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2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23화
123화 수상하다, 수상해!(1)
“안녕하시오. 본인은 ‘프리앙 드 오를레앙’ 공작이오. 여정이 멀어 하루 쉬어가기로 했소. 불편하겠지만, 양해 부탁하오.”
마차에서 내린 오를레앙 공작이 손을 내밀었다.
이 목소리…
저 얼굴…
확실하게 기억난다.
지난번 프레하 제국의 브뜨아 요새에서 나와 한 차례 격전을 벌이기까지 했던 사내다.
하지만 아는 척할 이유는 없다. 공식적으로 나는 이곳 아이언 영지를 벗어난 적이 없는 거니까.
그의 손을 가볍게 마주 잡고 흔들었다가 대충 놓아주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저는 이곳의 영주인 윌슨 아이언 남작입니다. 숙소는 연병장 옆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습니다.”
손으로 연병장 초입의 5층 건물을 가리켰다.
영지 성이 완공되면서 새로 지어진 건물이다. 외부에서 귀족들이 방문했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제법 공들여 지었다.
개시부터 적국의 귀족이 머물게 될 줄은 몰랐지만,
덜컥!
숙소를 알려 주는 사이에 다른 마차의 문이 열렸다.
음습한 기운이 관자놀이를 살살 긁는 기분.
나도 모르게 시선을 던지게 된다.
시커먼 로브를 걸치고 얼굴까지 가린 몇 명의 사내가 마차에서 내리는 중이다.
“저분들은…….”
“하데스를 모시는 사제요. 엘튼 제국에 일이 있다고 해서 동행하는 중이니 신경 쓸 필요 없소.”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오를레앙 공작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놈들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음습하고 끈적대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하데스가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해도 본질은 어디까지 ‘신(神)’.
사제의 몸에서 흐르는 신성력이라고 보기엔 좀…
“알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관리인에게 말씀하십시오.”
“호의를 보여 주어 고맙소. 아이언 남작.”
오를레앙 공작이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숙소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 뒤를 따라 음침한 기운을 흘려 대는 검은 로브의 사제… 라고 우기는 6명의 사내가 발걸음을 옮겼다.
“영주님, 제가 생각하기에 저들은… 하데스 신을 섬기는 사제들이 아닌 듯합니다.”
이제껏 입을 다물고 있던 안토니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그런 것 같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놈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이전에 프레하 제국 국경의 브뜨아 요새에서 저 인간과 발루아 공작이 나누던 대화를 떠올렸다.
―네르바 자작령… 아니, 이제는 아이언 남작령이 되겠군요. 그곳이 가장 위치가 좋습니다.―
―거기가 가장 알맞은 곳이기는 하지. 나 역시 그곳에 볼일이 있다는 걸 잘 알 걸세. 그러나 최소 반년 정도는 시간이 필요해. 적어도 부족한 기사 전력은 보충해야 하지 않겠나.―
당시 놈들이 나누던 대화에서 내가 다스리는 아이언 영지의 이름이 나왔다.
오를레앙 공작이 오늘 아이언 영지를 방문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공작의 자리에 앉은 인물이 전쟁배상금을 바치러 오는 사신단을 대표할 이유가 없다.
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브띠아 요새에서 두 사람이 나누던 대화에는 질척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건 ‘2만의 영혼이 필요 합니다’라던 오를레앙 공작의 얘기.
그러고 보니, 전에 코너에게 영혼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빼놓고 얘기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 빌어먹을 초야권 때문에 급하게 말을 돌리느라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다.
아무튼,
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고 아이언 영지를 콕 집어서 오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수상하죠?”
“네, 많이 수상합니다.”
“코너와 얘기 좀 해 봐야겠군요.”
일반인에 불과한 안토니조차 수상하다고 느낄 정도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그게 좋을 듯합니다. 현명하신 영주님.”
“안토니, 저 놈들 비위 좀 잘 맞춰 주세요. 기분은 더럽겠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변동 사항이 생기면 곧바로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안토니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좋아, 그렇다면 오를레앙 공작은 잠시 안토니에게 맡기면 되겠다.
역시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 부탁합니다.”
“영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실 것입니다.”
고개 숙이는 안토니를 뒤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가고자 하는 곳은 영주관의 뒤편에 중범죄자를 가두는 감옥이다.
기존에 지은 감옥과는 별도로 만든 건물.
지하 벙커로 이동하는 출입구를 숨기기 위해서 급조로 만든 거였다.
아직 지하 벙커는 병사들과 영지민에게 비밀로 해둔 곳이다. 그래서 영지민을 위한 출입구는 성벽인 것처럼 위장해서 막아두었다.
그러나 지하 벙커로 출입은 해야 하기에, 중범죄자용 감옥을 급하게 새로 지었다.
프레하 제국의 사신단에게 정보를 감추기 위해서다.
“충!”
“그래, 시안 오늘 하루만 부탁하자.”
비밀 유지를 위해서 가장 믿을 만한 놈으로 경계를 세웠다.
물론, 병사의 복장이다.
기사가 감옥을 지키고 있다면 누가 봐도 이상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신에… 흐흐흐…….”
“알았어, 인마!”
음흉하게 웃는 시안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녀석이 뭘 원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오늘 번외 임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기사단 회식을 시켜달라나?
방정맞기는 해도 입이 가벼운 녀석은 아니니, 이번 일에 알맞은 녀석이다.
여자를 좀 밝혀서 문제지.
끼이익!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갇혀 있는 사람은 없다. 프레하 제국 사신단의 눈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 건물에 불과하니까.
횃불을 들고 감옥 한쪽에서 타오르는 장작불에 불을 붙였다.
굳이 횃불을 들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일부러 내공을 일으켜 시력을 강화하는 것도 귀찮다.
쇠창살로 이루어진 감옥 중에서 맨 끝방으로 이동해 벽을 손으로 밀었다.
그그그긍…
돌이 갈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벽이 돌아가고 따스한 공기가 느껴진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
트와토른을 비롯한 드워프들이 작업 중인 모양이다.
소음 문제를 해결한다더니, 망치질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확실히 일 처리 하나만큼은 똑 부러지는 녀석들이다.
허풍이 심해서 그렇지.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 보았으나, 소음은 심해지지 않았다.
<사루단! 이 자식아! 똑바로 안 해?>
<수르다메르! 네 놈이나 똑바로 하시지? 가래침으로 마빡을 뚫어 버리기 전에?>
<망할 난쟁이 자식들아! 싸우지 말고 일들이나 해!>
.
.
.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온다.
대화라기보다는 대부분이 욕설에 불과하다는 게 기가 막히긴 하다.
“구라쟁이 자식들아! 적당히 싸워, 좀!”
횃불을 들고 다가가면서 드워프들에게 한마디 던졌다.
“넌 빠져! 윌슨 놈아!”
“그래! 이건 드워프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야! 인간은 빠져라!”
“…….”
눈을 희번덕거리는 드워프들 때문에 입을 꾹 다물어야 했다.
이것들이…
그래, 공사 끝나고 보자, 지하 벙커에서 아주 곡소리 나게 굴려 주마.
“그래, 수고해라.”
속으로 다짐하고서 녀석들을 지나쳤다.
두 개의 커다란 철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리는 쪽의 철문을 열었다.
탕! 타당! 탕!
고막을 터트릴 듯한 망치질 소리와 훅하고 열기가 덮쳐온다.
작업장 내부는 밖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넓은 작업장에 철골 구조물이 세워졌고, 구조물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쇠사슬 도르래 여러 개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한 귀퉁이에 대형화로가 놓였고 밑에서는 새파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트와토른을 포함한 다섯 명의 드워프들이 망치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형태로 보아 판 스프링을 제작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여어! 트와토른!”
녀석들을 향해 손을 들고 크게 소리쳤다.
망치질에 집중하면 녀석은 누가 들어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제야 트와토른이 망치를 내려놓고 나를 쳐다본다.
나머지 드워프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작업에 몰두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으니,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는 태도다.
“응? 윌슨 놈아! 어쩐 일이냐? 오늘은 안 내려올 거라더니?”
“일이 좀 있어서 와봤다. 저게 그거냐?”
나는 쇠사슬에 매달린 철판들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맞아,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딱히 보여 줄 것도 없다. 기간도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다.”
“쉬엄쉬엄해, 무리하다가 다치면 너만 손해야.”
“알았다, 윌슨 놈아.”
트와토른이 고개를 좌우로 꺾더니 빙그레 웃는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해도 이런 말 한마디에 감동하는 녀석이다.
“코너 못 봤어? 아침에 내려 보냈는데 아직도 안 올라오잖아.”
“옆 작업장에 있다. 겨우 그것 때문에 날 불렀나?”
“겸사겸사 쉬면서 하라고 불렀다, 자식아!”
“훗! 그래, 가봐라.”
트와토른이 싱겁게 웃고는 다시금 작업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저 자식도 일 중독에 빠지는 모양이다.
뭐, 작업이 빨라지면 좋은 거긴 하다.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다시 망치를 집어 드는 트와토른을 뒤로하고 작업실을 나왔다.
작업실 바로 옆에 만들어 놓은 철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덜컹!
옆 작업실과 달리 이곳은 횃불만 밝혀져 있다.
그리고 중앙에는 옆 작업실과 마찬가지로 철골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철골구조물 중앙에 가로 4미터 세로 10미터 넓이의 강철판이 놓여 있다.
두께는 대략 15센티미터에 달하는 무식한 강철판.
코너는 바로 그 강철판 위에서 작업 중이다. 내가 들어왔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강철판에 그려진 네 개의 기하학적인 문양.
녀석은 붓을 들고서 붉은 도료를 사용해 정교하게 문양을 그리고 있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당최 무슨 의미인지 모를 복잡한 문양.
이런 상황에서 말을 걸었다간 오만 짜증을 다 들어 줘야 할 터다.
“후우! 다 됐다!”
한참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코너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됐냐?”
“어? 윌슨! 언제 왔어요?”
“아까.”
“에이, 오셨으면 부르시지.”
“짜증 낼 거잖아.”
“헷!”
녀석이 무안한 얼굴을 한다.
이제껏 내게 한 짓이 있으니, 부정하진 못할 터다.
“안 지워지겠어?”
나는 강철판에 그려진 정교한 문양을 턱짓으로 가리키면서 물었다.
“각인 작업이 끝나면 저 강철판에 흡수될 거예요.”
“아… 전에 칼립 녀석 머리에 했던 것처럼?”
“네, 맞아요.”
코너가 고개를 끄덕인다.
인챈트 마법사가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1서클 각인 마법.
드워프의 목 뒤에 새겨진 ‘종속의 인’과 같은 낙인을 효과적으로 심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칼립 녀석의 이마에도 ‘종속의 인’을 새겼다. 칼립 자식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무튼,
그런 각인 마법을 사용해서 강철판에 마법진을 흡수시킨다면 지워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런데 윌슨.”
“왜?”
“뭘 만들려고 이렇게 큰 강철판에 방어 마법진을 새기라는 거예요?”
“나중에 알려 줄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야 기초 작업을 하는 중인데, 굳이 알려 줄 필요는 없으니까.
“칫! 저한테도 안 알려 줘요?”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 거다. 이걸 만드는 트와토른도 뭘 만드는 것인지 모를 거야.”
“알았어요. 그런데 절 찾아오신 거예요?”
참 빨리도 물어본다.
“그래, 궁금한 게 있어서 뭣 좀 물어보려고.”
“뭔데요?”
“인간의 영혼이 필요한 일이 뭐가 있을까? 마법이든 뭐든.”
오를레앙 공작과 발루아 공작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면서 녀석에게 물었다.
대충 예상은 가지만, 확인하는 차원에서 녀석에게 물어보는 거다.
“그건 왜 물어봐요?”
“궁금하니까 물어보는 거다. 혹시 모르는 거야?”
“짐승이나 인간의 영혼을 매개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주술사 혹은 흑마법사가 주로 영혼을 매개체로 사용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