작 병사가 마나의 축복을 받았어?’

 

오를레앙 공작은 두 명의 경비병 중 하나를 바라보며 놀라워했다.

자신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인물은 튼튼한 갑옷을 주고 질 좋은 검을 손에 쥐여 주는 게 효율이 좋다.

일반 잡병들 수십 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도륙할 수 있으며, 어지간해서는 지치지 않는 몸이니까.

 

“자네, 이름이 뭔가?”

 

“와그너라고 합니다. 오를레앙 공작님.”

 

질문을 받은 와그너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존칭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각하’라는 따위를 붙여 대답하지는 않았다.

 

“대단한 실력을 지녔군. 병사로 지내기엔 억울하지 않은가?”

 

아깝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오를레앙 공작이 와그너의 눈을 바라보았다.

등 뒤로 거의 알아차리기 어려운 6개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서 억울한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보다, 이런 시각에 외출하려는 것입니까. 오를레앙 공작님.”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는군. 시원한 새벽 공기라도 마시면 괜찮아질까 싶어서 나와 봤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와그너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근무 중이지 않은가?”

 

“‘로얄 트리’에는 오를레앙 공작님 일행만이 사용하고 계십니다.”

 

“…그렇군. 안내를 부탁하지.”

 

오를레앙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그너의 대답은 자신하나 때문에 근무를 서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다.

 

‘내가 없으면 여길 지킬 필요도 없다는 뜻이겠지.’

 

오를레앙 공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와그너에게 감탄했다.

얼굴은 편안해 보였으나, 상대의 눈은 경계심이 잔뜩 묻어나고 있다.

어떤 얘기를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런 눈빛의 병사라면 어떤 유혹을 해도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굳이 병사에게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저들이 무사히 마왕 ’데카라비아‘를 소환한다면, 우리 제국은 예정보다 더 빨리 전쟁을 벌일 수 있게 될 터.’

 

오를레앙 공작은 흑마법사들이 이동하고 있을 아이언 영지 성의 거대한 문에 시선을 두었다.

역시나 그곳의 병사들 또한 군기가 훌륭하다.

일개 영지의 병사로 보기엔 지나치게 군기가 엄정하며 근무 태도가 적극적이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5서클의 투명화 마법으로 인해 흑마법사들을 발견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목적했던 일은 어차피 해결된 상황.

이제는 그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와그너라는 이름의 병사에게 핑계로 대었던 산책을 즐기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

 

영주관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의 모습에 오를레앙 공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린다 싶었는데, 뜻밖에도 아이언 남작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산책을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은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보고서 판단할 수 있었다.

 

“충!”

 

“그래, 수고가 많다. 오를레앙 공작께서 나와계셨군요?”

 

윌슨이 슬쩍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아 주고는 의외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가시오. 아이언 남작?”

 

“답답해서 나와봤습니다.”

 

윌슨이 ‘그런 걸 왜 물어보느냐?’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일상적인 이유였으나, 오를레앙 공작은 인정할 수 없었다. 믿기지는 않지만, 자신이 데려온 흑마법사가 움직인 것을 느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일이라는 것은 원래 작은 것에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하는 법이다.

이번에 계획한 위험요소에서 아이언 남작이 이런 시간에 움직일 거라는 예측이 끼어 있지 않다.

그렇다는 것은 특이 사항에 속하는 일.

 

“답답해서 나온 것치고는 무장이 과한 듯 하오만?”

 

“오를레앙 공작처럼 검(劍) 한 자루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만?”

 

윌슨이 두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어깨를 으쓱했다.

 

“으음…….”

 

오를레앙 공작은 윌슨의 말을 듣고서 앓는 소리를 냈다.

 

‘내가 왜… 왜 그런 얘길 했던 거지?’

 

속으로 당혹스러워하고 말았다.

상대의 말처럼 단지 허리춤에 검을 한 자루 착용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도 역시 언제나처럼 롱소드를 허리에 착용한 상태다. 별다를 거 없는 무장 상태다.

그러나 윌슨에게서 받은 느낌은 달랑 한 자루의 검을 장착한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상대는 마치 착용 가능한 모든 무장을 다 갖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긴장한 것인가? 내가? 나 ’프리앙 드 오를레앙‘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개척한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 짓는 윌슨을 바라보면서, 온몸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걸 깨달았다.

 

“산책을 즐기시지요.”

 

오를레앙 공작이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을 받고 혼란스러워하는 동안에, 윌슨이 그를 지나쳐 걸어가려 했다.

 

“아이언 남작, 잠깐 멈춰보시오.”

 

“아직 하실 말씀이 남았습니까?”

 

걸음을 옮기던 윌슨이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다.

 

“괜찮다면 나와 함께 산책하는 것이 어떻겠소?”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오를레앙 공작님.”

 

“으음…….”

 

오를레앙 공작이 신음을 흘렸다.

 

‘뭔가 눈치챘어!’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상대의 여유로워 보이는 행동과 달리, 눈빛에 조급함이 묻어난다. 그렇다는 것은 무언가 노리는 게 있다는 의미다.

막연한 의심.

하지만 그를 붙잡지 않는다면 일이 틀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었다.

 

“그대에게 대련을 신청하오.”

 

“싫은데요?”

 

“…….”

 

약간의 주저함도 없이 이어진 가차 없는 거절.

오를레앙 공작은 이런 식으로 거절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탓에 순간적으로 멍해지고야 말았다.

그러는 사이, 윌슨이 다시금 걸음을 옮기려고 하였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는 불길한 예감이 뒤통수를 마구 긁어댄다.

 

차앙!

 

“그렇다면 나 ‘프리앙 드 오를레앙’이 결투를 신청하오. 아이언 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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