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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0화

무료소설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회귀했더니 검신이었다 10화

초심

 

 

초원이 갈려 나갔다.

쿠우우우웅!

검을 크게 휘두른다거나 하는 동작을 취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제자리만 지키고 있는데, 사방팔방 이 난리통이었다.

콰쾅!

시험 삼아 팔을 한 번 휘젓자 굉음과 함께 초원이 통째로 뒤집어졌다.

실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땅 속의 진귀한 풍경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무신은 그저 얼떨떨했다.

 

‘여기서 그만둬도 이세계는 씹어 먹겠어.’

 

이세계의 그 유명한 세가의 가주들이나 문파의 장인들, 혹은 첩첩산중의 은거기인이라 한들 결코 이만큼은 못 될 것이다.

사람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괴물.

콰쾅!

숨만 쉬어도 초원 저편이 날아갔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심심풀이로 손가락에 내공을 씌우니 저 멀리 시야가 닿지 않는 곳까지 파동이 이어졌다.

정말, 가공할 힘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끝낼 순 없지.’

 

망령의 숲.

망망대해와도 같은 곳.

수련을 관두면 당장 아무것도 할 게 없다.

무의미한 시간만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나중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바짝 수련해야 한다.

아니, 나중이라기보다는…….

 

회귀.

 

설령 천하를 호령하는 힘을 얻었다 해도 과거로 돌아가면 다 없던 것이 된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다르니까.

그러나 한 가지는 가져갈 수 있다.

 

감각.

 

물리적인 힘은 없어져도 정신적인 힘은 온전하게 남는다.

오히려 더 바짝 수련해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길은 만드는 게 어렵지 걷는 건 되게 쉽거든.’

 

찌르기와 베기로 시작해 기초, 초급, 중급, 고급 검술에 갖가지 변형 초식.

귀곡심법을 이용한 내공의 발현.

거기에 신검합일까지.

수만 년에 걸쳐 쌓은 ‘경험’이 이미 걸어갈 길을 만들어두었다.

회귀하게 된다면 그냥 그 길을 걷기만 하면 된다.

물론, 앞으로도 길은 계속 만들어질 테고.

 

‘15년 간 이세계에서 지내며 얻은 기억도 남아 있어.’

 

예컨대 몇 월 며칠에 어느 지역에서 영약이 발견된다는 것.

이미 알고 미리 찾아가 먼저 먹어버리면, 남들보다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비단 영약뿐인가.

사람과의 인연을 쌓기도 더 쉬워진다.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을 선점해 두는 거지.’

 

그걸 역이용해 문제가 될 만한 이들은 미리 쳐내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어떤 의미에선…….

 

‘죽은 게 행운일지도 몰라.’

 

죽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삼류무사로 살고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이 치이고 불안에 떨며.

 

‘그래, 잘된 일이야.’

 

그러나 세상 어떤 망령이 삼류무사 벗어나자고 29만 년을 이런 곳에서 지내겠는가.

무신이 지나치게 긍정적일 뿐이다.

그러고 보면 그는 외로움이란 것도 잘 몰랐다.

망령의 숲에 들어온 날부터 그저 묵묵히 검만 들었다.

 

‘낯선 생활은 아니었으니까.’

 

기구한 운명이었다.

염라의 대리를 봤던 석영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최악의 인생을 살았다.

당시에는 독이었던 것이 지금은 이렇게 도움이 됐다.

 

‘하.’

 

하루 온종일 쭈그려 앉아 엉엉 울던 어린 시절.

그때를 떠올리면, 망령의 숲은 오히려 편했다.

적어도 배고프고 춥고 그런 걱정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29만 년은 너무 길어.’

 

무신은 피식 웃었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29년만 되도 울상을 지을 판국인데 그 10,000배라니.

 

‘근데 이젠 포기도 못 해.’

 

29만 년 중 3분의 1일을 달려왔다.

겨우 3분의 1 같아도 그게 무려 9만 년도 넘는다.

포기라 외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게 아까워서라도 해야 했다.

 

‘저것도 나랑 함께 달려왔구나.’

 

무신의 눈이 나무에 닿았다.

쭉 함께 해온, 뭐랄까, 친구라면 친구였다.

 

‘근데 저거, 나무가 아니라…….’

 

아주아주 높고 긴 벽 같았다.

가지마다 맺힌 수만 개의 열매가 아니었다면 정말 나무처럼은 안 보였다.

놀라운 점은, 저기서 더 커진다는 것.

남은 20만 년의 기간 동안.

 

‘서로 잘 자라보자, 우리.’

 

무신과 나무.

우리.

아무 생각 없이 검만 휘두르는 그에게도 감성이라는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나무가 시발점이었구나.’

 

망령의 숲에 홀로 덩그러니 놓인 회귀의 시험.

막막했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나무 덕에 수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뭇가지.

 

그 작디작은 것이 검귀란 어마어마한 경지로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해주었다.

나중에는, 그 이상도 가능케 해줄 것이다.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았어.’

 

결과론적인 관점은 아니었다.

초원뿐인 망령의 숲에 우두커니 박혀 있던 그 모습.

분명 특별하기는 했다.

 

‘아무튼 고맙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물과 대화를 하게 된다더니, 이 순간 무신이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손까지 흔들고서야 나무에게서 등을 돌렸다.

 

‘근데… 좀 아쉽긴 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생각해 보면 그렇다.

29만 년을 수련했는데, 회귀하면 그게 다 없어진다는 게.

 

‘가지고 갈 순 없을까?’

 

내공만 자그마치 1,000갑자.

남은 기간을 수련하면 아마 곱절도 더 될 것이다.

그걸 다 가져가겠단 건 아니다.

 

‘그건 너무 욕심이고.’

 

1할.

딱 그만큼만이라도 좋다.

 

‘여길 나가게 되면 염라한테 부탁해 보자.’

 

만약 부탁해서 안 되면…….

 

‘협박해야지 뭐.’

 

염라가 아무리 강해봤자 수천 갑자의 내공을 가진 무인만 하겠는가.

일격이면 목덜미에 비수를 꽂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농담이었다.

 

‘아무튼 부탁은 해봐야겠어.’

 

부탁도 마무리를 지어야 가능한 일이다.

무신은 상념에서 벗어나 본분으로 돌아갔다.

 

‘검천까지 이제 절반은 온 건가.’

 

신검합일을 이루었다.

사람과 검.

검과 사람.

검을 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나머지 절반을 위한 기반이었다.

 

이기어검(以氣馭劍).

 

손을 쓰지 않고 검을 다루는, 즉, 검을 사람처럼 만들어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했다.

신검합일이 그 매개체인 것이고.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신검합일과 별개로 내공을 잘 써야 돼.’

 

단순이 내공의 농도나 양을 조절하는 것보다도 ‘운용’하는 능력이 좋아야 했다.

예컨대…….

무신이 손가락을 튕겼다.

콰쾃!

원하는 만큼만 내공을 순환하고 그 내공을 또 필요한 만큼만 발현하는 것.

그가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론 턱없이 부족해.’

 

내공만 1,000갑자를 쌓았는데 부족할 게 뭐 있겠느냐마는, 축적과 운용은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물론 무신이 축적만 한 건 아니었다.

운용도 꾸준히 했다.

그러나 그는 보다 ‘완벽’을 추구했다.

1억 번의 찌르기와 베기.

그때처럼 말이다.

 

‘0.00000000001의 차이도 용납돼선 안 돼.’

 

지나친 완벽성.

그러나 여기서 더 지나쳐도 됐다.

늘 그렇듯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었다.

 

‘한번 제대로 익혀두면 그 후로는 쭉 편할 테니까.’

 

회귀하고 나서의 감각을 말하는 것이다.

무신은 그걸 해결해 두고 싶었다.

 

‘그리고 원래 이기어검이란 게 그래. 뭐든 수준급에 달하지 않으면 절대 못 밟아.’

 

비단 이기어검뿐인가.

앞으로 계속 그럴 것이다.

 

화경, 혹은 검천.

 

물리적인 수련보다는 무언가를 일깨우는 ‘깨달음’이 중요한 시기였다.

무신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스으으으으으으.

시작이란 말이 무색하게 몇십 갑자에 달하는 내공이 순식간에 모였다.

축적된 것이 1,000갑자가 넘으니 사실 몇십 갑자는 많은 축에도 못 꼈다.

그런데 그가 그 내공을 도로 밀어 넣었다.

 

‘얼마나 많이 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스으으으으으으.

잔잔한 파도처럼 내공이 다시 온몸에 감돌았다.

뜨뜻하면서 가끔은 차갑게.

성질은 다양하나 결코 불순물은 없었다.

몇만 년 운기조식의 산물이었다.

다만, 결과는 여전했다.

 

‘쉽지 않은데.’

 

이후 수백 년이 지나간 시점에서도 무신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운용 능력이 약간 좋아지긴 했으나 그가 추구하는 완벽은 아니었다.

 

‘뭐가 문제지?’

 

또 수백 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아예 제자리걸음이었다.

나아진 게 전무했다.

 

‘미치겠군.’

 

수천 년이 넘어갈 즈음해서는 점점 애가 탔다.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혼자선 무리인가.’

 

이세계에서 깨달음이라 일컬어지는 경지에 도달한 자들은, 하나같이 그랬다.

유명세가의 가주나 직계혈통.

대형문파의 장문.

혹은, 날 때부터 기가 막히게 타고 난 재능꾼.

가주들이나 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재능꾼들 역시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영약이든 비급이든 도술이든 뭐든.

그래야만 비로소 오를 수 있는 게 깨달음이란 자리였다.

 

내공의 발현?

 

그와는 좀 레벨이 다르다.

심법만 있다면야 어떻게든 해결되는데, 깨달음은 뭐랄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것이랄까.

 

‘무리는 개뿔이. 할 수 있다, 무신아.’

 

무신은 굴하지 않고 운기조식을 이어갔다.

그러나 곧 한계에 직면했다.

진척이 전혀 없었다.

내공을 꺼내는 데만 꼬박 만 년이 걸렸으니 아직 모를 일 아니겠느냐마는, 그보다는 좀 더 침울했다.

 

‘그땐 내공이 돌아간단 과정이란 게 있었잖아.’

 

지금은…….

과정은커녕 시작도 못 한 느낌이었다.

 

‘야단났네.’

 

손가락이 있었다면 열 손톱 다 깨물지 않았을까.

그만큼 초조했다.

한참 머리를 싸매던 무신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마음을 다 잡았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야 되는데 마음까지 급하면 어떡해.’

 

무신은 가부좌를 틀고 잠깐 머리를 식혔다.

다시 운기조식에 들어갈 즈음해서는, 아주 처음으로 돌아갔다.

원점.

내공도 잘 몰랐던 그 초심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해서.

 

‘좋아.’

 

의외였다.

이상하리만치 편안했다.

무신은 그 상태 그대로 어둠 속에 몸을 맡겼다.

보이질 않으니 발이 닿는 곳마다 모두 미로처럼 느껴졌다.

당연히, 이전과 마찬가지로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달랐다.

분명 달랐다.

적어도 발은 가벼웠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심지어 내공의 순환도 기척 하나 없이 얌전했다.

돌고는 있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솨아아아아.

어느 날, 살랑거리는 바람이 뺨을 할퀴었다.

뺨?

의아했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운기조식에 촉감 따위가 어찌 끼어들 수 있단 말인가.

그 순간.

츠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요상한 소리와 함께 작은 진동이 일었다.

그리고, 검이 나타났다.

10만 년을 함께한 바로 그 검이었다.

츠으으으.

검이 어디론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검을 따라나섰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

·

·

열 걸음도 가기 전에 그가 발을 멈추었다.

주위가 훤해지고 있었다.

아니, 이미 훤했다.

츠으으으으.

마침 검도 비행을 멈추었다.

그 뒤로 꽃 한 송이가 드러났다.

영롱한 빛깔.

그는 저도 모르게 그 꽃을 뽑아 들었다.

스으으으으.

순환시키지 않았는데 온몸에 내공이 맴돌았다.

그러나 뽑아 들기 무섭게 손아귀 안에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꽃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사이, 주위가 훤하다 못해 눈이 부실 만큼 밝아졌다.

칠흑 같던 어둠이 완전히 걷혔다.

그가 눈을 뜬 건 바로 그때였다.

바닥에 내려놓았던 검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리고, 분명 ‘손에서 벗어나 있는’ 그것이 내공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쾃!

 

‘설마…….’

 

그가 손을 움직였다.

그 움직임을 따라 검도 이동했다.

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

주먹을 쥐면, 검에서 더 많은 기가 발산됐다.

 

도어검(導馭劍).

 

이기어검의 비기가 개방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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