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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98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98화

 

“왜 그래요?”
내가 묻자 데이나가 나직이 말했다.
“낭패군요.”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영혼력을 거의 소진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도전한 일격이었는데, 결국 실패했군요.”
소강상태가 끝나고 다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었다.
모든 시험자가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부었고, 카자드가 흑마법을 부릴 때면 데릭이 거대한 불길을 일으켜 대항했다.
나는 데이나를 부축하며 물었다.
“그럼 이제 어쩌죠?”
“남은 영혼력을 쥐어짜면 한 차례 더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에 엄청난 일격을 퍼부었음에도 카자드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남은 영혼력을 쥐어짠다고 치명타를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데이나의 말이 이어졌다.
“대자연의 기운인 정령술도 섭리를 거스르고 부활한 카자드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입니다. 제가 빈틈을 만들 테니 현호 씨가 해치우십시오.”
“예, 그 방법밖에 없네요.”
다행히도 나는 정령술을 많이 아껴두고 있었다.
바람의 가호와 불꽃의 가호 등으로 정령술의 위력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온 힘을 다하면 카자드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제가 신호를 하겠습니다.”
“예.”
데이나는 두 가지 기운을 양손에 모으기 시작했다.
격전에 난전이었다.
엘프 전사들과 언데드 군단이 뒤엉키고, 하늘에서는 갈큇발 독수리들이 갈퀴바람으로 치열하게 폭격을 해댔다.
카사와 융합하여 불꽃을 아낌없이 퍼붓는 데릭을 필두로 시험자들은 카자드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검은 장막으로 몸을 두른 카자드의 방어는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카자드가 다른 손으로 펼치는 검은 불꽃이 시험자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마법사 시험자들이 방어 마법을 펼쳐 원조했지만 감당하기 벅차 보였다. 역시 혼자서 카자드와 공방을 벌인 데이나가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입니다!”
데이나가 소리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도 함께 도약해 융합된 실프의 힘을 발휘했다.
쌍권총을 집어넣고, 무려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바람의 검을 만들어 오른손에 쥐었다. 이걸로 일격을 가할 생각이었다.
데이나의 듀얼서클이 카자드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장막에 펼쳐졌다.
번쩌억!!
눈부신 빛이 주위를 뒤덮었다.
빛에 닿은 스켈레톤들이 풀썩풀썩 무너져 버렸고, 카자드의 검은 장막 또한 분해되었다.
방어가 해체됐다.
데이나가 최후의 영혼력을 쥐어짜 만들어준 절호의 찬스였다.
“죽어―!”
나는 거대한 바람의 검을 카자드를 향해 내려쳤다.
카자드가 검은 불꽃을 조종했다. 불꽃이 뭉쳐서 방패 같은 모양을 이루더니 바람의 검을 가로막았다.
쿠아아아아앙!
엄청난 충돌!
충돌의 여파로 부서져 나간 검은 불꽃과 바람의 검의 일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실프, 좀 더 힘을 내자!’
나는 바람의 검에 힘을 주었다.
콰콰콰콰콰!
바람의 검이 조금씩 검은 불꽃 방패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검은 불꽃으로 이루어진 방패가 내 바람의 검에 의해 갈라져 버렸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카자드가 다시 흑마력을 일으켜 검은 장막을 펼쳤다.
쩌저저적!
장막은 내 공격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제길!’
데이나가 최후의 영혼력으로 만들어준 기회는 결국 수포로 돌아간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껏 습득했던 모든 스킬을 총동원해야 한다.
나는 실프와 융합을 해제하고 대신 카사를 소환했다.
“카사, 융합!”
-멍!
카사가 내 몸에 뛰어들었다.
화르르!
내 몸에서 불꽃이 흘러나왔다.
“불꽃의 가호!”
화르르르!
몸에서 흘러나오는 불꽃이 더욱 강해졌다. 불꽃의 가호로 카사의 힘이 몇 배나 증폭된 현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대물 저격소총 닐슨 R3를 소환해 실프에게 던져주었다.
“실프, 카자드를 쉬지 않고 계속 쏴! 총알에 네 힘을 아낌없이 실어 날려!”
-냥!
실프가 자기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총을 들고 카자드를 조준했다.
탄약보정 마스터로 강화된 위력에, 실프가 탄환에 강한 회전력을 부여해 관통력을 극대화한다!
그야말로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는 셈이었다.
“가자!”
-냥!
실프가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해주었다.
타앙! 투아앙! 타아앙!
육중한 20㎜ 철갑소이탄이 날아가 카자드의 검은 장막을 두들겼다.
이와 동시에 나는 탄도를 피해 우회하여 반대편에서 검은 장막을 두들겼다.
콰르르릉! 콰아아앙!
내가 주먹질을 할 때마다 카사의 불꽃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다.
나는 강천성과 리창위 등을 흉내 내어서 익힌 번자권의 묘리를 활용해 주먹질을 속사포처럼 퍼부었다.
한 나무에서 여러 나뭇가지가 갈라져 나오듯, 내 오른팔이 펀치를 연속으로 퍼부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일대격전!
다른 시험자들도 합세해 오러와 마법으로 두들겨 댔다.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확신이 들었다.
저 카자드가 검은 장막의 방어력만 유지하고 있을 뿐 달리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방어에 모든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하지만 우리도 언제까지고 이런 힘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우리도 서서히 힘이 소모되고 있었고, 엘프 전사들 또한 끝없는 스켈레톤의 물량공세에 밀려나고 있었다.
갈큇발 독수리 12마리가 발톱강화 스킬로 인해 오러가 서린 것처럼 강해진 발톱으로 육탄공세까지 벌였지만, 언데드 군단의 진군은 끝없었다.
데이나는 간간히 마법을 펼쳐 보조해 주고 있었으나, 그의 듀얼서클이 아니면 효과가 그다지 없었다.
……이렇게 지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이야!’
아직 난 내 모든 걸 다 펼치지 못했다. 아직 활용 못한 스킬이 남아 있을 거야!
그러다가 문득 내 뇌리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생명의 불꽃(합성스킬): 생명의 불꽃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북돋습니다. 하루 2회만 사용 가능합니다.
*중급 4레벨: 원기회복, 노화방지, 질병 및 저주 치료에 효과.

정령의 힘과 비슷한 대자연의 생명력.
저주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부가적인 옵션.
‘이거라면!’
나는 한 손으로 생명의 불꽃을 만들었다. 푸른 불덩어리가 만들어졌다.
“리트린 씨!”
나는 그것을 데이나에게 던졌다.
그는 내가 던진 생명의 불꽃을 받아 들었다.
데이나는 의아해했지만 곧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생명의 불꽃을 흡수했다.
그리고는……!
파아아앗! 파앗!
한 손에는 푸른 빛깔의 마나를, 다른 손에는 생명의 불꽃의 푸른 불덩어리를 들었다.
듀얼서클!
그가 생명의 불꽃에 담겨 있는 에너지를 영혼력을 대체할 또 하나의 기운으로 선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데이나는 양손을 합쳐 두 기운을 하나로 융합했다.
파아아아앗!
마나와 생명의 불꽃이 합쳐지자 기이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데이나가 카자드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자드를 철통 같이 보호하는 검은 장막을 향해 양손에 모든 빛을 발사했다.
번쩌억!!
“크윽!”
카자드의 입에서 신음이 나왔다.
검은 장막에 균열이 갔다.
아주 조금의 균열!
‘실프!’
실프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조그마한 균열 틈바구니로 총을 발사한 것이다.
타아아앙!
퍼억!
“끄허억!”
카자드의 복부가 터지면서 피가 분수처럼 흩뿌려졌다.
‘저 괴물 같은 놈이!’
20㎜짜리 총알에 맞으면 보통 저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몸뚱이가 산산조각 나는 게 정상이다.
하물며 탄약보정과 실프의 힘 등으로 위력까지 증폭됐는데 저 정도라니!
“크으으으, 이놈!!”
카자드가 내게 손을 뻗었다. 검은 불꽃이 수백 발의 화살 모양으로 생성되었다. 저걸 모조리 내게 쏠 참인 듯했다.
‘와봐!’
나는 겁먹지 않았다.
쉬쉬쉬쉬쉬쉬쉬쉭―!
검은 불꽃의 화살들이 일제히 내게 쏟아졌다.
그 순간, 나는 또 다른 스킬을 펼쳤다.
“투과!”

-투과(합성스킬): 날아오는 작은 물체를 신체에 지장 없이 투과시킬 수 있습니다.
*마스터: 하루 200초

검은 불꽃의 화살들이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나는 화살을 무시하고 계속 카자드에게 불길이 담긴 주먹을 퍼부었다.
콰아앙! 콰르르릉! 콰콰콰콰쾅!
검은 장막의 균열이 점점 커졌다. 하지만 반대로 심각했던 카자드의 총상은 점점 아물어 가고 있었다.
‘영원불멸의 지배자라더니 정말로 불사신이냐!’
나는 오싹함을 느꼈다.
간신히 얻은 찬스다. 카자드에게 중상을 입힌 지금이 아니면 놈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호 씨!”
데이나가 소리쳤다. 더 듣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생명의 불꽃을 하나 더 만들어서 데이나에게 던져주었다. 하루 2개. 이제 생명의 불꽃은 이걸로 끝이었다.
파아아아앗!
데이나가 그걸 흡수해서 마나와 융합하였다.
그리고 카자드를 향해 빛을 쏘았다.
“크으으으!!”
카자드의 신음이 점점 더 격렬해졌다.
“지금이다!”
“씨발, 죽어라 좀!”
시험자들도 일제히 사력을 다해 총공세를 펼쳤다.
쩌저적! 쩌어억!
검은 장막에 균열이 점점 깊어졌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크윽!”
실프가 쏜 탄환에 의해 검은 장막이 부서져 버렸다. 그냥 탄환이 아니라, 실프의 힘까지 실린 일격이었다.
“카자드!”
나는 고함을 지르며 카자드에게 돌진했다.
카자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카자드를 와락 끌어안았다. 빠져나갈 수 없도록 강하게 붙들었다.
“……이제야 끝이 났구나.”
내 귓가로 잠시 온전한 이성이 돌아온 카자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융합된 카사의 힘으로 불꽃을 있는 대로 일으켰다. 남은 소환 시간을 모조리 퍼부은 최후의 공격이었다.
불길이 카자드와 나를 휘감았다.
불기둥이 생명의 나무처럼 하늘까지 뻗어 올라갔다. 우리는 함께 끝없이 타올랐다.
영원할 것처럼 긴 시간 동안, 그렇게 나는 불타올랐다.

***

“이 독한 연놈들!”
라만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
만신창이가 된 리창위는 치를 떨며 눈앞의 남녀를 노려보았다.
헤이싱과 여자 시험자 또한 적개심에 타오르는 표정이었다.
헤이싱 또한 만신창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리창위는 헤이싱의 침투경에 연속으로 얻어맞아 체내 장기가 뒤틀리는 듯한 내상을 입었고, 헤이싱은 아예 왼팔이 잘려 나간 채였다.
하지만 차이점은 명확했다.
리창위는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헤이싱은 그게 없었다.
그오오오오!
헤이싱은 남은 오른편 주먹에 모든 오러를 전부 실었다.
극도로 집약된 오러 피스트가 리창위를 섬뜩하게 했다.
‘저런 미친, 이러다 죽는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헤이싱은 방어를 전혀 하지 않고 오직 공격만 했다. 여자 시험자의 보조 마법이 없었으면 침착한 리창위의 반격에 벌써 쓰러졌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헤이싱은 마지막까지 망설이지 않고 함께 죽는 극단적인 동귀어진을 택할 수 있었다.
리창위는 공포를 느꼈다.
‘다시는 죽고 싶지 않단 말이다!’
리창위는 어린 시절부터 무술을 연마했고, 그 재간을 갱단의 깡패 노릇으로 활용했다.
너무나도 가난하게 살았던 탓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영혼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모았지만, 끝내 총을 맞아 허망하게 죽고 말았다. 지난 삶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 버린 비참한 말로였다.
때문에 리창위는 천사의 제안에 따라 시험자가 되었다. 자신의 노력을 비웃는 듯한 인생의 허망함과 절망, 그것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난 죽을 수 없단 말이다! 두 번씩이나 뒈진 너희 같은 연놈들과 달리 말이다!”
그 외침을 신호로 헤이싱이 뛰어왔다. 거의 몸을 던진 듯한 최후의 공격이었다.
리창위는 악에 받쳤다.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반드시! 반드시!’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파앗!
옆에 생성된 낡은 문.
그것은 시험의 문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시험의 문을 본 리창위는 정신이 멍해졌지만, 피부를 따갑게 찌르는 헤이싱의 살기(殺氣)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시험의 문이 사라지고, 헤이싱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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