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68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68화
십합
고개를 아무리 높이 쳐들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불꽃.
정말 그 자체였다.
“…….”
목청수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져 있었다.
무신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가 자신에게 ‘네가 아무리 재능이 좋아도 나와 같은 검강을 만들어내진 못할 것이다’ 하는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다른 무사들?
뻔했다.
헙 하고 입을 다문 채 백산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한 무신의 검강을 지켜보았다.
무신은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어마어마한 내공을 머금은 흑라신검이 정말 말 그대로 백산을 통째로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산새들이 푸드득 놀라 저편으로 날아갔고, 여기저기 숨어 있던 산짐승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새와 짐승만의 일이 아니었다.
가까이서 그것을 지켜보던 무사들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스치기만 해도 사망.
보는 것만으로도 이가 떨렸다.
목청수만이 유일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체…….”
정확히는 내공의 양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목청수의 말 대로 내공 운용.
그게 좋았기 때문이다.
무신이 그게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야… 언제나 그렇듯 당연 망령의 숲에서의 수련 덕분이었다.
자그마치 22만 년을 심법을 다뤘으니 내공 운용 정도야 식은 죽 먹기였다.
마물의 심장?
그로 인해 내공이 폭등했기는 하나 운용에까지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지금 이 상황은, 순전히 무신의 실력이었다.
“됐다. 그만 접거라.”
목청수의 목소리는 어딘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아니, 불안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까. 세 줄로 접힌 그의 이마에 근심이 가득했다.
무신은 얼른 검강을 지우고는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목청수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침착하려 애썼다.
“언제부터 심법을 시작했느냐?”
사실대로 말하면, 약 2년이었다.
하지만 그리 말했다가는 미친놈 취급받을 게 뻔했다. 겨우 2년 가지고 이만한 내공 운용을 보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신은 대충 높은 숫자를 불렀다.
“10년쯤 넘었습니다.”
“올해 나이가 몇이지?”
“스물여섯입니다.”
“허허.”
목청수는 웃고 있었으나 거기에는 ‘제법 이른 나이에 시작했다 해도 역시 말이 안 돼’ 하는 의문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애당초 스물여섯에 초절정고수란 것도 문제였다.
“매번 하는 말이다만 네 녀석은 정말 엄청난 재능을 지녔구나. 나도 스물여섯에 초절정이 되지는 못했다.”
“하하, 모를 일입니다. 사부께선 대신 화경에 도달하셨잖습니까? 저는 초절정에서 그칠지 모르는 것이고.”
모르기는 개뿔이었다. 무신은 화경 정도는 진즉에 넘었다. 그리고 현경과 생사경, 심지어는 자연경까지 넘어 신화경에 도달했다.
검신이란 경지에 말이다.
그럼에도 어찌 될지 모른단 식으로 말한 이유는…….
별것 없었다.
검신이되 지금 당장은 초절정이 더 맞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그렇기는 하지.”
목청수가 ‘허나’하며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은 왠지 화경에 도달할 것 같구나.”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내 눈은 정확해.”
초식이야 말할 것도 없고 자신보다 압도적인 검강을 피웠으니 목청수의 입장에선 그리 볼 만도 했다. 하지만 화경이란 것은 단순히 검술과 내공 운용 능력이 좋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깨달음.
무언가 벽을 깨지 못하면 평생을 초절정에서 썩어야 한다.
목청수가 다른 제자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너희들의 차례다.”
***
섬서성 무림맹.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그곳에 오늘은 특히 더 복잡한 일이 터졌다. 좀처럼 자리하지 않는 장로들까지 모여든 것만 봐도 일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자는 맹주 곽이천이었다.
“마향대가 백야평야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합니다. 모두들 소식은 들으셨을 겁니다.”
“흐흠.”
“그 일로 마정태가 크게 분개해 마청대를 움직였다 합니다.”
“마정태면 부교주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교주는 어디 가고?”
“잠시 자리를 비웠단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임시 교주직을 맡고 있다고.”
“그렇구먼.”
집회장에는 장로들과 곽이천뿐 아니라 수십의 맹도와 각 타격대주들도 함께였다.
그들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마청대.
움직였다 하면 근방이 시산혈해가 되기로 유명하다. 언젠가는 정파의 문파 서너 곳이 그곳에 의해 하루아침에 무너진 적도 있었다.
곽이천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마청대는 크게 문제될 것 없습니다.”
“문제될 게 없다니? 그때처럼 제멋대로 우리 쪽 문파를 박살 낼지도 몰라.”
“그야 예전 무림맹 얘기지요. 더 이상 대화로 끝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마청대는 뭐든 우리 쪽 문파를 건드리면 똑같이 무력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마교와 전면승부를 하겠단 겐가?”
“못 할 건 뭡니까?”
곽이천의 어조는 담담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마향대에 대한 사안을 넘겼다.
하지만 다른 장로가 끼어들었다.
“자네가 아직 뭘 모르는 모양이네만 마교는 그리 쉽게 볼 집단이 아닐세.”
“압니다.”
“아는데 왜?”
“끌려다니면 계속 끌려다니게 됩니다. 그럴 바에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맞서는 게 나아요. 그리고 장로들께선 짐작 못 하시는 모양인데 마청대가 움직인다는 것은 마교가 우리의 눈치를 보고 있단 뜻입니다.”
“마교가 우리의 눈치를 본다고?”
“눈치를 안 보는데 달랑 마청대만 보냈겠습니까? 저 같으면 교도들 싹 다 끌어다 백야평야로 집결시켰습니다.”
“…….”
“이제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강경하게 나가자 이겁니다, 저는.”
곽이천.
전(前) 화산파의 장문이자 고금을 통틀어 최강의 검객으로 꼽히는 생사경의 고수.
그가 맹주로 취임한 후부터 무림맹은 암묵적으로 마교의 ‘을’이었던 위치를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장로들은 여전히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그는 이렇듯 늘 당당하게 나섰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예! 마교놈들은 족쳐야지요!”
“저희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물론 타격대주들이나 맹도들은 곽이천의 행동에 동조를 넘어 찬사를 보냈다.
뼛속부터 무인.
그들에게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은 호랑이에게 이빨을 두고 발톱으로 싸우란 얘기였다.
일선에서 벗어났다고는 해도 역시 같은 무인이었던 장로들은 왜 이견을 내겠느냐마는…….
당연했다.
지난 수십 년 간 마교에게 시달린 기억이 은연중에 ‘정파는 마교를 상대할 수 없다’ 하는 식으로 틀어박혔기 때문이었다.
곽이천은 그 틀어박힌 기억을 깨부수려는 것이고.
“그럼 지금부터 이번 집회를 연 본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본안? 마청대에 관한 게 본안이 아니었나?”
“예.”
“그럼?”
내내 담담했던 곽이천의 어조가 딱딱하게 젖었다.
“죽은 마향대의 대장 성태귀의 몸에 정파의 기밀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
검강이 크고 길다고 하여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농도.
그리고 유지.
다른 더 중요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크고 긴 검강을 만들려면 그만큼 유연한 내공 운용이 필요하다.
목청수가 굳이 검강을 마지막 수련으로 정한 이유였다.
“이 셋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탈락이다.”
“사, 사부님!”
마지막 수련의 결과는 참혹했다.
무려 7할이 떨어졌다.
열 명 중 일곱 명.
마침표 하나 찍지 못한 것이 아쉬워 일곱 모두가 계속 매달렸지만, 목청수는 꿈쩍도 안 했다.
“떨어진 자는 하산하는 것이 내 수련의 규칙이다.”
시작부터 했던 말이었다. 일곱의 무사들은 결국 짐을 싸고 백산에서 내려갔다
남은 자는 이제 셋.
한 명은 모든 수련에서 만점을 받은 무신이었고, 다른 한 명은 그 다음으로 훌륭했던 이나희였다.
남은 한 명은 늘 의외였던… 들창코였다.
무신은 그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뭘까.
방우돈보다 분명 부족해 보였는데 어떻게 마지막 수련까지 넘어섰을까.
답은 둘 중에 하나였다.
원래 실력이 좋았거나.
모종의 술수를 부렸거나.
전자는 말 그대로 출중한 무위를 갖췄던 것이고, 후자는 영약을 먹었을지도 몰랐다.
무신이 마물의 심장을 먹었듯이.
‘확실히 객잔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긴 해.’
무신은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목청수가 두 달 간 제자들을 가르친 나뭇가지를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마지막 수련까지 통과한 너희들에겐 내가 화경이 될 수 있었던 것을 알려주겠다.”
“화경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면…….”
이나희가 묻자 목청수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화경에 다다르는 깨달음이 되는 셈이지.”
“저, 정말이십니까?”
반색하는 들창코와 다르게 이나희의 반응은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였다.
“깨달음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그렇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지.”
“헌데 어떻게…….”
“개척도 개척할 수 있는 곳까지 가야 개척이 되는 법이다. 못 가면 아무리 지랄발광을 떨어봐야 깨달음은 오지 않아.”
잠자코 듣고 있던 무신은 목청수의 말에 동조했다.
‘맞아. 벽을 넘으려면 벽이 있는 곳까지는 가야 해. 나는 그것을 몰라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던 거고. 목청수는 지금 그 벽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겠단 거야.’
그리고, 감탄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이들에게 자신의 비기를 알려주겠단 것이니까.
‘대단한 양반이군. 그런데… 뭐지? 원래 마지막 수련이 끝나면 본인의 심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었나? 어떠한 시험을 쳐서?’
하고 무신이 고개를 갸웃하는데, 목청수가 무언갈 손에 들었다.
검.
지난 두 달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은, 그리고 그를 화경에 있게 한 그의 검이었다.
“대신 이번에도 한 가지 수련을 거쳐야 한다. 음, 수련이라기보단 시험에 어울리겠구나.”
“예?”
들창코는 당황했고, 이나희는 그럴 줄 알았단 눈치였다.
무신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알겠습니다, 사부님’ 하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다만, 시험마저 통과한 이들에게 비단 심법만 알려준 게 아니었음에 다시 한번 놀랐다.
목청수가 높이 뛰어올랐다.
“날 따라오거라.”
그를 쫓아 간 곳은 사방이 탁 트인 공터였다. 사실은 나무 몇 그루가 박혀 있었지만, 목청수가 그대로 그것을 날려 버렸다.
지금부터 하는 일에 방해가 될 거라며.
그리곤 말했다.
“시험은 나와의 대련이다.”
“예? 그게 무슨…….”
말을 잇지 못하는 들창코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초절정과 화경.
애와 어른의 차이였다.
“날 이기거나 제압하라는 게 아니다. 버티는 것이다.”
“버티다니요?”
“나와의 대련에서 십합을 견디면, 시험 통과로 간주하겠다.”
목청수가 바로 말을 이었다.
“단, 이번에도 기회는 열 번이다.”
그놈의 열 번.
하지만 애당초 목청수는 재능 있는 자를 추구한다. 열 번은 그것을 알아보기에 적절한 횟수였다.
“나오거라.”
첫 번째로 나선 이는 들창코였다.
그의 얼굴은 웬일인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십합.
일반적인 대련이었다면 답이 없겠지만, 단순히 그만큼만 버티는 거라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다 본 것이다.
하지만 십합은커녕 일합도 못 갔다.
그는 목청수의 기합에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 정도론 절대 십합을 버틸 수 없다. 다음에는 죽을 각오로 덤비거라.”
얼굴이 창백해진 그에게 그렇게 말하며 목청수는 이나희를 불렀다.
앞선 상황 때문인지 그녀는 초장부터 심기일전하여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합.
겨우 기합만 버텼을 뿐이었다.
“자, 이제 네 녀석 차례구나.”
마지막은 무신이었다.
그를 보는 목청수의 눈에 ‘이번만큼은 절대 안 될 것이다’ 하는 확신이 어려 있었다.
정말, 확신이었다.
초식이나 검강은 감각이 좋으면 얼마든지 따라할 수 있지만, 대련은 아니었다.
근본적인 실력.
그게 다르다.
감각이 아무리 좋아봐야 그것은 넘을 수 없다.
무(武)의 세계에서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하지만 목청수의 확신은 이번에도 보기 좋게 무너졌다. 대련 시작과 동시에 검과 검이 서로 열 번을 부딪쳤다.
십합.
십합이었다.
심지어 상대의 검은 아직도 펄펄 날고 있었다.
“……!”
목청수는 뒤늦게 깨달았다.
십합이 아니라 백합을 걸었어도 무신에겐 통하지 않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