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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68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68화

 

갈큇발 독수리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의 변화에 신기해했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진 발톱으로 바위도 부수며 실험을 했다.
나는 독수리들에게 명령을 내려 갈퀴바람을 이용한 전술훈련을 시켰다.
전술이라고 해봐야 간단한 수준이었다.
원을 그리며 선회하며 한 마리씩 타깃을 향해 갈퀴바람을 날리는 것.
퍼퍼퍼퍼퍼펑―!
초급 5레벨의 갈퀴바람은 바위를 부술 정도의 위력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10마리가 번갈아가며 펼치자 큰 바위가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쿨타임은 1분.
10마리가 1마리씩 번갈아가며 시도하면 다시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쿨타임이 지난다.
그러면 타깃이 완전히 부서질 때까지 무한정 반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는 타깃이 하나일 때 시도하는 전술이었다.
‘적이 다수일 때는 그냥 10마리가 한꺼번에 펼치는 게 좋지.’
단번에 다수를 죽여야 적 무리가 대열이 흐트러지면서 정신적으로도 타격을 받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다수를 적으로 상정한 전술훈련도 따로 시켰다.
쐐기꼴 대형을 한 갈큇발 독수리들이 일제히 갈퀴바람을 날린다.
퍼퍼퍼퍼퍼펑―!
열 가닥의 칼바람이 대지를 헤집어놓았다.
이어서 갈큇발 독수리들은 그대로 돌진하여서 두 발을 뻗어 적을 각각 한두 마리씩 짚어 올린다.
원거리 공격 후 곧바로 근거리 공격으로 이어지는 패턴이었다.
레드 에이프나 라이칸스로프처럼 그리 세지 않은 무리는 이 전술 공격만으로도 30여 마리 이상은 사살할 수 있었다.
‘어라?’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시험을 치르는 동안 갈큇발 독수리들은 사냥을 다니게 하면 어떨까?
100카르마짜리 아이템백 하나를 목에 걸어줘서 마정을 모으게 하면?
손쉽게 사냥할 수 있는 괴물을 잡아다가 마정을 모으게 한다면 돈벌이가 쏠쏠할 터였다.
아니, 사실 돈벌이는 별로 문제가 아니다. 수천억이 있는 내가 이제 와서 마정 사냥이나 하겠는가?
다만 이곳 현실세계에서는 각국의 기관들이 마정을 확보하려고 안간 힘을 쓰는 상황이었다.
한국아레나연구소도 아레나의 동물을 목축해서 마정을 대량으로 얻으려면 많은 시일이 필요했다.
목축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이런 식으로라도 많은 마정을 공급해 주는 것도 좋겠지 싶었다. 물론 정당한 가격을 받고 팔아야지.
독수리들은 이동속도도 매우 빠르고 시력도 좋아 괴물들을 더 잘 찾아내니, 단순한 마정 사냥이라면 시험자보다도 훨씬 효율이 좋았다.
그러다가 내가 갈큇발 독수리들의 도움이 필요해지면, 바로 이 스킬이 있다.

-콜(합성스킬): 동물을 곁으로 소환됩니다. 동물이 어디에 있든 소환 가능합니다.
*조건: 동물이 사용자를 주인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어디에 있든지 내 옆으로 부를 수 있는 스킬!
마정을 모으게 하다가 필요해지면 이 콜 스킬로 부르면 그만이었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차지혜에게 들려주었다.
이제 우리는 부부 같은 사이가 되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 상의를 하게 되었다.
물론 주로 내가 차지혜의 의견을 구하지만. 그녀는 똑똑해서 늘 현명한 답을 주니까 말이다.
“좋은 생각입니다.”
차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찬성해주었다.
“특히 독수리들에게 아이템백을 하나 준 게 좋습니다.”
“그래요?”
“사냥해서 얻은 마정을 보관하는 용도뿐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응용을 할 수 있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과 물건을 주고받을 때 유용하고, 크게 본다면 전쟁이 벌어졌을 시에도 아주 빠르고 안전한 보급로가 생긴 셈이니까요.”
“아……!”
역시 차지혜!
그녀는 내가 생각 못했던 아이디어까지 내놓는다.
차지혜의 의견대로였다.
난 전쟁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군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보급선이라고 들었다.
군량과 물자를 꾸준히 공급받아야 하므로, 군대는 무리한 진군을 하지 못한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정복하지 못했던 것도 보급 문제였고, 반면에 칭기즈칸 시절 몽골군대는 휴대식량을 들고 다니며 보급 없이 몇 달간 싸울 수 있었기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갈큇발 독수리들을 보급에 사용한다면, 군대가 오지에 처박혀 있어도 빠르게 보급을 받을 수 있다.
하늘을 빠르게 나는 독수리들이 아이템백에 식량을 한가득 넣어 가져올 수 있으니까.
아이템 백팩을 주면 더 많이 가져올 수 있겠지.
중간에 내가 콜로 부르면 더 빨리 돌아올 수도 있으니 더 빨라지겠군.
이건 뭐 오토바이 퀵 서비스보다 더 신속하겠군.
만약에 아만 제국과 끝내 전쟁까지 벌어진다면, 이점을 이용해서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급 부대가 따로 필요 없으니 병력을 전부 온전히 전투요원으로 투입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죠?”
“아레나는 교통수단이 현실세계처럼 좋지 못합니다. 군대 병력의 3분의 2 이상은 보급부대로 편성해야 제대로 운영이 가능해지지요. 보급부대를 따로 편성할 필요가 없어지면 병력이 3배로 늘어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더욱 확신이 들었다.
내게 남겨진 카르마는 250뿐이었다.
일단은 100카르마짜리 아이템백 2개를 구매했다.
아레나로 가면 독수리들에게 이걸 줘서 마정을 보관하거나 배달을 시킬 생각이었다.
여차하면 차지혜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 백팩도 있고.
‘갈큇발 독수리들을 이용한 배달 방식도 생각해 보자.’
나는 곰곰이 구상해 보았다.
예를 들어 울펜부르크 백작가에 있는 오딘에게서 물건을 받아오는 일을 시켰다고 쳐보자.
일단 독수리를 보낸다.
그리고 독수리가 도착해서 오딘에게서 물건을 받으면, 난 콜 스킬로 독수리로 불러들인다.
배달 완료.
독수리가 도착해서 물건을 받았는지는 교신기로 오딘과 연락하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교신기가 없다면 어떨까?
그럼 내가 콜 스킬을 쓰지 못한다.
괜히 콜 스킬로 불렀다가 아직 물건도 못 받았으면, 다시 처음부터 독수리를 보내야 한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그럴 때는 독수리 2마리를 보내기로 했다.
이제 됐겠지, 싶을 때 그중 한 마리를 콜 스킬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소환된 독수리에게 물어봐서 물건을 받았으면 다른 독수리도 마저 콜.
역시 배달 완료.
심지어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사람에게도 독수리를 보내는 게 가능했다.
바로 이 스킬이 있기 때문이었다.

-동물추적(합성스킬): 동물에게 추적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냄새를 인식하면 타깃이 어디에 있든 추적이 가능합니다.
*조건: 동물이 사용자를 주인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찾아가야 하는 대상의 소지품 따위에서 냄새만 인식시킬 수 있다면, 독수리들을 보내서 찾아가게 할 수가 있었다.
“어라? 생각해 보니 유지수와 차진혁을 그냥 독수리 보내서 데려오면 되겠어요.”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데 그게 가능합니까?”
“동물추적 스킬이 있어요.”
동물추적 스킬에 대해 설명해 주자 차지혜가 말했다.
“그렇다면 시험 전에 두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십시오.”
“그래요.”
그렇게 우리는 사금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서 부천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유지수와 차진혁에게 연락을 넣었다.
마침 두 사람은 부천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또 TUK의 습격을 받을 까봐 부천에 있는 호텔에서 지냈다는 것이었다. 여차하면 내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거리였다.
때문에 내가 보자고 하자 바로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대비해서 차지혜가 자연스럽게 요리를 준비했다. 마침 닭을 몇 마리 사놨다면서 삼계탕을 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맛있는 냄새가 폴폴 풍겼다.
다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시험자(체력보정)였으므로, 양은 넉넉하게 준비하는 듯했다.
‘생각해 보니 난 참 나쁜 남편이네.’
집에 있을 때 나는 가끔 하는 대련만 아니면, 늘 소파에 누워 뒹굴거나 차지혜에게 가서 치근(?)거릴 뿐이었다.
한 번도 집안일을 도와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청소는 내가 했지만, 그마저도 실프에게 한 마디 해서 먼지를 모아 버렸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차지혜는 잔소리 하나 없이 요리도 빨래도 전부 해줬으니!
난 문득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차지혜가 있는 부엌에 쪼르르 달려갔다.
“제가 뭐 도와드릴 게 있나요?”
“없습니다.”
“도와주고 싶어요.”
“필요 없습니다.”
단호한 말투.
근데 냉담한 태도가 아니라 원래 저런 말투라는 점이 신기한 여자였다.
“제발 돕게 해주세요.”
나는 비굴하게 부탁해 보았다.
차지혜는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식탁 의자를 가리켰다.
“그럼 여기 앉아 보십시오.”
“네.”
나는 냉큼 식탁 의자에 앉았다.
“방해하지 말고 거기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요리를 하는 차지혜였다.
“…….”
“…….”
나는 계속 불만스러운 눈으로 차지혜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차지혜가 돌아보았다.
“뭐 문제라도?”
“왜 제 도움을 무시하세요?”
“남자가 부엌에 드나드는 것 아닙니다.”
헐, 우리 엄마한테서도 듣지 못한 말이었다.
“제 동선에 방해되니 그냥 TV 보며 노십시오.”
“그럼 빨래할까요?”
“이미 했습니다.”
“그럼 어깨 주물러드려요?”
“……왜 굳이 도우려고 하십니까?”
“혼자 고생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서요. 제가 나쁜 남편 같잖아요.”
그러자 차지혜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보일락 말락 했다. 오랫동안 함께 곁에서 지켜본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돈 많고, 능력 있고, 외박도 안 하고, 말썽 안 피우고, 청소도 하는 남편의 어디가 나쁩니까?”
“음?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러네.
“듣고 보니 저 정말 끝내주는 남편이었네요.”
“예, 나쁘지 않으니 가서 TV나 보며 노십시오.”
“네.”
시키는 대로 나는 거실로 갔다. 말도 잘 듣네. 난 역시 좋은 남편이야.
그런데 가다 말고 나는 뒤돌아서 차지혜에게 말했다.
“근데 방금 저더러 남편이라고 한 거 맞죠?”
“아닙니다.”
“에이, 맞잖아요. 좋은 남편이라면서요.”
“아닙니다.”
“맞는데 거짓말 하시네. 실프, 내 말이 맞지?”
-냥!
소환된 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봐요, 맞대잖아요.”
“착각입니다.”
나는 다시 부엌으로 달려가 차지혜에게 치근대기 시작했다. 음, 역시 아주 좋은 남편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날 저녁에 유지수와 차진혁이 놀러왔다.
두 사람은 우리 집에 들어온 뒤에야 안심했다는 듯 긴장을 푸는 눈치였다.
“뭐, 전쟁 하다 오셨어요?”
내가 물었다.
차진혁이 인상을 썼다.
“어딜 가도 방심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에휴, 우리 오늘 여기서 자고 가도 돼? 지혜 언니, 둘이 신혼인 건 알지만 하루만 부탁해요.”
“신혼 아닙니다.”
“에이, 하는 꼴이 딱 신혼인데요 뭐. 아무튼 허락해 줘요, 네?”
“신혼 아닙니다. 그리고 허락하겠습니다.”
“깔깔, 거봐요. 현호 집인데 자기 집인 것처럼 허락했잖아.”
그 말에 차지혜도 당했다는 듯 흠칫하는 기색이었다.
“실은 아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이죠.”
내가 또 아까 전의 일을 갖고 놀리려 하자 차지혜의 얼굴에 붉은 기색이 감돌았다. 놀리려다가 그냥 관뒀다.
“아무튼 며칠만 신세 질게요.”
이봐.
아까는 하루만이라면서?
신혼집에서 이 무슨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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