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1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15화
115화 사교 파티장에서 생긴 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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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 다각, 다가닥, 다각!
마차 밖에서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흘러나온다.
황궁에 근처에 도착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소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언 영지에서 제도까지는 제대로 된 길이라고 할 수 없었다. 기마술을 배운 사람이라면 절대로 마차를 택하지 않을 정도로 도로 사정이 열악하다.
하지만 나는 제도까지 당당하게 마차를 타고 왔다.
한국의 자동차와 비교할 순 없지만, 말을 타고 오는 것보다는 몇 배나 편안하게 왔다.
판 스프링을 장착한 마차 바퀴는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훌륭하게 충격을 흡수해 주었다.
거기에 마차 내부의 푹신한 쇼파는 잔여 충격까지 흡수한다.
엉덩이가 깨질 듯한 기존의 마차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승차감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황도의 잘 포장된 도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만든 도로가 아닌 탓에 울퉁불퉁하긴 하다. 그러나 이전까지 달려왔던 길과 비교하면 평탄하다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도로다.
당연히 승차감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안락하다는 표현을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다.
“영주님! 빅토리아 자치구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알았어. 와그너.”
마차를 모는 와그너에게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
와그너가 얘기한 ‘빅토리아 자치구’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명칭이다. 단지 빅토리아 지역이라고만 불러야 맞다.
제도는 단순하게 몇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간단하게 이름만 붙어 있을 뿐이다.
간단히 말하면 황궁과 인접한 곳이라는 의미다.
황성을 중심으로 원의 형태로 구역이 나누어지는 방식이다. 황궁과 가까울수록 권력층이라는 뜻이 되겠다.
그렇다고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물가와 고급스러움 때문에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은 자연히 출입을 꺼리게 되는 방식.
사교 파티까지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낮은 작위를 지닌 몸이라 일찍 도착해야 한다.
낮은 작위 순으로 사교 파티장에 일찍 들어가는 게 예의라고 하던가?
사실, 제도에는 어제 도착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하루 정도 여유를 두고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부하들과 거하게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황궁으로 향한 거다.
마차는 150개가 넘는 객실을 자랑하는 ‘제시의 쉼터’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제시의 쉼터’가 있는 곳은 하급 귀족들의 거주지역이고, 반대편은 고위 귀족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온건파가 귀족원을 등에 업고서 벌이는 사교파티였기에 모리스 공작의 저택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고위 귀족이 모여 사는 동네라서 그런지 도로가 더 잘 정비된 게 틀림없다. 이제는 거의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니까.
“윌슨, 우리 집이 보여요!”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이제껏 해롱대던 코너의 얼굴에 급격히 생기가 돌았다.
“좋냐?”
“그럼요. 몇 개월 만에 돌아오는 거잖아요.”
“자식…….”
“으윽! 어린애 취급 하지 마세요!”
코너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리자, 녀석이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툴툴거린다.
그럼에도 딱히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집에 있는 게 싫어서 전쟁에 끼어들고 아이언 영지의 전속 마법사가 된 주제에 이런 반응이라니…
이제는 모리스 공작에게 인정받을 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자신감이 생긴 까닭일 것이다.
정말이지 처음 이 녀석과 전쟁을 치르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진저리가 난다.
세상 물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도련님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
이제는 아이언 영지의 어엿한 전속 마법사로서 자리를 잡고 상당한 활약을 하는 중이다. 영지의 부족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법 스크롤 제작하는 것이 주 임무이라는 게 조금 슬프긴 하지만 말이다.
마차의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드디어 모리스 공작이 지내는 저택에 도착한 모양이다.
따로 영지를 가지고 있지만, 제국의 실세인 까닭에 황성 근처에 저택을 마련했을 터.
“엑슬론! 나야, 나!”
“아! 공자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요!”
코너가 손을 흔들자, 경비병이 환한 얼굴로 인사해 온다.
아랫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내 왔다는 건 경비병의 얼굴만 봐도 알겠다.
덕분에 별다른 제지 없이 정문을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와아!
확실히 작위가 높은 사람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정원의 크기가 우리 아이언 영지의 연병장 수준이다.
벌써 정원의 한쪽 귀퉁이에는 여러 대의 마차가 세워져 있다.
“내리자.”
“네, 윌슨.”
코너가 환한 얼굴로 마차에서 내린다.
집에 돌아왔다는 게 무척이나 즐거워 보인다.
“와그너 수고 좀 해라. 시안과 티오는 호위 부탁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해.”
[네! 영주님!]
“우이쒸…….”
나의 명령에 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데 묘하게 신경 거슬리는 소리가 섞였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시안을 노려보았다.
“한따까리 하고 싶냐?”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인상을 찡그렸던 시안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군기든 척 자세를 바로잡았다.
어차피 녀석은 연회장 입구까지만 에스코트하면 딱히 할 일도 없다. 다만, 연회가 끝날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싫은 걸 거다.
자식이…
연회가 끝나면 내일 실컷 놀게 해주겠다고 얘기했는데도 그 새를 못 참는다.
어제 술에 취해서 해롱거릴 때는 간 쓸개까지 모조리 빼줄 것처럼 굴던 놈이 말이다.
이놈을 확 조져버려?
아니다. 이 정도는 눈감아 주는 게 맞겠다.
지난번 내공의 폭주로 주화입마 전 단계까지 갔을 때, 나의 명령을 칼같이 지키던 녀석이다.
만약 시안이 막아서지 않았더라면 진짜로 주화입마에 빠질뻔했다.
그래, 인심 썼다.
이번만은 넘어가기로 해주마.
와그너가 마차를 천천히 몰고 다른 마차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훗!
역시 다른 마차들과 비교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마차의 외형은 한국에 살던 기억을 더듬어 SUV 자동차의 외형을 참고했다.
다른 세상이니 누군가 디자인을 도용했다고 따질 사람도 없다.
SUV의 보닛 부위를 마부석으로 꾸며놨더니 제법 모양이 그럴듯하다.
폼 난다!
이래서 한국에 살던 사람들이 고급 자동차에 그렇게 욕심을 부렸던 모양이다.
초라하게까지 느껴지는 다른 마차들을 보는 순간,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진다.
“펠런트!”
“하하하! 공자님, 이게 얼마 만에 뵙는 겁니까!”
코너의 반가워하는 목소리에 이어서 품격이 느껴지는 듯한 음성이 들려온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거기에는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중년 사내가 있었다.
깔끔한 복장을 하고서 포머드 기름으로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긴 모습이 인상적이다.
“안녕하십니까, 윌슨 아이언 남작님. 저는 모리스 공작가의 총집사 펠런트 모렌입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먼저 아는 척을 해 오니 일단 인사는 받아 주었다.
코너와 상당히 친해 보인다. 녀석이 나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 이름을 아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다.
아니… 어쩌면 마차에 새겨진 아이언 남작가의 문장을 보고서 아는 것일 수도 있겠다.
푸른 사자가 포효하는 방패의 문장은,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멋있어 보이긴 하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아이언 남작님.”
“감사합니다.”
시종일관 정중한 태도로 대하니, 부담스러운 느낌이 든다.
“가요. 윌슨.”
코너가 만면에 웃음을 지은 채 총집사의 뒤를 따른다.
마치 제집에… 아! 여기가 녀석의 집 맞다.
밖에서 본 저택의 모습도 훌륭했지만, 안에 들어오니 더 휘황찬란하다.
온통 금빛으로 번쩍인다.
갖가지 그림과 조각상, 그리고 명품일 게 틀림없는 갑옷과 검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워어…….”
뒤를 따르는 시안 녀석은 역시나 촌티를 팍팍 드러내며 나직하게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다.
은은한 음악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은 고풍스러운 형태의 붉은 문 안쪽이다. 성문을 축소 시켜 놓은 듯한 형태의 양쪽 여닫이문.
그 앞에는 장식용이 분명한 예식 갑옷을 입은 기사 두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
총집사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문 앞에 섰다.
“제국 전쟁의 영웅이자 용맹의 상징, 아이언 영지의 윌슨 아이언 남작이 입장하십니다.”
“…….”
문을 열고서 낯뜨거운 소리를 해대는 총집사 때문에 왠지 들어가기가 싫어지고 말았다.
“윌슨, 어서 들어가요. 소개가 끝나고 늦게 들어가는 것도 실례예요.”
“그, 그래.”
코너의 말에 난처한 얼굴로 안에 들어섰다.
짝짝짝짝…
연회장 안에 귀족들이 박수로 환영해 준다.
분명 나와 엇비슷한 작위를 지닌 하급 귀족들일 게 분명하다.
작위의 등급에 따라 입장 시간을 다르게 배정한다고 했으니까.
“형!”
코너가 반가운 얼굴을 하고는 내 쪽으로 다가오는 사내를 향해 마주 걸어간다.
누군지 대충 알겠다.
녀석이 형이라고 부를만한 존재는 모리스 공작가의 장남인 ‘찰리 모리스’일 터다.
생김새가 코너와 비슷하나 좀 더 선이 굵고 남자답게 생긴 미남이었다. 눈 사이가 약간 좁은 게 옥의 티였으나, 여자깨나 울리게 생겨 먹은 건 틀림없었다.
게다가 그의 전신에서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느껴지는 기세는 기껏해야 소드 익스퍼트 초, 중급 정도.
하지만 미묘하게 뭔가 다르다.
이런 느낌은 얼마 전에도 경험한 바가 있다.
프레하 제국 국경 부근에 위치한 브띠아 요새에서 오를레앙 공작과 발루아 공작의 처음 존재감이 이랬다.
그렇다는 것은 눈앞의 찰리 모리스가 소드 마스터급의 실력자라는 의미?
개나 소나 다 소드 마스터인 듯한 느낌인 것은 기분 탓인가?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어째서 이런 실력자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건지 모르겠다.
최후의 보루… 뭐 그런 거로 이해해야 하는 건가?
“코너! 얼굴이 많이 좋아졌구나! 오! 반갑소. 나는 찰리 모리스라고 합니다.”
찰리가 코너의 어깨를 툭 치고는 나에게 손을 내민다.
“반갑습니다. 아이언 윌슨 남작입니다.”
정중하게 찰리의 손을 맞잡았다.
작위를 받지 않은 그였지만, 예의를 지켜야 한다.
다음 공작위에 앉을 사람이기도 하고, 지금 당장 독립한다고 해도 후작 정도의 작위는 보장받는 인물이니까.
당장의 작위가 없다고는 해도 코너와는 상황이 조금 다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찰리 덕분에 다른 젊은 귀족이 다가오지 못해서 편하긴 하다.
문제라면,
이 인간 덕분에 제법 괜찮게 생긴 귀족 영애들도 다가오지 못한다는 건 좀 에러다.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찰리의 뒤를 따랐다.
코너 녀석은 그의 곁에 나란히 서서 아이언 영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랑스레 떠벌리고 있었다.
망할 놈…
내가 겁나게 부려 먹었다는 걸 다 떠벌리고 다닐 셈이냐?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찰리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찔끔하고 말았다.
그런데 질책하는 눈빛이 아니라, 고마워하는 눈빛이다.
어쨌거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뒤를 따라가는 사이, 어느새 모리스 공작의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은혜롭고도 자비로우신 모리스 공작 각하를 뵙게 되어 무궁한 영광입니다.”
낯 뜨거운 인사말을 건네고 몸이 이상하게 꼬아야 하는 인사를 하고서야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오랜만일세. 우리 코너가 말썽을 부리지는 않던가?”
“아이언 영지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사람입니다. 공작 각하.”
“하하하! 그런가? 속을 썩이던 녀석이라, 아직도 불안하기만 하다네. 아! 여기 이쪽은 크라시온 백작일세.”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던 모리스 공작이 옆에 서 있던 후덕한(사실은 뚱뚱한) 인상의 사내를 가리켰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윌슨 아이언 남작입니다.”
느끼한 미사여구는 생략하고 간단하게 인사했다.
작위가 더 높은 모리스 공작이 곁에 있으니, 구태여 괴상한 인사를 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내가 알기로 크라시온 백작은 온건파의 자금줄인 사람이었다. ‘라시온 상단’이 바로 눈앞의 뚱뚱한 귀족의 것이니까.
“눈빛이 좋은 친구군. 마음에 들어, 아주 마음에 들어. 자네는 우리와 함께 있어줘야겠네.”
“…….”
만나자마자 친한 척하는 크라시온 백작의 말에 일순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크라시온 백작, 그렇게 앞뒤 다 자르고 얘길 하면 아이언 남작이 이해 못 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허허허! 공작 각하, 죄송합니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너털웃음을 흘린 크라시온 백작이 겸연쩍은 얼굴로 모리스 공작에게 사과하고는 나와 시선을 맞춰왔다.
“오늘의 사교 파티는 아이언 남작을 위한 것일세.”
“…네?”
“뭘 그리 놀라는가? 코너 공자와 같이 일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가?”
“…그렇군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온건파의 사람으로 포장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뭐 코너와 엮이면서 각오한 바였지만,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딱히 어느 한쪽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지금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나를 밀어준 에이원즈 후작한테 의리가 있지…
“자네가 주인공이니, 마음껏 파티를 즐기길 바라네. 그리고 말일세…….”
넉넉한 웃음을 짓던 크라시온 백작이 말끝을 흐리면서 나를 관찰하듯 눈싸움을 걸어온다.
“말씀하십시오. 크라시온 백작 각하.”
“자네가 개발했다는 신형 마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네. 그래서 사업적인 제안을 하려 하는데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조건만 맞는다면, 저는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그리고 기분 나쁘지 않게 크라시온 백작과 눈을 맞췄다.
이것 봐라?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사업이 풀리게 생겼다.
크라시온 백작의 사업적 제안이 어떤 것일까 생각하면서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그때,
<풍요와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받는 ‘프레드 아르곤트’ 자작께서 입장하십니다.>
문이 열리면서 등장하는 날렵한 육체를 지닌 중년 사내.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그는,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르곤트 자작이라면 ‘아르곤 상단’의 주인이다.
엘튼 제국을 대표하는 상단 중의 하나.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르곤트 자작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이런!”
그러자 크라시온 백작이 낭패한 음성으로 앓는 소리를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