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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03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03화

망룡무관

 

 

망룡의를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망룡무관의 관주 운사개(韻士開) 모추동.

그를 꺾으면 된다.

그러나 그 간단한 방법을 깨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무사가 한 해에 수천도 넘는다.

이유 역시 간단하다.

모추동은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서 거물이라 불리던 고수였다.

망룡의에 눈이 돌아간 풋내기들이 그를 상대하기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풋내기들뿐일까.

난다 긴다 하는 자들도 매한가지였다.

 

‘무위가 정확히 어떻게 되려나…….’

 

무신은 입구 바로 안쪽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모추동의 초상화를 보며 중얼거렸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노인네였다.

그러나 모추동이라 생각하고 보면 비범하기 짝이 없었다.

이름값이란 게 참 무서웠다.

모추동은 그걸 떠나서도 원래 강하지만.

 

망룡무관의 내부는 거칠었다.

그 말에 딱 어울렸다.

여기저기 거미줄은 말할 것도 없고, 낡은 나무판자로 된 바닥은 디딜 때마다 삐걱거렸다.

창이 몇 개 없어 공기는 매캐했다.

세간이 알아주는 고수가 이렇게 비루한 건물을 운영하는 이유야 뻔했다.

모추동은 개방 출신이었다.

제 몸에도 거적데기나 걸치면 다행일 자가 건물을 꾸밀 리 없었다.

그래도 공간은 제법 넓었다.

혈교 교원의 신전만큼은 못 되더라도 ‘대련’을 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여기 관주를 이기면 망룡의를 받을 수 있단 거요?”

“그렇소.”

“저 늙은이가 뭐라고?”

“늙은이라니? 개방의 운사개 모추동을 몰라서 하는 말이오?”

“아니, 내 듣기야 들었지. 허나 일선에서 빠진 자가 힘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소?”

“그리 생각했다가 당한 이가 이 망룡무관을 세 번 채우고도 남지.”

“죄 풋내기들 아니었겠소?”

“한번 붙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요.”

 

앞서 들어간 이성구과 이름 모를 부객이 무신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떠들고 있었다.

무신은 그들의 대화를 흘리며 주위를 훑었다.

두 사람 말고도 망룡무관을 찾은 이들이 꽤 되었는데, 개중 눈길이 가는 자가 있었다.

청발검(靑髮劍) 고경림.

우연인지 인연인지 제법 걸출한 검객을 만났다.

 

‘해남파에 몸 담았었다고 했나.’

 

무신은 얼핏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그의 기억력이 좋아서는 아니었다.

고경림쯤 되는 고수면 지나가는 개도 알 만큼 유명해지게 마련이었다.

이미 15년을 이곳에서 살았다면 당연히 알 수밖에.

물론 그것은 무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는 신성(新星)에 단신으로 혈교를 쳐부순, 그야말로 강호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그를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신성은 아직 윗사람들 말일뿐더러 혈교가 그 지경이 난 것도 아직 흑룡강 주민들 사이에서도 모르는 자가 많았다.

 

‘그럼 빙궁에서는 어찌 알고 날 찾아온 거야?’

 

무신은 고개를 갸웃하며 꼴불견을 떠는 사내를 쳐다보았다.

 

“우리끼리 먼저 대련을 해서 가장 강한 자가 이곳 늙은이와 겨룰 자격을 얻게 된다지? 그럼 미리 포기하는 게 좋을 거요. 댁들 중에 날 이길 자는 없어.”

 

이성구였다.

아까 입구에서 했던 말을 토씨만 몇 자 추가해서 그대로 늘어놓고 있었다.

목소리에 아주 힘이 철철 넘쳤다.

하지만 단순 허세라고만 보기는 힘들었다.

하성운처럼 이성구 또한 저렇게 말할 만한 무위를 가지고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산동악가의 가주보다 백배쯤 더 강한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창술의 대가인 셈.

그러나 애석하게도 무신이 당장 목창 하나만 쥐어도 이성구는 꼼짝을 못 할 것이다.

창술이야 이상구가 월등하대도 내공이 천양지차였다.

 

“호오, 귀한 분까지 오시는구만.”

 

한참 거들먹거리던 이성구가 의외란 눈으로 누군갈 쳐다보았다.

귀를 살짝 덮는 짧은 머리칼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가죽옷을 입은 웬 여인.

그녀가 표독스러운 미소와 함께 문 앞에 서 있었다.

무신도 그녀를 한눈에 알아봤다.

회귀 전의 기억을 거칠 것도 없었다. 저 여인은 이 근방에서 아주 유명했다.

주가영.

북경 주씨세가의 본가 장녀였다.

 

“반가워요, 무사님들.”

 

주가영이 오른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살짝 몸을 숙여 보였다.

말투나 행동이나 예의가 발랐다.

그러나 다 가식일 뿐이었다.

그녀는 수틀리면 갓난애도 죽일 만큼 잔인무도했다. 이 근방에서 유명한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그녀가 호호호 웃으며 망룡무관 안으로 발을 디뎠다.

느릿한 걸음에 그녀의 엉덩이가 좌우로 흔들렸다.

가죽옷 덕분에 그것은 더욱 도드라졌다.

뭇 사내들이 침을 꼴깍였다.

성격은 지랄 맞을지 몰라도 겉모습만큼은 천생 여인에 절세미녀가 따로 없었다.

그녀가 당장 미인계를 쓰면 사내들 십중팔구는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이다.

물론 무신은 아니었다.

유림이란 선녀를 본 그에게 저 정도 생긴 것은 그냥 한 명의 여인일 뿐이었다.

그는 주가영에게 면전에서 미인계를 맞아도 역으로 광대에 주먹을 꽂을 자신이 있었다.

 

“이번에도 사람이 많네요.”

 

주가영을 포함, 자리한 이들의 수는 총 열하나.

추가로 더 올 이들까지 감안하면 스물이 넘을지도 몰랐다.

 

주가영이 가장자리 쪽 기둥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관주님은 아직 소식 없는 건가요?”

“그렇소.”

“음, 더 모여야 내려오시려나.”

“응?”

“네?”

 

이성구가 불만스럽단 투로 말했다.

 

“위 층에 있는데 안 내려오는 거였소?”

“그런 거 같아요.”

“이겨줄 사람 왔으면 그냥 빠딱빠딱 내려올 것이지 뭘 더 모으겠단 거야?”

 

혼잣말처럼 씨부리는 이성구에게 주가영이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관주님이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 그 기압도 못 느끼시는 분이 관주님을 이길 사람이라… 좀 말이 안 되지 않나요?”

“뭐라고?”

“아니다. 뭐, 못 느끼셨을 수도 있죠. 이렇게나 고수들이 모여 있는데.”

 

이성구가 당장 창을 뽑아 들 기세를 보이자 주가영은 얼른 말을 바꾸었다.

그녀가 그에게 겁을 먹어서는 아니었다.

괜히 소란을 피워 관주와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던 것일 것이다.

만약 그것을 무시하고 맞불을 놨다면…….

 

‘이성구의 머리통이 지금쯤 몸과 분리돼 있겠지.’

 

무신은 아쉬움을 삼켰다.

주가영의 솜씨를 볼 기회를 놓쳤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회는 또 금방이었다.

망룡의를 얻기 위한 대련이 시작되면 보기 싫어도 보게 될 것이다.

 

“망룡무관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네.”

 

그 기회는 두 시진쯤 지나서 찾아왔다.

무인이 네 명 추가로 더 들어와 총 열여섯 명이 되자 관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뒷짐을 진 채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척 보기에는 이성구의 말이 맞았다.

영락없는 노인이었다.

그러나 무언의 위압감이 있었다.

마치 배춘삼을 보는 기분이었다.

사람만 다르지 사실 배춘삼과 비슷하기는 했다.

 

‘둘 다 개방의 실세였으니.’

 

무신은 주머니 속은 패 하나를 만지작거렸다.

파천에서 배춘삼에게 받은 패였다.

만약 이것을 관주에게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무신은 기대되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허허, 미안하네. 내 잠시 할 일이 좀 있어서.”

“무슨 할 일인데 인기척이 이리 나도 코빼기 한번 안 비춘답니까?”

 

비아냥거리는 것만 봐도 이성구의 목소리였다.

옆에서 듣는 사람도 불쾌하기 짝이 없었으나 관주는 별 내색 않고 답을 해주었다.

 

“무림맹이 광군학관을 쳤다는구만. 그 일이 정확히 어찌 터진 것이고 또 앞으로는 어찌 될지 내 정세를 살피느라 좀 늦어졌네.”

“과, 광군학관? 마교의 그 광군학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네.”

 

그 이성구가 말을 더듬을 만큼 관주의 얘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물론 다른 이들의 눈에도 죄 이채가 떠올라 있었다.

 

주가영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마교와의 관계가 틀어졌다고만 들었지 설마 먼저 광군학관을 쳤을 줄은… 완전 정마대전이 일어난 셈이네요.”

“그래, 그런 셈이지.”

 

관주가 주가영을 쳐다보며 물었다.

 

“주씨세가에서도 차출이 있었을 텐데, 몰랐나?”

“말씀드렸다시피 관계만 틀어진 정돈 줄 알았어요.”

“언쟁으로 끝날 것이다? 뭐 이런 생각이었나?”

“네.”

 

관주가 껄껄 웃었다.

 

“현 맹주 성격을 잘 모르는구만. 그자는 불같은 자야. 터지면 얄짤없지.”

“만나보셨나요?”

“만나다 뿐인가. 같이 대련도 해봤네.”

 

오히려 그 말의 파장이 더 컸다.

맹주와 대련을 했다는 것은 관주도 그만큼의 실력을 갖췄단 뜻이기 때문이었다. 서로 무위가 다르면 대련이 아니라 수련이니 말이다.

 

이성구가 안색이 싹 굳어져서는 물었다.

 

“아니… 그리 강하신 겁니까?”

“맹주와 대련을 했다고 해서? 에이, 다 과거 일일세. 지금은 그자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질걸?”

“그 과거가 정확히 언젠데요?”

“한 이십 년은 더 됐지 싶네.”

 

이번에는 잠자코 있던 고경림이 끼어들었다.

 

“현 무림맹주이자 전 화산파 장문 곽이천. 이십 년 전 이래도 최소 화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흠, 그랬었나? 나도 잘 모르겠구먼.”

“모르겠다 하시면, 그럼 본인은요? 본인은 어느 정도였는지 기억하실 거 아닙니까?”

“그야 당연히 기억하지.”

 

관주가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허나 말해줄 수는 없어.”

“왜요?”

“내가 화경이란 게 확실하면, 자네들 중 누가 나와 대련을 하려 하겠나? 질려서 도망치지.”

 

다시 주가영이 말을 받았다.

 

“이미 확실한 것 같은데요?”

“확실해요와 확실한 것 같아요는 많이 다르다네. 일단 심적으로 안정을 찾기가 더 쉽지. 오히려 자신이 이길 수도 있단 생각도 할 테고. 물론 후자가 말일세.”

“말장난으로 들리는 거 아시죠?”

“그리 들리나?”

 

주가영이 그 고고한 고개를 끄덕였다.

관주가 실망스럽단 투로 말했다.

 

“주씨세가 본가 장녀 주가영이라면 내 일당백의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않는다 들었는데, 지금은 일당일인데도 꼬리를 내빼려 하는구먼.”

“그것도 말장난이세요.”

“크흠, 어쨌거나 준비들 하게.”

 

관주가 짝짝 손뼉을 마주치며 주위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오른편 구석에서 무언갈 뒤지기 시작했다.

작은 상자였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속에서 그것이 튀어 나왔다.

 

망룡의.

 

틀림없었다.

이성구가 ‘우라질!’ 하며 소리쳤다.

 

“그 귀한 것을 누가 거기다 둔답니까?”

“잘 있었으면 됐지 않나?”

“그게 아니라 제 말은…….”

 

관주가 툭 말을 끊었다.

 

“왜, 알았으면 훔쳐갈 것을 하는 후회가 드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게!”

“아니면 말지 뭐 그리 성을 내나.”

 

아니면 말지가 아니었다.

방방 뛰는 이성구의 모습은 누가 봐도 관주의 해석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성구뿐이겠는가.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망룡의를 취하는 것은 돌부리를 찼는데 그 속에 금괴가 들어 있는 격이었다.

 

‘광군학관을 쳤다고?’

 

다만 무신만은 딴 생각에 잡혀 있었다.

무림맹의 광군학관 선공.

그것은 예상 정도가 아니라 상상도 못 했다.

정말 이참에 아주 끝을 보려는 모양이었다.

 

관주가 망룡의를 탈탈 털더니 쭉 펴 보였다.

화경을 상대로 대련해야 한단 것에 모험과 도주, 두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던 몇몇 무인들의 얼굴이 싹 달라졌다.

그들에게 지금 저것은 나신의 여인보다 더 먹음직스러운 것이었다.

 

“사담은 이쯤 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 볼까? 아, 자네들이 너무 걱정하는 거 같으니 내 뭐 하나 알려주지. 나를 이겨야만 이것을 가져가는 게 맞으나 의미가 좀 달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몸을 딱 열 번만 건드리면 되네. 자네들 중 누구라도 그리하면 이것을 가져갈 수 있단 소리야.”

 

이십 년 전이라고는 해도 맹주와 대련을 했었다는 것.

그로 인해 무겁게 내려 앉아 있던 탄식이 순간 거짓말처럼 환희로 바뀌었다.

이성구가 가장 열을 냈다.

 

“제가 당장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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