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53화 | 판타지 소설 | 무료소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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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53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4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53화


헤이싱은 주먹을 내지르고, 여성 시험자는 그의 어깨에 손을 짚은 채 비행 마법을 유지했다.
두 사람의 조합은 나와 차지혜보다 호흡이 좋았다.
근접전 최강의 헤이싱과 마법사의 서포트니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콤비인 셈이었다.
반면 우리는 그보다 불리했다.
짧은 쌍곡도를 사용한 근접전이 주특기인 차지혜는 오러 마스터인 헤이싱에게 정면으로 맞설 수 없었다.
때문에 쌍권총이라는 원거리 무기를 든 내가 헤이싱과 정면대결을 펼치고, 그녀는 간간히 기습하는 방식으로 서포트를 해야 했다.
그러니 상성과 조합이라는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대로 싸워서는 유리할 게 없는데.’
쉽게 승부를 볼 수도 없을 것 같고, 더군다나 좀비 떼를 처치하느라 정령술의 소모도 컸다.
게다가 상대는 언데드. 스테미나도 무한대일 터였다.
나는 한 번에 승부를 보고 싶었다.
‘그럼 노려야 할 상대는 바다 밑에 있는 저놈이로군.’
6인의 대사제 중 한 사람인 흑마법사 알란.
저놈만 죽이면 헤이싱과 여성 시험자도 움직임을 멈출 것이다.
그렇게 판단이 든 나는 차지혜에게 말했다.
“떨어져 계세요.”
차지혜는 두말없이 첫째를 타고서 떨어졌다.
자연히 헤이싱과 여성 시험자는 나를 공격하였다.
콰아아아앙!
내 몸에 두른 회오리가 헤이싱의 오퍼 피스트에 얻어맞고 분해되었다.
부서진 회오리의 틈바구니로 헤이싱의 속사포 같은 펀치가 파고들었다.
나는 두 발로 헤이싱의 가슴팍을 힘껏 걷어찼다.
두 발에서 강력한 풍압이 뿜어져 나와 헤이싱과 나를 앞뒤로 밀어냈다.
그렇게 거리를 벌리고서는 쌍권총으로 마구 난사를 했다.
타타타타탕!
헤이싱은 오러 보호막을 펼쳤고, 여성 시험자는 방어 마법을 펼쳤다.
총탄이 모든 방어막을 찢어발겼지만, 여성 시험자는 계속해서 방어 마법을 중첩시키며 방어를 전담했다.
그사이 헤이싱이 다시 날아와 반격을 시도한다.
나는 뒤로 물러서며 두 사람을 내 쪽으로 끌어들였다.
아래로, 점점 아래로.
나는 두 사람과 격전을 치르며 점점 바다 수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지금이다!’
내 바로 발 밑쪽으로 알란의 위치가 잡혔다.
길잡이 스킬로 알란이 있는 방향을 탐지한 것이다.
“실프!”
-냥!
말하지 않아도 실프는 내 명령을 교감(交感)으로 전달받았다.
휘이이이잉!
실프가 강력한 바람으로 내 온몸을 빈틈없이 둘렀다.
바람의 막으로 둘러싸인 채, 나는 바다 속으로 돌진했다.
풍덩!
바닷물을 가로지르며 계속 해저를 향해 질주!
바다 속의 깊은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니, 머지않아 알란으로 추측되는 사람의 실루엣이 언뜻 보였다.
나는 알란을 향해 돌진했다.
알란은 당황한 듯 피하려 했지만 내가 더 빨랐다.
‘간다!’
나는 알란에게 붙었다.
나를 둘러싼 바람의 막 안으로 알란까지 들여보냈다.
그리고…….
“고통을 잊은 지 오래라고 했지? 그럼 타 죽어도 별로 감흥이 없겠네?”
“……!”
나는 불꽃을 일으켜 바람의 막을 가득 채웠다.
알란은 검은 장막으로 몸을 감싸 보호했다. 하지만 내가 쌍권총으로 마구 난사해 보호막을 깨뜨렸다.
깨진 보호막 틈바구니로 불꽃이 밀려들어 갔다.
화르르르르륵!
“크아아아악!”
알란이 불에 타오르며 비명을 질렀다.
그때, 알란의 머리 위에서 다시 검은 공간이 열렸다.
그 안에서 각종 괴물의 골격이 쏟아져 나왔다. 저것도 언데드들인 모양이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탕!
나는 쌍권총으로 쏟아져 나오려는 해골 괴물들을 박살 내며 계속 알란을 불태웠다.
화르르르르륵!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슬슬 불길로 인하여 바람의 막 안의 산소가 떨어졌을 때쯤,
파앗!
하고 알란이 열어놓았던 검은 공간이 닫혔다.
알란은 불타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된 건가?’
길잡이 스킬로 알란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느껴지지 않았다.
알란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성공이었다.
그 불사신 같았던 괴이한 놈을 죽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슬슬 숨 쉬기도 힘든데 올라가야겠다.’
나는 바다에서 빠져나왔다.
수면 위로 올라오자, 차지혜가 첫째를 타고 날아왔다.
“헤이싱은 어떻게 됐죠?”
“떠났습니다.”
“떠났다고요?”
죽은 게 아니라?
“예,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하더니 둘이 함께 어디론가 떠나버렸습니다.”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알란이 죽었으면 알란이 만들어낸 언데드도 다시 죽어야 정상이 아닌가?
“가짜 영혼을 불어넣어서 만든 언데드는 조종자가 죽어도 살아있는 모양입니다.”
차지혜의 말이 타당성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떠나버렸다는 것은 조종자가 죽어서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때였다.
파앗!
해상 위에서 시험의 문이 나타났다.
“석판 소환.”

-성명(Name): 김현호
-클래스(Class): 40
-카르마(Karma): +600
-시험(Mission): 해적군도를 토벌하라. (달성)
-제한 시간(Time limit): 129일 17시간

시험이 클리어됐다.
이번 시험의 진정한 목적은 바로 대사제 알란이었음이 확실해졌다.
헤이싱과 여성 시험자가 사라져 버려서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찜찜한 기분은 들었지만, 어쨌든 이번 시험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바로 시험의 문을 통과하지 않고 일단 무인도로 돌아갔다.
인공근육슈트를 벗어서 가공간에 넣어두고, 갈큇발 독수리들까지 가공간에 들여보냈다.
“이제 갈까요?”
내 말에 차지혜가 문득 다른 의견을 냈다.
“아직 129일이라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렇죠.”
“그럼 그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능하겠죠.”
제한 시간이 남아 있는 이상, 바로 귀환하든 좀 더 아레나에 남아있든 시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그럼 남은 기간 동안 갈큇발 독수리들을 좀 더 키우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아!”
나는 감탄을 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갈큇발 독수리들은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많았다.
마스터까지 올려놓은 성장촉진 스킬에 의해서 일반적인 갈큇발 독수리의 3배까지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다음 시험에 대비해서, 이렇게 여유가 있을 때 키우는 편이 이로웠다.
게다가 여긴 아무도 없는 섬!
여긴 차지혜와 나만의 휴양지였다. 129일이나 되는 휴가인 셈이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그렇게 한가로운 휴가가 시작되었다.
노트북도 있겠다, 스마트폰도 있겠다, 태양열 배터리도 있겠다, 놀 거리는 한 가득이었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노트북에 게임을 잔뜩 깔아놓았거든.
때로는 정신없이 게임을 하고, 때로는 차지혜와 함께 갈큇발 독수리들을 타고 하늘을 날면서 데이트를 즐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략 한 달쯤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삐이이익!”
전보다 훨씬 덩치가 커진 셋째가 소리를 질렀다.
또 뭐가 나타났나 싶어서 실프를 보내 정찰해 보니, 바로 데포르트 항구 소속의 군함(軍艦)이었다.
‘아젠 연대장이 보냈구나!’
군함들의 진로는 해적군도.
아마도 아젠 연대장이 우리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정찰 겸 보낸 듯했다.
“무슨 일입니까?”
차지혜가 물었다.
“데포르트 항구에서 우리의 안위를 살피려고 해군을 파견한 모양이에요.”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그러죠.”
일단 갈큇발 독수리들은 무인도에서 지내게 놔두고 우리는 실프로 날아서 바다를 가로질렀다.
해적군도를 향해 항해하는 군함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의 저 군함이 기함(旗艦, 사령관이 타고 있는 군함)일 겁니다.”
“우와, 그걸 알아보세요? 군인 출신답네요.”
내 칭찬에 차지혜는 덤덤히 대꾸했다.
“길잡이 스킬로 아젠 연대장이 타고 있는 걸 알아냈을 뿐입니다.”
“…….”
어쨌든 우리는 그 군함에 착지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우리 두 사람이 내려오자 군함에 탄 병사들이 깜짝 놀랐다.
“누, 누구냐!”
“꼼짝 마!”
우르르 무기를 갖고 우리를 포위했다.
하지만 일부 병사들이 우리를 알아보았다.
“아, 영웅님이다!”
“영웅 킴 준남작님이시잖아!”
“해적들을 물리친 영웅들이야. 무기 치워 바보들아!”
그렇게 긴장감이 풀리고서 한 바탕 소란이 벌어진 끝에 아젠 연대장이 나타났다.
“무사하셨구려!”
“예, 그쪽도 별일 없었죠?”
“새로운 집정관이 임명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 외엔 없소. 그런데 대체 어찌 되신 거요?”
나는 지난 싸움의 결과를 대충 들려주었다.
좀비들의 잔해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 흑마법사와 싸웠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해적군도를 전부 소탕한 것도 모자라 엄청난 거물 흑마법사와 싸워서 이기기까지 하셨구려!”
아젠 연대장의 얼굴에 경외와 감탄의 빛이 어렸다.
어쨌든 해적군도가 토벌되었다는 내 말에 아젠 연대장은 함대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아젠 연대장이 성대한 연회를 열겠다고 하는 것을 거절하고 다시 무인도로 돌아왔다.
그러고 1개월쯤 지나니 교신기로 통신이 왔다.
바로 오딘의 번호였다.
“오딘?”
-현호!
반갑게 소리치는 쾌활한 목소리는 바로 마리였다.
곧 오딘이 교신기를 빼앗았는지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지내셨소?
“예, 시험은 클리어했고 귀환을 미룬 채 쉬고 있었어요.”
-그렇구려.
“아, 그리고 그 대사제 6명 중에 알란이라는 놈을 처치했어요.”
-그쪽 팀이 처치했다는 거물급 흑마법사가 대사제들 중 하나였소?
“어라? 저희 소식 들었나요?”
-말도 마시오. 지금 아레나 세계 전체에 당신 이름이 떨치고 있소. 킴 준남작이 누구냐고 온 나라 정계가 들썩이고 있지.
“그래요?”
-아만 제국도 손도 못 대던 해적단을 격퇴했고 악명 높은 헤이싱까지 처치하셨잖소. 게다가 얼마 전에는 홀로 해적군도를 토벌하셨다지?
“예, 그렇긴 한데 그게 벌써 소문이 쫙 난 줄은 몰랐네요.”
-교신기 덕분이오. 아만 제국에 있던 노르딕 시험단 멤버가 소식을 듣고 널리 알렸소. 덕분에 나도 이렇게 연락했고 말이오.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인 내가 이곳 아레나에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러다가 오딘처럼 나도 어디서 높은 자리 하나 얻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
-아무튼 대사제를 죽였다면 김현호 씨는 시험의 최종 목적에 누구보다도 가까이 다가간 셈일 거요. 그만큼 많은 이의 표적이 되었을 테니 각별히 주의하시오.
“염려 마세요.”
-하핫, 사실 진짜 용건은 이게 아니었는데 쓸데없는 잔소리만 했군. 시간이 된다면 이쪽으로 오지 않겠소?
“왜요?”
싫은데.
여기서 차지혜랑 더 놀고 싶은데.
내 휴가를 깨려 드는 오딘의 제안이 그리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오딘의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렌드 왕실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하오. 내가 얼마 전에 국왕을 알현하여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신 얘기도 나왔소. 아마도 작위와 영지를 줄 것 같소.
“정말요?”
-당신만 한 강자라면 백작 정도쯤 되는 작위는 받을 거요. 영지는 아마 갈색산맥의 엘프들과 친한 점을 감안해 그 인근 지역이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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