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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75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75화

하북

 

 

“네? 도움을 주신다구요?”

 

모용선화는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생판 처음 보는 남이 제 가문을 일으켜 세워주겠다니 사실 미친놈 취급 안 하는 게 다행이었다.

무신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음, 제가 모용가로 가면 혹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싶어서.”

 

있을까 싶어서가 아니었다.

무신에게는 ‘확실히’ 그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그 방법을 안다고 하는 것은 분명 어불성설이었다. 진짜 미친놈 취급을 받을지도 몰랐다.

 

모용선화가 펄쩍 뛰었다.

 

“도움은요! 평생 갚아도 다 못 갚을 은혜를 입었으니 보필만 해드려도 모자란데!”

“아, 그러면 모용가에 데려가 주시는 겁니까?”

“네? 당연하죠!”

 

격한 반응이었다. 대야에 물 받아오면 발이라도 만져줄 기세였다.

모용선화의 손길은 어떨까.

무신은 그제야 그녀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안색이 돌아오며 백설기처럼 허연 피부가 벌써부터 미모를 자랑했고, 호롱불 같은 은은한 빛을 내는 눈은 감미롭게 느껴졌다. 발린 것이라고는 침뿐일 텐데 입술은 어쩜 또 앵두처럼 붉고 생글생글했다.

미인들의 가문.

과연 모용세가는 모용세가였다.

 

‘이런 여자에게 팽방호 놈은 그런 짓을 한 건가.’

 

남 일에 간섭하는 경우가 잘 없음에도 그는 화가 났다.

강호에는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자가 참 많았다.

그런데 그 쳐 죽일 놈의 가문에 들러야 할 판이었다.

 

“일단 팽가부터 가야겠습니다. 일이 이렇게 됐단 소식은 알려야 할 테니.”

“받아들일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모용선화가 시산혈해가 된 산길, 아니, 전장을 바라보았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이 냄새 따위는 앞으로 벌어질 난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녹림 세 채야 그렇다 치더라도 마교의 마청대까지 껴 있으니… 분노도 분노겠지만 당혹스러운 게 더 클 겁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녹림 세 채에 대한 설명은 쉬웠다.

팽가의 창룡채 채주 암살.

그거면 충분했다.

하지만 마청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어떤 식으로도 연관이 없다.

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맞닥뜨렸다, 저도 이렇게밖에는 해석이 안 됩니다.”

“맹주가 바뀐 이후로 마교가 정파 쪽을 건드리는 빈도가 확 줄었다더니… 아닌 모양이에요.”

 

섬섬옥수 손가락만 봐도 모용선화는 무(武)에 조금도 연관이 없었다.

그럼에도 최근 소식통은 아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아무렴 입지가 좁아졌어도 무려 모용가인데 건너 건너 듣는 소식이 있겠지.’

 

무신은 대충 가늠하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아마 자신 있었을 겁니다.”

“자신이요?”

“녹림 세 채에 모용가와 팽가의 호위무사들. 충분히 제압하고 도주한단 계획이었겠지요. 증거만 안 남긴다면야 3자의 눈에는 녹림 세 채 짓으로만 보일 테니.”

“그런데…….”

 

그녀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무사님께서 그 마청대를 잡으신 거군요!”

 

무신은 머쓱하게 웃었다.

모용선화가 조금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실은 창틈으로 다 보고 있었어요! 엄청난 무위를 가지고 계시던데요!”

“엄청나기는요. 호랑이도 힘 다 빠지면 잡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네? 전혀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그들은 멀쩡했어요! 저놈을 잡는 데에도 달랑 세 번 검을 휘둘렀구요!”

“저놈이요?”

“저와…….”

 

그녀가 볼썽사납게 땅바닥을 뒹구는 누군가의 머리통을 가리켰다.

팽방호의 것이었다.

 

“정략혼인을 할 뻔한 자요.”

 

정략혼인을 할 뻔한 자에게 저놈이란 지칭.

이상하게 볼 것은 없었다.

앞서는 나쁜놈이라고도 했으니 말이다.

애당초 충분히 그런 말을 들을 법한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고.

 

모용선화가 ‘아참!’ 하며 입을 뗐다.

 

“무사님 성함도 여쭤보질 않고 있었네요.”

“최무신이라 합니다.”

“사람은 이름 따라 간다더니… 정말인가 봐요.”

“예?”

“아까 전에 무신 같으셨어요.”

 

무신은 겸손한 척 답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정말인데.”

 

모용선화가 손사래를 치며 ‘저희 가문에서도 무사님 정도의 실력자는 드물어요’ 하고 말을 이었다.

확실히 그것은 사실이었다.

모용세가.

저기 저 남궁세가나 하북팽가 등에 비하면 이렇다 할 압도적인 고수가 적기는 했다.

 

무신은 그래도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어쨌거나 이제 소저의 가문으로 돌아가시지요. 말씀드렸듯이 가는 길에 팽가를 들리고.”

“네, 무사님.”

 

상황이 어찌저찌 정리됐으니 정말 출발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였다.

마차가 그새 다 무너져 나무토막이 돼 있었다.

아래 깔린 말 두 마리야 진즉에 절뚝이 신세가 돼 있었고.

 

무신은 저 뒤에 묶어뒀던 제 말을 가져오며 물었다.

 

“말을 모실 줄 아십니까?”

 

마차의 말이 아니더라도 녹림이나 마청대가 몰고 온 말이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있으나마나였다.

뒷발을 번쩍 드는 무신의 말을 보며 모용선화가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대답을 안 들어도 뻔했다.

 

“못 모시는군요.”

“죄송해요.”

 

죄송할 것은 없었다.

사실 무인도 아닌 자가 말을 몰 줄 아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무신은 안장 뒤쪽을 가리켰다.

 

“같이 타시지요.”

“네!”

 

안장이 아무리 길어봐야 엉덩이 두 개 닿으면 꽉 차게 마련이었다.

이내 곧 두 남녀의 살결이 부딪쳤다.

옷가지가 그리 두껍지 않았기에 정말 살결 그대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것은 말이 움직이자 더했다.

덜컹덜컹 몸이 흔들리며 모용선화의 부들부들한 언덕 두 개가 무신의 넙적한 등에 닿았다.

부끄러움 많은 처자였으면 양손으로 남자의 허리춤을 잡고 몸을 뒤로 뺐겠지만, 그녀는 달랐다.

오히려 그에게 바짝 당겨 앉았다.

그녀가 그를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단 방증이었다.

 

***

 

혈사대(血四隊).

그들은 칠십혈천대와 같은 혈교의 정식 타격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위력은 그보다 곱절은 더 대단했다.

아니, 겨우 곱절로 비교가 될까.

 

“내 살다 살다 검객 한 명 잡으려 이만한 존재들이 움직이다니. 자존심이 말이 아니야.”

 

혈사대는 혈교 서열 2~5위까지의 고수들이 뭉친 집단이었다.

칠십혈천대보다 곱절 낫다고 하는 것은 그들에게 수치였다.

그냥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노여움 푸십시오, 대장.”

“노여움은. 귀찮아서 그렇다, 귀찮아서.”

 

서열 2~5위가 뭉쳤으니 대장이야 뻔했다.

서열 1위 허대건.

홍전풍(紅電風)이라고도 불리는 자가 무리의 선두를 이끌고 있었다.

 

부대장이자 혈교 서열 2위의 백강상이 말했다.

 

“그래도 그 검객에게 저희를 견주는 게 아니라 저것들을 시험하란 거잖습니까?”

 

그의 손가락이 눈에 초점을 잃은 일곱의 무사를 가리켰다.

활강시.

전생, 아니, 현생에서 초절정 이상의 무위를 가졌던 고수들이었다.

 

“그 시험이란 것도 우습구나.”

“예?”

 

허대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시험해 보려거든 더 잘난 놈을 상대로 했어야지.”

“허나 그 검객 정도면…….”

“그 검객이 뭐 그리 대단해서? 혼자 칠십혈천대와 무기창을 상대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만 그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당장 네 녀석만 해도 칠십혈천대와 무기창쯤은 한 손으로도 제압하지 않느냐?’ 하고 묻는 허대건에게 백강상이 ‘그렇습니다’ 하고 답했다.

허대건이 피곤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차라리 하북으로 가는 편이 낫겠어.”

“하북이요?”

“팽영권 정도면 저것들의 좋은 상대가 돼줄 테니.”

 

백강상이 ‘아,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노, 농이시지요?”

 

당연히 농일 수밖에.

좋은 상대를 찾는답시고 정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에 쳐들어갈 만큼 허대건은 정신 나간 놈이 아니었다.

 

“어서 그 검객 잡고 복귀하자꾸나. 요 며칠 굶었더니 아랫도리가 아주 지랄이다, 지랄.”

“예, 대장. 가자마자 맛난 년으로 대령하겠습니다.”

“한 년으로 안 돼. 한 스무 년은 있어야지.”

“예, 물론입지요.”

 

거북한 대화를 이어가는 사이.

혈사대는 흑룡강을 지나 갈림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쉬지 않고 달리기도 했고, 일이 터진 곳이 하북에서 그렇게 멀지 않기도 했다.

해가 저물기 전.

무신과 모용선화는 하북 제일의 가문이자 오대세가로 꼽히는 곳의 문을 두드렸다.

 

“뭐라고?”

 

팽방호와 호위 무사들은 온데간데없이 혈혈단신의 모용선화.

그녀를 데려온 웬 검객.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팽가 가솔들에게 무신은 자초지종부터 설명했다.

당연히 무슨 개소릴 하느냔 얼굴들이었지만…….

팽방호의 머리통을 바닥에 내려놓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바, 방호야!”

 

소식을 듣고 달려오던 팽영권이 넷째 아들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는 울부짖었다.

팽영권.

대하북팽가의 가주였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한참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그는 눈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꾸짖었다.

죄 없는 가솔들이었다.

 

무신은 다시 찬찬히 정황을 설명했다.

 

“뭐라고?”

 

이야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팽영권이 아까 가솔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구심이란 게 없었다.

팽방호의 머리통.

확실한 증거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창룡채 네 이놈들을 당장!”

“그밖에도 두 채의 녹림이 더 껴 있었습니다.”

“연합했다 이 말이야?”

“예.”

 

염라를 보는 듯했다. 팽영권의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라 있었다.

팽영권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당장 타격대 집합시켜!”

“저, 팽 가주님.”

 

무신은 담담한 어조로 그를 불렀다.

아직 이야기는 끝이 아니었다.

 

“…뭐라고?”

 

다시 또 같은 반응이 나왔으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 대단하다던 팽영권도 ‘그들’ 앞에선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것이다.

 

“마청대? 마교의 그 마청대 말이냐?”

“예.”

 

믿지 못하겠단 팽영권의 되물음에 무신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까지 흥분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남 일이었다.

 

“지랄발광을 떠는구나, 아주.”

 

육두문자를 쏟을 뿐이었다.

방금 전 녹림을 치겠단 그 패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내들의 가문이라던 팽가.

그들도 강약약강의 법칙을 피해가진 못했다. 하지만 마냥 꼬리를 내리긴 싫은 모양이었다.

 

“근방 녹림을 죄다 쓸고 무림맹으로 갈 것이다! 얼른 집합 시켜!”

 

이번 일을 무림맹과 논의해 지원을 받든 같이 치든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겠단 것이다.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겠단 뜻으로 볼 수 있었다.

씩씩대던 팽영권이 ‘사실 가장 의문이었어야 할 부분’을 자각한 것은 그 즈음이었다.

 

“헌데 어찌 살아 돌아온 거야?”

 

옷가지가 몇 군데 찢어진 것 말고는 멀쩡한 모용선화.

그리고 그보다 더 멀쩡한 무신.

팽영권의 눈알이 의아하게 두 사람을 훑었다.

 

대답은 모용선화에게서 나왔다.

 

“이분이 마청대를 모두 쓰러뜨리셨어요.”

“뭐?”

 

마청대의 위용이야 강호 전역에 정평이 나 있다.

하북팽가의 가주 팽영권이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척 봐도 초절정이나 간신히 찍었을 놈이 마청대를 잡았다고?”

“정말이에요, 아버님.”

 

팽방호가 죽어버린 상황에서 모용선화의 아버님이란 호칭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무신을 향한 팽영권의 반응이 더 이질적이었다.

팽영권은 급기야 주먹을 쳐들었다.

 

“이것들이 날 가지고 농간을 피우려 드는구나!”

 

심정은 이해가 갔다. 아들이 죽어 돌아왔으니 누구라도 광분할 것이다.

하지만 모용선화였다.

그 아들과 혼인을 약속한 여자였다.

농간이란 말은 당치도 않았다.

 

‘자식이나 아비나 모용선화를 물건 다루듯 보고 있구나.’

 

무신은 끌끌 혀를 차며 한발 앞으로 나섰다. 웬만한 고수도 우습게 죽을 팽영권의 주먹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못 믿으시면 확인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확인?”

 

말보단 행동이었다.

무신은 단전에 있는 내공을 한껏 끌어올려 팽영권의 눈앞에서 모두 개방했다.

콰지지지지직!

순간 번개가 쳤단 착각이 들 만큼 내공의 양은 엄청났다.

재빨리 강기를 치지 않았다면 팽영권의 몸뚱이는 저기 저 바람에 실린 나뭇잎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이, 이게 무슨!”

 

팽영권이 기겁하며 무신을 쳐다봤다.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괴물을 보는 눈이었다.

 

아예 흑라신검까지 빼 들려던 무신은 이만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힘을 쭉 뺐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몇몇 무사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었다.

하북팽가라 하면 다른 것은 몰라도 맷집 하나는 끝내준다더니 아무래도 뜬소문이었던 모양이었다.

 

팽영권이 표정을 싹 바꾸며 물었다.

 

“대협은… 어디서 오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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