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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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6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3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7화
쪽.
“응?”
쪽쪽.
위드는 자신의 얼굴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는 느낌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웃고 있는 피에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위드가 자신을 바라보자 피에나는 빙긋 웃더니 이내 입술을 쭉! 내밀었다.
쪼옥!
“피에나?”
피에나의 갑작스런 뽀뽀에 위드는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피에나와 함께 잠을 자기는 했지만 뽀뽀는 처음이었다.
위드의 얼굴이 붉게 변하자 피에나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입술을 내밀어 위드의 볼에 또 다시 뽀뽀를 했다.
“피, 피에나.”
위드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자 피에나도 따라 몸을 일으켰다. 잠이 들기 전과는 다르게 활기차 보이는 피에나였다.
“위드, 사랑해.”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말을 한 피에나는 위드에게 또 다시 뽀뽀를 하려고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위드가 얼굴을 뒤로 뺐다.
위드의 행동에 피에나가 볼을 부풀리며 불만스럽게 눈을 떴다.
“피, 피에나. 왜 갑자기 뽀뽀를 하고 그러는 거야?”
당황한 위드가 더듬거리며 묻자 피에나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위드 사랑해!”
“피에나, 그래도 이건…….”
쪽!
피에나가 빠르게 위드의 볼에 뽀뽀를 했다.
위드가 황급히 몸을 떨어트리며 말했다.
“피에나, 이러는 거 아냐.”
위드의 말에 피에나가 왜 그러냐는 듯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그리고는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위드는 피에나 사랑 안 해?”
“그건…….”
피에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고, 그녀가 몸의 일부분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사랑이라고까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위드는 피에나 사랑 안 해?”
떨리는 음성과 불안해하는 피에나의 눈동자에 위드는 살며시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는 속삭이듯이, 아이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피에나가 좋아.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왜?”
피에나는 위드가 자신을 따뜻하게 안으며 좋다고 말하자 기분이 좋은지 품에 뺨을 비비며 물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좋아하지 않거든. 아직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그럼 나중엔 해도 돼?”
“나중에?”
“응.”
위드는 자신을 예쁘게 올려다보는 피에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피에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고, 그 모습을 보며 위드는 스스로도 모르게 생각했다.
‘이번 한 번만 뽀뽀할까?’
***
“이분께서 58대 마법사 길드장을 맡고 계시는 히덴 가르시아 님이십니다.”
슈란츠 그린의 소개에 히덴 가르시아가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푸근한 미소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 프레타 영지를…….”
마로크의 소개를 위드가 가로막았다.
“위드 카일러입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위드의 모습에 마로크는 물론이고, 히덴 가르시아까지도 살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마법사 길드장이라면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할 수 없는 존재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준남작이기는 하지만, 영지까지 있는 영주가 그의 앞에서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혹시 마법사입니까?”
히덴 가르시아의 물음에 위드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검사입니다.”
“으음…….”
위드의 대답에 히덴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 이내 그의 곁에 경계의 눈빛을 빛내며 바짝 달라붙어 있는 피에나를 바라봤다.
“타이먼 족의 사랑을 받고 계시는 군요.”
히덴이 웃으며 말하자 위드는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죽음을 초월하는 사랑. 대륙 그 어떤 존재의 사랑보다도 고귀한 사랑. 설령, 엘프라 하더라도 타이먼 족의 사랑 앞에서는 한 발 뒤로 물러나기 마련이죠. 카일러 준남작님은 축복을 받으신 겁니다.”
히덴은 그렇게 말을 하며, 피에나에게 향했던 시선을 위드에게 돌렸다.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한 위드는 히덴과 슈란츠에게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서로 시간낭비 하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 본론부터 꺼내었다.
“마법 주문서를 보여주십시오.”
슈란츠의 말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리 준비한 종이 뭉치를 내밀었다. 종이에는 각각 2클래스부터 5클래스까지의 마법 주문이 적혀 있었는데 모든 주문들은 일부분이 빠진 상태였다.
슈란츠는 종이 뭉치를 히덴에게 건넸다.
히덴은 잠시 종이 뭉치를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대단합니다. 2클래스 마법 3개, 3클래스 마법 3개, 4클래스 마법 4개, 5클래스 마법 3개가 새로운 마법입니다. 이렇게까지 많은 수가 한꺼번에 발견되다니…… 이 마법서를 남긴 마도사는 상당히 꼼꼼한 성격이군요. 허허허!”
위드는 생각보다 작다는 사실에 다소 실망했지만 아직 그는 자신이 얻은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기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2클래스 마법은 하나의 주문 당 5백 골드, 3클래스 마법은 1천 골드, 4클래스 마법은 2천 골드, 5클래스 마법은 3천 골드를 드리겠습니다.”
히덴의 말에 위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2클래스 마법은 하나의 주문 당 1천 골드, 3클래스 마법은 2천 골드, 4클래스 마법은 4천 골드, 5클래스 마법은 5천 골드를 받겠습니다.”
위드의 요구에 슈란츠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히덴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조건은 너무 욕심이…….”
슈란츠의 말이 끝나기 전에 위드가 담담하게 말했다.
“단 1골드도 깎을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제시한 금액을 주실 수 없다면 이번 거래는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위드의 말에 슈란츠는 얼굴을 붉히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히덴이 입을 열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앉아야만 했다.
“카일러 준남작님이 제시하신 금액이 총 4만 골드입니다. 솔직히 4만 골드라면 욕심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히덴의 말대로 4만 골드면 엄청난 액수였다.
간단하게 프레타 영지에서 1년 동안 거둬들이는 세금이 대략 2천 골드였으니 4만 골드면 정확하게 20년 동안 프레타 영지에서 거둬들여야 하는 금액이었다. 보통의 평균 수준의 세금을 거둬들이는 영지들은 1년에 1만 골드 정도였다.
“4만 골드가 지나친 욕심이라면 지나친 욕심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위드가 순순히 인정하자 슈란츠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듯 곁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지난 500년 동안 마도사의 던전은 단! 한 차례도 발굴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인 즉, 500년 동안 마법은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제가 묻겠습니다. 제가 가진 새로운 마법 주문들은 500년이라는 시간동안 정체된 마법을 한 발 앞으로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그 가치가 4만 골드도 되지 못하는 것입니까?”
위드의 물음에 히덴은 한참을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가 희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카일러 준남작님이 작년에 네드벨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이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향후, 프레타 영지가 어떤 식으로 변할지 벌써부터 기대되는군요.”
히덴의 말에 위드는 그저 웃을 뿐이었고, 마로크는 마법사 길드장인 히덴을 상대로 조금도 위축됨이 없이 당당하게 거래를 이끌어가는 위드가 자랑스러웠다.
“4만 골드 드리겠습니다.”
히덴의 말에 슈란츠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길드장이 승낙을 한 이상 자신이 뭐라고 나서서 그의 체면을 깎아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위드가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현하자 히덴이 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 조건이 아니면 결코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듯 배짱 두둑하게 나오고 이제 와서 거래를 해줘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히덴으로서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드가 마로크를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곤 품에서 제법 고급스런 종이 뭉치를 꺼내 내밀었다.
“우선 일부분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모든 금액을 받은 이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히덴이 슈란츠를 바라보자 그가 종이 뭉치를 받았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건을 다루듯 소중하게 품에 넣었다.
“5일 안으로 4만 골드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나머지 부분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히덴이 몸을 일으키자 위드가 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탁.
위드의 행동에 히덴과 슈란츠가 동시에 종이와 위드를 번갈아봤다.
“이건 제가 마법사 길드에 제시하는 두 번째 거래 내용입니다.”
히덴이 슈란츠를 바라봤다.
고개를 내젓는 슈란츠.
“저희 길드와 또 거래를 하실 것이 있습니까?”
히덴의 물음에 위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거래의 조건은 절대로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주셔야만 합니다. 또, 거래할 마음이 생겼을 때만 그 조건을 말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조건을 원하시기에 그토록 어렵게 말을 하는 겁니까?”
인상을 찌푸리는 슈란츠의 모습에 위드는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기만 했다.
히덴은 위드의 말에 의아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탁자에 올려져 있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6클래스…… 7클래스…… 8클래스!!”
경악스런 음성을 뱉어낸 히덴은 다리에 힘이 풀린 사람처럼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위드를 바라봤다.
“가르시아 님.”
슈란츠의 부름에 히덴이 말했다.
“당장 길드에 연락을 넣도록 하게.”
“가르시아 님!!”
“필요하다면 연탑에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고 하게.”
“정말로…… 거래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슈란츠는 솔직히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 주문이라고 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그런 것들을 위해 엄청난 금액의 돈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모든 마법을 사용할 마법사가 나타날 것이네. 그런 마법사를 위해 우리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준비시켜야 하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그것임을 잊었나?”
“하지만, 지금 그런 터무니없는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마법 주문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솔직히 지금 당장 거래를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쪽은 카일러 준남작일 뿐입니다.”
슈란츠는 이 거래가 자신들보다는 위드 쪽에서 아쉬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확신했다.
“카일러 준남작의 표정을 보았나?”
“예?”
“카일러 준남작의 표정은 결코 아쉬워하는 자의 표정이 아니었네. 어쩌면 지금 우리야 말로 이 거래를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할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네.”
“그럴 리가…….”
히덴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분명, 자신의 눈에 위드는 결코 거래를 조급해하고 있지 않았다. 하려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 두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는 뭔가 또 다른 것이 있다는 소리였다.
30분 전.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어떠한 조건이든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어렵고, 황당할 수도 있는 조건입니다.”
“거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히덴의 말에 위드는 그럼 믿겠다는 듯 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건넸다.
“조건은 그곳에 쓰여 있는 것입니다. 비밀은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비밀을 강조하는 위드의 모습에 히덴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조건을 제시하기에 이러는지 궁금해서라도 참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