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3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9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3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6화
‘영주님은 마법을 배우신 적이 없으신데…….’
검사라고 해서 심장에 마나가 쌓이지 말라는 법은 없었지만 위드와 같은 경우는 대륙 역사를 통틀어 찾아봐야 할 정도로 드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나를 쌓는 방법부터 사용하는 방법까지 마법사와 검사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처음부터 마나를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깨우쳐야만 한다.
즉, 그것이 마법사로서의 필수 재능이었다. 또한, 마법사는 심장에 마나를 쌓음으로써 자신의 심장 박동을 통해 마나량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검사는 단순하게 신체를 단련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의 마나를 몸속에 쌓는 것이다.
즉, 신체의 특정 부위가 발달할수록 자연의 마나를 받아들이는 속도나, 그 양이 증가하며 자연스럽게 그곳에 마나가 쌓여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검사들은 심장에 마나가 쌓이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심장에 마나를 쌓는 마법사는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극히 희박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영주님께서 엄청난 마법을 펼쳐 몬스터들을 한꺼번에 땅 속으로 묻어버리셨다고 하더군요.”
마로크가 눈을 찌푸렸다.
“성 내에 그 소문이 얼마나 퍼지고 있나?”
“프레타 영지의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이번에 영주님께서 네드벨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셔서 마법을 배우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네 생각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마로크의 되물음에 코니우가 슬쩍 웃었다.
“제가 마법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알고 있겠습니까. 하지만, 마법이 얼마나 어려운 학문이며, 일부 선택받은 인간이 아니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익힐 수 없다는 것만큼은 알고 있습니다. 또, 일 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배워서 영주님이 펼치신 대단한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알고 있습니다.”
마로크는 말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말을 해두었지만 아무래도 어렵군. 자네도 각별히 조심하도록 하게. 자네도 영주님과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던가?”
“물론입니다.”
대답을 한 코니우는 다정한 눈빛으로 잠들어 있는 위드를 바라봤다.
“고작 다섯 살밖에 안된 영주님은 무릎이 다 깨져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는데도 이를 꾹! 물며 참았었죠. 다른 아이들이었다면 죽는다고 울며 난리를 쳤을 일인데도 말이죠.”
마로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위드를 바라봤다.
“자네는 영주님의 왼쪽 팔과 심장에 새겨진 것들을 보았으니 알 것이네.”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들을 보지 않았다면 제가 영주님의 심장으로 모여들고 있는 이질적인 기운들이 마나라는 것을 추측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처럼 영주님이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마법을 배워오셨다고 철썩 같이 믿었을 것입니다. 하하하.”
밝게 웃는 코니우.
‘그것들로 인해서 영주님의 심장에 마나가 쌓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마로크는 위드의 왼쪽 팔에 새겨진 알 수 없는 마법문신들로 인해서 마나가 심장으로 쌓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여겼다. 마법문신은 몸의 마나가 아닌 대기 중이 마나를 움직여 마법을 발현시킨다. 그렇기에 마법에 대해서 모르는 자, 마나를 전혀 지니지 않은 자들도 마법문신만으로도 마법을 펼치는 것이었다.
“영주님께서 어떤 계기로 트랜트 아머와 마법의 힘을 얻으셨는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선 안 된다는 것이네. 그 사실이 알려지면 영주님은 더 이상…….”
“마로크 님,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프레타 영지 사람들이 몬스터들의 위협을 견뎌내며 이곳에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영주님과 마로크 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항상 저희를 지켜주시고 계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거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어 영지에 도움이 되진 못하지만 무엇이 우선인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습니다. 영주님의 능력이 대단하니 다른 영지에도 널리 알려달라고 등을 떠밀어도 사람들은 절대 입도 뻥긋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순간…… 영주님을 잃게 될 것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조금 이기적인 생각입니다만 어쩌겠습니까? 다 살기 위함인데.”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는 코니우의 모습에 마로크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영주님은 잘 알고 계시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프레타 영지 사람들이 함께 키워주고, 지켜주었다는 것을. 그래서 영주님은…… 결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네.”
“그렇습니까? 이거 전혀 몰랐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다섯 살 먹은 영주님이 무릎이 깨져 피가 나오는데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참고 견뎌내서 얼마나 독하다 생각을 했던지! 하하하!”
“자네…… 지금 그 말이 귀족 모독죄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거 알고 있나?”
“취소하겠습니다, 취소!”
코니우의 말에 마로크는 희미하게 웃었다.
다른 영지라면 결코 볼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마로크의 말대로 귀족 모독죄로 그 자리에서 목이 베어질 만큼 위험천만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1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몬스터로부터 서로를 지키며 살아온 그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벌컥-!
우당탕탕!!
“가, 가르시아 니이임!!”
방문을 부셔버릴 듯 열기가 무섭게 나자빠지면서도 목이 터져라 목소리를 높이는 40대 중반의 남성.
“허!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그렇게 소란을 피우는 건가?”
60대 후반의 마음씨 좋아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넘어져서 다치지는 않았냐는 듯 걱정스런 눈으로 남성을 바라봤다.
“트, 특급! 아, 아니! 특특특특급정보입니다!!”
“특급정보?”
노인의 눈이 번뜩였다.
특급정보는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귀중한 정보였다. 특급정보를 언제 받아봤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니 노인으로서는 눈을 번뜩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침착하게 말을 해보게.”
그제야 남성, 슈란츠 그린이 호흡을 고르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을 하는 그의 음성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방, 방금 들어온 정보인데 고, 고대 마도 제국의 마도사의 마법 주문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
슈란츠 그린의 말에 노인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되물었다.
“고, 고대 마도 제국 마도사의 마법 주문이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화, 확인은 해봤나?”
“분명히 확실한 마법 주문이었습니다! 믿기 힘들어하실까, 여기 가져왔습니다!”
노인은 슈란츠 그린이 내미는 한 장의 종이를 빼앗듯이 낚아챘다. 그리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종이에 쓰인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종이의 글들을 읽어 내려가는 노인의 얼굴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기쁨과 감동이 얼버무려져 있었다. 종이의 글들을 모두 읽고 난 후에야 노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어디서 온 정보인가?!”
“그것이…….”
***
“영주님, 마법사 길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틀 안으로 길드장이 직접 온다고 하였습니다.”
마로크의 보고에 위드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금액을 제시하실 생각이십니까?”
위드는 마로크를 바라봤다.
“마로크 아저씨는 제가 제시할 금액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세요?”
“솔직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뭐.”
“영주님?”
위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쪽에서 주지 못하겠다고 하면 우리도 주지 않으면 그만이에요. 어차피, 우리는 마법사 길드가 아니더라도 연탑과 거래를 할 수 있으니까요.”
마로크는 위드가 저런 생각을 갖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정말로 이젠…… 영주님도 다 크셨군요.’
이제는 더 이상 위드를 어린아이로만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해짐과 동시에 너무나도 믿음직스러웠다.
위드는 정신을 잃은 지 4일이 지나서야 깨어났다.
그리고 위드가 깨어나고 나서야 마로크를 비롯한 프레타 성의 수뇌부들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들을 수 있었고, 모두가 환호했다.
트랜트 아머, 대단한 위력의 마법문신, 고대 마도 제국 대마도사 칸의 마법과 연금술. 특히, 마법과 연금술을 각각 마법사 길드와 연금술사의 탑에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프레타 영지의 병력이 수십 배로 증가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위드는 가장 먼저 마법사 길드에 4클래스와 5클래스 마법 주문 일부를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마법 주문과 그 외의 마법 주문을 조건으로 거래를 신청했다.
500년 만에 나타난 새로운 마법 주문이었으니 마법사 길드의 반응은 당연했다. 아직, 연금술사의 탑에 거래를 신청하진 않았지만 그들 역시도 마법사 길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영주님, 피에나 양께서 깨어나셨습니다.”
“그래요?”
문 밖에서 들려온 음성에 위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 그럼.”
가볍게 목례를 하고 마로크가 영주실을 나가자 위드 역시도 서둘러 영주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무려 8일 만에 깨어난 피에나를 만나기 위해서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아직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위드, 어딨어? 위드에게 갈 거야.”
방 안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위드는 급히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피에나!”
“위드!”
아직 완벽하게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피에나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위드를 찾아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시녀가 말리다가 위드가 나타나자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피에나는 위드를 향해서 걸어가다 이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피에나!”
위드가 서둘러 피에나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위드…….”
피에나는 위드의 품에 안겨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둘의 모습에 피에나를 간호하고 있던 시녀가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피에나, 괜찮은 거야?”
위드의 다정한 물음에 그를 올려다보던 피에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히잉…….”
칭얼거리며 피에나가 위드를 꼭 끌어안았다.
이미 위드는 커닝에게 자신이 사라지고 난 후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성을 지켜줘서 고마워 피에나.”
피에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며 위드가 말하자 그녀가 더욱더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피에나는 다시금 잠에 빠져들었다.
아주 포근하고 달콤한 잠을 자는지 피에나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위드는 피에나를 눕혀 놓고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좀처럼 끌어안은 팔을 풀려고 하지 않아 어쩔 수없이 그녀의 곁에 나란히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쌕쌕거리며 잠을 자는 피에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위드도 스르르 눈꺼풀이 감겨 이내 그녀와 나란히 잠이 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