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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12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6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12화

112화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3)

 

 

 

쓰바!

깜짝 놀랐다.

이러려고 말을 길게 늘였던 게 분명하다.

쪼잔하게 발소리까지 숨기고서 이렇게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나의 기척을 눈치챈 것이 분명하다.

상대는 발루아 공작이었으니까.

어쩐지…

어디서 들어 보았던 음성이다 싶었다.

하급 소드 익스퍼트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설마 발루아 공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 인간이 왜 브뜨아 요새에 있는 거지?

 

스릉!

 

“……!”

 

젠장…

발루아 공작이 허리춤의 롱소드를 뽑는다.

 

“하고 있는 꼴을 보니, 좋은 뜻으로 찾아온 것은 아니겠군.”

 

“…….”

 

여유를 부리는 발루아 공작에게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내가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듯이, 발루아 공작 또한 나의 음성을 기억할 수도 있으니까.

 

스릉!

 

대답 대신에 나 역시 헤로드 소드를 뽑았다.

저 인간 앞에서 내가 검을 뽑았던 적은 없으니, 헤로드 소드를 통해 나의 정체를 유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작 각하!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계단 밑에 선 발루아 공작의 곁으로 이제껏 같이 대화하던 젊은 사내가 섰다.

그리고 사령탑에 잠입하기 전에 느꼈던 상급 소드 익스퍼트와 중급 소드 익스퍼터도 곁에 섰다.

 

“으음…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놓치지만 말아주게 오를레앙 공작.”

 

발루아 공작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나 정도는 저 젊은 녀석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만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오를레앙 공작이라니…

지난번에 트럼벌 요새에서 듀카스 대공의 손에 죽은 총사령관의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의 총사령관이었던 오를레앙 대공과 같은 성을 지녔다는 건, 그의 아들이라는 얘긴가?

제길!

이거 재미없게 되었다.

발루아 공작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라는 걸 안다. 이전부터 소드 마스터로 알려진 인물이니까.

하지만 그가 직접 나서는 게 아니라면 조금은 안심이다.

오를레앙 대공이 소드 마스터였다고 그의 아들까지 소드 마스터라고 생각할 순 없으니까.

 

스릉!

치리릿!

 

“…….”

 

진짜 제대로 똥 밟았다.

오를레앙 공작의 롱소드에서 순식간에 형성되는 강렬한 기운을 담은 빛.

소드 마스터의 상징인 오러 블레이드.

최전방인 브뜨아 요새에 발루아 공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또 한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을 줄이야!

이런 젠장!

소드 마스터가 무슨 유전병 같은 거라도 되는 거야?

아버지가 소드 마스터였다고 아들까지 소드 마스터라는 건 너무하잖아!

어쨌거나 발루아 공작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

그러나 도망치진 않는다.

아니, 도망칠 수 없다.

내가 있는 곳은 7층에서 6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다.

여길 벗어나려고 한다면 여럿을 상대로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

한 명씩 계단에서 상대하는 게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다.

놈들은 아직 나의 실력을 모른다.

한 번은 써먹을 수 있는 패.

검기를 닮은 검강.

그걸 벌써 써먹게 될 줄이야.

 

철컥!

 

헤로드 소드를 풀어낸다는 느낌으로 검대에서 뽑아들었다.

 

츠스슷!

 

검신에서 순간적으로 붉은 기운이 일어났다가 이내 푸른빛으로 변했다.

그러자 오를레앙 공작의 얼굴에 으스스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마도 만만하게 보는 게 틀림없을 것이다.

 

“일단 오른팔을 받은 다음에 얘기를 들어 주도록 하겠다.”

 

자신감이 잔뜩 묻어나는 음성.

아니 저 정도면 자신감이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다. 나를 완전히 깔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좋아! 그 웃음이 어디까지 가나 봐주겠어.

진룡검법의 기수식을 취하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통로가 좁아서 여럿이 협공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건 좋은 점이지만, 대신에 나 또한 보법의 이점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

 

“죽이지는 말게.”

 

“물론입니다. 발루아 공작 각하!”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발루아 공작의 말에, 오를레앙 공작이 계단에 발을 들이면서 롱소드를 내게 겨눈다.

 

“후후후… 손목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롱소드의 검 끝을 흔들면서 여유를 부리는 오를레앙 공작.

비웃음을 머금은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할 시간에 놈의 움직임을 주의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

어쨌거나 오를레앙 공작 역시 소드 마스터.

일반적인 기사의 움직임과는 궤를 달리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간다!”

 

타다닷!

 

얼마나 나를 무시하는 것인지 경고까지 해가면서 계단을 밟고 돌진해온다.

 

쉬쉬쉭!

 

“……!”

 

오를레앙 공작의 롱소드가 여러 개로 늘어나는 현상에 눈을 크게 떴다.

이런 공격은 처음으로 경험한다.

그동안 상대해 왔던 기사들에게서는 접해 보지 않았던 현상.

어떤 게 진짜 검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현란한 검술이었다.

이게 다 오러 블레이드 때문에 일어나는 환각이다. 순수하게 롱소드만 휘둘렀다면 이처럼 환각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일이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와 싸워본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이 될 줄이야!

이렇게 된 바에야!

환영이건 뭐건 모조리 쳐내는 수밖에 없다.

 

“타핫!”

 

기합성과 함께 헤로드 소드로 원을 그리면서 신룡청경(神龍聽經)의 수법을 가미했다.

 

카가가강!

 

상대의 롱소드가 나의 헤로드 소드를 두드릴 때마다 손목을 틀어 내공을 흡(吸)자결로 운용해 방향을 바꿨다.

 

“우웃! 이, 이런!”

 

오를레앙 공작이 당혹성을 흘렸다.

롱소드가 이화접목(移花接木)의 수법에 의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당황한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금세 균형을 잡고서 다시금 일격필살의 기세를 담아 롱소드를 사선으로 그어 온다.

전력을 다해 오는 공격에서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진다.

헤로드 소드를 쥔 손에 힘을 주고서 난도질하듯이 상대의 롱소드를 마구 두들겼다.

 

카가가가강! 카강캉! 카강!

 

진룡검법 아홉 번째 초식 신룡반선(神龍頒宣).

원래의 용도는 공격을 위한 초식이다.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해서 상대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치명적인 한 방을 먹이는.

하지만 나는 신룡반선의 초식을 수비 식으로 사용했다.

중간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만 같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일이니까.

 

“큽! 어떻게 마나 블레이드 따위가!”

 

오를레앙 공작이 신음을 삼키면서 한 계단 밑으로 뒷걸음질을 친다.

이제야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다.

오러 블레이드와 헤로드 소드가 연속으로 부닥치는데도 아직까지 멀쩡하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나 왜 헤로드 소드가 멀쩡할 수 있는지 알려줄 이유 따위는 없다.

전력을 다해 내려친 그의 롱소드는 나의 연속적인 타격에 처음의 기세를 잃고 뒤로 밀려나는 중이다.

그러나 쫓지 않는다.

놈을 따라갔다가는 계단을 완전히 내려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리하게 눈을 빛내는 발루아 공작의 기습적인 공격을 허용할 수도 있는 일.

좁은 통로에 의해 일대일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면 불리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놈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리에 내공을 보내, 급히 계단을 따라 뒤로 물러나려 했다.

 

“어딜!”

 

이때만을 노렸다는 듯이 노호성을 발하면서 오를레앙 공작을 지나쳐 달려드는 발루아 공작.

 

‘크로노스 아공간!’

 

급속도로 돌진해 오는 발루아 공작에게 두 손으로 헤로드 소드를 쥐고서 있는 힘껏 대각선 베기를 시도했다.

 

콰앙!

 

“큭!”

 

“우웃!”

 

발루아 공작과 나는 동시에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다음에 보인 나와 그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발루아 공작은 전신에 쏟아진 충격을 해소하면서 다시금 마나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반면에 나는 애초부터 도주할 목적으로 부닥쳤다. 오히려 충격에 몸을 맡기고서 비룡보법을 발휘했다.

 

“이노옴! 도망갈 수 있을 줄 아는가!”

 

발루아 공작이 눈을 치켜뜨고는 곧바로 계단을 박차고 쫓아 온다.

두 손으로 쥐었던 헤로드 소드의 검자루에서 오른손을 떼어 냈다.

 

찰칵!

 

7층까지 몸을 날리면서 아공간에서 꺼낸 수류탄의 버튼을 힘껏 눌렀다.

7층의 바닥에 올라선 순간, 발루아 공작에게 수류탄을 있는 힘껏 던졌다.

 

파웅!

 

맹렬하게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날아가는 수류탄.

 

“비열한 놈!”

 

몸을 날려오는 발루아 공작이 욕을 하면서 롱소드로 수류탄을 가르려 한다.

허공에서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노린 게 통했다. 발루아 공작이 롱소드를 휘두르려는 순간에 나는 이미 7층의 창문으로 몸을 날린 상황.

창문을 벗어나기 무섭게 천근추의 수법으로 몸을 무겁게 하고서 거대 벽돌 틈 사이로 손을 뻗었다.

 

콰각!

 

손가락이 거대 벽돌의 틈바구니에 박히는 순간,

 

콰광!

 

엄청난 폭음과 함께 머리 위의 7층 창문에서부터 화염이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망설일 틈이 없다.

마치 거미가 된 것처럼 빠르게 사령탑의 벽을 기어 내려갔다.

 

<으아아아! 빌어먹을! 죽여 버리겠다! 비상! 비상을 알려라!>

 

분노에 가득 찬 발루아 공작의 음성이 새벽하늘을 뒤흔들었다.

목소리가 쌩쌩한 걸 보니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깝다!

수류탄을 맨몸으로 받아내고도 죽지 않았단 말인가?

아차차!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어쨌든 당장은 튀는 게 상책이다.

 

<모든 출구를 봉쇄하고 수상한 놈이 있는지 확인하라!>

 

마나를 담은 음성이 다시금 뒤를 잇는다.

초반에 나와 싸웠던 오를레앙 공작의 목소리가 분명하다.

자식들…

난 담 넘어서 갈 건데?

 

***

 

파밧! 파바박!

 

브뜨아 요새를 넘어와서 미친 듯이 도망치는 중이다.

오를레앙 공작이나 발루아 공작이 뒤를 쫓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발루아 공작의 음성에서 떨림을 느꼈으나, 얼마나 다쳤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은 이상, 도망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본의 아니게 수류탄의 성능을 확인한 셈이 된 것인가?

소드 마스터급 기사에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커다란 수확이다.

더불어서 앞으로 반년까지는 프레하 제국이 다시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문제는 이 사실을 누구한테 알려 주느냐는 건데…

이거 답이 안 나온다.

아무도 프레하 제국에 나를 보낸 사람이 없는데, 정보의 출처를 물어보면 좀 난감하겠다.

부업(?)으로 프레하 제국 엿이나 먹여보자고 들어왔다가 너무 많은 정보를 얻어가는 것도 문제다. 문제!

됐다!

복잡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은 영지로 복귀하는 게 순서다.

일 갑자의 내공을 완성한 지금,

경공 또한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이제 막 동이 터오는 어스름한 주변 풍경이 뭉개지듯 뒤로 쭉쭉 밀려난다.

 

***

 

아이언 영지의 성이 점차 가깝게 보인다.

전력을 다해서 경공을 발휘한 덕에 동이 터올 무렵에 브뜨아 요새에서 나와 점심나절에 이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제야 나는 경공을 멈추고 조금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어지간하면 준비 없이는 국경을 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짧은 여행(?)이다.

뭐가 되었든 성과가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

특히나 수류탄의 성능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제국전쟁이 끝나고 ‘전쟁의 관’ 연회장에서 마주쳤던 발루아 공작이 추적을 포기할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다..

발루아 공작이 수류탄을 맨몸으로 받아 냈다는 건데…

만약 갑옷을 입지 않은 내 앞에서 수류탄이 터지면?

음…

지금 능력으로 생각하면 나도 어찌어찌 버틸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딱히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수류탄의 성능은 일반 기사들을 상대로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

 

“충!”

 

브뜨아 요새에서 벌였던 일을 떠올리면서 걷는데, 영주 성을 지키는 경비병의 군례 소리가 들린다.

대충 손을 흔들어 주고서 성 안으로 들어와 영주관에 올라갔다.

 

<영주님께선 아직도 안 돌아오신 겁니까. 코너 마법사님.>

 

<네, 며칠 나갔다가 오신다고만 하셨어요.>

 

<이거 큰일이네요. 어쩌면 좋을지…>

 

영주관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에 들려오는 목소리.

코나와 안토니가 얘기를 나누는 중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든다.

평소에 보았던 안토니는 항상 침착함을 유지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초조해 하는 기색이 역력한 음성으로 말하고 있다.

뭐지?

내가 식재료 구입할 돈은 넉넉하게 쥐여 주고 나왔던 것 같은데.

 

“안토니, 무슨 일로 절 찾는 겁니까.”

 

3층의 집무실에 발을 들이면서 말했다.

 

“윌슨!”

 

“영주님!”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이 반가운 얼굴로 나를 부른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너무 하잖아요!”

 

“아, 아! 일이 조금 있어서 다녀온 거다. 그보다 안토니? 저를 왜 찾은 겁니까.”

 

코너가 볼을 부풀리면서 투정하듯 말하는 것을 대충 달래 주고서, 안토니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영지민 중에서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두 쌍의 예비부부가 있습니다.”

 

“…….”

 

김빠진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안토니가 초조해 하기에 무슨 일인가 했는데 괜히 긴장했다.

나더러 주례라도 서달라는 얘긴가?

 

“서둘러 초야권(初夜權)을 행사하시길 원하고 있습니다.”

 

“…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초야권(初夜權)이라니…

결혼식 전에 영주가 새신부와 첫날밤을 치른다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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