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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1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11화

111화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2)

 

 

 

***

 

국경에 인접한 프레하 제국의 브뜨아 요새.

여름에 벌였던 전쟁에서 허무하게 점령된 엘튼 제국의 베링 요새와는 삼일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물론 일반 보병의 이동 속도로 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엘튼 제국의 요새와는 목적성이 다르다.

우리의 요새가 적의 침략을 원천봉쇄하는 거라면, 프레하 제국의 요새는 신경을 건드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브뜨아 요새를 그냥 지나치면 뒤에 따라붙어 후방을 괴롭힐 테니까.

4만이 넘는 병력을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

뭐하러 왔느냐고?

영주로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온 거다.

수류탄의 성능도 시험할 겸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학살하겠다는 게 아니라,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게 목적이라고 할까?

실제로는…

군량을 훔치러 온 거다.

자국에서 돈을 주고 사오는 것도 좋겠지만, 공짜로 얻을 수 있는데 굳이 돈을 쓰는 것도 우습잖아?

프레하 제국 병사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것도 엄연한 전투…

흠, 흠!

아무튼, 전투다!

물론 적들도 이번 전쟁에서 내가 아공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알고 있으니, 티 나게 훔칠 생각은 없다.

변명 같지만, 이곳에 넘어온 것은 적의 동태를 살피려는 목적도 있다.

 

스스슷! 스슥!

 

소리가 나지 않게 브뜨아 요새에 접근했다.

성의 외벽 위로 걸어 다니는 경계병들의 모습이 보인다. 외벽 곳곳에 불을 밝히고 있었다.

겨울이라 추위에 견딜 수 있게 하려는 배려인 듯도 싶지만, 성 주변을 밝히는 게 목적인 것 같았다.

외벽이 높아서 의미가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당장 나만 해도 외벽 밑에 자리를 잡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외벽 위에 불빛이 외벽 하단까지 비추길 바라는 게 무리다.

멀리서 보았을 땐 ‘좀 크네?’ 수준이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새라 당연히 클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잠입을 위해서 검은 옷을 입고 얼굴에도 두건을 둘렀다. 잠입해서 군량을… 아니 그건 부수입이고, 기밀 서류를 훔칠 생각이다.

놈들이 전쟁배상금을 띄엄띄엄 갚기로 했다고 들었다. 프레하 제국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서라는데…

나는 믿지 않는다.

패잔병을 모아서 아이언 영지를 공격하려던 놈들은 전혀 궁핍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 귀하다는 아공간 마법이 걸린 마법 가방까지 보급 물자를 보관하는 데 사용할 정도.

마법 가방의 아공간은 크로노스의 아공간에 비교했을 때 형편없는 성능이긴 했다. 내공소모가 최소 두 배 이상은 되는 듯 했으니까.

어쨌거나!

그런 비싼 물건을 사용하는 놈들이 돈이 없다?

웃기는 소리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부터 든다.

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면서 거대한 벽돌 틈바구니에 손가락을 얹으면서 외벽을 기어올랐다.

무지하게 높다.

한국의 건물로 따지면 대략 6층 높이의 건물?

그런 곳을 맨손으로 오르는 중이다.

예전과는 육체 능력부터가 달라진 상태.

이런 높이의 외벽을 오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림 세계로 따져도 절정 고수의 경지를 넘어선 상태니까.

능숙하게 두 팔과 두 다리를 움직이면서 빠른 속도로 외벽을 타고 올라갔다.

 

스슥! 스스슥!

 

외벽 위로 올라서기 직전에 멈춰 서야 했다.

 

저벅, 저벅, 저벅…

 

“지기미… 피곤하군그래.”

 

“누가 아니래? 하여간 윗대가리들은 사람 귀찮게 하는데 뭐 있다니까.”

 

느릿하게 걸으면서 경계병이 툴툴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숨을 죽이고 외벽에 매달렸다. 놈들을 해치우는 건 최악의 방법이다.

소란이 일어나면 귀찮아 질 테니까 말이다.

 

“교대 시간이 언제지?”

 

“순진하긴… 그 인간들이 교대해 줄 것 같아?”

 

“망할 자식들! 더러워서 빨리 고참이 되든가 해야지, 힘들어서 살겠어?”

 

“억울하면 일찍 들어오지 그랬냐?”

 

“에이, 더러운 군생활.”

 

경계병들이 주거니 받거니 고참의 흉을 보면서 지나갔다.

세상 참…

어딜 가나 군대라는 건 비슷한 모양이다.

놈들이 지나갔음에도 안심할 수 없다. 경계를 서는 병사들은 그들만이 아니었으니까.

듬성듬성 놓인 철제 구조물의 화톳불을 피해서 외벽을 타고 올라왔기에 적병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어둠을 최대한 이용하는 편이 발각의 위험성을 줄이는 길.

외벽 위로 슬쩍 눈만 내밀어 주변을 훑었다.

기감을 넓혀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는 걸 파악한 다음이다. 그러나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다.

다행스럽게도 경계병이 교차해 지나가는 바람에 내가 있는 방향을 보는 사람이 없다.

 

사사삭!

 

재빨리 외벽 위로 이동해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일단은 어둠이 짙은 곳에 몸을 숨겼다.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아무렇게나 이동했다간 더 튀어 보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고개를 돌려 브뜨아 요새의 내부를 살폈다.

무척이나 넓다.

어지간한 작은 도시를 통째로 옮겨 온 듯한 모습.

이러니 4만 명의 병력을 수용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겠다. 듬성듬성 불이 밝혀진 것을 보니, 안쪽에도 병사들이 경계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요새의 중앙에 높이 솟은 탑 형식의 건물.

다른 건물과 차별화 된 것으로 보아, 저기에 사령관급 인물이 지내고 있을 것 같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왔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무모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 수류탄 몇 개 던진다고 해서 티도 안 날 거다.

좋아!

수류탄으로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계획은 일단 보류.

놈들의 기밀 서류와 군량을 훔치는 것으로 목적을 정했다.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긴 하니까.

놈들이 내일 아침에 당황할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넓은 요새라면 병사들의 배급을 책임지는 식당도 여러 곳일 터.

그중에서 한군데만 털어도 상당한 양의 식재료를 얻을 수 있을 터다.

비싼 것만 쏙쏙 털어먹어 볼까?

 

***

 

“응? 뭔가 좀 이상한데? 뭐지?”

 

배가 툭 튀어나온 병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레주르! 뭐해! 빨리 나와서 수프 끓여야 할 거 아냐!>

 

“예! 예! 금방 나갑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병사가 화들짝 놀라서는 감자가 든 바구니를 들고 후다닥 뛰어 나갔다.

 

“휘유…….”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빙그레 웃었다.

식재료 창고에 걸렸던 고기만 싹쓸이해서 담았다.

나머지 식재료야 굳이 챙길 필요가 없다. 괜히 아공간의 부피만 차지하니까.

뭐니뭐니해도 비싼 건 고기지!

 

“…….”

 

입맛이 쓰다.

프레하 제국에 대한 전쟁이니… 빅엿을 먹이겠다느니…

그렇게 자위해도 결국은 좀스럽게 도둑질이나 하는 거잖아?

우이 씨!

프레하 제국 놈들의 식재료 창고를 털면 기분이 삼삼할 줄 알았는데 왠지 우울해진다.

이런 기분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좋아!

제대로 된 일을 하러 가봐야겠다.

시간이 많지도 않은 상황이니까.

도둑질이나 했다는 더러운 기분을 털어 내려면 놈들의 기밀 서류를 챙겨야겠다.

훔친다는 행위는 같지만, 기밀 서류를 빼돌리는 건 정당한 첩보전이니까.

그래,

정당한 첩보전이라면 이 더러운 기분을 날려 버릴 수 있을 거다.

이왕이면 이곳 사령관이라는 놈을 협박해서 직접 따끈따끈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고.

결정하는 것과 동시에 실행에 옮겼다.

아까 창고에 들어왔던 창문을 이용해서 다시금 밖으로 기어 나왔다.

태양이 뜨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경계하는 병사들이 몇 명씩 짝을 지어 요새를 돌아다니기는 한다.

그러나 엘튼 제국과 휴전협정을 맺은 탓인지, 경계 임무를 맡은 병사들에게서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비룡보법을 사용해 순찰하는 병사들을 피해 가면서 이동했다.

목표는 요새 중앙에 세워진 사령탑.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다는 건 좀 찜찜하지만, 경계병들이 근무를 서려고 붉을 밝혀놓았을 확률이 높다.

마침내 중앙의 사령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확실히 다른 장소보다는 병력의 배치가 많다.

그러나 상관없다.

허락받고 안으로 들어갈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없으니.

외벽을 타고 넘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사령탑의 거대 벽돌 틈새에 손가락을 얹었다.

우선은 기감을 넓혀 사령탑 안에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이 있는지 그것부터 살폈다.

 

‘소드 익스퍼트 상급 하나와 중급 하나에… 음… 이건… 하급? 둘?”

 

사령탑에서 마나의 기운을 품은 인물은 모두 넷이었다.

나를 상대할 만한 사람은 없다.

전부 한꺼번에 덤빈다고 하더라도 내가 위기에 빠질 일은 없겠다는 판단이 선다.

망설일 것도 없이 위로 기어올랐다.

아직 동이 트려면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다.

뭔가 은밀한 작업을 하기엔 아주 좋은 시간대다.

7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사령탑의 가장 꼭대기 층으로 이동 중이다.

내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최대한 감춘 채로 기감을 퍼뜨려 사령탑을 탐색한다.

그 결과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게 7층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불빛조차 없는 어둠이 들어찬 사령탑의 7층.

휑하게 뚫린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병사들이 경계를 서는 인기척이 느껴졌던 건 5층까지.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존재가 위치했던 곳은 6층이었다. 중요한 정보가 있는 것도 6층이라는 얘기.

기척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대화하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온다.

6층의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지 않다는 건 이미 짐작했던 일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놈들은 회의실 같은 곳에 모여 있는 것이다. 나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 프레하 제국에서 보낸 서류들을 챙겨 떠날 생각이다.

 

<… 적어도 2만 이상의 영혼이 필요합니다.>

 

<너무나 소모적이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싶은데…>

 

“……!”

 

다른 방으로 이동하려던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익숙한 음성.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프레하 제국의 브뜨아 요새에서 익숙한 음성의 소유자가 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말씀드렸던 것처럼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다시 전쟁을 일으키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 나 역시 당장 베링 요새를 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네 하지만…>

 

“……!”

 

다른 방으로 이동하려던 나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서류 따위보다 더 굉장한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귀를 기울이게 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자꾸 익숙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젊은 듯 하면서도 나이 든 사람처럼 느껴지는 특이한 억양.

마치 연기 못하는 젊은 사람이 노인의 억양을 흉내 내면 저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네르바 자작령… 아니, 이제는 아이언 남작령이 되겠군요. 그곳이 가장 위치가 좋습니다.>

 

<거기가 가장 알맞은 곳이기는 하지. 나 역시 그곳에 볼일이 있다는 걸 잘 알 걸세. 그러나 최소 반년 정도는 시간이 필요해. 적어도 부족한 기사 전력은 보충해야 하지 않겠나.>

 

익숙한 음성의 사내가 조금은 들뜬 듯한 음성으로 그렇게 말했다.

 

“……?”

 

의아한 생각이 든다.

분명히 이번에 벌어진 제국 전쟁으로 프레하 제국의 기사 전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도 익숙한 음성의 사내는 반년이면 기사 전력을 회복할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의문스러운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네르바 자작령’을 거론하고 있으니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가 영주로 있는 ‘아이언 영지’의 옛 이름이 그거였으니까.

어쩌면 이들의 얘기를 엿듣는 것이 기밀서류 따위를 챙기는 것보다 더 영양가 있을 듯 싶기도 하고 말이다.

 

스윽!

 

몇 계단 더 내려가 귀를 기울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서 전쟁에 대비해…>

 

<잠시만, 잠시만 말을 멈추게 아직 할 얘기가 남았다네.>

 

<말씀하십시오.>

 

뭔가 중요한 얘기가 나올 것 같았는데, 익숙하게 들리는 음성의 주인공이 말을 막는다.

하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어떤 얘기를 하든 조금 전에 들었던 전쟁 관련 얘기보다는 중요도가 덜할 터다.

물론 세부 계획까지 들으면 더 좋겠지만, 그거야 시간이 해결해 줄 일.

그저 귀를 잘 열어 두고서 저들이 하는 얘기를 엿듣는 것에 집중하면 될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뭐냐 하면 말일세…>

 

익숙한 음성의 주인공이 말을 길게 늘인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건지 호기심이 생긴다.

 

“네 놈이 누구냐는 거다!”

 

“……!”

 

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 소리도 못 하고 눈만 크게 떴다.

길게 말을 늘이던 익숙한 음성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며 내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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