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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4화

유림

 

 

검신(劍神).

허울뿐인 경지인 줄만 알았다.

검선이 끝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어도 그것이 설마 진짜 검신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무신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정말… 검신이 된 건가.’

 

사실, 아직도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알림이 뜨지 않았다면.

 

[신화경(神化境) - 검신(劍神)의 경지에 도달합니다!]/(이탤릭)

 

이미 귓전을 벗어난 그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꿈, 아니, 환술에 걸린 기분이었다.

 

‘하.’

 

무신은 다른 의미로 미칠 것 같았다.

이 기쁨을.

이 흥분을.

좀처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검신의 힘은 어떨까?’

 

굳이 물음표를 달 것도 없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겨우 숨 한 번 내뱉은 것에 초원 전체가 들썩였다.

손짓이라도 치면, 아예 붕괴될 것도 같았다.

 

‘만약 여기서 검까지 쥐면… 잠깐.’

 

무신은 그제야 잊고 있던 사실을 자각했다.

유림의 검.

자신을 검신의 경지에 올려준 물건이 너무나 익숙한 존재의 이름을 달고 있단 것을.

 

‘아니겠지. 설마.’

 

그러나 설마는 항상 들어맞는 법.

소리도 없이 나타난 유림이, 무신이 부정하는 현실을 특유의 미소와 함께 증명했다.

 

“나의 검을 얻었구나.”

 

나의 검.

그리고 유림의 검.

눈웃음치는 유림을 따라 무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유림의 검이 포효했다.

츠츠츠츠츠츠츠!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유림은, 유림이었다.

무신이 떠듬거리며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기는. 너는 열심히 수련했고. 그래서 나의 검을 얻었고. 그뿐이다.”

 

뻔한 대답을 얻자고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무신이 다시 물었다.

 

“네가 누군데?”

 

본질적인 의문이었다.

 

***

 

저승 홍문(紅門).

염라는 드디어 그녀의 행방을 찾았다.

 

‘제기랄! 망령의 숲에 들어가셨구나!’

 

***

 

저승의 실질적인 실세.

그것이 유림이었다.

그녀는 망령의 숲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인생을 다시 살고 싶어 하는 망령들에게 회귀의 기회를 주기 위해.

그러나 엄청난 조건을 내걸었다.

 

29만 년.

 

어떤 망령도 통과하지 못했다.

모두가 죽었다.

정확히는, 모두가 포기라고 외쳤다.

 

“그런데 너는 달랐다. 꿋꿋이 버티고 버텼지.”

 

유림이 놀랍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렇게 나의 검을 얻을 만큼 성장하면서 말이다.”

 

무어라 입을 떼지 못하는 무신에게, 유림이 언제나처럼 우두커니 박혀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주인을 만나서인지 열매가 더욱 만개해 있었다.

 

“저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줄 아느냐?”

 

무신이 고개를 저었다.

유림이 말했다.

 

“너의 성장이다.”

“나의… 성장?”

“비단 검술을 떠나 이 안에서 네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하게 된다면, 나무도 그만큼 자라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었다.

무신에게 나무는 그저 시간의 지표였을 뿐이었다.

유림이 돌연 화제를 돌렸다.

 

“이곳은 원래 29만 년을 모두 버텨야만 나갈 수 있다. 다만…….”

 

다만…….

왠지 느낌이 좋은 뉘앙스였다.

 

“나무가 더 자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남은 기간에 관계없이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

“나무가 더 자랄 수 없는 상황?”

“바로 너의 경우이다.”

 

유림이 벙 찐 얼굴의 무신을 쳐다봤다.

 

“너의 성장은 이미 끝이 났다.”

 

***

 

저승 홍문(紅門).

그녀의 행방을 찾았음에도 염라는 여전히 착잡하기만 했다.

찾았을 뿐, 찾으러 갈 방법이 없었다.

망령이 아닌 자는 망령의 숲 출입이 제한되는 탓이었다.

 

‘아니, 애초에 거긴 왜 들어가신 거야? 뭐 볼 게 있…….’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설마 그 망령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

 

약 22만 년.

아직도 7만 년이란 긴 시간이 남았으나 무신은 퇴장을 허락받았다.

망령의 숲의 주인에게.

 

“정말… 회귀하게 되는 겁니까?”

 

그의 말투는 어느새 존대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 염라에게 이미 들었겠지만 원하는 시점을 고르는 것도 가능하다.”

 

원하는 시점.

그거야 망령의 숲에 들어오던 날부터 정해두었다.

 

‘이세계 진입 첫날. 그때로 간다.’

 

허락.

퇴장.

원하는 시점.

회귀를 위한 조각은 모두 맞춰졌다.

다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다.

 

“여기서 쌓은 힘을… 가져갈 순 없습니까? 전부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3천 갑자가 넘는 내공.

놓고 가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미련이었다.

그러나 유림의 고개는 단호하게 저어졌다.

 

“그건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망령.

거기다 회귀.

그래, 애당초 말이 되는가.

힘을 가져가겠다는 게.

무신은 깨끗이 미련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계승시켜 줄 수는 있다. 나의 검에 한해서.”

“계승?”

“말 그대로 나의 검, 아니, 이젠 너의 것이 된 그 검을 너의 의식에 계승시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나 물리적으로는 작용하지 않아도 의식 안에선 살아 있단 뜻이었다.

일종의 감각으로써.

그리고 유림의 검.

검신.

3천 갑자의 내공도 그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뿐이었다.

무신에겐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가 대답하기 무섭게, 유림의 검이 붕 떠올라 그에게 스며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간 수고 많았다. 또 보자꾸나.”

 

또 보자꾸나?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은데 어째서… 의문을 갖기도 전에 무신은 그대로 망령의 숲에서 튕겨 나갔다.

22만 년 만의 일이었다.

 

***

 

영구적 소멸 명단에 ‘그 망령’이 있는지 석영에게 지시하던 염라가 눈을 부릅떴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난데없이 불어 닥친 바람.

그 안에 우두커니 서 있는 어떠한 존재.

콰콰콰쾅!

엄청난 기운이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특대형 결계가 쳐진 저승의 홍문이 쩌렁쩌렁 울렸다.

심지어 석영은 그대로 졸도했다.

무려 1급에 이르는 사자가 기운 하나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염라도 마찬가지였다.

버티고 있을 뿐, 타 들어갈 듯 몸이 저렸다.

 

그런데.

 

염라는 반색했다.

 

‘지주께서 오셨구나!’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저승에서 이만한 기운을 가진 자는 그녀 말고 전무했다.

아니라면?

아닐 가능성이 없…….

 

“대왕님이시군요. 그때 출장 가셔서 못 뵀는데.”

 

염라의 눈알이 동태의 그것처럼 튀어 나왔다.

그녀가 아니었다.

 

“회귀하러 왔습니다.”

 

그 망령.

망령의 숲에 들어갔던 바로 그 망령이었다.

 

***

 

무신은 퍼뜩 눈을 떴다. 머리가 무거웠다. 어깨는 뻐근했고 다리는 따끔따끔 저렸다. 심하게 갈증도 났다. 피로라는 게 온몸에 덮여 있었다.

 

“왔어! 정말 왔어!”

 

그는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릴 늘어놓고는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너무 웃어 아랫배가 아릴 즈음에야 그는 정신 나간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나 입가엔 아직 웃음끼가 자글자글했다.

 

“하, 장해! 장하다, 무신아!”

 

급기야 제 팔로 자신의 품을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에 이르렀다.

그럴 수밖에.

사실, 풍악을 안 울린 게 다행이었다.

 

그날.

 

이세계로 진입하게 됐던 바로 그날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뭐에 홀린 듯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피로가 극심했다.

 

‘이세계에 진입하기 직전까지 막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다 기억했다.

심지어 막일 중에 뭘 먹었는지도 기억했다.

그가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서?

전혀.

아무리 좋아도 수십만 년 전 일을 ‘정확히’ 기억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방법은…….

 

‘늘 되뇌었지.’

 

22만 년 동안 이세계에서의 일, 오죽하면 대한민국에서의 일까지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회귀를 위한 준비보다도 그게 유일한 유흥거리였다.

망령의 숲이란 곳에서.

그는 피식 웃으며 다시 제 몸을 살펴보았다.

 

‘살이 있어. 뼈도 있고.’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지난 22만 년.

생각하기도 싫은 나날들을 뒤로하며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어루만졌다. 며칠 정리하지 않아 비쭉비쭉 솟은 손톱마저 아름답게 느껴졌다.

정말, 아름답게.

 

‘숲이야.’

 

그는 개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아랫도리를 열댓 번 쓰다듬고서야 주위를 훑어보았다.

숲.

우거진 나무와 초록빛 바다를 만들어내는 수풀.

해괴망측하기 짝이 없었던 망령의 숲 따위와는 달랐다.

 

‘그래, 여기서 내 이세계 인생이 시작됐지.’

 

인생이란 말보다는 지옥이란 말이 더 어울렸다.

삼류무사 15년.

힘이 각광받는 이곳에서 그것은 지옥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젠 다를 것이다.

 

22만 년의 감각.

 

습득한 검술만 수십, 수백 가지에 달하며 그 안의 초식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내공은 이미 귀곡심법을 꿰고 있으므로… 알림이 뜬 건 바로 그때였다.

 

[중원(中原)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회귀 전에는 거품을 물고 쓰러질 뻔했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목소리가 울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연하게 목소리, 아니, 알림을 받았다.

 

‘이제 이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 주겠지.’

 

회귀 전에는 분명 그랬다.

그런데.

 

[소유한 무력에 맞춰 무공창이 조정됩니다.]

 

무신이 눈을 부릅떴다.

알림은, 회귀 전과는 전혀 다른 전개로 흘러갔다.

 

[찌르기 – 측정 불가]

[베기 – 측정 불가]

[발검 – 측정 불가]

[기초 검술 – 측정 불가]

[초급 검술 – 측정 불가]

[중급 검술 – 측정 불가]

[고급 검술 – 측정 불가]

[정신력 – 측정 불가]

[인내력 – 측정 불가]

[위 무공은 당신이 가진 무력을 ‘등급화’시킨 것입니다.]

 

무신이 경악스럽게 알림을 쳐다보았다.

최하부터 시작해 하, 중하, 중, 중상, 상, 최상, 그리고 정점까지가 무공 등급의 기준.

그런데 그의 것은 ‘측정 불가’로 책정되어 있었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를 뒤로하고 계속해서 알림이 이어졌다.

 

[당신의 무력의 성질에 맞춰 특수 무공이 개방됩니다.]

 

특수 무공.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영약을 잔뜩 먹거나 금기도술을 걸어야만 개방되는 것.

무신의 입이 더욱 벌어졌다.

 

[영력 – 측정 불가]

[당신은 이 세상 모든 귀신을 억누를 수 있는 대단한 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22만 년을 망령으로 산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리고…….

 

[당신에게서 감히 이 시스템으로는 열어볼 수 없는 신(神)적인 힘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강제로 그 힘을 개방하시겠습니까?]

 

무신은 꿀꺽 침을 삼켰다.

신(神)적인 힘.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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