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0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04화
104화 노안 동지(1)
시안을 비롯한 레이놀드 출신의 기사들과 천천히 이동 중이다.
이전에 사용하던 ‘시에트 기사단’이라는 곱상한 이름을 ‘아이언 기사단’으로 바꾸니 이제야 좀 폼이 나는 것 같다.
이름을 바꾸고 거기에 소속된다는 건, 레이놀드 남작에게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제가 직접 ‘아이언’이라는 성을 내린 마당에, 함께 싸웠던 기사들을 내 밑으로 두는 건 당연한 권리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급조했다고 해도 그렇지, 여자 이름을 기사단에 붙이는 것은 좀 너무하잖아?
“녀석들이 긴장한 거 같은데?”
곁에 서서 나란히 전투마를 모는 시안에게 나직한 음성으로 얘기했다.
정면에 보이는 숲에서 수많은 기척이 느껴진다.
며칠 전부터 정상적이지 않은 기운을 지닌 놈들이 알짱거리는 게 영 거슬렸다.
마나의 기운을 품은 존재가 영지 근처를 배회하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이미 녀석들의 움직임은 다 파악된 상태다.
내공 수련을 할 때마다 신경이 쓰여서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잘 숨어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귀여운 자식들.”
이를 드러내면서 시안이 웃는다.
여전히 예의와는 담쌓은 놈이다.
하긴… 평생을 저런 성격으로 살았는데, 바뀌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나 역시 이제껏 함께 진창을 뒹굴던 녀석들한테 느끼한 예법을 지키라고 하는 건 질색이기도 하고 말이다.
“간만에 돈 좀 만져 보자.”
시안에게 씨익 웃어 주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공격하라!”
내공을 잔뜩 담아 크게 소리쳤다.
숲에 몸을 숨긴 놈들의 기세가 바뀌는 순간을 노린 거다.
슈슈슈슛! 슈슈슉!
놈들이 숨은 숲의 뒤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아이언 남작령의 보병들이다. 지금을 위해서 아침부터 병사들을 내보냈다.
하지만 지금의 화살 공격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무가 많아서 부하들이 쏜 화살이 절반이나 적군에게 날아가면 다행이다.
그저 단순한 위협용이다.
놈들이 당황해서 숲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니까.
숲 안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는 의미가 되겠다.
<나가라! 아이언 영주를 죽여라!>
[와아아! 영주를 죽여라!]
마나를 담은 음성에 이어 함성이 터져 나온다.
아주 개떼처럼 몰려나온다.
저렇게 많은 숫자의 프레하 제국군이 숲 속에서 숨죽인 채 대기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
갑옷을 입고 달려 나오는 프레하 제국군의 기사들.
병사들을 뒤에 달고서 나오는 데, 조금 질리는 느낌이다.
“튀어!”
칼립이 말을 알아듣고 잽싸게 몸을 돌린다.
아이언 기사단 역시 말머리를 돌려 나의 뒤를 따른다.
<영주가 달아난다! 놓치지 마라! 끝까지 추격하라!>
처음 공격 명령을 내렸던 놈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온다.
쓰바!
휴전 협정을 맺어 놓고서 이런 짓거리를 벌이다니, 하여간 프레하 제국 놈들은 마음에 안 든다.
이 지랄을 해놓고서 패잔병들의 단독 소행이었다고 오리발 내밀 게 분명하다.
일단은 후퇴다.
따라잡힐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말보다 사람이 빠를 수는 없는 법.
물론, 나 빼고!
나는 말보다 빠른 몸이니까.
<서라!>
뒤에서 들려오는 예의 그 음성.
나쁜 자식, 그렇게 우르르 몰려오는 주제에 그게 사람한테 할 소리냐?
하지만,
“워! 워!”
녀석이 원하는 대로 멈췄다.
신이 나서 달려오는 프레하 제국의 기사와 병사들.
“쏴라!”
슈슈슈슉! 슈슈슈슉!
내공을 담아 명령하기 무섭게 좌우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아악!”
“매, 매복이다!”
“더, 더 빨리 달려라!”
“커헉!”
.
.
.
놈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내가 있는 곳까지만 도착하면 화살 공격이 멎을 거로 생각한 것이다.
슈슈슈슉! 슈슈슉!
그러는 동안에도 두 번째 화살이 날아들었다.
우수수 쓰러지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
운이 나쁜 기사 몇 명도 화살에 갑옷이 꿰뚫려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놈들이 숨었던 곳에 보낸 병사는 500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나머지 병사들을 전부 매복시켜둔 거다.
갑작스러운 화살 세례에 지레 놀라서 놈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숲을 빠져나온 것뿐.
“죽여 버리겠다아!”
이제는 제법 가까이에서 들리는 목소리.
지금껏 돌격을 명령하던 기사였다.
“와라!”
웃으면서 검지를 까딱거렸다.
“앙부아즈 백작의 원수!”
“그래, 알았으니까, 어서 기어 와.”
씹어뱉듯이 소리치는 프레하 제국의 기사에게 연달아 검지를 까딱였다.
“죽여 버리…….”
두두두두…
미친 듯이 달려오던 프레하 제국의 기사가 제자리에 우뚝 섰다. 때를 같이해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블루드래곤 기사단.
슈슈슈슛!
말발굽 소리에 호응해, 숲에서 날아오던 화살이 방향을 바꿔 뒤쪽을 목표로 쏘아진다.
적절한 반응.
분명 와그너의 지휘일 것이다.
<아이언 영지의 병사들이여 창을 들어라!>
역시나 숲에서 들리는 와그너의 음성.
충만한 기운이 느껴지는 음성은 아니었지만, 비명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귀에 파고든다.
“퇴각! 퇴각하라!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은 퇴각하라!”
기세 좋게 소리치면서 내 뒤를 쫓아오던 녀석이 기겁한 음성으로 소리치면서 몸을 돌렸다.
멍청한 놈.
기사단이 돌진하는데 후퇴를 명령하다니…
차라리 맞서 싸우는 편이 더 생존 확률이 높을 텐데 말이다.
“랜스를 겨눠라! 돌격! 이랴앗! 이랴!”
두두두두두!
블루드래곤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피터슨 프론트’가 기사들을 독려하는 음성이 고막을 때린다.
나와 아이언 기사단을 중심에 두고서 반으로 갈라져 지나치는 블루드래곤 기사단.
지축을 울리는 듯한 말발굽 소리가 스치고 지나면서 기사들의 든든한 등이 눈에 들어왔다.
퍼버버벅! 퍼버벅!
“크악!”
“아아악!”
.
.
.
블루드래곤 기사단이 진격하기 무섭게 비명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이언 영지의 병사들이여 돌격하라!>
숲에서 들리는 와그너의 새로운 명령.
눈앞에 드러나는 피의 길.
내게 저주를 퍼붓던 프레하 제국의 기사는, 목이 꺾이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팔과 다리가 기괴한 각도로 뒤틀린 채.
우리보다 두 배 가까운 병력을 지니고서도 겁에 질려 도주하는 프레하 제국의 기사와 병사들.
블루드래곤 기사단은 오히려 속도를 늦추면서 도주하는 병사들을 학살해 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와그너가 이끄는 병력과 주둔병의 최고선임 ‘데리언 몰턴’이 이끄는 병력은 양쪽 숲에서 튀어나와 창을 던져댔다.
별다른 힘도 써 보지 못하고 학살을 당하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
도주하려 하지만,
최초 화살을 발사했던 500명의 영지병이 화살을 쏘면서 퇴로를 가로막았다.
“이대로 끝날 거 같지?”
“그러게 말입니다. 싱거운 놈들이네? 원래 저렇게 약했나?”
대답하던 시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뒤에 가서는 혼잣말로 웅얼거린다.
뱅크스 요새를 지키던 당시에 싸웠던 프레하 제국의 병력과 너무나 비교되는 까닭이다.
“저들을 이끌던 기사가 전쟁 경험이 없었기 때문일 거다. 조직을 이끄는 자리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강병이 되기도 하고, 저렇게 허접한 놈들이 되기도 하는 거다. 그러니까, 너도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 자식아!”
“윽! 얘기가 왜 그런 식으로 마무리 되는 겁니까!”
“너 같았으면 무조건 돌진부터 하고 봤을 거잖아. 틀려?”
“끄응…….”
툴툴거리는 시안이 입을 꾹 다문다.
이제껏 지켜봐 왔던 녀석의 행동 패턴으로 봤을 때, 아까 블루드래곤 기사단의 진격 상황에서 시안은 오히려 돌진을 명했을 것이다.
뭐…
나쁜 판단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게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했더라면 운 좋게 내가 있는 이곳까지 진격해 오는 놈들이 생길 터다. 그래 봐야 블루드래곤 기사단은 백 명에 불과하니까.
블루드래곤 기사단을 돌파한 다음에 후퇴하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한 판단이다.
가장 최선은,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화살이 날아오면 화살의 숫자부터 파악하고 행동했어야 하는 거지.”
“그거야 기본 아닙니까!”
“웃기고 있네. 네 놈이 잘도 그러겠다.”
“큽…….”
“의기소침해 하지 마라! 너한테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니까. 넌 지금이 딱 좋아.”
“흐흐흐! 감사합니다. 영주님.”
언제 의기소침했었냐는 듯이 금세 음흉하게 웃는 시안.
역시나 신경이 굵은 놈이다.
이런 녀석은 이런 녀석대로 쓰임이 있는 법이다. 아까 그 프레하 제국의 기사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겁을 먹고 엉뚱한 명령을 내릴 녀석은 아니니까.
“자! 돈 긁으러 가자!”
“예! 영주님!”
녀석이 헤벌쭉 웃는다.
그래, 이 녀석한테 심각한 건 어울리지 않는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놈들이 도망치면 또다시 우리를 공격하려 할 것이다!”
내공을 담아 크게 소리쳤다.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프레하 제국의 패잔병을 몰살하고 며칠 후,
“아직도?”
지친 얼굴로 안토니에게 말했다.
전리품을 잔뜩 챙겼으나 써먹을 데가 없다.
대장장이가 없어서다.
“죄송합니다. 영주님, 하지만 내일쯤엔 도착한다고 하니 기다려 주십시오.”
안토니가 미안한 얼굴로 대답한다.
대장간은 있는데 대장장이가 없는 황당한 상황.
덕분에 또 생돈이 나갔다.
부하들이 전리품을 얻었으니 돈으로 바꿔줘야 했으니까 말이다.
병사들에게 돈을 줘야 영지가 그럭저럭 굴러갈 수 있게 된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영지민에겐 돈이 필요한 상황.
황제가 지원해준 물자는 벌써 다 소진되었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영지의 경제가 돌아가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레이놀드 영주가 그랬던 것처럼 병사들의 주머니를 넉넉하게 만들어 놓는 거다.
일단 병사들에게 돈부터 쥐여 주긴 했지만, 영지의 수입원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장장이가 필수다.
고철을 잔뜩 쌓아놓기만 해서야 의미 없는 일이기도 하고.
아공간을 활용해서 성을 완성하는 동안에 어떻게 하면 영지의 수입원을 만들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다.
딱히 대표 특산품조차 없는 아이언 영지다. 이전에 네르바 자작 역시 주둔병력을 먹여 살리다가 볼 장 다 봤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아니, 그러기 싫다.
부하 녀석들과 멋진 영지에서 멋지게 살아보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후우… 할 수 없지. 확실한 대장장이면 좋겠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드워프 노예를 주문해 두었습니다.”
“…드워프?”
나는 눈을 껌벅였다.
지금 안토니가 말한 게 작달막한 키에 팔다리까지 짧은 유사 종족을 말하는 건가?
선천적으로 불과 쇠를 다루는 재주를 지니고 있어서 판타지 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네, 드워프입니다. 노예의 인장을 부여받아 통제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 그래요?”
살짝 흥분된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소설에서도 그렇고 드워프라고 하면 대장장이 능력이 최고라고 묘사되었다.
어쩌면 내가 하려는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노예라는 게 찜찜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인의 사고가 남은 탓에 비윤리적인 노예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좋습니다. 내일이 되어 보면 알겠죠. 이만 쉬도록 하세요. 안토니.”
“네, 영주님. 편안한 밤 되십시오.”
조심스레 인사를 올리면서 밖으로 나가는 안토니.
그를 눈으로 배웅하고, 한쪽 구석에서 부적 같은 것을 그리는 코너에게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마법 스크롤을 제작 중이다.
아이언 영지 유일의 생산직 종사자라고 보면 맞겠다.
“코너! 잘되어 가?”
“말 시키지 말아 줄래요?”
“그, 그래…….”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말하는 코너.
이 자식, 작업에 집중할 때는 은근히 카리스마가 있다.
수호의 펜던트를 손에 쥐고서 제작한 마법 스크롤에 마나를 부여하는 모습에선 경건함까지 묻어난다.
“후와! 완성!”
“고생했다. 그만하고 우리도 좀 쉬자.”
너무 부려 먹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달래듯이 그렇게 말했다.
“정말 힘드네요. 근데 윌슨.”
“말해.”
“어째서 파이어 버스트(Fire Burst) 마법 스크롤을 많이 만들라는 거죠?”
코너가 목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뼈마디 부닥치는 소리를 낸다.
4서클 마법인 파이어 버스트를 담은 스크롤을 만드느라 지친 게 분명하다.
“수류탄을 만들려면 필요하니까.”
“수류탄? 그게 뭔데요?”
코너가 눈을 껌벅거리면서 물어 온다.
“던지면 폭발하는 물건이야.”
“그럴 거면 차라리 파이어 볼 마법이 담긴 스크롤을 제작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아요? 위력은 파이어 버스트가 좋겠지만, 이런 걸 사용하다간 스크롤 찢는 사람까지 폭발해 버릴 거 같아요. 혹시… 자살용인가요?”