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65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65화
연구소 안에서 우리는 더 협의를 했다.
주로 임철호 소장과 맥런 회장이 협상했는데, 영어로 열띤 대화를 하는 것을 차지혜와 데이나가 통역해 주어서 간신히 대화의 흐름을 이해했다.
요지는 아레나에서 짐승을 가져다주는 대신에 대가를 얼마나 줄 수 있느냐다.
우리는 말로만 하는 협력 관계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
맥런 가문 측이 보유한 시험자들이 확실하게 공략파로 돌아섰으면 하는 것이었다.
임철호 소장은 그밖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마정 응용 기술을 보유한 맥런 가문과 기술 제휴를 옵션으로 챙기길 원하는 듯했다.
임철호 소장이 진성그룹 측의 인사라 더욱 그런 면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듯했다.
이야기를 듣던 차지혜가 나직이 내게 들려주었다.
“협상이 조금씩 진전되고 있습니다. 맥런 가문이 전자기기 분야에 한하여서 진성그룹에 필요한 마정 응용 기술을 제공해줄 용의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쉽게요?”
“맥런 가문은 주로 자동차와 항공, 선박에 집중하고 있어 IT 전자에 주력하는 진성전자와 분야가 겹치지 않습니다.”
하긴, 그도 그렇구나.
요즘은 자동차 등에도 IT 기술이 들어가니 서로 협력하면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기도 하겠지.
“그렇게 기술 제휴가 이루어지면 당연히 현호 씨도 진성그룹에 대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야 당연했다.
아레나의 짐승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나다.
그로 인해 기술 제휴로 진성그룹이 이득을 본다면, 마땅히 그 대가를 나에게도 지불해야 한다.
‘뭐, 사실 돈은 썩어날 정도로 많고 달리 쓸데도 없지만.’
이미 진성그룹은 정부와 합작하여 목축을 통한 마정 생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사업에서 내 지분율은 4할로 최고주주였다.
그것만으로도 향후 세계 재벌이 될 만한 막대한 부가 들어올 터였다.
딱히 더 욕심은 없지만, 그래도 공짜로 숟가락 얹게 놔두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박진성 회장님한테 뭘 달라고 할까요? 사실 돈은 별로 필요가 없는데.”
“진성전자 지분을 달라고 하십시오.”
“아하, 그게 좋겠네요.”
마침 듣기로 그 영감님, 은퇴설이 돌고 실적 저하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 진성전자의 지분을 많이 확보해 두었었다고 했다.
그러고서는 내 치료로 병이 낫고서 복귀했을 때 주가가 다시 치솟는 바람에 막대한 이득을 거뒀더랬다.
그때 확보한 지분이 많을 테니 내게 약간 떼어줄 정도는 충분하겠지 싶었다.
“소박하게 한 0.5% 정도만 달라고 할까요?”
“그리 소박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뭐, 아무튼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
내 관심사는 이걸로 맥런 가문 측 시험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시험 공략에 나설 것이냐다.
말로만 시험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고 모른 체하면 안 되니까 말이다.
뭔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요구 조건을 걸어야 한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맞은편에 앉아 있는 흑발의 미남자, 데이나 리트린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렸다.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확신이 들었다.
나는 살짝 손을 들어서 발언을 요구했다.
모두들 나를 쳐다봤다.
“저도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쪽이 시험 공략에 힘쓴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나는 아레나어로 말했다.
아레나어를 모르는 임철호 소장에게는 차지혜가 통역해 주었다.
나는 데이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리트린 씨가 다음 시험을 클리어했다는 증거를 원합니다.”
데이나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이윽고 그는 웃으며 맥런 회장에게 내 말을 통역했다.
맥런 회장이 조금 우려가 깃든 얼굴로 뭐라고 말했고, 데이나는 어깨를 으쓱 해 보인다.
“좋습니다.”
데이나는 선뜻 내 말에 동의했다.
“리트린 씨가 시험을 클리어했다는 증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거래를 보류하겠습니다.”
“증거를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시험을 클리어한다면 아마 확실하게 알게 될 겁니다.”
“……?”
데이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5인의 대사제. 그중 두 명을 세상에서 지워 버리겠습니다.”
“……예?”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들 조직이 아만 제국 왕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실 테지요?”
“그렇긴 합니다만…….”
“대사제 두 명이 사라져 버리면 분명히 그 여파를 감지할 수 있을 겁니다. 김현호 씨와 절친한 노르딕의 오딘이라면 이변을 파악하겠지요.”
데이나의 말이 옳았다.
오딘이야 왕실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권력자이니 그런 정보도 빨리 파악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보다는 믿을 수가 없었다.
대사제 다섯 중 두 명을 죽이겠다니.
그 엄청난 호언장담은 무슨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 말씀은 진심인가요?”
“진심입니다.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확실하게 그럴 수 있는 여건에 있기 때문에 약속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을…….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요?”
나는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는 비로소 눈앞에 있는 남자, 데이나 리트린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카르마 총량 세계 랭킹 1위.
굴지의 맥런 회장이 그림자처럼 곁에 둘 정도로 신임하는 사나이.
과연 대사제 둘을 죽이겠다는 약속이 지켜질지 호언장담으로 끝날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허풍을 떠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 더욱 궁금증이 들었다.
대체 어떤 스킬을 얼마나 익히고 있을까? 그는 얼마나 강한 사람일까?
***
맥런 회장과는 그렇게 1차 협의가 끝났고, 더 자세한 협상은 임철호 소장이 전담하기로 했다.
세부적인 협의는 한국아레나연구소와 맥런 연구소가 조율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야 맥런 가문이 우방이 되어서 영국처럼 적이 되지만 않는다면 그걸로 만족이었다.
맥런 연구소 다음은 노르딕 시험단이었다.
그들은 원래부터가 나의 우방이었으므로 그리 많은 협의도 필요 없었다.
노르딕 시험단의 경우, 오딘이 먼저 내게 연락이 왔다.
-마리로부터 얘기를 들었소. 거대한 독수리를 가공간에서 꺼내셨다고 하던데…….
마리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들은 모양이었다.
“예, 그렇지 않아도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리려고 했어요.”
나는 아레나의 가축을 현실세계로 가져와서 사육해 마정을 채취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우리도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두어서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된 거요. 어떻게 안 되겠소?
“물론 되고말고요. 대신 적절한 대가는 필요해요.”
나는 맥런 연구소와도 협의 중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흐음, 우리도 마정 응용 기술을 나름대로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맥런 가문처럼 협상 카드로 내밀만 한 게 얼마 되지 않구려.
나는 잠깐 생각해 보다가 말했다.
“일단은 노르딕 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공근육슈트와 교신기를 한국아레나연구소에 제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알겠소. 어차피 그것들은 당신 덕분에 쓸 수 있는 것이니 얼마든지 제공해 드려야겠지.
“흐음, 그것 말고는 잘 모르겠네요. 한국 정부와 진성그룹도 같이 참여하고 있는 사업이라 그냥 해드릴 수는 없는데…….”
-일단 우리는 아시다시피 그 어느 시험단보다도 시험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소. 한국 시험자들의 시험에도 우리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소. 세계 랭킹을 둘러봐도 우리 측 시험자들이 한국 측보다 강하니 말이오.
그건 그렇지.
노르딕 시험단은 북유럽 국가들의 시험자들이 모두 모인 조직인 데다가, 시험을 클리어하는 데 집중한 탓에 평균적인 시험자들의 역량이 한국보다 훨씬 우수했다.
게다가 미국의 맥런 가문보다 훨씬 믿을 만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데이나 리트린이 내건 약속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이 시험 공략에 얼마나 적극적일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그리고 기초과학분야에서도 우리가 한국보다 우수하오. 그 부분에 대한 제휴를 제안할 수도 있겠구려.
“아무튼 간에 임철호 소장에게 이야기를 해놓을 테니 한 번 협의를 해보세요.”
-그럼 모쪼록 잘 좀 말을 해주시오. 부탁드리겠소.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나는 문득 뭔가가 떠올라서 급히 말했다.
“아, 잠깐만요!”
-왜 그러시오?
오딘이 의아하게 물었다.
“데이나 리트린 아시죠?”
-모를 리가 있겠소?
“맥런 회장과 처음 협의를 할 때…….”
나는 데이나가 대사제 2인을 죽이겠다고 약속한 일을 오딘에게 들려주었다.
-대사제 둘을?
“예, 허풍을 떠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으음, 확실히 데이나 리트린이라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려.
“그래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는 현존하는 시험자들 중 가장 많은 회차의 시험을 겪은 인물일지도 모르오.
“그렇게 젊은데요?”
-그가 카르마를 현금으로 구매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그 엄청난 카르마 총량을 보유한 걸 보면 많은 시험을 클리어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 않소?
“그건 그렇겠네요.”
-알려진 게 워낙에 없어 베일에 싸인 인물이오. 아레나에서도 그를 봤다는 시험자가 아무도 없으니. 메인스킬이 마법 계통일 거라는 추측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소. 하지만 그라면 누구보다도 시험의 최종 목적에 가까워졌겠지 싶소.
“그럼 일단은 믿을 만하다는 거죠?”
-그렇소. 만약에 대사제 둘이 죽는다면 내가 알아차릴 수 있을 거요. 현재 우리 노르딕 시험단의 멤버들이 아만 제국 왕실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니 이변이 생기면 금방 그 낌새를 포착할 수 있소.
“좋아요. 그럼 다음 시험에서 아만 제국 왕실의 동향을 감시해 주세요.”
-알겠소. 아무튼 조간만 한국에서 뵙겠소.
“예.”
통화를 마치고 나는 임철호 소장에게 연락해서 노르딕 시험단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들은 믿을 만한 우군이니 잘 협의하라고 언질을 해놓으니 알았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오딘을 비롯하여 노르딕 시험단 일행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한국아레나연구소를 방문한 그들은 임철호 소장과 협의를 하였다.
나도 차지혜와 함께 참석했는데, 오딘이 신기와 인공근육슈트 등을 보여주었을 때는 전자기기를 수납할 수 있는 가공간 스킬의 또 다른 효능을 임철호 소장에게 밝힐 수밖에 없었다.
유지수와 차진혁 등에게도 인공근육슈트와 교신기를 주어서 아레나에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맺고 싶었기 때문에 결국 밝혀야 했다.
임철호 소장은 나를 빤히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한배를 탄 사이인데, 이런 사실이 있거든 숨기지 마시고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네, 이제 딱히 숨기고 있는 스킬도 없어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아무튼 노르딕 시험단과도 첫 협의는 긍정적으로 이루어졌다.
세부적인 요소의 협의는 한국아레나연구소에 맡기면 되겠지 싶었다.
오딘은 덴마크로 돌아가면서 마리도 강제로 데려갔다.
마리는 돌아가기 싫다고 버둥거렸지만 이내 오딘의 손아귀에 끌려가다시피 하며 한국을 떠났다.
아마도 차지혜와 나를 생각해 준 오딘의 배려이리라.
‘휴우, 이제 좀 편히 쉴 수 있겠구나.’
복잡한 일들도 대충 일단락됐으니, 이제 남은 휴식 기간은 좀 즐기면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