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0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05화
105화 노안 동지(2)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코너 녀석이다.
파이어 버스트 스크롤을 들고 적진에 들어가는 자살 특공대 같은 걸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거든?”
직접 물건을 만들어서 보여 주면 답이 나올 텐데, 말로 설명하기가 난감하다.
이래서 대장장이가 필요한 거다.
완성한다고 해도 굳이 공개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겠죠? 윌슨이 그런 식으로 병사들을 함부로 할 사람은 아니니까요.”
“당연하지.”
자식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
“믿을게요. 그런데 예전에 얘기했던 물건들은 언제 만들어요? 빨리 만들어 보고 싶어요.”
코너가 눈을 빛내면서 날 쳐다본다.
아마도 자동차와 세탁기 같은 걸 만들고 싶다는 얘기인 것 같다.
“아까 얘기 못 들었어? 대장장이가 와야 뭘 하지? 그리고 자동 마차 같은 건 만들지 않는 게 좋아.”
“어? 자동 마차는 왜요?”
“프레하 제국 놈들이 흉내 내서 만들면 골치 아파져. 안전이 확보된 다음에 만들어도 만들어야지.”
“아! 진격이 빨라질 수도 있겠네요.”
“많이 똑똑해졌는데?”
의외다.
이해 못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반쪽짜리라도 마법사는 마법사라는 건가?
인챈트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나는 잘 모른다. 코너 녀석이 하는 걸 보면 그다지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법사라는 존재가 귀하다는 걸 알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있을 뿐.
어쨌거나!
만약, 자동차라는 게 보편화 된다면, 이제까지의 전투와는 궤를 달리하는 현상이 벌어질 터.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한 병사들이 싱싱한 상태로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갈 테지만, 정예 기사 전력만 빠르게 이동시킨다면?
이를테면 우리 엘튼 제국의 소드 마스터인 듀카스 대공과 같은 인물을 적극 활용 한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게 분명하다.
자동차 개발은, 최소한 나의 힘이 원하는 수준까지 강해진 다음에나 생각해 볼 문제다.
만들더라도 외부에 절대로 노출하지도 않을 작정이고 말이다.
“아, 진짜! 저 똑똑하다고 했잖아요.”
“뭐 그렇다 치고, 스크롤 만드는 거 몸에 부담되는 건 아니지? 무리해서 만들 필요까지는 없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 잊지 마라.”
피곤해 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월슨.”
“자식!”
“쓰러지면 스크롤 못 만들까 봐, 그러는 거죠?”
코너가 한쪽 콧잔등을 일그러뜨리면서 입술을 삐죽거린다.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정확하게 정곡을 찔렸으니까.
이 녀석…
진짜로 똑똑해진 거 맞다.
***
다음 날,
“스읍…….”
느리게 들이마시던 호흡을 끊었다.
육체 내부에 들어온 대자연의 기운을 임맥(任脈)을 통해 단전까지 유도하면서 정신을 집중시켰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그리 단순한 작업은 아니다.
끊어질 듯 이어 가는 호흡을 통해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세밀한 작업이다.
너무 호흡에만 의식을 집중해서도 안 되고, 대자연의 기운에만 집중해서도 안 된다. 단전에서부터 인도한 내공의 흐름 또한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
결정적으로 가슴에 박힌 크로노스의 드래곤 하트.
호흡할 때마다 대자연의 기운과 맞물려 유입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불안 요소다.
점점 더 단전에 쌓인 내공이 화(火) 속성으로 변하는 중이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으니 축기를 위한 내공 수련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
단순히 소모된 내공을 보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달픈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고무적인 것은,
단전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팽창할 수 없을 만큼 확장했다는 거다.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 계속 외부의 기운과 크로노스의 기운을 밀어 넣는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
조만간 날을 정해서 제대로 된 수련을 할 생각이다.
“후우우…….”
길게 숨을 뱉으면서 탁기(濁氣)를 배출했다.
나에 대한 전력 강화가 절실하다.
군인의 신분으로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지만, 전쟁에서의 활약으로 인하여 적이 생겨난 상황.
그것도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발루아 공작이 날 노린다. 어제 우리 영지를 노렸던 기사가 ‘앙부아즈 백작’을 운운했을 때, 놈이 연회장에서 마주쳤던 발루아 공작을 호위하던 기사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을 주게 된다.
우두둑!
발루아 공작이 지시했다는 건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따지고 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하의 과잉 충성으로 일어난 불상사라고 해버리면 끝이니까.
입맛이 씁쓸하지만, 나라도 피를 나눈 혈육을 죽인 놈을 앞에 두고서 냉정하긴 힘들 것 같긴 하다.
이해는 되지만 인정할 순 없다.
전쟁터에서 죽고 죽이는 행위에 개인적인 원한까지 덧씌우면 지저분하지 않나?
어차피 명령에 따라 싸웠을 뿐인데 말이다.
정말 제기랄이다!
이렇게 된 이상,
강해지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일.
두렵고 무서운 존재는…
죽여서 없애는 게 가장 깔끔하다.
내가 강해지고 부하들이 강해지면 어떤 적이 우릴 공격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세운 계획이 바로 전력 강화다.
오늘 대장장이가 온다고 했으니 수류탄부터 제작할 예정이다. 단순하면서도 가장 큰 파괴력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현대식 무기들을 여기 세상의 방식에 맞춰서 개발하면 효용성이 대단할 거로 믿는다.
원래는 영지의 기반 시설을 먼저 신경 쓰려고 했다. 하지만 발루아 공작을 만나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영지를 잘 만들었는데, 그게 남 좋은 일이 되어 버리면 배 아파 죽을 것 같으니까.
일단 힘을 갖추는 게 먼저겠지.
<우리가 아이언 영지의 최강 기사다!>
잔뜩 힘이 들어간 시안 녀석의 음성이 고요한 아침을 깨버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날이 밝은 모양이다.
저 녀석은 레이놀드 영지에서 하던 짓을 이곳에서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이래서 습관이 무서운 거다.
기사단장인 시안이 저 짓을 해 버리니,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창밖에 고개를 내밀었다.
어느새 아이언 영지의 기사와 병사가 연병장에 나와 오와 열을 맞추고 있다.
블루드래곤 기사단 역시 어느새 아침 점호에 동참하는 중이다. 처음에야 자존심 때문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소외감을 느꼈던 게 틀림없다.
이제는 자연스레 시안의 구호를 외치면서 함께 아침 점호에 참석하고 있으니까.
이제 슬슬 나갈 시간이다.
영주의 거처를 나와 연병장 앞에 돌로 만들어진 작은 단상에 올라섰다.
“충! 아이언 기사단 15명, 블루드래곤 기사단 100명. 아이언 보병대 102명, 아이언 주둔병 3,103명. 이상 없습니다!”
시안에 군례를 올리면서 점호 인원을 보고했다.
어제 전투에서 아이언 영지의 주둔병에 약간의 손실이 있었을 뿐, 부하들과 블루드래곤 기사단의 손실은 없었다.
“수고가 많았다. 오늘은 최소한의 경계병력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에 대해 외출을 허락한다.”
[와아! 영주님 만세!]
난리가 났다.
자식들…
두 끼 식사비라도 아끼려는 내 마음을 늬들이 아냐?
물론, 이제껏 대민 지원을 나가느라 쉬지 못한 보상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병사들은 신이 나서 성 밖으로 나갔다.
우글거리던 놈들이 빠져나가니 영주 성이 휑한 느낌이 들 정도.
외벽 공사는 끝났지만, 내부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라 엉망이긴 하다.
쓸만한 건물이라고는 내가 지내는 영주관과 대장간, 그리고 병사들의 숙소와 마구간이 전부.
영주 성안에 제대로 된 상가가 들어서야 외부에서도 물건을 팔거나 사러 들어올 텐데, 그게 좀 아쉽다.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 두고 모두 외출을 나갔지만, 그럼에도 나는 쉴 틈이 없다.
부지런한 안토니 때문에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네르바 자작이 이곳을 다스릴 때부터 있던 사람이라, 영지의 일을 꿰차고 있었다.
“…이번 전쟁으로 영지민 거주 지역의 목책이 파손된 곳이 많아 보수 작업이 필요합니다. 목책 안쪽에 파괴된 망루의 보수작업도 이루어져야 병사들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저씨 진짜 너무 열심히 일한다.
그것도 돈이 들어가는 일만 쏙쏙 골라서…
“성이 완공되었으나,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서는 공성 병기를 제작해야 합니다. 기존에 보유했던 공성 병기들을 퇴각하면서 전부 소각한 상태입니다.”
“…얼마가 필요한 겁니까?”
“서류에도 적혀 있듯이 527골드 6실버입니다.”
안토니의 얘기를 듣고서 서류를 넘기자, 그의 말처럼 필요한 자금의 내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한국의 화폐 가치로 따지면 100원에 해당하는 ‘화폐’ 단위까지 적혀 있다.
피 같은 돈이 빠져나가는 일이라 꼼꼼하게 확인했지만, 완벽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계산이다.
“…여기 있습니다.”
아공간에서 금화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황제에게 받은 금화 중의 일부다.
이렇게나 돈이 매달 미친 듯이 들어갈 줄이야.
아직은 거둘 단계가 아니니까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근데 무지 속은 쓰리다.
똑, 똑, 똑!
돈을 내주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와!”
거금이 나간 탓에 약간은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충! 성에 노예상이 도착했습니다.”
병사 하나가 군례를 올렸다.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 나의 음성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탓인 모양이다.
“노예상? 아! 그래, 금방 내려가겠다.”
잠깐 멍했으나,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오기로 했다는 대장장이가 드워프 노예라고 했으니까.
몸값이 무려 200골드나 하는 귀하신 몸이다. 내가 원하는 대장장이의 능력은 지나치게 커트라인이 높아서 발생한 문제다.
인간 대장장이 중에서는 이런 촌구석까지 와줄 실력자가 없다나?
그래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노예라도 사들이는 방법을 사용한 거였다.
영주관에서 나오자, 노예상인이라는 작자가 연병장에 마차들을 세워두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자애롭고 자비로우시며 용맹하신 윌슨 아이언 남작님을 만나뵙게 되어 무궁한 영광입니다. 저는 ‘아놀드 미드엄’이라는 사람입니다.”
느글느글하게 생긴 중년 사내가 귀족들이나 하는 우스꽝스러운 인사를 건네왔다.
역시나 말하는 음성에서도 느글느글한 기름기가 좔좔 흐른다.
“반갑소. 드워프를 데려온다고 들었소.”
“하하하! 성격이 급하시군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아놀드는 기름기가 흐르는 미소를 지으면서 앞장섰다.
그가 끌고 온 세 대의 마차는 전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중에서 마지막 마차로 다가가 천을 위로 걷었다.
“으윽!”
천을 걷어 내기 무섭게 흘러나오는 신음.
어두운 곳에 있다가 빛에 노출되어 눈이 부신 모양이다.
“이 녀석입니다.”
자랑스레 손으로 쇠창살로 이루어진 마차의 내부를 가리키는 아놀드.
“…너무 늙은 거 아닌가?”
나는 신음처럼 중얼거리고 말았다.
쇠창살로 이루어진 마차 안에는, 회백색 수염을 길게 기른 난쟁이 하나가 인상을 쓰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보이십니까?”
아놀드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나와 드워프를 번갈아 쳐다본다.
“당신이 생각해 봐. 저런 몸으로 망치질이나 하겠어? 양심이 있으면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기가 막혀서 아놀드에게 혀를 끌끌 찼다.
“뭣이? 지금 뭐라고 지껄였나!”
철컹! 철컹!
황당해 하는데, 고막을 찢어발길 듯한 고함이 옆에서 튀어나왔다.
쇠창살을 잡고 마구 흔들어 대면서 눈을 부릅뜨는 드워프의 박력에 나도 모르게 흠칫 뒤로 물러났다.
“저기… 할아버지, 왜 그렇게 흥분하세요.”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게 심상치 않아서 드워프가 노예라는 사실도 잊고서 존대하고 말았다.
“할아버지라니! 난 이제 겨우 사십 살이다, 망할 인간아!”
“아닌 거 같은데…….”
눈살을 찌푸리고는 화가 난 드워프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러나 도저히 사십 살로 보이는 얼굴이 아니다.
“드워프들은 원래 나이가 들어 보입니다. 40살이라고 해도 드워프의 기준에서는 어린 축에 들어갑니다.”
“어리다고?”
아놀드의 말에 솔직히 놀랐다.
쇠창살 안에 갇힌 드워프는 아무리 봐도 5~60살은 되어 보였으니까.
“드워프는 보통 300년을 살아갑니다. 인간으로 따지면 대략 10대입니다.”
“…더럽게 노안이네.”
눈을 부라리면서 씩씩대는 드워프에게 괜히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어이! 느끼한 인간 놈!”
“이런 미친놈이…….”
“여기서 일하겠다! 저 인간 놈과 반드시 일하고 싶다!”
“…뭐?”
허리춤의 채찍을 잡으려던 아놀드가 순간적으로 멍해져서 입을 헤 벌렸다.
아놀드가 뭘 하건 상관없이 드워프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그러고는 으스스한 미소를 지으면서 볼살을 파르르 떨었다.
“내가 망치질도 못 하게 생겼다고? 인간 놈!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