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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22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22화

삼보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냔 무신의 반응에, 배춘삼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상대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한 채.

 

“연라개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연라개(硏邏開).

배춘삼의 별호였다.

이번에는 굳이 모른 척할 필요가 없었다. 중원 땅이 아무리 넓어도 그 별호를 모를 이는 없기 때문이다.

무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절정의 연기를 선보였다.

 

“연라개라면… 설마…….”

“그래, 맞네.”

 

배춘삼이 고개를 끄덕이며 패(牌) 하나를 꺼내 보였다. 개방이란 글자가 음각으로 박혀 있었다.

그리고 하단에 장로를 뜻하는 문양도 함께.

무신이 넙죽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진즉 알아뵀어야 했는데.”

 

배춘삼이 ‘거두게. 이러고 있으면 같은 식구들도 잘 못 알아봐. 당연한 게야’ 하고 무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거듭 사죄의 뜻을 표하는 무신에게, 배춘삼이 저 멀리 어딘가를 가리켰다.

파천 동부.

들짐승이 자주 내려와 주민들이 잘 거주하지 않는 지역이었다.

 

“우선 자리를 좀 옮기는 게 어떤가? 가서 자세히 설명해 줌세.”

 

회귀 전에 들었던 내용과 같은 전개였다. 이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구구절절 떠든 후에 개방 장로로서의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석 달이 아니라 두 달도 안 걸렸어.’

 

아무래도 만두에 더해 탁주까지 건네준 게 윤활유가 된 모양이었다.

무신은 입에 침을 바르며 배춘삼을 따라나섰다.

후미진 골목.

한참을 지나자 다 쓰러져 가는 문 하나가 나타났다. 과연 개방 사람의 그것다운 집이었다.

 

“왜 여기에 있냐는 겐가? 별거 없네. 방주 심사에서 떨어지고 장로로 지내던 중에 여생을 즐길 겸 내려왔네.”

 

설명에 특별할 것은 없었다. 본인의 신분과 그것에 따른 인생의 굴곡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무신에겐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다.

 

“힘든 결정이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처음 듣는다는 듯 경청했다.

 

“아닐세. 유유자적 지내는 것도 좋더구먼.”

 

길거리에 거지꼴로 나앉아 있는 게 무어 좋은 일이겠느냐마는, 그게 바로 개방 사람이었다.

그들만의 자유랄까.

배춘삼이 ‘덕분에’ 하고 무신을 쳐다보았다.

 

“자네 같은 건실한 청년도 만나고 말이야.”

“별말씀을.”

“별말은 무슨. 보통은 나 같은 놈 보면 피해 지나가. 헌데 자넨 먹을 것도 주지 않았나? 객잔비까지 내어주고.”

 

배춘삼이 흐뭇하게 웃으며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차 두 잔을 내왔다.

그러고는 말했다.

 

“이제, 반대로 내가 도움을 주겠네.”

 

도움.

무신이 배춘삼에게 듣고자 한 말이었다.

 

“도움이라뇨.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다시 또 절정의 연기를 선보이는 무신에게, 배춘삼이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개방이 거지들이네 뭐네 해도 기본적으로 의(義)를 추구하는 집단이네.”

“…….”

“내 물심양면 힘써주지.”

 

물심양면이란 말까지 튀어나왔으니 이보다 완벽한 끝맺음은 없을 것이다.

배춘삼이 차를 들이키며 넌지시 물었다.

 

“개방에 대해선 얼마나 아는가?”

 

사파의 하오문을 찍어 누르는 뛰어난 정보력.

최강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타구봉법.

무신이 아는 개방에 대한 것은 딱 그 정도였다.

 

“맞네. 사실 그것 말고는 없어.”

 

그것 말고는.

그러나 그것이 이날 이때의 개방을 있게 했다.

화산파 등의 아홉 개 문파에 더해 구파일방이란 거대한 세력으로서.

배춘삼이 눈을 빛냈다.

 

“나는 자네에게 정보력을 주고자 하네.”

 

타구봉법은 개방 대대로 방주에게만 전수되는 비기 중의 비기였다.

알려주고 말고를 떠나 배춘삼 본인도 그것 자체를 알지 못할 것이다.

해서, 무신은 그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일선에서 벗어난 지도 어언 강산이 뒤바뀔 시간이네. 알려줄 정보가 그리 많지는 않아. 현 시점에선 무의미한 것도 많을 테고.”

 

고수가 나뭇가지를 쥔다고 하수로 변하던가.

십 수 년을 한량으로 지냈다 한들 배춘삼은 배춘삼이었다. 없는 정보래도 무신에겐 뼈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애당초 이미 그렇게 알고서 시작한 관계이기도 하고.

 

“그러니… 자, 이걸 받게.”

 

배춘삼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패(牌) 하나.

아까 그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며 보여준 것과 비슷한 물건이었다.

 

“이게 뭡니까?”

“나임을 드러내는 패일세.”

 

배춘삼임을 드러내는 패.

그렇다는 것은…….

 

“개방 식구들을 만나면 이 패를 보여주게. 아마 대부분 호의적으로 다가올 거야.”

 

무신은 떨리는 손으로 패를 받아 들었다.

그의 동공이 심히 흔들렸다.

지금 이 전개.

회귀 전에는 없던 경우였다.

 

‘분명 배춘삼이 아는 정보만 들었다 했는데.’

 

무신은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너무 기쁜 탓에.

 

‘이 패를 이용하면 다른 개방 사람들한테도 정보를 받을 수 있단 거잖아?’

 

탁주를 곁들이고 항상 동석하며 말동무까지 자처한 게 이런 천운을 낳은 것일까.

마침 배춘삼이 그 말을 꺼냈다.

 

“그냥 만두만 틱 던져주고 갔다면 아마 내가 알려주는 선에서 끝났을 걸세. 헌데 자넨 달랐어.”

 

사실 그 뒷면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구슬리겠단 의도가 있었음을 배춘삼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무신이 절정의 연기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저 어른을 공경한 것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래, 특히 그 선심. 내가 더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자네 같은 진짜배기는 처음이라.”

 

이후 무신은 배춘삼으로부터 중원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정보를 습득했다.

알려줄 게 많지 않단 말과 다르게 아주 방대한 양.

개방의 정보력이 얼마만큼 대단한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야기는 해가 서산 너머로 꾸벅꾸벅 고개를 떨어뜨릴 즈음에야 끝이 났다.

배춘삼이 파천검을 보며 넌지시 물었다.

 

“그거 파천학관에서 받았다 했나?”

“예, 어르신.”

“꽤 실력이 있는 모양이구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젓는 무신에게, 배춘삼이 ‘건실한데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내 사람 하나는 정말 잘 봤어’ 하고 껄껄 웃었다.

그리고는 또 대뜸 물었다.

 

“자네, 나머지 파천의 삼보에 대해선 얼마나 아는가?”

 

하나는 이미 들고 있는 파천검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도 알고 있었다.

 

파천삼(派川蔘).

 

근골을 바꿔준다는 신비의 영약.

이미 어디쯤에 묻혀 있는지 위치까지 알고 있는 바로 그 영약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하나는…….

 

“그래, 구하기가 어렵지. 아니, 찾을 수도 없네.”

 

파천삼이야 뒤지고 뒤지면 십 수 년에 한 번은 발견되는데 그것은 아예 행방이 모연했다.

근 백 년.

어쩌면, 존재 자체도 의문이었다.

 

파천의(派川衣).

 

영물이라고도 불리었던 백산왕(白山王)의 가죽으로 만든 옷이었다. 웬만한 고수도 자르기는커녕 흠집도 못 낸다는 괴물 같은 내구를 자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잊혀가는 이야기일 뿐.

무신의 회귀 전 15년의 기억 속에서도 파천의에 대한 정보는 일절 없었다.

배춘삼?

아무리 그라도 파천의는 논외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말일세. 찾으려면 찾을 수는 있네. 어떤가? 한번 파천의를 얻어보겠나?”

 

그의 정보력은 차원이 달랐다.

 

***

 

구동.

그곳 외지에 위치한 살막의 둥지.

 

“어떻게 당원들까지 당할 수 있느냔 말이다!”

 

보름 만에야 당주 배준성의 귀에 들어갔다.

도회연의 막내딸을 겁탈하기 위해 파천에 내려간 열댓 명의 당원들이 모두 죽었단 소식이.

 

***

 

무신은 남문을 통해 나와 한참을 걸었다. 시야에 가득 차 있던 파천의 문패가 금세 엄지만 하게 작아졌다.

그러나 아직 한참.

족히 네 시진은 더 달려야 했다.

 

“히이이잉!”

 

특별히 더 신경 써 고른 말도 ‘그곳’에 다다를 즈음해서는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길이 워낙 거칠기도 거칠고 산행에 말굽을 디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신은 사위를 훑었다.

 

‘여기서… 저기인가.’

 

나무와 수풀은 말할 것도 없고 유난히 넝쿨이 쳐져 있는 곳이었다. 가시까지 돋아 있어 무턱대고 걸으면 살갗이 죄다 쓸릴 것 같았다.

간신히 넝쿨을 벗어나자 이번에는 거의 직각에 이르는 경사가 나타났다. 과장을 보태지 아니하고 생각 없이 걸으면 몸이 뒤로 쏠릴 정도였다.

절로 토악질이 나오는 상황.

그러나 무신의 얼굴은 외려 기대에 젖어 있었다.

 

‘그 진귀한 파천의 삼보를 얻는 일에 이 정도야 고생도 아니지.’

 

올라가는 고개마다 튀어나오는 산짐승도 외려 반갑기만 했다. 삼보가 가까워진단 방증이니까.

무신이 걸음을 멈춘 것은, 요깃거리로 가져온 육포가 거의 동이 날 즈음이었다.

산의 정상.

해도 어느새 중천을 훌쩍 넘어가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예상보다 빨리 왔어.’

 

무신은 해로 방향을 가늠하며 잡초가 돋아 있는 평평한 바닥을 찾았다.

그가 찾고자 한 바로 ‘그곳’이었다.

 

‘아쉬워. 정확한 위치를 알면 다 파볼 것도 없는데.’

 

그러나 아쉬움은 잠깐이었다.

아예 몰랐으면 이 산 전체를 다 뒤졌을 판국에 끽해봐야 양팔 넓이쯤 되는 바닥 뒤엎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후 한 시진.

쉬지 않고 곡괭이를 움직이던 무신이 비로소 허리를 폈다.

 

‘고놈 참 영롱하게 생겼네.’

 

파천의 삼보 중 하나이며 제아무리 허약한 사람의 몸뚱이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영약.

파천삼.

그것이 곡괭이 밑에 깔려 있었다.

혹여나 뭉개질까 무신은 여인의 몸을 훑듯 조심스럽게 흙을 훔쳤다.

이윽고 온전한 형태가 드러나자…….

냉큼 씹어 삼켰다.

흙도 털지 않고서.

 

[…….]

 

알림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무공이나 경지 외의 일로는 무인에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이 이세계 시스템의 성격이었다.

그러나 몸은 달랐다.

별안간 힘이 솟더니 팔다리가 크게 팽창했다.

팽창.

근골의 변화였다.

무신은 입가에 묻은 흙을 털며 상태창을 켰다.

 

[최무신]

경지 : 입문(入門)

경력 : 1년 차

나이 : 25세

신장 : 184㎝

체중 : 81㎏

무골 : 강골(强骨)

 

약골이라 돼 있었던 무골이 강골로 전환되어 있었다.

겨우 글자 하나의 변화가 아니었다.

팔다리뿐만 아니라 전신의 뼈가 모두 두꺼워졌으며 그것은 이내 곧 무공을 배우기에 최적화된 형태로 구부러졌다.

심지어는 체중도 8㎏나 늘었다.

사악!

파천검을 휘두르는 일련의 동작에 이전과는 다른 ‘무게’가 느껴졌다.

이로써…….

보다 더 완벽한 검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 죽이는군.’

 

무신은 무려 두 시진이나 강골의 힘을 체험했다. 적응보다는 무인으로서의 기대와 호기심 때문이었다.

해질녘이 다 돼서야 하산하던 그가 난데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뒤꿈치에 돌부리 하나가 불룩 솟아 있었다.

 

‘올라오면서는 못 본 거 같은데 갑자기 뭐… 허억.’

 

이맛살을 찌푸리며 돌부리를 걷어찬 그가 못 볼 거라도 본 냥 눈을 부릅떴다.

돌부리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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